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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장로의 영수증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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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정녕 마교의 가장 음침하고 비참하다는 지하 감옥 흑뢰가 맞단 말이냐?”


흑뢰 감옥의 정문 검문소 앞. 푸른 도포를 칼날처럼 차려입은 남궁세가의 사신단 대표, 남궁상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피비린내와 비명 대신 은은한 박하 향이 코끝을 스쳤고, 사방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심지어 정문을 지키는 마교 간수들은 험악한 무기 대신 ‘간수 노동조합’이라는 붉은 완장을 찬 채, 방문객 위생 소독용 분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멈추십시오, 남궁 공자 일행이여. 노동조합 안전보건 규정 제14조에 의거, 외부인의 무단 진입 시 전염병 예방을 위한 전신 방역 소독이 필수입니다. 양팔을 벌려 주십시오.”


간수 조평식이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소독약 분무기를 치켜들었다. 남궁상태는 기가 막혀 실소를 터뜨렸다.


“무엄하다! 감히 천하의 남궁세가 사신단에게 이 무슨 해괴한 물벼락이란 말이냐! 당장 무림맹의 공식 석방령을 집행하러 왔다! 우리 세가의 후계자, 남궁휘를 무단 감금하고 강제 노동을 시킨 죄를 물을 것이니 비켜라!”


“공식 석방령이든 무엇이든, 위원장님의 결재 직인이 찍히지 않은 서류는 이 감옥 안에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절차를 밟으십시오.”


조평식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흑뢰 노동조합 공식 헌장 서류철’을 가리켰다. 무림맹의 권위를 등에 업고 흑뢰를 무력으로 짓밟으려 했던 남궁상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의 뒤에 도열한 수십 명의 푸른 옷의 무사들이 일제히 검자루를 쥐며 살기를 뿜어냈다.


“감히 마교의 변방 간수 나부랭이들이 무림맹 강경파 남궁결 장로님의 권위를 능멸하는구나! 무력으로라도 돌파하여 후계자를 구출하겠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검기가 광장을 뒤흔들기 직전, 정문 안쪽에서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나직하고 창백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콜록, 콜록…… 남궁 대리인 일행이여. 마교의 합법적인 자치 구역에서 무단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국제 외교법 및 제국 형법 제105조 ‘공무집행방해 및 무단 가택침입’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십니까?”


하얀 비단 마스크를 코끝까지 단정하게 올리고, 거위털 담요를 무릎에 덮은 채 최고급 인체공학적 대나무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사내. 무공은 단 한 동작도 배우지 않아 찬바람 한 번에 각혈을 할 것 같은 유리몸이지만, 안경 너머로 지독하게 깐깐한 안광을 빛내는 대황제국의 셋째 황자, 이현이었다.


그의 옆에는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수석 비서 서필이 따뜻한 보리차가 담긴 보온병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고, 노조 법률 자문 송 노인이 ‘초정밀 눈금 장부와 깃털펜’을 품에 안은 채 위엄 있게 서 있었다.


남궁상태는 휠체어에 앉은 병약한 황자를 보고 콧방귀를 꼈다.


“네놈이 황실의 버려진 인질이자, 이곳에서 간수들을 현혹해 기이한 야바위 짓을 벌인다는 이현 황자냐? 우리 남궁세가의 후계자 남궁휘를 불법 감금하고 노동을 착취했다는 고발을 접수했다! 당장 남궁휘를 내놓지 않으면 제국 법원에 공식 제소하겠다!”


이현은 차분하게 안경을 고쳐 쓰며, 곁에 서 있는 송 노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송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품속에서 유려한 한문 서체로 작성된 두꺼운 서류철을 꺼내 들었다.


“불법 감금이라니요. 참으로 행정적 상식이 결여된 모함입니다.”


이현이 깐깐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남궁휘 공자는 무림맹 첩보부의 지령을 받고 우리 감옥에 무단 잠입한 스파이였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마교 규율에 따라 즉참에 처해져야 마땅하나, 본 위원장의 인도주의적 결단과 보건 위생 지침에 따라 특별 대우를 받으며 수감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여기, 남궁휘 공자가 어제 날짜로 자발적으로 서명하고 수인까지 찍은 ‘무급 인턴십 근로 계약서’와 ‘자발적 잔류 각서’가 있습니다.”


이현이 계약서를 흔들어 보이자, 남궁상태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인턴십 계약서라고……? 후계자 녀석이 제정신이 아니군! 마교의 사술에 걸려 강제로 도장을 찍은 것이 분명하다!”


“사술이라니요. 우리는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했고, 남궁휘 공자는 그 웰빙 혜택에 감복하여 스스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 비서, 장부를 펼치십시오.”


서필이 즉시 초정밀 눈금 장부를 펼쳐 들고, 1푼 단위까지 상세하게 기록된 청구 내역을 소리 높여 낭독하기 시작했다.


