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 증폭의 전율
태희의 검끝이 서우를 향해 미세하게 비틀리는 순간, 가르크가 적혈랑아를 고쳐 잡으며 포효했다.
“이년들이 감히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는구나! 가르크 사냥단 전 대원들은 들어라! 요새 최심부를 완전히 짓밟고 저 오만한 마법사 년과 쥐새끼의 목을 따라!”
가르크의 포효가 찢어진 첫 번째 격벽 너머로 울려 퍼지자, 통로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수십 명의 사냥꾼들과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기계 야수들이 일제히 벙커 제로의 제어실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발걸음 소리와 기계 발톱이 철판을 긁는 소리가 사방에서 고막을 찢을 듯이 들려왔다.
“지수 씨! 벙커 외곽의 자동 센트리 포탑을 당장 기동하세요! 적들의 선봉대를 저지해야 합니다!”
경훈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오른손 손바닥에 새겨진 심각한 3도 전기 화상의 극통이 그의 전신을 마비시키고 있었지만, 은빛 눈동자만큼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넷, 네! 스승님! 포탑 가동합니다!”
박지수가 전동 정비 도구를 쥔 손으로 다급하게 제어 콘솔의 레버를 올렸다. 제어실 천장과 통로 좌우 벽면에서 숨겨져 있던 두 문의 자동 센트리 포탑이 징이잉 소리를 내며 회전하더니, 쇄도하는 가르크 사냥단의 선봉대를 향해 무차별적인 물리 탄환을 퍼붓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탕!
쿠콰콰콰쾅!
하지만 탄환이 사냥꾼들의 방어선에 닿는 순간, 가르크가 방출한 피비린내 나는 혈풍 기공 오라와 사냥꾼들의 두꺼운 중갑 장갑판에 부딪혀 불꽃만 튈 뿐, 실질적인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가르크의 혈랑 참격 여파로 인해 탄환들의 궤적이 허공으로 튕겨 나가기 일쑤였다.
“일반 물리 탄환으로는 가르크의 광폭화 방어벽을 뚫을 수 없습니다! 적들의 장갑이 너무 두껍습니다!”
지수가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다. 실제로 포탑의 연사에도 불구하고 가르크 사냥단은 단 1초의 주춤거림도 없이 제어실 코앞까지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벙커의 심장인 에너지 코어가 통째로 약탈당할 위기였다.
‘정면의 물리적인 관통력으로는 저 두꺼운 혈랑 장벽과 중갑을 찢을 수 없어. 그렇다면 분자 결합 자체를 파괴하는 고농축 초고열 마력 에너지를 포탑의 정밀 조준율과 결합해야 한다.’
경훈의 머릿속에서 차가운 공학적 계산이 끝났다. 그는 뇌의 연산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고유 패시브를 다시 한번 가동했다.
‘오버클럭 뇌파, 가동.’
징————.
순간, 사방의 폭음과 비명 소리가 소거되며 주변의 시간 흐름이 0.1배속의 초저속으로 느려졌다. 쇄도하는 가르크의 대도 궤적, 사냥꾼들의 디딤발, 그리고 품에 안겨 있는 서우의 맑은 눈동자가 프레임 단위로 쪼개져 경훈의 뇌리로 들어왔다. 경훈은 패드를 쥔 왼손으로 지수를 향해 단호하게 명령했다.
“지수 씨! 당장 포탑의 탄약 공급 장치 배선과 급탄 벨트를 분해하세요! 그 자리에 제가 제련한 고주파 전도 동선 배관을 연결하고, 벙커 에너지 코어의 서브 라인을 직접 포탑의 포신으로 바이패스해야 합니다!”
“예? 하지만 그렇게 하면 포탑의 회로가 감당하지 못하고 과열될 텐데요!”
“단 한 번의 사격이면 충분합니다! 서우의 마력을 포탑의 증폭기로 사용할 겁니다. 서우야, 내 말을 믿을 수 있겠니?”
경훈이 품 안의 백발 소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서우는 경훈의 은빛 눈동자에 담긴 확고한 신뢰를 마주하자, 자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할게! 저 나쁜 놈들을 전부 태워버릴 거야!”
“지수 씨, 지금입니다! 10초 안에 배선 개조를 끝내세요!”
“넷! 스승님!”
지수가 각성한 정밀 정비 재능을 발휘해 번개 같은 속도로 포탑의 하부 장갑을 뜯어냈다. 그의 손놀림에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탄약 공급기를 통째로 분해해 던져버린 지수는 경훈이 지시한 고주파 동선 배관을 포탑의 메인 동력 슬롯에 강제로 결합했다.
그 사이, 태희와 아린은 경훈의 좌우를 단단히 호위하며 몰려드는 적들의 참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태희의 아스칼론 대검이 푸른 전격을 뿜어내며 사냥꾼들의 칼날을 쳐냈고, 아린의 그림자 송곳니 단검이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오는 기계 야수들의 목을 베어 넘겼다.
두 여전사는 서우가 경훈의 품에 밀착해 있는 것에 속이 타들어 갈 듯한 극심한 질투를 느끼고 있었지만, 경훈을 지켜야 한다는 맹목적인 집착이 그녀들의 마력을 더욱 흉포하게 폭증시키고 있었다. 소울 링크 커넥터가 푸른빛으로 미친 듯이 맥박 치며 그녀들의 공격력을 실시간으로 50% 이상 끌어올렸다.
“서우야, 지금이야! 완드를 포탑의 서브 전도 단자에 접촉시키고, 네가 가진 모든 자색 마나를 포탑의 포신으로 주입해!”
