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의 목줄을 쥐다
낙엽당 지하 밀실의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썩어가는 흙냄새와 말린 독사 쓸개즙의 비린내, 그리고 화로에서 끓고 있는 정체불명의 약탕 연기가 뒤섞여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을 칼로 긁는 듯한 자극을 주었다. 천장에 매달린 주황색 등불이 흔들릴 때마다, 쇠사슬에 묶인 사내의 그림자가 벽면에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으, 으으…….”
쇠사슬에 묶인 사내, 철검문 삼분타의 하급 순찰조장 고팔이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머리를 흔들며 눈을 뜬 그의 시야에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안색의 청년이 들어왔다. 청년은 화상 흉터를 가리기 위해 오른손에 하얀 붕대를 질끈 감고 있었고, 왼손으로는 가느다란 은침을 화로의 불길 위에 달구고 있었다. 낙엽곡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운몽택의 유민들이 ‘귀의(鬼醫)’라 부르기 시작한 백무한이었다.
“정신이 드는가.”
무한의 목소리는 고요하다 못해 서늘했다. 그는 고팔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달구어진 은침을 차가운 약수에 담갔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네놈은…… 낙엽당의 약골 의원놈이 아니더냐! 감히 철검문의 조장인 나를 이따위 쇠사슬로 묶다니, 미쳤구나! 배천수 놈은 어디 있느냐? 당장 이 사슬을 풀지 않으면 삼분타의 무사들이 이곳을 피바다로 만들 것이다!”
고팔이 거칠게 몸을 뒤틀며 포효했다. 그의 삼류 내공이 가죽 갑옷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쇠사슬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철검문의 외공 수련법으로 단련된 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자, 쇠사슬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고팔의 눈에는 무공이 전혀 없는 병약한 의원에 대한 오만함과 분노가 가득했다.
무한은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기침을 쿨럭였다.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치자 붉은 선혈이 묻어났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배천수의 품에서 빼앗은 상납 장부를 평상 위에 내려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배천수는 이미 늪지대 바닥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조장 고팔, 네놈이 아무리 단전의 기를 끌어올려 보았자 그 사슬은 끊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네 몸속에 심어진 것이 더 빠르게 움직일 뿐이지.”
“개소리 마라! 이까짓 쇠사슬쯤은 내 철검문 심법으로……!”
고팔이 무한의 경고를 비웃으며 단전에 고여 있던 기를 심맥으로 강하게 끌어올렸다. 기맥을 통해 흘러든 진기가 전신 근육을 강화하려던 찰나였다.
“아, 악! 끄아아아악!”
갑자기 고팔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목덜미와 가슴 주변의 경맥이 기괴하게 검푸른 색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핏줄이 얼굴 전체로 기어오르며 안구가 터질 듯 충혈되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진기가 심장으로 향하는 순간, 체내에 잠복해 있던 기맥역행산(氣脈逆行散)의 미세한 독소들이 활성화되어 그의 혈관을 안에서부터 찢어발긴 것이다. 고팔은 피를 토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응시했다. 그의 ‘심안진맥(心眼診脈)’은 이미 고팔의 전신 기맥 순환도를 머릿속에 3차원 입체 지도로 그리고 있었다. 고팔이 내공을 쓸 때마다 진기가 어떻게 역류하여 심장을 압박하는지, 그 추악한 파멸의 경로가 무한의 눈에는 너무나 명백하게 보였다.
“내가 경고하지 않았던가. 네놈의 몸속에는 기맥역행독이 심겨 있다. 무공을 쓰지 않으면 평범한 일반인과 다를 바 없으나, 단 0.1할의 내공이라도 운용하려 드는 순간 네놈의 진기는 스스로의 기맥을 찢는 칼날이 된다.”
“끄으으…… 살, 살려…….”
고팔은 전신이 굳어가는 공포 속에서 신음했다. 뼛속까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그의 자존심은 단 한 순간에 조각나 버렸다. 고팔은 이대로 죽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자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려 했다.
그 미세한 턱 근육의 움직임을 무한이 놓칠 리 없었다.
