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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동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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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대지를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100근짜리 흑철 파천철퇴(破天鐵槌)가 안개늪의 갈대밭을 통째로 으깨버렸다. 폭풍 같은 권풍이 자줏빛 안개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사방으로 흙탕물을 튀겼지만, 철검문 삼분타주 철마웅(鐵馬雄)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거구는 기괴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크윽…… 으으으!”


철마웅이 옆구리를 움켜쥐며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허리 뒤편에서부터 뼛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천기자가 불로장생의 영약이라며 제공했던 가짜 단약, ‘빙련단(氷蓮丹)’의 부작용이 그의 신장 경맥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은 탓이었다. 내공을 운용해 독기를 억누르려 할수록, 뒤틀린 신장 기맥은 그의 전신을 마비시키듯 고통을 가중시켰다.


“타주님! 타주님! 찾았습니다!”


그때, 억새풀 사이를 헤치며 한 사내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철검문의 하급 순찰조장이자, 백무한의 독에 중독되어 목줄이 묶인 첩자 고팔(고팔)이었다. 고팔의 가죽 갑옷 안쪽 목덜미에는 여전히 검푸른 독선이 징그럽게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철마웅은 고통과 분노에 눈이 멀어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고팔! 그 독쟁이 놈의 은신처를 찾아냈단 말이냐!”


철마웅이 철퇴를 바닥에 쿵 내려놓으며 고팔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채 올렸다. 거인의 완력에 고팔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예, 예! 타주님! 그…… ‘운몽의 신의’라 불리는 독쟁이 놈의 비밀 약창(藥倉)이 바로 이 안개늪 너머, 무너진 광산 동굴인 파산동(파산동) 지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 타주님의 지병을 단숨에 고칠 수 있는 신묘한 영약들이 가득 쌓여 있다고…….”


“영약이라고?”


철마웅의 충혈된 안구에 탐욕의 빛이 번뜩였다. 신장 부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신비로운 약리 지식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낙엽곡의 비전서조차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첩보에 따르면, 본산에서 내려오신 소타주 철무린 님의 명령을 받은 젊은 고수 사도명 님과 사천당가의 당극이 이미 그 소식을 듣고 파산동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영약을 독점하려는 것 같습니다!”


“뭐라? 철무린 그 애송이 놈이 감히 내 영약을 탐내?”


철마웅의 이성이 완전히 붕괴했다. 아들에 대한 집착과 영약에 대한 갈망이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놈들이 먼저 약창을 차지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구할 기회는 영영 사라질 터였다.


“안내해라! 고팔! 당장 파산동으로 간다! 방해하는 자는 그 누구든 내 철퇴로 머리를 깨부수어 버릴 것이다!”


고팔은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어두운 안개 속으로 철마웅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철마웅은 옆구리의 통증을 참아내며 웅장한 발걸음으로 진흙을 밟아 뭉개며 진격했다. 그들이 향하는 수로 끝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파산동의 음산한 입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


파산동 내부.


과거 철검문이 무리하게 철광석을 채굴하다 무너져 수백 명의 광부가 산 채로 매몰된 폐광. 동굴 벽면은 축축한 습기와 이끼로 가득했고, 천장에서는 뚝, 뚝 하며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불길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답게 뼛속까지 시린 음기가 동굴 내부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음산한 어둠 속에서, 백무한은 낡은 바위 그늘 뒤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오른손은 여전히 하얀 붕대에 단단히 묶인 채 가슴팍에 고정되어 있었고, 왼손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피기침을 억누르기 위해 그는 하얀 손수건을 입에 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수건에는 이미 검붉은 선혈이 짙게 배어 있었다.


“콜록, 콜록…….”


“의원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목의 경혈에 침을 꽂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조수 소년 아칠이 떨리는 손으로 무한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한은 창백하게 가라앉은 눈을 들어 아칠을 안심시키듯 가볍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의 왼손에 쥐어진 백옥은침(白玉銀針) 한 자루는 너무나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철마웅을 이 밀실에 가두기 위해서는…… 놈의 가장 연약한 고리를 자극해야 한다. 자식에 대한 탐욕과 생명에 대한 집착만큼 확실한 덫은 없지.”


