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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하는 전장의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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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익————!”


기계 야수 조련사 바르그가 입에 문 뼈 모양의 음파 피리에서 정크야드 전체를 찢어발길 듯한 고주파 소음이 터져 나왔다. 그 날카로운 음향 파동이 허공을 흔들 때마다, 산맥처럼 쌓인 고철 더미 속에서 잠들어 있던 붉은 안광들이 일제히 점멸하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기계 늑대 무리가 일제히 일어서며 강철 발톱으로 녹슨 바닥을 긁어댔다. 서글픈 구동 관절음이 정크야드 최심부를 가득 메웠다.


경훈의 귓가에서 이명이 사납게 울렸다. 뇌파 오버클럭의 후유증으로 오른쪽 귀와 코에서 흘러내린 핏자국이 뺨에 굳어 있었고, 머리가 깨질 듯한 편두통이 그의 이성을 흔들었다. 입안은 여전히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미각 상실 상태였다. 비린 쇠맛만이 혀끝을 맴돌 뿐이었다.


“경훈 씨, 제 뒤로 숨으세요!”


태희가 대검 아스칼론을 고쳐 쥐며 경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수를 무너지는 철골 아래에서 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어깨 중갑 장갑판 일부가 처참하게 파손되어 있었고, 그 틈새로 미세한 스파크가 튀었다. 게다가 공중에는 시스템이 강제한 동맹 금지 패널티로 인해 불길한 붉은색 감쇄 오라가 두 사람의 신체를 옭아매듯 무겁게 일렁이고 있었다. 마력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감쇄된 상태에서 그녀의 호흡은 이미 가빠져 있었다.


“주인님의 안전은 제가 책임집니다. 태희 씨는 파손된 장갑이나 신경 쓰시지요.”


아린이 그림자 속에서 스윽 나타나 경훈의 오른편을 차지했다. 그녀의 목덜미에는 자폭 장치 계약이 해제되며 남긴 화상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아린은 ‘그림자 송곳니 단검’을 가볍게 쥐며 차가운 살기를 뿜어냈다. 두 여전사 사이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소유욕의 기류가 전장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경훈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품 안에서 센티넬 패드를 꺼내 들고 전술 헤드셋을 귀에 걸었다. 그의 등 뒤에 숨은 박지수는 공포로 인해 온몸을 사정없이 떨고 있었다. 지수의 가슴팍에 새겨진 은빛 철제 문양이 그의 불안한 호흡에 맞춰 흔들렸다.


“지수 씨, 제 등 뒤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마세요.”


경훈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헤드셋을 통해 태희와 아린의 귓가에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바르그의 기계 늑대들은 단순한 야수가 아닙니다. 저 음파 피리의 주파수에 동기화되어 움직이는 정밀 안드로이드 군단이에요. 마력이 감쇄된 지금 상황에서 정면 돌파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기계는 결국 입력된 궤적으로만 움직이는 법이죠.”


경훈의 은빛 눈동자가 고도의 집중 상태로 진입하며 차갑게 빛났다. 오버클럭 뇌파가 가동되는 순간, 사방의 소음이 소거되고 늑대들이 도약하는 속도가 0.1배속의 초저속으로 느려졌다. 그의 시야에 늑대들의 관절 취약점과 예상 이동 경로가 붉은색 실선으로 매핑되어 패드 화면에 그려졌다.


[하모닉 전술 지휘법을 전개합니다.]

[대상: 강태희(실버 엘리트), 설아린(실버 엘리트)]

[동조 주파수 매칭 시작…… 동조율 50%]


“태희 씨, 지금입니다. 3시 방향 30도 각도, 아스칼론을 수평으로 베어 넘기세요!”


경훈의 지시가 태희의 전술 헤드셋을 울렸다. 태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대검을 휘둘렀다. 푸른 전격 오라가 희미하게 서린 참격이 정확히 경훈이 지정한 궤적을 그리며 쇄도하던 거대 대장 늑대의 전면 장갑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장갑판이 처참하게 찢어지며 내부의 기계 회로가 노출되었다. 마력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경훈이 짚어준 정밀한 타격점 덕분에 일격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아린 씨, 바로 지금이에요! 부서진 장갑 틈새로 그림자 습격!”


“네, 주인님!”


아린의 신체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대장 늑대의 등 뒤 그림자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녀의 양손에 쥔 ‘그림자 송곳니 단검’이 늑대의 목 관절 틈새에 정확히 박혔다. 단검 손잡이에 내장된 진공 펄스 발생기가 가동되며, 늑대의 내부 코어가 파괴되는 굉음마저 완벽하게 상쇄되어 무음의 살육이 완성되었다. 거대한 기계 늑대가 안광을 잃고 고철 더미 위로 쓰러졌다.


“이 년들이 감히 내 아이들을!”


바르그가 분노하며 음파 피리를 더욱 강하게 불었다. 늑대들의 안광이 광폭화 칩의 영향으로 더욱 붉게 타올랐다. 그 순간, 아린이 독자적으로 바르그의 목을 베기 위해 은밀하게 그의 배후 그림자로 접근했다.


하지만 바르그는 노련한 조련사였다. 그는 피리의 주파수를 순간적으로 음파 탐지 모드로 전환하여 공기의 미세한 진동을 잡아냈다.


“여기 있었구나, 쥐새끼 같은 년!”


