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한 감옥과 정파의 첩자
정파 무림맹 첩보부의 지하 밀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촛불 하나만이 간신히 어둠을 밝히는 방 한가운데, 무림맹의 일급 정보관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고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교의 변방에 위치한 그 악명 높은 흑뢰 감옥에서, 죄수들이 매일 아침 단체로 국민체조를 하고 복도를 쓸며 꽃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말이냐?”
첩보부의 고위 관료가 이마를 짚으며 신음하듯 물었다. 그의 앞에는 무림맹이 자랑하는 최고의 청년 고수 두 명이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한 명은 창궁무애검법의 후계자이자 하북남궁세가의 차기 가주로 촉망받는 남궁휘(南宮輝)였고, 다른 한 명은 무당파 장문인의 수석 제자이자 태극혜검공을 익힌 기재, 청풍(靑風) 도사였다.
“그렇습니다. 단순한 헛소문이라 치부하기에는 흑뢰 주변 묵계 계곡의 물류 흐름이 너무 이상합니다. 대량의 유황 비누와 마른 짚단, 심지어 저염식 닭가슴살이 수레째 들어간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이는 마교가 흑뢰 감옥을 거대한 군사 훈련 기지로 개조하고 있거나,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남궁휘가 푸른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정의감으로 불타고 있었다. 청풍 역시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도 역시 무당의 명예를 걸고 그 사악한 음모의 실체를 밝혀내겠습니다. 흑뢰에 죄수로 위장 잠입하여, 인질로 잡혀간 제국의 셋째 황자 이현의 안위를 확인하고 마교의 흉계를 낱낱이 파헤치겠습니다.”
무림맹 첩보부는 두 사람의 손을 꼭 쥐며 장엄하게 전송했다.
“무림의 평화가 그대들의 어깨에 달려 있네. 부디 몸조심하게.”
그리하여 정파 최고의 후계자 두 사람은 스스로 사파 무인들과의 가벼운 시비 끝에 관가에 체포되는 정교한 연극을 펼쳤고, 마교와의 비밀 국경 조약에 따라 마침내 그토록 갈망하던 ‘지옥의 구렁텅이’, 흑뢰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 * *
“어이, 신참들! 똑바로 안 걸어?”
쇠사슬에 묶인 채 지하 동굴의 음침한 계단을 내려가는 남궁휘와 청풍은 온몸의 긴장감을 극대로 끌어올렸다. 그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살이 찢기는 채찍질, 썩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천장, 죄수들의 비명과 피비린내…….
마침내 흑뢰 제1구역 일반감옥의 철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두 사람은 살기를 품은 채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응?”
남궁휘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피비린내는커녕, 코끝을 스치는 것은 지극히 향긋하고 상쾌한 봄꽃 향기와 알싸한 유황 비누 냄새였다. 동굴 바닥은 먼지 한 톨 없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철창 안의 죄수들은 남루한 죄수복 대신 깨끗하게 세탁되어 뽀송뽀송한 하늘색 옷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짚단 침대에 누워 한가롭게 책을 읽거나, 삼삼오오 모여 따뜻한 박하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철창 너머에서 걸레질을 하던 험악한 인상의 사파 외문 고수가 남궁휘와 청풍을 힐끗 보더니 혀를 찼다.
“쯧쯧, 신참들이 들어왔군. 어이, 들어오기 전에 손은 씻었냐? 위생 점수 깎이면 오늘 저녁 온수 샤워권 날아가니까 조심해라.”
남궁휘와 청풍은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인지부조화에 빠졌다. 이곳이 정녕 천하에서 가장 잔혹하다는 마교의 지하 감옥이 맞단 말인가?
“거기 신참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
우렁찬 호령과 함께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산더미 같은 풍채의 거구였다. 하얀 위생 마스크를 콧등까지 단정하게 올리고, 가슴에는 ‘경호 및 위생 총장’이라는 붉은 완장을 찬 사내. 바로 죄수 자치회장 박칠성이었다.
박칠성은 등에 거대한 대나무 소독수 분사기를 멘 채, 두 사람의 남루하고 먼지투성이인 몰골을 아주 깐깐하고 불쾌하다는 듯이 훑어보았다.
“검역 기준 미달이군. 먼지와 세균이 온몸에 가득해. 이대로 제1구역에 들여보냈다간 이현 위원장님이 제정하신 위생 등급이 단숨에 하락할 것이다. 야! 방역 기동대! 즉시 신규 입소자 강제 위생 세척령을 집행한다!”