무한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왼손 끝을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갔.


‘미세 근육 제어술(微細筋 制御).’


그는 손가락 끝의 감각을 극단적으로 확장하여 목 주변의 성대 조절 경혈인 염천혈(廉泉穴)과 천돌혈(天突穴)의 정확한 중심점을 짚어냈다. 내공이 전혀 없는 무맥(無脈)의 신체였기에, 바늘 하나가 조금만 어긋나도 성대 근육이 영구히 파괴되거나 숨통이 막혀 즉사할 수 있는 극단적인 도박이었다.


*푹.*


무한은 주저 없이 은침을 자신의 목 경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윽……!”


목구멍 전체가 뜨거운 달궈진 쇳물에 타 들어가는 듯한 가혹한 고통이 뇌리를 강타했다. 성대 근육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호흡이 막혔고, 입안 가득 비린 선혈이 고여 흘러내렸다. 무한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견뎌내며, 목소리의 주파수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성대 모사 역용술(聲代 易容術).’


그는 동굴 안쪽에 설치된 확성용 구리통을 향해 입술을 가져갔다.


그 순간, 동굴 입구 너머에서 거친 발소리와 함께 철마웅의 거구와 그를 인도하는 고팔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철마웅은 횃불을 높이 들고 음산한 폐광 내부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수색했다.


“고팔! 사도명과 그 당가 놈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나를 속인 것이냐!”


철마웅이 포효하며 철퇴를 들어 올리려던 그 찰나였다.


“아버지! 무진입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독쟁이 놈의 약상자를 확보했습니다!”


동굴 깊은 곳, 구리통을 타고 울려 퍼진 목소리는 영락없는 철마웅의 친아들이자 철검문의 후계자인 철무린(철무진)의 걸걸하고 오만한 음성이었다. 목소리의 미세한 주파수와 억양, 거친 기백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재현된 소리였다.


철마웅의 신형이 굳어졌다. 자식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의심의 장막이 단숨에 걷혀 나갔.


“무진아! 네가 벌써 약창을 찾아냈단 말이냐!”


철마웅은 옆구리의 통증도 잊은 채, 횃불을 휘두르며 파산동의 좁고 어두운 갱도 안쪽을 향해 광포하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일류 고수의 내공 기운이 그의 발걸음에 실려 동굴 바닥을 뒤흔들었다.


고팔은 그 틈을 타 슬그머니 대열에서 이탈하여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철마웅이 좁은 동굴 통로의 한가운데, 썩은 소나무 지지대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붕괴 위험 구역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동굴 벽면의 어둠 속에서 우직한 체구의 사내, 서태수(서태수)가 거대한 강철 도끼를 치켜들고 서 있었다. 무한의 신호를 기다리던 서태수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무한이 왼손 끝을 가볍게 내리쳤다.


*스으윽.*


*콰아아앙!*


서태수의 도끼날이 갱도를 지탱하던 가장 굵은 pine 지지대를 단숨에 찍어 넘겼다. 쩍 하는 굉음과 함께 썩은 버팀목들이 부러져 나갔고, 천장을 지탱하던 수만 톤의 토사와 거대한 화강암 바위들이 도미노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대, 대역습이다! 함정이다!”


철마웅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신형을 날리려 했으나, 뒤틀린 신장 부전의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아챘다. 윽 하는 신음과 함께 그의 움직임이 단 0.1초 지체된 사이, 거대한 암석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동굴의 좁은 입구를 완벽하게 메워버렸다.


*콰콰콰콰쾅!*


거대한 먼지 폭풍과 함께 파산동의 입구가 흔적도 없이 폐쇄되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완벽한 밀실이 완성된 것이다.


철마웅은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고립되었다. 그가 이성을 잃고 쇠사슬 철퇴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려 대지를 딛는 순간, 먼지 자욱한 어둠 속에서 차갑고 조용한 목소리가 유령처럼 울려 퍼졌다.


“콜록, 콜록…….”


하얀 손수건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백무한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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