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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쏘아 올린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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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육중한 방탄 세단이 공중에서 지면으로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3톤에 육박하는 차체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스팔트 바닥을 강타하는 순간,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차 안의 공기를 일순간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서스펜션이 비명을 지르고, 타이어가 타들어 가는 매캐한 마찰음과 함께 차체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으윽...!”


조수석의 정하윤은 반사적으로 콘솔을 붙잡았으나, 이미 충돌의 여파로 이마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가 눈썹 끝을 타고 뺨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강우진 역시 안전벨트에 몸이 강하게 묶인 채 신음을 흘렸다. 그의 오른쪽 안구에 장착된 스마트 렌즈가 푸른 광선을 가늘게 뿜어내며 깜빡이고 있었다.


이 경호원은 기적 같은 핸들링으로 스티어링 휠을 꽉 움켜쥐며 미끄러지는 벤츠의 중심을 잡아냈다. 덤프트럭 바리케이드를 흙더미를 디딤돌 삼아 날아오른 무모한 도약은 성공적이었다. 백미러 너머로 차선 전체를 가로막고 있던 노란색 덤프트럭과 그 뒤로 엉켜버린 임태식 일당의 SUV들이 먼지 구름 속에서 점차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안도감은 찰나에 불과했다.


“전무님, 차량 계기판 전원이 불안정합니다. 알터네이터 쪽에 충격이 간 것 같습니다!”


이 경호원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차량 대시보드의 디지털 화면들이 일제히 깜빡이며 경고음을 뱉어냈다. 설상가상으로, 구리 방향 국도 초입으로 꺾어드는 순간 하윤이 무릎 위에 올려둔 노트북 화면에 붉은색 경고창이 사정없이 떴다.


[WARNING: SIGNAL DETECTED - RF JAMMING IN PROGRESS]

[LTE/5G CONNECTION: 0%]


“재밍이야...!”


하윤이 신음하듯 뱉어냈다. 백미러를 주시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덤프트럭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미처 엉키지 않은 임태식 일당의 특수 개조 밴 한 대가 지붕 위에 거대한 지향성 안테나를 장착한 채, 미친 듯한 속도로 벤츠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 차량의 안테나 끝에서 방출되는 고출력 광대역 전파 방해 신호가 주변의 모든 기지국 전파를 먹통으로 만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안테나 표시가 완전히 사라졌고, 하윤의 노트북 오른쪽 하단에 있던 무선 네트워크 아이콘도 차갑게 엑스(X) 자를 그리며 가라앉았다.


“스마트 렌즈의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되고 있어요.”


하윤이 우진의 얼굴을 돌아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이대로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면, 렌즈 내부 메모리에 임시 저장된 병실 테러 영상이 과부하로 자동 파쇄돼요. 적들이 노리는 게 바로 이거예요. 우리가 증거를 백업하기 전에 네트워크를 완전히 고립시켜서 데이터를 증발시키려는 거예요!”


우진은 렌즈 너머로 밀려드는 적색 노이즈 속에서 관자놀이를 짚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딜레이 제로 싱크 프로토콜의 주파수 이탈과 전파 차단으로 인한 극심한 두통으로 깨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최 변호사가 말했던 비상 프로토콜을 가동해야겠군.”


“비상 프로토콜이요?”


“이 차는 내 어머니가 국방부 광학 레이더 프로젝트에 참여하셨을 때 특별히 제작된 차량이다. 조수석 대시보드 하단 내부 격벽을 뜯어내면, 군사용 보안 위성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물리 모듈이 매립되어 있어.”


우진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정확히 하윤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이 하윤의 흔들리는 어깨를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대기업의 후계 싸움에서 평생을 고립된 채 살아온 남자의 손끝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 담긴 신뢰만큼은 뜨거웠다.


“정 대표, 당신의 기술을 믿어. 내 눈이 되어준 당신의 렌즈를 저들에게 빼앗기지 마.”


하윤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해볼게요.”


그녀는 즉각 조수석 발밑 공간으로 몸을 구겼다. 아까 주차장에서 EMP 발생기를 터뜨렸을 때 생긴 손가락 끝의 화상 통증이 카본 차폐 장갑판을 만지는 순간 찌릿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손목에는 우진이 자신을 차 안으로 끌어올릴 때 움켜쥐었던 붉은 압박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윤은 통증을 무시한 채, 가방에서 미세 핀셋과 드라이버를 꺼내 장갑판의 고정 나사들을 사정없이 풀어냈다.


