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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의 목걸이, 수호의 피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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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과 태희의 절규 어린 비명이 좁은 변전실 내부를 찢어발기는 가운데, 경훈의 시야는 완벽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어둠은 차갑고도 깊었다.


감각이 마비된 나락의 심연 속에서, 경훈의 영혼은 홀로 부유하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무(無)의 세계. 하지만 그의 의식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창백하게 누워 있는 여동생, 민소희를 향한 강박적인 책임감이었다.


‘아직은…… 쓰러질 수 없어. 소희를 구하기 전까지는.’


그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균열이 일며 푸른빛의 홀로그램 노이즈가 어지럽게 일렁였다. 경훈의 센티넬 패드 내부에 기생하던 전직 수석 개발자의 유령 데이터, 오라클의 형상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정신 차려라, 꼬맹이. 네 뇌세포가 완전히 타버리기 일보 직전이다.


오라클의 냉소적이면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경훈의 정신을 두드렸다.


“오라클…… 어떻게 된 거지? 벙커의 동력은…….”


- 전력선 연결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벙커 제로 전체에 신화적인 수준의 푸른빛 물리 방어막이 기동되었지. 하지만 그 대가로 네 뇌파는 한계를 아득히 초과해 오버클럭되었고, 변전소의 전격 역류 충격까지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지금 네 육체는 심정지에 가까운 쇼크 상태다.


오라클이 허공에 홀로그램 스크린을 띄웠다. 화면 속에는 벙커 제로의 의료실 침상에 피투성이로 누워 있는 경훈의 육체가 비쳐 보였다. 가죽 장갑이 시커멓게 타버린 그의 오른손은 끔찍한 3도 전기 화상 흉터로 뒤덮여 있었고, 입가에는 각혈의 흔적이 붉게 말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침상 양옆에는, 두 여전사가 서 있었다.


강태희와 설아린.


그녀들의 얼굴은 공포와 절망,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집착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태희는 경훈의 타지 않은 왼손을 양손으로 꼭 쥔 채, 차가운 뺨을 대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의 도도하고 차가운 얼음 같은 검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깨의 중갑이 부서진 것도 잊은 채, 그녀의 전신에서는 푸른 전격 오라가 불안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왜…… 왜 나 같은 걸 살리겠다고 매번 당신 자신을 던지는 겁니까? 당신이 죽으면…… 이 검이 대체 누굴 지켜야 한단 말입니까?”


그녀의 나직한 흐느낌 속에는 맹목적인 소유욕과 독점욕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동료의 배신으로 굳게 닫혔던 그녀의 마음을, 경훈의 목숨을 건 헌신이 완전히 부수어 버린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경훈은 단순한 동맹자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독점해야 할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 반대편에서 설아린은 무릎을 꿇은 채 경훈의 피 묻은 가죽 코트 자락을 이마에 대고 있었다. 그녀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화상 흉터—자폭 계약 인장이 파괴된 흔적—가 그녀의 흥분 상태에 반응해 일렁였다.


“주인님…… 눈을 떠주십시오. 저를 추악한 노예의 족쇄에서 구원해 주시고, 왜 홀로 차갑게 누워 계시는 겁니까. 주인님이 이대로 가버리신다면…… 저는 이 아레나의 모든 플레이어와 시스템 관리자 놈들의 목을 베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


아린의 눈동자에는 광기 어린 애정과 집착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그림자가 검은 연기처럼 일렁이며 의료실 바닥을 잠식해 들어갔다.


두 여전사의 마음속에서 싹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는, 경훈을 향한 광적인 집착과 수호 의지로 폭발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었다간 경훈의 심장이 멈추는 순간, 두 여자 역시 미쳐 날뛰며 자멸할 것이 분명했다.


- 보아라, 꼬맹이. 저 최강자들이 너 하나 때문에 영혼을 불태우며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 지옥 같은 데스게임에서 저들의 칼날이 서로를 향하지 않게 하려면, 그리고 네가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오라클이 경훈이 이전에 센티넬 패드 깊숙한 곳에 설계해 두었던 미완성의 도면을 띄웠다.


[하렘 보물: 소울 링크 커넥터 (Soul Link Connector)]


- 네가 구상했던 생체 동기화 장치다. 아내들의 목에 이 목걸이를 채워 그녀들의 신경계와 네 특이 뇌파 주파수를 강제로 동기화시키는 거지. 시스템이 강제하는 동맹 패널티를 우회하기 위해, 그녀들을 타인이 아닌 네 신체의 ‘일부’로 위장하는 치트 키다.


“하지만…… 소울 링크를 작동시키면 그녀들의 생명력과 고통이 내 약한 육체와 직접 연결되잖아.”


- 맞다. ‘동조 통증 동기화 법칙’에 의해 그녀들이 상처를 입으면 너 역시 고통을 받게 되지. 하지만 반대로, 그녀들의 강력한 생명력과 마력이 네 심박수에 공명하여 지금 네 뇌사 위기를 극적으로 복구해 줄 거다. 게다가 저들의 너를 향한 집착과 사랑의 크기가 커질수록 고유 능력치가 최대 50%까지 폭증하는 ‘소울 링크 동기화’ 버프가 각성하지. 저들의 집착을 힘으로 변환하는 거다. 기꺼이 그 위험을 짊어지겠느냐?


경훈은 무의식 속에서 희미하게 흐르는 또 다른 데이터의 파편을 보았다. 그것은 현실 세계의 차가운 병상에 누워 있는 여동생 소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 숨겨진 올림포스 코포레이션의 극비 문서.


