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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왜곡, 첫 번째 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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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진입로의 철창 틈새로 붉은 안광의 기계 이빨들이 들이닥치는 순간, 강태희의 은빛 대검 아스칼론이 번쩍였다.


푸른 전격이 어두운 회랑의 공기를 찢어발겼다. 소울 링크 커넥터가 그녀의 목덜미에서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빛나며 마력을 폭발적으로 가속시켰다. 50%나 폭증한 신체 능력은 실버 엘리트 등급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그녀가 대검을 수평으로 크게 휘두르자, 선두에서 돌진하던 기계 늑대 세 마리가 단 한 칼에 반으로 갈라지며 스파크를 뿜어냈다.


“주인님의 요새에 발을 디딘 대가다.”


그림자 속에서 차갑게 울려 퍼진 목소리와 함께 설아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목덜미에 남은 붉은 화상 자국—자폭 계약이 파괴된 흔적—이 흥분으로 들끓는 마력에 반응해 미세하게 붉은 광채를 내뿜었다. 아린은 무음 차단 필터가 장착된 그림자 송곳니 단검을 번개처럼 찔러 넣었다. 전격 참격에 중심을 잃은 기계 야수들의 목관절과 동력핵만을 정확히 도려내는 치명적인 암살술이었다.


두 여전사의 활약으로 좁은 병목 구간은 순식간에 기계 잔해와 불꽃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벙커 제로 제어실에서 센티넬 패드를 쥐고 있던 민경훈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의 오른손 손바닥에는 전기 역류로 생긴 끔찍한 3도 화상 흉터가 남아 가죽 장갑의 탄 잔해와 엉겨 붙어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질 때마다 손바닥을 불로 지지는 듯한 극통이 치밀었다.


아으윽……!


경훈이 신음하며 심장을 움켜쥐자, 진입로에서 싸우던 태희와 아린의 몸이 동시에 굳어졌다. 동조 통증 동기화 법칙 때문이었다. 경훈이 느끼는 화상의 극통과 뇌를 쪼개는 듯한 편두통의 일부가 그녀들의 신경계로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경훈 씨……!”

“주인님…… 고통이……!”


그녀들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 아픔은 나약함이 아닌, 경훈을 다치게 한 적들을 향한 광적인 살의와 집착으로 치환되었다. 태희의 검신에 서린 푸른 뇌전이 더욱 흉포하게 날뛰었고, 아린의 그림자는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기계 야수들의 움직임을 옭아맸다.


“두 분 다, 제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경훈은 전술 헤드셋 마이크를 잡고 차분하게 말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이명 속에서도 그의 은빛 눈동자는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적들의 본진이 움직입니다. 타르크가 직접 진입로로 난입할 겁니다. 놈은 무식한 중갑 전사라 정면 대결은 위험해요. 제 신호에 맞춰 뒤로 물러나세요.”


쿵! 쿵! 쿵!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벙커 입구의 격벽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온몸에 붉은 문신을 새긴 거구의 광전사, 타르크가 거대한 파쇄 도끼를 치켜든 채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던 철창들을 종잇장처럼 부수며 걸어 들어왔다. 그의 몸 주변에는 골드 마스터급에 달하는 피비린내 나는 혈풍 기공 오라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겨우 이따위 장난감 덫으로 내 앞길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더냐!”


타르크가 포효하며 파쇄 도끼를 내리찍었다. 콰아앙! 강력한 충격파가 진입로 바닥을 타고 흐르며 태희와 아린을 덮쳤다.


“지금입니다! 뒤로 3미터 회피!”


경훈의 지시가 헤드셋을 통해 아내들의 뇌리에 꽂혔다. 태희와 아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도약했다. 충격파가 그녀들이 서 있던 자리를 휩쓸고 지나가며 단단한 기계 바닥을 박살 냈다.


“도망치느냐! 약해 빠진 년들!”


타르크는 아내들이 뒤로 물러서는 것을 패배로 오인하고, 거구의 중갑을 앞세워 무식하게 앞으로 돌진했다. 그의 거대한 발걸음이 진입로 중앙에 깔린 황동색 압력 발판을 밟는 순간이었다.


‘걸려들었군.’


제어실에서 이를 모니터링하던 경훈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경훈은 즉시 ‘오버클럭 뇌파’를 기동했다.


징————!


주변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돌진하는 타르크의 몸짓이 0.1배속의 초저속으로 느려졌다. 경훈의 시야에 아르카나 설계도 1페이지에서 해독해 낸 고대의 물리 기하학 공식들이 홀로그램처럼 어지럽게 명멸했다. 타르크의 무게, 중갑의 질량, 그리고 발판에 가해지는 압력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계산되어 센티넬 패드에 붉은 선으로 매핑되었다.


“지수 씨, 지금입니다! 4번 서브 라인 격발 장치를 연결하세요!”


“예, 스승님!”


제어실 구석에서 떨고 있던 박지수가 기계 정비 도구를 움켜쥐고 제어반으로 뛰어들었다. 지수는 자신의 정밀 정비 재능을 극한으로 발휘하여, 지난 에피소드에서 과열로 차단되었던 동력 회로의 우회 배선을 단 1초 만에 메인 발전기에 완벽히 도킹했다. 찌르르릉! 황동색 발판 밑에서 고대 아르카나 엔진의 푸른 주파수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고대 함정: 중력 역전 트랩(Gravity Reversal Trap)을 발동합니다.]


