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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거부하는 정파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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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갑니다! 못 나갑니다! 제발 나를 이곳에 평생 수감해 주십시오!”


지하 5층, 흑뢰 감옥 제3호 특별실의 든든한 참나무 문을 뚫고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단정하게 리폼된 흰색 도포 깃을 칼같이 세우고 인체공학적 대나무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던 이현은, 찻잔을 입가에 가져가려다 말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곁에서 수분 함량 70%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가습기용 젖은 수건을 만지작거리던 수석 비서 서필이 사색이 되어 이현의 눈치를 살폈다.


“위, 위원장님. 놀라지 마십시오. 기침이 도지시면 안 됩니다!”


서필이 0.1초 만에 보온병에서 따뜻한 보리차를 리필하며 외쳤다. 이현은 가볍게 기침을 쿨럭이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서 비서, 밖이 왜 이렇게 시끄럽습니까? 내가 분명히 오전 집무 시간에는 감옥 내 소음 데시벨을 40 이하로 유지하라고 지침을 내렸을 텐데요.”


“죄송합니다! 그게…… 정문 게이트에 무림맹 첩보부의 공식 석방령이 도착했습니다. 108호 죄수, 남궁휘 공자의 수감 기간이 만료되어 즉시 방면하라는 지령입니다. 그런데…….”


서필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흐렸다.


“그런데?”


“그 남궁휘 공자가 석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간수들이 방에서 끌어내려 하자, 제1구역 일반감옥의 무쇠 철창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검기를 뿜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자기를 내보내려거든 차라리 여기서 죽여 달라면서 말입니다!”


이현은 찻잔을 내려놓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파 최고의 명문가이자 천하를 호령하는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이자 후계자. 무림맹의 일급 첩자로서 흑뢰 감옥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위장 수감되었던 그 오만하던 남궁휘가, 이제는 감옥에서 나가기 싫다고 난동을 피우고 있다니.


이현은 휠체어 바퀴를 굴려 복도로 나섰다.


제1구역 일반감옥 복도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가슴에 ‘노조 대변인’ 완장을 찬 조평식과 하급 간수 대여섯 명이 남궁휘의 양팔을 붙잡고 힘을 쓰고 있었지만, 절정 초입의 내공을 지닌 남궁휘를 무력으로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남궁휘의 상태는 실로 기괴했다. 푸른색 죄수복은 터질 듯한 근육을 이기지 못하고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의 손에는 배영태 셰프가 배급해 준 ‘저염식 영양 닭가슴살’ 한 조각이 소중하게 쥐여 있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그의 단단한 가슴팍 아래로, 최근 요가 클래스에서 연마한 다운워드 도그(Downward Dog) 자세의 완벽한 척추 정렬이 돋보였다.


“놓으시오! 나는 이 닭가슴살을 다 먹기 전에는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것이오! 이곳의 따뜻한 온돌 바닥과 주 5일 요가 매트를 두고 내가 왜 그 지옥 같은 남궁세가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오!”


남궁휘가 울부짖으며 철창을 붙잡고 검력을 발휘하자, 철창이 비명을 지르며 휘어졌다. 조평식이 땀을 뻘뻘 흘리며 소리쳤다.


“남궁 공자! 제발 협조해 주십시오! 석방령이 떨어졌는데도 무단으로 수감 생활을 연장하는 것은 마교의 행정 규정 위반입니다! 위원장님의 깐깐한 장부 정리에 오차가 생긴단 말입니다!”


“싫소! 바깥세상은 너무 험난하고, 무엇보다 단백질 비율을 맞춰주는 급식실이 없지 않소! 가문으로 돌아가면 맨날 기름진 밀가루 음식만 먹어서 내 근손실이 극심해질 것이오!”


고결한 정파의 후계자가 마교 감옥의 단백질 식단과 온수 샤워에 영혼을 완전히 저당 잡힌 꼴이었다.


이현은 휠체어를 멈추고 깐깐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기침을 뱉었다.


“콜록, 콜록…… 남궁휘 공자.”


이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광장 전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철창을 붇잡고 버티던 남궁휘의 고개가 번개처럼 돌아갔다. 그의 눈에 비친 이현은 창백한 안색에 단정하게 안경을 쓴, 무공은 없으나 시스템으로 이 지옥 감옥을 지배하는 위대한 ‘위원장’이었다.


남궁휘는 즉시 철창을 놓고 이현의 휠체어 앞으로 기어와 무릎을 꿇었다.