[민소희: 차세대 메인 프레임 AI 코어 적합 실험체 01호]


‘내 동생이…… 단순한 병이 아니었어. 올림포스 놈들이 소희를 아레나의 최종 AI 제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분노와 복수심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저 추악한 시스템을 내 손으로 직접 놓은 덫으로 찢어발겨 버리겠다. 그리고 나를 믿어준 이 여자들을 기필코 전원 살려서 현실로 데려가겠다.’


경훈의 영혼이 강렬한 빛을 발하며 외쳤다.


“오라클, 소울 링크 커넥터의 동기화 알고리즘을 즉시 격발해!”


***


현실의 벙커 제로 의료실.


삐이이이————


경훈의 생체 신호를 기록하던 철제 콘솔에서 날카로운 심정지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주인님!!!”


아린이 비명을 지르며 경훈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태희 역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대검 아스칼론을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지수는 구석에서 머리를 감싸 쥔 채 죄책감으로 오열하고 있었다.


그 순간, 경훈의 오른손 손목에 감겨 있던 센티넬 패드가 스스로 가동되며 강렬한 푸른빛의 홀로그램을 허공에 뿜어냈다.


[경고: 호스트의 생체 신호가 임계값 이하로 하강합니다.]

[긴급 프로토콜: ‘소울 링크 커넥터’의 물리 제련을 강제 시작합니다.]


지하 주조실의 플라즈마 용광로가 스스로 작동하는 굉음과 함께, 경훈의 패드 하단 슬롯에서 은색 티타늄 와이어와 푸른색 나노 칩셋이 결합된 두 개의 매혹적인 목걸이가 서서히 밀려 나왔. 목걸이의 중앙에 박힌 수정 코어가 차가운 푸른빛 주파수를 내뿜으며 맥박 치듯 깜빡이고 있었다.


경훈의 감겨 있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며, 그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


“태희 씨…… 아린 씨…… 그걸…… 목에 거세요…….”


“경훈 씨! 정신이 듭니까?”


태희가 황급히 그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경훈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녀들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속삭였다.


“이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피의 계약입니다. 당신들의 생명력을…… 내 심장과 연결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 뇌가 타버려 죽게 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희와 아린은 주저 없이 그 푸른빛 목걸이를 낚아챘다. 시스템의 동맹 패널티가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이 남자를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영혼마저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찰칵.


두 여전사가 동시에 목걸이를 착용하는 순간, 벙커 제로 내부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는 듯한 진동이 일었다.


[알림: ‘소울 링크 커넥터’가 성공적으로 동기화되었습니다.]

[동조 통증 동기화 법칙이 가동됩니다.]

[경고: 동맹원들의 물리적 고통의 일부가 호스트에게 전이되며, 호스트의 신경계 상태가 동맹원들과 공유됩니다.]


“아아아악!”


태희와 아린의 입에서 동시에 거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경훈이 겪고 있던 뇌 오버클럭의 끔찍한 편두통과 오른손의 타들어 가는 화상 극통이 그녀들의 신경계로 고스란히 나누어 전송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두 여자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하지만 그녀들은 경훈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굳게 쥐었다.


“이깟 고통…… 당신은 늘 이런 지옥 속에서 우리를 위해 판을 짜고 있었던 겁니까?”


태희가 이빨을 악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서린 불신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경훈을 향한 맹목적인 애정과 소유욕이 푸른 전격 오라가 되어 전신을 감싸 안았다.


“주인님의 고통을 나눌 수만 있다면…… 저는 백 번이라도 죽을 수 있습니다.”


아린 역시 붉은 화상 흉터가 일렁이는 목덜미를 부여잡으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의 고통과 자신의 영혼이 완벽하게 연결되었다는 정서적 일체감이 그녀에게 극상의 쾌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두 여전사의 강인한 실버 엘리트급 생체 에너지가 소울 링크를 타고 경훈의 붕괴해가던 뇌 신경망으로 역유입되기 시작했다. 멈춰가던 경훈의 심장이 다시 한번 우렁차게 고동쳤다.


쿵, 쿵, 쿵!


[호스트의 뇌파가 급격히 안정됩니다.]

[소울 링크 동기화 버프가 활성화됩니다.]

[동맹원들의 경훈을 향한 집착 지수: 85% 돌파.]

[강태희, 설아린의 모든 능력치 및 마력 수치가 실시간으로 50% 영구 폭증합니다!]


두 사람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색 동맹 감쇄 오라가 산산조각 나며 소멸했다. 대신, 경훈의 심박수와 완벽하게 동조된 투명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의 공명 오라가 그녀들의 신체를 감싸 안았다. 패널티를 완벽하게 우회하고 압도적인 버프를 획득한 순간이었다.


경훈이 마침내 무거운 눈꺼풀을 완전히 들어 올렸다. 그의 은빛 눈동자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살아…… 났군요.”


경훈이 안도의 미소를 짓는 찰나, 태희와 아린은 그의 품으로 동시에 쓰러지듯 안겨들었다. 그녀들의 눈동자에는 경훈을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달콤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집착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길지 않았다.


위이이이이잉————!


벙커 제로 전체를 뒤흔드는 삼엄한 사이렌 소리가 붉은색 경보등과 함께 의료실 천장을 피빛으로 물들였다.


[경고: 벙커 제로 외곽 방어막에 강력한 물리적 충격이 감지되었습니다.]

[침입자 식별: 1단계 구역 포식자 ‘붉은 이빨 가르크’의 본대.]


콰아아아앙!


벙커 제로의 입구를 감싸고 있던 푸른빛 동력 방어막이 거대한 붉은 참격의 궤적과 부딪치며 비명을 질렀다. 대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요새 정문 너머에서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기운이 벙커 내부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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