파아아앗!


타르크의 발밑에서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파동이 원형으로 퍼져 나갔다.


“끄, 으아아악?!”


돌진하던 타르크의 거구가 순간적으로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의 발밑을 지탱하던 지구의 중력이 완전히 소멸하고, 반대로 하늘을 향해 강력한 척력이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경 5미터 내의 모든 중력이 완전히 뒤틀렸다.


타르크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던 수십 명의 광전사들과 기계 야수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천장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무식하게 두꺼운 중갑과 거대한 파쇄 도끼의 무게가 오히려 중력이 역전된 공간에서는 가속도를 붙이는 최악의 족쇄가 되었다.


“이, 이게 무슨 지거리냐! 내 몸이 왜……!”


타르크가 허공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발버둥 쳤지만, 공중에는 디딜 바닥이 없었다.


“천장을 보시지.”


경훈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천장에는 경훈이 고철들을 스캔해 즉석에서 조립해 둔 고탄성 강철 가시 덫들이 그물망처럼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중력 역전의 강력한 척력에 밀려 천장으로 급상승한 광전사들의 육체가 그대로 가시 더미 위로 처박혔다.


푸수수수슉!


“끄아아아악!”


단단한 장갑판 사이의 틈새로 날카로운 강철 가시들이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공중에 뜬 기계 야수들의 동력선이 터져 나가며 스파크가 비산했고, 광전사들의 비명과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지옥 같은 2초의 중력 역전 시간이 끝나는 순간, 역전 주파수가 해제되며 원래의 중력이 그들을 덮쳤다.


콰아아앙!


천장에 꿰뚫렸던 타르크와 광전사들이 무거운 중갑의 무게 그대로 바닥에 처참하게 추락했다.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진입로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타르크는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온몸에 가시가 박히고 낙하 충격으로 인해 척추가 함몰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지금입니다, 아내들.”


경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헤드셋을 울렸다. 하모닉 전술 지휘법이 가동되었다. 아내들의 시야에 살아남은 적들의 급소와 움직임의 궤적이 푸른색 선으로 선명하게 가이드되었다.


“태희 씨, 11시 방향 대각선 베기. 아린 씨, 2시 방향 그림자 습격으로 잔당들의 숨통을 끊으세요.”


“기꺼이.”


태희가 차갑게 미소 지으며 아스칼론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전격 검기가 바닥에서 신음하던 광전사들을 한 번에 쓸어버렸다. 섬광의 일도양단이었다.


동시에 아린의 신체가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그림자 습격을 가동한 그녀는 순간이동하듯 잔당들의 등 뒤에서 나타나, 단 한 번의 비명도 허용하지 않고 경동맥을 그어 내렸다.


완벽한 시간차 합격 연계였다. 가르크 사냥단이 자랑하던 정예 선봉대는 경훈의 중력 왜곡 덫과 아내들의 무자비한 사냥 앞에 단 1분 만에 흔적도 없이 궤멸당했다.


제어실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지수는 경외감에 몸을 떨었다.


“이것이…… 스승님의 설계…….”


경훈은 센티넬 패드를 내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뇌파 오버클럭의 반동으로 극심한 편두통이 밀려와 관자놀이가 찌릿하게 아파왔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경훈은 아내들과 함께 피비린내 나는 진입로 바닥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곳에는 척추가 부서진 채 피를 흘리며 헐떡이는 타르크가 쓰러져 있었다.


태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대검 아스칼론을 타르크의 목덜미에 겨누었다.


“끝이다, 광전사.”


타르크는 입가에 가득 고인 피를 울컥 토해내며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의 흉측한 얼굴에 광기 어린 미소가 번졌다.


“커흑…… 하하하! 쥐새끼 같은 놈…… 확실히 대단한 덫이로군…… 하지만…… 가르크 두목님이…… 이 요새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뭐라고?”


경훈의 눈썹이 꿈틀했다.


타르크는 피 묻은 손으로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낡은 무전기 송신 버튼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무전기 안테나에서 붉은색 데이터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경고: 외부 데이터 전송 신호 감지.]


경훈이 급히 센티넬 패드를 조작해 무선 주파수를 차단하려 했으나, 오른손의 화상 통증으로 인해 패드 입력이 0.1초 늦어지고 말았다.


치이이이익————!


타르크의 무전기 너머로 피비린내 나는 붉은 이빨 가르크의 거친 호흡 소리가 흘러나왔다.


“두목님…… 벙커의 위치는…… 지하 통제실…… 내부 함정은…… 중력 역전…… 컥! 은빛 눈동자의 쥐새끼가…… 제어실에…….”


타르크는 말을 마치자마자 목줄기를 조여오는 태희의 검끝에 숨이 끊어졌다. 하지만 이미 붉은색 전송 완료 신호가 무전기 화면에 선명하게 떠오른 뒤였다.


벙커 내부의 정밀한 함정 구조와 경훈의 실시간 위치 데이터가 가르크의 본대로 고스란히 전송된 것이다.


치익. 무전기 너머에서 가르크의 찢어질 듯한 분노의 포효가 흘러나왔다.


- 내 선봉대를 몰살한 대가다, 민경훈! 네놈들의 목을 베어 내 도끼 밑에 깔아주마! 전 군단, 벙커 최심부로 진격하라!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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