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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간수장의 시말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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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전의 어인이 선명하게 찍힌 검은 가마에서 내린 본산의 특사가 광장 한복판에 엄숙하게 섰다. 그의 손에 들린 황금빛 비단 두루마리가 펼쳐지자, 삼엄한 마기가 서린 교주령이 울려 퍼졌다.


“교주령을 선포한다! 흑뢰 감옥의 사상 초유의 예산 70% 절감 및 수용자 사망률 0%라는 위대한 행정적 업적을 치하하여, 대황제국 제3황자 이현을 마교 본산 천마전의 특별 자문관이자 총괄 행정 처장으로 공식 추대한다. 또한, 전임 간수장 조태독은 직무 유기 및 예산 횡령의 책임을 물어 즉시 실각시키고, 오늘부로 흑뢰 감옥의 하급 환경미화원으로 강등하여 노조의 지휘 하에 배치한다!”


그것은 흑뢰 감옥의 완벽한 권력 전복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다음 날 아침, 흑뢰 감옥의 공기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쾌적했다. 제갈민이 설계하고 박칠성이 시공한 중앙 온수 보일러 시스템 덕분에 동굴 구석구석까지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벽면에는 당소혜가 살포한 친환경 소독약의 은은한 국화 향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웰빙 낙원에 단 한 사람,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전직 간수장이자 현직 하급 환경미화원으로 강등된 조태독이었다.


“내가…… 내가 이딴 대나무 빗자루질이나 하려고 평생 혈살마공을 연마한 줄 아느냐!”


조태독은 먼지가 가득한 복도 한구석에서 빗자루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포효했다. 그의 몸에는 피 묻은 가죽 갑옷 대신, 흑뢰 간수 노조의 마크가 삐뚤어지게 박힌 낡은 삼베 미화원복이 걸쳐져 있었다. 뺨에는 어제 고모부 팽진 장로에게 맞은 손바닥 자국이 여전히 붉게 남아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단정하게 다려진 수석 비서관 제복을 입은 서필이 메모판을 든 채 깐깐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조태독 사원. 지금 근무지 무단 이탈 및 정기 방역 업무 거부 행위입니까? 위원장님이 제정하신 흑뢰 위생 수칙 제4조에 따르면, 오전 9시까지 복도 물청소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해당 구역 담당자는 즉시 징계 대상이 됩니다.”


“이 버릇없는 놈이! 감히 하급 간수 주제에 누구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냐! 내 비록 강등당했을지언정 내공은 여전히 절정 고수다! 이까짓 빗자루는 내 진기 한 번이면 가루로 만들 수 있어!”


조태독이 살기를 뿜어내며 서필을 위협했다. 하지만 서필은 예전처럼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한심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차며 메모판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 내려갔.


“근무 태도 불량, 상급자 지시 불이행, 그리고 무력을 통한 위협 시도까지. 즉시 위원장님께 보고하겠습니다.”


“해보아라! 그 약골 황자 놈이 내 몸에 칼 한 자루 댈 수 있을 것 같으냐!”


잠시 후, 흑뢰 제3호 특별실.


습도 70%를 정확히 유지하는 특제 이중 가습 수건이 걸린 방 안에서, 이현은 푹신한 거위털 담요를 무릎에 덮고 인체공학적 대나무 안락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서필이 올린 조태독의 근무 태만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이현은 안경을 고쳐 쓰며 깐깐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조태독 사원이 여전히 구시대적인 무력 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조직의 기강을 흔들고 있군요. 전직 간수장이라는 완장병이 도진 모양인데, 대기업에서도 이런 고집불통 고인물들은 아주 정교하게 처리하는 법이 있습니다.”


“위원장님, 무력으로 제압할까요? 박 총장과 방역 기동대를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서필이 0.1초 만에 기침약을 대령하며 묻자, 이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비합리적인 물리적 충돌은 자원의 낭비일 뿐입니다. 우리에겐 더 우아하고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서 비서, 즉시 조태독 사원에게 ‘복지 박탈 협박술’을 가동하십시오.”


“복지 박탈……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오늘부로 조태독 사원의 노조 공식 복지 카드를 정지시키세요. 그의 내실로 향하는 온수 배관 밸브를 차단하고, 배영태 셰프에게 지시해 오늘부터 조태독의 배식 명단에서 고기 반찬과 따뜻한 국물을 전면 제외하고 오직 맹물에 불린 마른 밥만 지급하도록 하십시오. 아울러, 백무진 의무실의 척추 안마 서비스 이용도 무기한 금지합니다.”


이현의 입술 끝에 냉혹하고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안락함에 길들여진 인간이 그것을 빼앗겼을 때 느끼는 공포는, 칼날의 위협보다 훨씬 지독한 법입니다. 그가 가진 절정 고수로서의 자존심이 차가운 맹물 샤워와 썩은 밥상 앞에서도 유지되는지 지켜보지요.”


“존명! 즉시 집행하겠습니다!”


서필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특별실을 나섰다.


조태독은 처음에 이 징계 조치를 비웃었다.