경훈의 지시와 동시에, 서우는 양손으로 ‘원소 역전 마나 완드’를 움켜쥐고 포탑의 노출된 구리 배관에 밀착시켰다.
“가라아아아!”
서우가 기합을 지르자, 그녀의 뇌 속 인공 칩에서 방출되는 파괴적인 자색 마나가 완드를 매개로 포탑의 포신으로 무서운 기세로 전도되기 시작했다. 포탑의 강철 총열이 자줏빛 마력 불꽃으로 뒤덮이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경고: 포탑 포신의 온도 임계치 도달. 용융 위험 95%.]
[마력 증폭 포탑 사격(Magic Amplification Turret Fire) 가동 준비 완료.]
경훈은 머리가 깨질 듯한 극통 속에서도 센티넬 패드를 가동해 포탑의 조준 궤적을 3D 지도로 실시간 매핑했다. 쇄도하는 가르크 사냥단 전 대원들의 동선과 벙커 천장의 지지 지점을 피해, 오직 적들만을 완벽하게 쓸어버릴 수 있는 최적의 섬멸 각도를 계산해 냈다. 경훈의 우측 귀와 코끝에서 다시 한번 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려 패드 화면을 적셨다.
“태희 씨, 아린 씨! 뒤로 물러나 장벽 뒤로 숨으세요! 격발합니다!”
경훈의 호통과 함께 태희와 아린이 신속하게 뒤로 도약했다. 경훈은 왼손가락으로 패드의 최종 격발 스위치를 강하게 찔렀다.
“쏴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벙커 제로의 제어실 전체가 눈이 멀 것 같은 자색의 섬광으로 가득 찼다.
포탑의 포신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물리 탄환이 아니었다. 서우의 폭주 마나가 기계식 포탑의 증폭 회로를 거치며 초고열의 자색 마력 광선 폭풍으로 변모하여 전방을 향해 해일처럼 휘몰아쳤다. 보랏빛 레이저 광선 폭풍이 좁은 벙커 복도를 가득 채우며 적들을 삼켜버렸다.
“으아아아악! 이게 무슨 마법이……!”
“장갑이 녹아내린다! 으악!”
선봉에 서 있던 가르크 사냥단의 정예 사냥꾼들과 수십 마리의 기계 야수들이 자색 광선에 닿는 순간, 단 0.1초도 버티지 못하고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그들이 들고 있던 강철 방패와 중갑 역시 촛농처럼 흘러내려 바닥의 철판과 융합되었다.
쿠구구구구궁!
광선 폭풍은 복도를 일직선으로 관통하며 가르크가 찢어발겼던 첫 번째 격벽의 잔해와 엄폐물들까지 통째로 녹여내며 전방 50미터 내의 모든 적을 한 방에 초토화시켰다. 단 한 발의 사격으로 수백 명에 달하던 가르크 사냥단의 본대가 흔적도 없이 쓸려나간 것이다.
이윽고 광풍이 걷히자, 벙커 복도는 붉게 달아오른 슬래그와 연기만이 가득한 기괴한 침묵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치이이이익…….
마력을 전도했던 자동 센트리 포탑의 포신은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붉게 흐물거리며 바닥으로 녹아내려 완전히 파손되었다.
“하아…… 하아…….”
경훈은 극도의 연산 과부하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입안에서는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극심한 미각 상실과 함께, 망가진 오른손 화상 부위가 맥박 치며 극통을 내뿜었다. 지수가 울먹이며 경훈의 어깨를 붙잡았다.
“스승님! 해내셨어요! 적들의 본대를 완전히 쓸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경훈은 기뻐할 수 없었다. 그의 은빛 눈동자는 연기 자욱한 복도 끝, 유일하게 살아남아 우뚝 서 있는 단 한 명의 형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붉은 이빨 가르크.
그는 자신의 정예 군단이 단 한 방에 전멸당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 채,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경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갑옷 곳곳이 자색 광선에 휩쓸려 녹아내려 살점과 기계 장치가 기괴하게 드러나 있었다.
“민경훈…… 이 비열한 쥐새끼 놈이 내 사냥단을…… 내 군대를 통째로 불태웠구나……!”
가르크의 목소리는 분노를 넘어 광기에 젖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놈은 자신의 패배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남은 왼손으로 허리춤의 비밀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기묘한 금속 재질의 주사기였다.
경훈은 본능적으로 센티넬 패드를 치켜들어 그 주사기를 스캔했다. 패드 화면에 붉은색 에러 코드와 함께 극비 데이터 로그가 실시간으로 흘러나왔다.
[분석 완료: 올림포스 코포레이션 하사품.]
[아이템명: ‘프로젝트 바르그’ 실패작 주입액.]
[경고: 현실 세계의 ‘이종 유전자 합성 프로젝트’에서 폐기된 가상 변이 데이터입니다. 주입 시 신체 연산율이 폭증하나, 자아 붕괴 및 기계적 괴물화가 진행됩니다.]
‘저건…… 올림포스 놈들이 아레나의 흥행을 위해 보스들에게 내려준 금단의 약물이다. 단순한 도핑이 아니야. 현실의 추악한 생체 실험 실패작 데이터가 기계식 약물로 구현된 거다!’
경훈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흔들리는 사이, 광기에 휩싸인 가르크는 주저 없이 주사기를 자신의 가슴팍, 심장이 있는 위치에 직접 꽂아 넣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이여! 나에게 저 쥐새끼를 찢어발길 힘을 다오!”
푸슈우우우우욱————!
차가운 금속 주사기 피스톤이 끝까지 밀려 들어가는 순간, 가르크의 심장 부근에서 기괴한 기계식 톱니바퀴 마찰음과 함께 시뻘건 나노 전류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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