바스락—!


두꺼운 철판 격벽이 떨어져 나가자, 그 안쪽 어둠 속에서 군용 규격의 굵은 아날로그 동축 케이블과 푸른색 LED가 명멸하는 ‘군사용 위성 모듈 대역폭 권한’ 단말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상업용 전파 방해 장비로는 절대로 간섭할 수 없는, 고도 3만km 상공의 무궁화 군사 위성과 직접 다이렉트로 송수신하는 특수 장비였다.


“케이블 규격이 달라요. 내 노트북 포트와 맞지 않아...!”


하윤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단말기의 출력 포트는 구형 군용 15핀 타입이었고, 그녀의 최신형 노트북은 USB-C 포트뿐이었다.


“지아에게 연락해야 해요. 수동으로 핀 맵을 우회해야 해.”


하윤은 스마트폰의 다이렉트 와이파이 기능을 켜서 차량 내부의 위성 모듈 제어 장치와 노트북을 일시적으로 동기화시켰다. 그리고 극비 암호화 메신저를 통해 자신의 유일한 기술적 단짝이자 화이트 해커인 이지아의 개인 서버로 조난 신호를 쏘아 보냈다.


몇 초간의 정적 끝에, 노트북 스피커 너머로 기계음 섞인 이지아의 까칠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정하윤! 너 지금 어디야? 올림픽대로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속보가 뜨고 난리도 아니야!


“지아야, 설명할 시간 없어! 임태식 일당이 무선 재밍을 쏘면서 쫓아오고 있어. 우진 씨 차량에 내장된 군사용 위성 통신 모듈을 활성화해야 해. 포트 규격이 안 맞아서 수동으로 핀 맵을 바이패스해야 하니까, 네 쪽에서 위성 대역폭 백도어를 열어줘!”


— 뭐? 군사 위성? 미쳤어? 국방부 보안망을 건드리라는 거야?


“부탁이야, 지아야! 이 렌즈에 우진 씨를 실명시킨 놈들의 범죄 현장이 실시간으로 녹화되어 있어. 이대로 통신이 끊기면 데이터가 날아가고 우리도 끝장이야!”


지아의 거친 한숨 소리가 무선망을 타고 넘어왔다.


— ...알았어, 30초만 버텨. 청와대 국방망이랑 연결된 예비 채널 터널링을 시도할 테니까, 너는 위성 모듈의 RF 송수신 주파수를 14.2기가헤르츠(GHz) 대역으로 고정해. 내가 가상 포트를 생성해서 네 노트북이랑 동축 케이블 신호를 다이렉트로 매핑해 줄 테니까!


하윤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폭풍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 한 방울이 자판 위로 툭 떨어졌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직 화면에 뜨는 주파수 그래프의 미세한 굴곡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위성 모듈 단말기의 푸른색 LED가 격렬하게 깜빡이며 주파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SATELLITE SEARCHING... 45%... 70%...]


그때, 우진이 나직하게 경고했다.


“적들의 추격 차량이 거리를 좁히고 있어. 50미터 뒤다.”


그의 초청각 인지 능력이 빗소리를 뚫고 다가오는 적들의 타이어 마찰음과 엔진 소리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임태식의 전파 방해 밴이 벤츠의 후미를 들이받기 위해 속도를 올리는 소리가 차내를 긴장감으로 가득 채웠다.


“지아야, 아직이야?”


하윤이 소리쳤다.


— 됐어! 터널링 오픈! 지금 위성 송신 터널 구축 완료했어. 마이크로 SD 카드에서 비디오 패킷을 즉각 송출해!


[SATELLITE LINK ESTABLISHED: SECURE CHANNEL ACTIVE]


노트북 화면에 푸른색 보안 연결 활성화 문구가 뜨는 순간, 하윤은 자신의 목에 걸린 붉은 실크 실 목걸이 펜던트를 열고 그 안에 차폐되어 보관 중이던 마이크로 SD 카드를 노트북 카드리더기에 꽂아 넣었다.


[3중 백업 자동 분산 저장 프로토콜, 가동합니다.]


하윤이 개발한 특수 보안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비디오 파일을 잘게 조각내어 우진의 차량 로컬 스토리지, 최성필 변호사의 사무실 비밀 서버, 그리고 아우라 테크의 극비 클라우드로 동시에 분산 전송하는 프로토콜이었다. 어느 한 곳이 파괴되더라도 나머지 조각들로 완벽히 원본을 복구할 수 있는 철벽의 안전장치.