“하! 이따위 잔꾀로 나를 굴복시키려 하다니 가소롭구나! 나는 절정 고수다! 며칠 동안 밥을 먹지 않는 벽곡(辟穀)쯤은 식은 죽 먹기요, 차가운 동굴 바닥에서도 내공을 운기하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이현이 설계한 중앙 온수 보일러의 안락함은 이미 조태독의 신체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보일러 밸브가 잠기자, 지하 5층의 뼈를 깎는 듯한 음습한 냉기가 그의 방 안으로 사정없이 들이닥쳤다. 조태독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혈살마공의 진기를 끌어올려 체온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내공을 가동할수록 극심한 허기가 찾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제 고모부 팽진 장로에게 맞아 기혈이 뒤틀리고 이빨이 깨진 탓에, 내공의 소모율은 평소의 세 배에 달했다.


단 반나절 만에 진기가 고갈된 조태독은 이가 덜덜 떨리는 추위와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는 듯한 극심한 공포를 마주했다. 그의 앞에 놓인 밥상은 차가운 맹물에 불어 터진 딱딱한 마른 밥과 소금 한 줌이 전부였다.


꼬르륵…….


그의 배에서 비참한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저 멀리 급식실에서는 배영태 셰프가 요리한 특제 저염식 인삼 닭가슴살 곰탕의 진하고 구수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조태독의 코끝을 사정없이 찔렀다. 죄수들과 하급 간수들이 따뜻한 온돌 바닥에 둘러앉아 땀을 흘리며 고기 국물을 들이키는 모습은, 조태독에게 지옥보다 더 잔혹한 고문이었다.


참다못한 조태독은 야간 근무 교대 틈을 타 은밀히 주방으로 잠입했다. 가마솥에 남은 곰탕 국물이라도 훔쳐 먹으려 했던 것이다.


스스슥…….


그가 솥뚜껑을 열려는 찰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어떤 불결한 쥐새끼가 위생 허가도 없이 신성한 주방에 무단 침입했느냐!”


콰앙!


하얀 위생모를 쓴 배영태 셰프가 거대한 무쇠 국자를 휘두르며 조태독의 손등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악!”


조태독이 손을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다. 배영태는 국자를 치켜들며 눈을 부릅떴다.


“조태독 사원! 식자재 품질 표준화 규정 제7조에 의거, 야간 무단 식자재 반출 시도는 중징계 사유입니다! 또한, 손을 씻지 않고 주방 비품에 손을 대다니, 이 무슨 비위생적인 폭거란 말입니까! 당장 꺼지십시오!”


배영태의 무자비한 위생 국자 세례에 밀려 조태독은 곰탕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주방 밖으로 비참하게 쫓겨났다.


결국 하루 만에 조태독의 절정 고수로서의 자존심은 차가운 냉방과 굶주림 앞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온몸을 사르르 떨며, 그는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짚은 채 이현의 제3호 특별실 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원…… 위원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복지 카드만은 살려주십시오…… 온수 배관을 열어주십시오…….”


문이 천천히 열리며, 휠체어에 앉은 이현이 단정한 흰색 도포 깃을 매만지며 나타났다. 이현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조태독을 내려다보며,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던졌다.


“잘못을 인지하셨다니 다행이군요. 하지만 현대식 조직에서는 구두 반성은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여기 공식 서식에 맞춰 ‘시말서’를 작성하십시오.”


“시, 시말서가 무엇입니까……?”


조태독이 눈물 고인 눈으로 종이를 바라보았다. 이현은 깐깐한 어조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본인의 직무 태만과 규정 위반 사실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육하원칙에 따라 기록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KPI 달성 계획을 서술하는 공식 문서입니다. 서식 규격은 여백 사방 반 치, 글자 크기는 일정해야 하며, 변명이나 감정적인 호소는 일절 금지합니다. 오직 이 서류가 내 결재 직인을 통과해야만 귀하의 복지 혜택이 순차적으로 복구될 것입니다.”


평생 글씨라고는 참수 집행장에 수결을 남기는 것 외에는 써본 적이 없는 마두 조태독에게, 그것은 무공 수련보다 더 혹독한 지옥의 시작이었다. 그는 침을 질질 흘리며 특별실 앞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깃털펜을 쥐고 손을 덜덜 떨며 한 자 한 자 시말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시말서 서식을 작성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흑뢰 감옥 정문 너머 외곽 경비 초소 쪽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소동과 웅성거림이 발생했다. 웅장한 쇠사슬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거친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문을 열어라! 제발 우리를 감옥에 가두어다오!”


“하루 세 번 온수 샤워와 따뜻한 온돌방을 보장한다는 소문이 진짜더냐! 제발 모범수로 복역하게 해다오!”


이 기괴한 외침에 조태독은 펜을 쥔 채 멍하니 고개를 들었고, 특별실 문이 벌컥 열리며 수석 비서 서필이 사색이 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위, 위원장님! 큰일 났습니다! 흑뢰 감옥 문 앞에 수십 명의 사파 야인 무사들이 줄을 서서 ‘제발 우리를 수감시켜 달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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