“남궁휘 공자 전용 미납 숙식 및 재활 서비스 세부 청구서입니다! 첫째, 중앙 온수 보일러 시스템을 활용한 24시간 온돌 난방 이용료 일일 금화 50냥, 총 8일간 400냥! 둘째, 배영태 수석 셰프가 특별 조리한 탄단지 비율 100%의 ‘저염식 영양 닭가슴살’ 매일 2근 및 특제 보양식 제공료 총 800냥!”


낭독이 이어질수록 남궁세가 무사들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서필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셋째! 백무진 의무실장이 직접 시술한 ‘척추관 협착증 및 요추 교정용 도수치료’ 3회 이용료 총 1,500냥! 넷째, 인체공학적 대나무 안락의자 대여료 및 주 5일 힐링 요가 클래스 수강료 총 1,000냥! 다섯째, 감옥 내 청결 구역 유지 및 개인 방역 세척 소독약 비용 총 300냥! 여기에 무단 잠입에 따른 행정 처리 수수료와 감옥 보안 위반 과태료를 합산하여…….”


서필이 장부를 탁 덮으며 쐐기를 박았다.


“총계 금화 1만 냥입니다! 남궁세가는 이 미납 요금을 즉시 결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 금화 1만 냥?! 미쳤구나! 감옥에 일주일 처박혀 있던 숙식비가 황실 국빈관 한 달 체류비보다 비싸단 말이냐! 이 무슨 기상천외한 갈취란 말인가!”


남궁상태가 부르르 떨며 포효했다. 그의 이마에 핏대가 터질 듯 솟아올랐다. 칼을 든 고수들이 고작 닭가슴살과 요가 매트 이용료가 적힌 영수증 폭탄에 직면해 쩔쩔매는 꼴은 실로 코믹하기 짝이 없었다.


이현은 찻잔을 들어 따뜻한 박하차를 한 모금 음미한 뒤, 지극히 정중하고 단호한 ‘평화의 비즈니스 화술’을 구사했다.


“남궁 대리인,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폭리를 취하지 않습니다. 남궁휘 공자가 받은 도수치료는 무당파의 청풍 도사마저 평생의 척추 측만증을 완치하고 눈물을 흘린 신의(神醫)의 시술입니다. 또한, 제국 법률 제204조 ‘수용자 편의 제공에 대한 비용 청구권’에 의거하여, 피수용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하고 소비한 특별 복지 서비스에 대해서는 그 소속 가문에 비용을 청구할 합법적 권리가 있습니다.”


“그딴 황실 법률이 마교의 감옥에서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는 1푼도 낼 수 없다! 당장 남궁휘를 무력으로 데려가겠다!”


남궁상태가 검을 반쯤 뽑아 들며 위협했다. 하지만 이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품속에서 붉은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조용히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이현이 전생의 기억과 제국 민법의 맹점을 결합해 작성한 ‘남궁세가 자산 가압류 신청서’ 초안이었다.


“만약 이 청구액을 즉시 지불하지 않으시거나 무력 도발을 감행하실 경우, 저는 이미 확보한 ‘황실 부양의무 청구 채권’의 판결 선례를 활용할 것입니다. 제국 사법부에 남궁세가를 ‘채무 불이행 및 불법 무력 징발’ 혐의로 고소하고, 무림맹과 제국 국경 지대에 위치한 남궁세가 소유의 ‘제3영석 광산’ 지분을 합법적으로 가압류(가압류) 집행하겠습니다.”


“가, 가압류라고……? 우리 가문의 핵심 광산을 감히 네놈이 어떻게!”


남궁상태의 얼굴이 순간 사색으로 변했다. 황실을 상대로 승소하여 황실 외교 자금을 합법적으로 차압했던 이현의 전적이 적힌 판결문 사본이 서류철 맨 앞장에 떡하니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의 법과 명분에 극도로 민감한 정파 명문가로서, 가문의 광산이 합법적으로 압류당했다는 소문이 무림 저 저잣거리에 퍼지는 순간 가문의 주가와 명예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터였다.


“선택하십시오. 합법적인 서비스 이용료 1만 냥을 지불하고 후계자의 품위 있는 인턴십 생활을 보장해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고작 1만 냥 때문에 가문의 영석 광산 전체가 동결되는 금융 치료를 받으시겠습니까?”


이현의 깐깐하고 빈틈없는 법리적 옥죄기에 남궁세가의 사신단은 칼을 쥔 채 사르르 손을 떨며 말문이 막혀버렸다. 무력으로는 천하를 벨 수 있어도, 붉은 도장이 찍힌 깐깐한 영수증과 가압류 신청서의 맹점 앞에서는 그 어떤 검기도 쓸모가 없었다.


남궁상태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통신 영물을 만지작거리며, 사색이 된 얼굴로 본가에 급히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흑뢰 감옥의 아늑한 온돌 온기 위로, 사상 초유의 사법적 금융 전쟁의 서막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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