바르그가 사슬 채찍을 휘둘렀다. 공기를 찢는 채찍 소리와 함께 아린의 은신이 강제로 해제되었고, 그녀는 급히 뒤로 도약하며 기습에 실패했다.


“아린 씨, 독단적인 행동은 금물입니다. 바르그의 피리는 음파 탐지 기능이 있어요. 제 가이드에만 몸을 맡기세요.”


경훈의 단호한 지휘 목소리가 아린의 귓가를 때렸다. 아린은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오직 주인님의 목소리만 따르겠습니다.”


바르그는 아군을 조율하는 브레인이 경훈임을 간파하고, 사슬 채찍을 길게 늘려 경훈의 목을 향해 직접 날렸다. 쇠사슬이 뱀처럼 허공을 가르며 경훈의 안면으로 쇄도했다. 지수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경훈의 은빛 눈동자는 이미 채찍의 궤적을 완벽하게 읽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함정 예측안’이 작동했다.


‘정크야드 5시 방향 바닥 철판 아래, 내가 설치해 둔 폐철판 스프링 장치가 남아 있어.’


경훈은 한 걸음 물러서며 바닥의 특정 돌출부를 발로 강하게 밟았다.


텅!


엄청난 장력으로 압축되어 있던 고탄성 폐철판이 위로 솟구치며 바르그의 사슬 채찍을 그대로 낚아챘다. 사슬이 철판과 철골 사이에 단단히 엉키며 바르그의 무기가 묶여버렸다.


“태희 씨, 9시 방향! 사슬의 연결고리를 끊으세요!”


“하앗!”


태희가 도약하며 아스칼론을 내리쳤다. 전격이 서린 대검이 팽팽하게 당겨진 사슬을 단숨에 동강 냈다. 바르그는 잘려 나간 채찍 자루를 쥔 채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경훈은 뇌파 연산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귀와 코에서 피가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전술 헤드셋의 메인 칩이 과부하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패드 화면에 나타난 태희와 아린의 마력 주파수 그래프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여전사가 경훈의 목소리에 완벽하게 반응하여 움직일 때마다, 그녀들의 마력 파형이 경훈의 특이 뇌파 주파수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단순한 전술 지휘가 아니야. 두 사람의 마력과 생명력이 내 뇌파를 매개체로 서로 싱크를 맞추고 있어. 이 원리를 나노 기계로 기기화할 수 있다면, 시스템의 동맹 패널티 전파를 완벽히 교란하고 고통까지 분산시키는 장치를 만들 수 있겠어.’


경훈의 머릿속에 향후 아내들의 힘을 하나로 묶을 ‘소울 링크 커넥터’의 핵심 설계 공식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입니다. 태희 씨는 전방 15도 참격 후 좌측으로 회피. 아린 씨는 태희 씨가 남긴 전격 오라의 틈새를 딛고 6시 방향 늑대의 목 관절을 찌르세요. 갑니다!”


경훈의 지휘는 마치 전장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로와 같았다. 태희와 아린은 그의 목소리에 영혼을 완전히 맡긴 채 움직였다.


태희의 대검이 백색 섬광을 뿜으며 전방의 기계 늑대들을 가로베었고, 그 참격의 궤적을 따라 발생한 전격 오라 속에서 아린이 번개처럼 나타나 마지막 대장 늑대의 목을 관절 단위로 찢어발겼다.


콰르릉! 콰직!


단 한 치의 오차도, 단 한 방울의 마력 낭비도 없는 완벽한 합격기였다. 정크야드를 가득 메웠던 수십 마리의 기계 늑대 군단이 단 3분 만에 차가운 고철 쓰레기더미로 변해 바닥에 뒹굴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들……!”


무기를 잃고 정예 군단마저 몰살당한 바르그는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는 잘려 나간 채찍을 버려둔 채 품속에서 연막탄을 꺼내 바닥에 터뜨렸다.


“가르크 대장님께서 너희 쥐새끼들의 은신처를 반드시 찾아내 뼈째로 씹어 드실 거다!”


바르그는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정크야드의 짙은 고철 연기 속으로 도망쳤다.


피이이잉.


경훈의 귀에 걸려 있던 전술 헤드셋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미세한 연기와 함께 전소되었다. 동시에 오버클럭 상태가 해제되자, 참아왔던 극심한 편두통이 경훈의 뇌를 사정없이 짓눌렀. 경훈은 윽, 하는 신음과 함께 한쪽 무릎을 꿇으며 바닥으로 쓰러지려 했다.


“경훈 씨!”


“주인님!”


태희와 아린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와 경훈을 양옆에서 부축했다. 태희는 경훈의 이마의 피를 닦아내며 안절부절못했고, 아린은 경훈의 손을 자신의 뺨에 대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두 여전사의 눈동자에는 경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possessive한 공포와 집착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때, 고철 더미 구석에서 덜덜 떨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박지수가 천천히 걸어 나왔.


지수의 눈동자는 단순한 안도감이 아닌, 거대한 충격과 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력이 전혀 없는 최약체 F등급 데트 플레이어가 말 한마디와 손가락 조작만으로 아레나 최강의 여전사들을 조율해 군단을 몰살시키는 광경. 그것은 지수에게 신화적인 충격이었다.


지수는 경훈의 앞에 도달하자마자, 털썩 무릎을 꿇고 차가운 철판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제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스승님의 발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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