*툭!*
아무런 파공음도 없이, 무한의 왼손 소매 속 탄성 사출기(袖中 彈性 射出機)가 가볍게 튕겼다. 소리 없이 날아간 은침 한 자루가 고팔의 턱 관절에 위치한 하관혈(下關穴)과 협거혈(頰車穴)을 정확히 관통했다. ‘경락 마비 타격술(經絡 麻痺)’이었다.
“아…… 으으…….”
고팔의 턱이 굳어지며 입이 기괴하게 벌어진 채 고정되었다. 혀를 깨무는 것조차,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완벽한 지배였다. 고팔의 눈동자에 절망을 넘어선 근원적인 공포가 서렸다. 무공이 전혀 없는 이 병약한 청년은, 단순히 독을 쓰는 자가 아니었다. 인간의 육체와 생명이라는 시스템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롱하는 괴물이었다.
무한은 천천히 다가와 고팔의 벌어진 입안으로 작은 적색 단약 반 알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를 가볍게 지압하여 약을 삼키게 만들었다.
몇 초가 지나자, 고팔의 얼굴에 돋아났던 검은 핏줄들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기괴한 통증이 멈추었다. 고팔은 턱의 마비가 풀리자마자 헐떡이며 침을 흘렸다.
“이것은 임시 해독제다. 정확히 7일마다 이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네놈의 심장은 안에서부터 녹아내려 폭발할 것이다. 혈인독 잠복 한계(血人毒 限界)는 결코 네놈의 삼류 내공으로 극복할 수 없다.”
무한은 은침통을 거두며 차갑게 읊조렸다.
“이제 선택해라. 철검문의 충신이 되어 온몸의 기맥이 찢어진 시체로 늪에 던져질 것인가, 아니면 내 충실한 사냥개가 되어 살아남을 것인가.”
고팔은 피와 침이 섞인 침을 삼키며 무한의 구두 끝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쇠사슬이 짤랑이는 소리가 그의 비굴한 굴복을 증명했다.
“내, 내가 무엇을…… 무엇을 말하면 되겠소? 살려만 주시오! 무엇이든 하겠소!”
무한은 평상 위에 놓인 배천수의 상납 장부를 톡톡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철마웅. 그자가 최근 삼분타의 군자금을 무단으로 유출하며 비밀리에 행하고 있는 짓이 무엇이냐. 배천수의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은, 그자만의 은밀한 사생활을 말해라.”
고팔은 잠시 눈동자를 굴렸으나,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혈인독의 미세한 온기에 몸을 떨며 즉각 비밀을 털어놓았다.
“철, 철마웅 타주님은…… 최근 본산에서 내려온 기괴한 ‘단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단약을 먹은 뒤로 공력은 일류 고수의 반열에 오를 만큼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나, 그 부작용이 끔찍합니다. 밤마다 신장 기맥이 완전히 뒤틀려 전신을 쥐어뜯으며 신음하십니다!”
무한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단약의 부작용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타주님은 자신의 지병과 약물 중독 사실이 본산에 탄로 날까 두려워하여, 매일 밤 자정이 지나면 호위 무사들을 물리치고 홀로 비밀 통로를 통해 의원을 불러 진통 처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아는 조장은 삼분타 내부에서도 저를 포함해 단 몇 명뿐입니다!”
무한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지략의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철마웅의 지병, 그리고 매일 밤 홀로 의원을 찾는 은밀한 습성. 이보다 완벽한 덫은 없었다. 철마웅을 아무도 모르는 파산동 폐광으로 유인하여 그의 심맥에 직접 혈인독을 심을 구체적인 설계가 무한의 차가운 이성 위로 그려졌다.
무한은 고팔의 목덜미에 꽂혀 있던 마비 은침을 왼손으로 부드럽게 회수했다.
“좋다. 네놈의 목줄은 내가 쥐었다. 삼분타로 돌아가 평소처럼 행동하거라. 그리고 철마웅이 오늘 밤 부를 의원의 자리에……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판을 짜라.”
고팔은 공포와 안도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연신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무한의 눈동자는 어둠이 짙게 깔린 지하 밀실의 등불 아래에서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사냥개의 목줄은 쥐어졌다. 이제, 그 사냥개를 이용해 늑대의 목을 딸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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