“존명!”
박칠성의 지시에 따라, 붉은 완장을 찬 죄수들이 일제히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무, 무슨 짓이냐! 무례하다!”
남궁휘가 당황하여 창궁신공의 내력을 끌어올려 저항하려 했다. 무당파의 청풍 역시 태극혜검공의 보법으로 몸을 피하려 했다. 아무리 위장 잠입이라지만, 정파 최고의 후계자들이 마교의 하급 죄수들에게 순순히 몸을 붙잡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박칠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나무 분사기의 노즐을 조절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어설프게 내공 아끼지 마라, 신참들. 위생 세척을 거부하는 자는 ‘흑뢰 감옥 위생 및 방역 수칙 10조’에 의거, 즉시 배식 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즉, 손을 씻고 목욕을 하지 않으면 오늘 저녁 닭가슴살 샐러드와 따뜻한 보리차는 단 1푼도 구경하지 못할 것이며, 매점에서 쿠폰을 쓸 수도 없다!”
배식 제한.
그 단어가 떨어지는 순간, 철창 안에서 차를 마시던 죄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사람을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쯧쯧, 그냥 씻지. 배영태 셰프가 만드는 저염식 고기 국밥을 못 먹으면 하루 종일 뼈가 시릴 텐데.”
“바보들이군. 유황 비누가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 모르는 모양이야.”
남궁휘와 청풍은 굶주림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강력한 협박과, 주변 죄수들의 기묘한 여론 압박에 순간적으로 기세가 꺾였다. 그들이 주춤하는 찰나, 박칠성의 기동대원들이 들이닥쳐 두 사람의 옷을 가차 없이 벗겨내고 거대한 온수 가마솥 옆으로 끌고 갔다.
“자, 문지른다! 구석구석 싹싹 닦아!”
“앗! 아, 아프다! 살살 해라!”
정파 최고의 기재들이 마교 죄수들의 거친 솔질 아래에서 비명을 질렀다. 당소혜가 특별 제작한 ‘천연 유황 소독 비누’가 온몸에 칠해지며 풍성한 거품이 일었다. 눈가에 거품이 들어가 눈물이 찔끔 났지만, 기동대원들의 솔질은 지극히 철저하고 깐깐했다. 발가락 사이사이부터 귀 뒷머리까지, 단 한 톨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세로 문질러댔다.
“소독수 분사!”
쏴아아아—!
따뜻한 온수 세례가 온몸을 덮쳤다. 거품이 씻겨 내려가며, 두 사람의 신체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남궁휘는 평소 하북의 건조한 기후와 잦은 야외 수련 때문에 온몸에 미세한 피부병과 가려움증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유황 비누로 싹싹 닦아내고 따뜻한 물로 헹구어내자, 평생 자신을 괴롭히던 피부의 가려움증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진 것이다.
‘이, 이 개운함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가문에서 쓰던 최고급 온천수보다 더 부드럽고 맑은 느낌이다.’
청풍 역시 물기를 닦아내고 뽀송뽀송한 하늘색 죄수복을 받아 입으며 혼란에 빠졌다. 옷감에서는 햇볕에 잘 말린 냄새와 은은한 솔향기가 풍겼다.
두 사람은 멸균 처리된 마른 짚단이 두껍고 푹신하게 깔린 제1구역 일반감옥 방으로 안내되었다. 바닥에 눕자마자 짚단의 안락함이 온몸의 피로를 흡수하는 듯했다.
“……휘 형. 이곳이 정말 마교의 지하 감옥이 맞습니까? 소도는 지금 무당파의 개인 처소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풍이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남궁휘 역시 푹신한 짚단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신 차려라, 청풍 도사! 이것은 마교의 고도의 기만책일 뿐이다. 우리의 정신을 흐려놓아 무림맹의 정보를 캐내려는 흉계임이 틀림없다. 경계심을 늦추지 마라.”
바로 그 순간, 복도 끝에서 휠체어 바퀴가 굴러오는 나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르륵, 스르륵.
감옥 내부의 모든 죄수와 간수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잡고 도열했다. 심지어 저 멀리 대기실에 있던 간수 조평식마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경례를 올렸다.
“위원장님 오십니다!”
남궁휘와 청풍은 철창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마침내 나타난 사내. 창백한 안색에 뼈가 앙상한 체구,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 단정한 흰색 도포를 입고 한 손에는 ‘초정밀 눈금 장부와 깃털펜’을 쥔 병약한 황자, 이현이었다.