“위원장님! 제발 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모범수로서 청소든 방역이든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이현은 휠체어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댄 채, 그의 안색과 눈동자의 흔들림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이현의 특수 능력인 ‘가스라이팅식 리더십 진단’이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남궁휘의 눈 밑에 깊게 내려앉은 피로의 흔적, 맥박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정서적 불안정, 그리고 가문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어깨가 미세하게 움츠러드는 방어적 태도.


전생에 대기업 HR 실장으로서 수많은 엘리트 사원들이 과도한 성과 압박과 꼰대 상사들의 잔소리 때문에 영혼이 탈탈 털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진 모습을 질리도록 보아왔던 이현이었다. 남궁휘 역시 정파 최고의 명문가 후계자라는 무거운 왕관의 무게 아래서 정신이 완전히 붕괴하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이현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깃털펜 끝으로 안경테를 툭툭 두드렸다.


“남궁 공자. 귀하의 상태는 전형적인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입니다.”


“번…… 아웃이 무엇입니까?”


남궁휘가 눈물 어린 눈으로 물었다.


“가문의 엄격한 규율과 할아버님인 남궁결 장로의 억압적인 리더십이 공자의 자아존중감을 완전히 갉아먹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매일 아침 4시부터 밤 12시까지 창궁무애검법의 진기를 강제로 수련당하고, 단 1분의 휴식조차 ‘나태함’으로 매도당하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가문 환경. 그것이 공자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현의 예리한 분석에 남궁휘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평생 가문의 어른들에게서 “너는 남궁세가의 기둥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채찍질만 받아왔지, 자신의 정신적 피로를 이토록 정확하게 짚어준 사람은 마교 감옥의 인질 황자가 처음이었다.


“맞습니다……! 할아버님은 제가 검기를 조금만 늦게 뿜어도 뺨을 때리셨고, 제 근육의 회복 속도나 수면 시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이곳 흑뢰는 다릅니다! 규칙적인 주 5일 요가 클래스로 뒤틀린 척추를 교정받고, 배영태 셰프님이 매일 완벽한 탄단지 비율로 조리해 주시는 저염식 영양 닭가슴살을 먹으며 제 인생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궁휘가 눈물을 훔치며 하소연했다. 고결한 검객의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웰빙 복지 혜택을 잃기 싫어 발악하는 현대의 지친 직장인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이현은 깐깐하게 장부를 펼쳐 보였다.


“공자의 사정은 딱하나, 흑뢰 감옥은 엄연히 마교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 기관입니다. 무단으로 수감 생활을 연장하며 무상으로 온수와 영양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교단의 재무 규칙에 위배됩니다. 공문서상 예산 낭비 사례로 적발되면 내 결재 장부에 빨간 줄이 그어진단 말입니다.”


“그, 그렇다면 제가 정당한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돈을 내라면 가문의 영석 광산 지분이라도 떼어 오겠습니다!”


“아닙니다. 합법적인 행정 절차를 거쳐야지요.”


이현은 기다렸다는 듯 품속에서 붉은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두꺼운 가죽 서류철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이현이 미리 준비해 둔 ‘무급/저임금 인턴 고용 계약서’였다.


“공자에게 공식적인 해결책을 제안하지요. 흑뢰 감옥 내부의 보건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근 신설된 감옥 내 체력단련실의 ‘전문 헬스 트레이너’ 및 ‘주말 당직 보초’ 직무를 담당하는 비공식 인턴 사원으로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인턴…… 사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하되, 주말 야간 당직 시 특근 수당을 지급하며, 매일 저염식 영양 닭가슴살 2근과 하루 1회의 온수 샤워권, 그리고 주 5일 요가 클래스 무료 수강권을 보장합니다. 단, 계약 위반이나 근무 태만 시 즉각 강제 퇴사(석방) 조치됩니다.”


남궁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석방이 곧 ‘해고’이자 ‘지옥(가문)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통제 수단은 없었다. 남궁휘는 이현이 내민 깃털펜을 빼앗기듯 낚아채어 계약서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날인하고 손가락 도장까지 꾹 찍었다.


“계약하겠습니다! 평생 뼈를 묻겠습니다, 위원장님!”


남궁휘가 감격하여 계약서에 서명하고, 스스로 감옥에 남겠다는 ‘모범수 및 인턴 서약 각서’를 정성스레 작성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특별실 문이 벌컥 열리며 서필이 다시 한번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그의 다크서클이 사색이 된 얼굴 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위, 위원장님! 진짜 큰일 났습니다!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 강경파인 남궁결 장로가 보낸 대규모 사신단이 지금 흑뢰 감옥 정문 검문소에 들이닥쳤습니다! 남궁휘 공자를 즉시 인도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감옥을 부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궁휘의 깃털펜이 뚝 멈췄고, 특별실 내부에 순식간에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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