그러나 그 순간, 노트북 화면에 기이한 노란색 경고창이 팝업되었다.


[INTRUSION DETECTED: PACKET SNIFFING ATTEMPT]


“해킹이야...!”


하윤이 비명을 질렀다. 강민재가 고용한 블랙 해커 백승우가 위성 송신 패킷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가로채기 위해 중간자 공격(MITM)을 감행한 것이다. 적들의 해킹 프로그램이 전송 중인 비디오 패킷의 암호화를 해제하기 위해 무차별 대입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 하윤아! 적들의 크래킹 속도가 너무 빨라! 일반 상업용 암호화는 10초 만에 깨질 거야! 군사용 대역이라도 패킷 자체가 털리면 끝장이야!


지아의 다급한 비명이 이어폰을 찢을 듯 울렸다.


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우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오른쪽 눈동자 속 스마트 렌즈가 푸른빛을 발하며 그의 마비된 시신경 파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우진 씨, 당신의 생체 정보가 필요해요. 저들의 해킹을 원천 차단하려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적 암호 키가 필요해요.”


“어떻게 하면 되지?”


“제 눈과 당신의 눈을 결합해야 해요. '망막 스캔 3중 암호화 키'를 생성할 거예요. 제 망막 패턴과 당신의 렌즈가 인식하는 시신경 주파수를 융합해서 실시간 암호화 키로 사용할게요. 저들이 우진 씨의 신체를 직접 손에 넣지 않는 한, 우주 안의 그 어떤 슈퍼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암호예요.”


우진은 대답 대신 하윤의 손을 꽉 잡았다.


“해라.”


하윤은 노트북의 적외선 카메라를 켜고 자신의 오른쪽 눈을 먼저 스캔했다. 화면에 그녀의 정교한 망막 혈관 패턴이 녹색 선으로 모델링되었다. 이어서 그녀는 조율기를 조작해 우진의 푸르게 빛나는 오른쪽 눈동자로 초점을 맞췄다. 조율기에서 방출된 미세한 레이저가 우진의 각막 표면에 안착된 아우라 렌즈의 안구 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어 들여 우진의 고유 시신경 파형(Optic Nerve Waveform)을 추출해 냈다.


[RETINA SCAN: COMPLETED]

[OPTIC NERVE FREQUENCY: CAPTURED]

[FUSING BIOMETRIC KEYS... COMPLETED]


두 사람의 생체 신호가 황금빛 나선 구조로 결합하며 해킹 불가능한 256비트 암호화 마스터 키가 생성되었다. 하윤이 엔터 키를 내리치자, 송출되던 비디오 패킷 전체가 황금빛 보안 장벽 뒤로 숨어버렸다.


치지직—!


백승우의 해킹 프로그램이 전송 패킷에 침투하려던 포트들이 일제히 차단되며, 노트북 화면에 ‘ACCESS DENIED’라는 차가운 경고등이 연속으로 떴다. 적들의 패킷 스니핑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 낸 것이다.


— 대박... 하윤아, 적들의 크래킹 툴이 완전히 튕겨 나갔어! 패킷 전송 속도가 다시 정상으로 복구됐어!


지아의 흥분된 목소리와 함께 백업 진행률 그래프가 무서운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BACKUP PROGRESS: 85%... 90%... 95%...]


하윤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마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끝을 타고 떨어졌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미세한 승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우진의 차가운 손이 그녀의 떨리는 손을 꽉 쥔 채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서로의 감각만을 신뢰하며 완성해 낸 기적적인 동기화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차량 후미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육중한 금속성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쾅————!


임태식이 직접 몬 전파 방해 밴이 방탄 벤츠의 후미 범퍼를 고속으로 정면 충돌한 것이다.


충격의 여파로 벤츠의 꼬리 부분이 사정없이 흔들리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그 물리적 충격과 함께, 차량 지붕 위에 장착되어 있던 고성능 군사용 무선 안테나가 무참히 꺾여 나가며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치이이익—!


동시에 노트북 화면의 백업 진행률이 정확히 ‘99%’에서 멈춰 서며 붉은색 경고음이 온 차 안을 가득 채웠다.


[ANTENNA MALFUNCTION - SIGNAL DEGRADATION]

[BACKUP PAUSED AT 99%]


“안 돼...!”


하윤의 비명이 어두운 차량 내부를 찢었다. 단 1%만을 남겨둔 진실의 백업이, 꺾여버린 안테나와 함께 공중에서 멈춰 서버린 것이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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