이현의 옆에는 초임 간수 서필이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을 든 채 과잉보호 태세로 보좌하고 있었다.
이현은 휠체어에 앉아 새로 입소한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안경 너머로 지극히 예리하고 깐깐한 눈빛이 빛났다.
남궁휘와 청풍은 내공을 숨기고 평범한 삼류 무인인 척 고개를 숙였다. 정파 최고의 수렴 기예를 펼쳤기에 무공이 없는 황자 따위가 자신들의 정체를 간파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현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신체 정보는 장부의 수치처럼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이현의 특수 능력, ‘안색 분석 진단술’이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이현은 청풍의 비뚤어진 어깨 라인과 서 있을 때 미세하게 왼쪽으로 기우는 척추를 쏘아보았다. 이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깃털펜 끝으로 장부를 툭툭 쳤다.
“콜록…… 새로 들어온 신참들, 몸 관리가 아주 엉망이군요.”
“예, 예? 저희는 지극히 건강합니다만…….”
남궁휘가 일부러 비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현은 청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 도사 복장을 어설프게 흉내 낸 신참.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정확히 두 치(약 6cm) 내려앉아 있고, 걸을 때 왼쪽 골반이 뒤로 빠지는군요. 무당파의 태극혜검공을 수련하면서 오른손으로만 검을 쥐고 비대칭적인 운기 조식을 반복한 결과입니다. 전형적인 척추 측만증(Scoliosis)이자 골반 비대칭이로군요.”
청풍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내, 내 문파와 무공을 단 한 눈에 간파했다고? 내공도 없는 자가 대체 어떻게……!’
이현은 청풍의 경악을 무시한 채, 장부에 무언가를 깐깐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 비뚤어진 척추 때문에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왼쪽 등 줄기가 찌릿하고, 장시간 가부좌를 틀면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을 텐데요. 마교의 감옥이라 할지라도 수용자의 신체적 건강을 방치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력 수호 규정에 위배됩니다. 백 의원을 부르기 전에, 내가 직접 가벼운 ‘도수치료’와 맞춤형 요가 스트레칭을 처방해 주지요.”
“도, 도수치료가 무엇입니까?”
청풍이 침을 꿀컥 삼키며 물었다. 이현은 휠체어에서 상체를 가볍게 숙이며 나직하게 지시했다.
“철창 사이로 양손을 뻗어 내 휠체어 손잡이를 잡으십시오. 그리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호흡을 내쉬며 척추를 길게 늘려보세요. 뼈의 정렬을 바로잡는 물리적 압박 요법입니다.”
청풍은 이것이 이현의 기습 공격일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이현의 몸에서는 단 1푼의 살기도, 내공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지독하게 깐깐하고 의학적인 집념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청풍은 자기도 모르게 홀린 듯 철창 사이로 손을 뻗어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
“자,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허리를 뒤로 곧게 펴십시오. 골반 고정하고, 척추 마디마디를 위로 늘린다는 느낌으로…….”
이현이 청풍의 어깨 뒤쪽 특정 혈자리와 관절 접합부를 손끝으로 가볍게 짚어 누르며 지렛대의 원리로 밀어냈다. 무공의 내력이 아닌, 순수한 인체 해부학적 관절 감압 원리였다.
바로 그 순간.
우두둑—!
지하 감옥 복도 전체에 뼈가 맞춰지는 맑고 우렁찬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청풍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평생 무당파의 무거운 검을 휘두르며 어깨와 등 뒤를 꽉 막고 있던 묵직한 돌덩이 같은 통증이, 단 한 번의 파열음과 함께 마법처럼 사라지며 머리가 번쩍 깨어나는 듯한 극상의 시원함이 전신을 관통한 것이다.
“……아!”
청풍은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묘한 쾌감에 자기도 모르게 바보 같은 신음을 흘렸다.
이현은 태연하게 휠체어 바퀴를 뒤로 굴리며 서필이 대령한 따뜻한 박하차 한 잔을 청풍의 손에 쥐여주었다.
“따뜻할 때 마시십시오. 척추가 정렬된 직후에 마시는 박하차는 혈액 순환을 돕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특효입니다.”
청풍은 뼈가 맞춰진 극상의 시원함과 손에 쥐여진 따뜻한 찻잔의 온기에 취해, 자신이 무림맹의 일급 첩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멍한 표정으로 박하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궁휘는 상상을 초월하는 웰빙 공세와 동료의 급격한 정서적 무력화에 경악하며, 떨리는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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