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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사도 산채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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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의 철화살이 빗줄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순간, 무봉의 몸이 기괴한 각도로 비틀렸다.


쉬이이익—!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강철 화살 한 발이 무봉의 왼쪽 어깨죽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질긴 가죽앞치마의 어깨끈이 끊어지며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지만, 무봉은 신음 한 자락 흘리지 않았다. 연이어 날아온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그가 서 있던 진흙바닥에 깊숙이 박혀 파르르 떨렸다. 화살 깃이 가르는 바람 소리만으로도 사공의 활솜씨가 이류의 극성에 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거기냐! 도살자!”


사공이 다시 화살을 먹이려 철궁의 시위를 당기며 고함을 질렀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흥분으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평범한 외팔이 대장장이가 무영각의 전설적인 격살술을 펼치며 자신의 풍영조 살수들을 도살하는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무봉은 진흙바닥을 구르며 몸을 일으켰다. 오른팔의 끊어진 경맥이 욱신거리며 타들어 가는 격통을 보냈다. 천강망치질 기공의 내력을 무리하게 끌어올린 대가였다. 그러나 무봉의 안광은 빗속에서 더욱 차갑게 번득였다. 그는 사공을 완전히 죽일 생각이 없었다. 이놈은 우각촌을 유린한 또 다른 원수이자, 무영각 철혈지부의 하청을 받아 학살을 주도한 ‘적사도(赤蛇盜)’의 산채로 인도할 가장 확실한 사냥개였기 때문이다.


무봉은 품속에서 대장간 무쇠못 한 자루를 꺼내 왼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사공의 철궁 시위가 완전히 당겨지기 직전, 손목의 스냅만을 이용해 무음으로 무쇠못을 퉁겼다.


핏—!


소리도 없이 날아간 무쇠못이 사공의 오른쪽 어깨관절을 정확히 관통했다.


“끄아아악!”


사공이 비명을 지르며 쥐고 있던 철궁을 놓쳤다. 어깨뼈가 으스러진 사공은 무봉의 압도적인 살기에 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밭 너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봉은 도망치는 사공의 뒤태를 응시하며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사공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핏자국이 진흙바닥에 선명한 이정표를 남길 터였다.


‘뛰어라. 네놈들이 모여 있는 둥지까지.’


무봉은 밀밭 구석, 아름드리 버드나무 둥치 아래 숨겨두었던 방울이에게로 걸어갔다. 늙은 당나귀 삼순이가 젖은 털을 흔들며 무봉을 맞이했다. 삼순이의 낡은 안장 위에서 방울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두 눈을 감은 채, 무봉의 발소리를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목에 걸린 작은 은방울이 청아하고 슬픈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저씨... 피 냄새가 나요. 아저씨 다치신 거예요?”


방울이의 가녀린 목소리에 무봉은 왼손으로 아이의 젖은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살인귀의 살기를 거두고, 다시 투박한 대장장이의 온기만을 전하려는 듯이.


“아무 일 없다. 잠시 이곳에서 삼순이와 함께 기다리거라.”


무봉의 목소리는 쇠를 두드릴 때처럼 묵직하고 나직했다. 방울이 앞에서는 결코 피비린내 나는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죽은 아내 설아와의 마지막 약조였으니까. 무봉은 방울이와 삼순이를 인근의 안전한 바위 동굴 속에 숨겨두고, 사공이 남긴 핏자국을 따라 황무지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


사공이 도망쳐 도달한 곳은 우각촌과 진안부 사이에 솟아 있는 험준한 바위산, 적사도(赤蛇盜)의 산채였다.


적사도는 철혈지부장 조열의 돈을 받고 우각촌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주민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삼류 도적떼이자 용병 집단이었다. 그들의 요새는 가파른 암벽 위에 세워져 있었고, 굳건한 참나무 목책과 횃불을 밝힌 감시탑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무봉이 산채 초입에 도달했을 때, 산채 내부에서는 기괴한 웃음소리와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사도의 도적들이 우각촌 주민들에게서 빼앗은 옷가지와 귀중품들을 기생들과 나누어 가지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칠복이가 아끼던 낡은 대장간 연장들, 설아가 정성스레 짜던 무명천 조각들이 도적들의 술잔 아래 더러운 먼지와 함께 짓밟히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무봉의 왼쪽 가슴속에서 칠복이의 미완성 편자가 무겁게 요동쳤다. 아내의 유품인 나무 빗에 서린 원한이 그의 전신을 타고 흐르는 내력을 붉게 물들였다. 불살의 약조는 이미 잿더미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철저한 도살뿐이었다.


“침입자다! 대문 앞에 외팔이가 서 있다!”


감시탑의 초병이 무봉의 거대한 신형을 발견하고 고함을 질렀다.


쉬이이익! 팍! 팍!


산채 감시탑에서 무수한 화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둠을 가르고 날아오는 빗발치는 화살들을 향해, 무봉은 왼팔을 들어 올렸다. 평소 대장간 화덕의 고열을 막기 위해 사용하던 두꺼운 무쇠판, ‘화덕 가림막 무쇠방패’가 가죽 끈에 묶인 채 그의 왼팔에서 굳건히 버텼.


깡! 까강! 콰앙!


무거운 쇳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들이 무쇠방패의 단단한 표면에 부딪혀 불꽃을 튕기며 부러져 나갔다. 화살의 충격이 왼팔 경맥을 타고 전해졌지만, 무봉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묵묵히 전진했다. 그의 발걸음이 지면을 디딜 때마다 빗물 섞인 진흙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목책 정문에 도달한 무봉은 오른손에 쥔 특수 무쇠망치를 치켜들었다. 흑철과 만년한철을 융합하여 단조한 거대한 망치 머리에 푸른 한기가 서려 있었다. 무봉은 단전의 정순한 내력을 끌어올려 천강망치질 기공을 운행했다. 오른팔 경맥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으나,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망치 끝에 내력을 집중시켰.


“깨져라.”


콰아아앙—!


망치가 참나무 대문의 빗장 부분을 강타하는 순간,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이 산채 전체를 뒤흔들었다. 두꺼운 참나무 대문이 형체도 없이 조각나며 안쪽으로 날아갔고, 문 뒤에 서 있던 적사도의 도수 세 명이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부서진 목책의 먼지 장막을 헤치고 무봉이 산채 마당으로 들어섰다. 잔치를 벌이던 수십 명의 도적들이 술잔을 떨어뜨린 채 경악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피와 진흙으로 얼룩진 가죽앞치마를 입고, 거대한 무쇠망치를 든 외팔이 거인의 기세는 마치 지옥에서 걸어 나온 사신과 같았다.


“이, 이 괴물 놈이...! 모두 무기를 들어라! 놈은 왼손잡이 외팔이일 뿐이다!”


도적들이 칼을 뽑아 들고 포위망을 좁히려 하는 찰나, 도적들의 무리 뒤편에서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장벽 같은 신형이 나타났다.


적사도의 핵심 방어 무사이자 정예 도수들의 대장인 ‘강철(강철)’이었다. 그는 온몸에 두꺼운 철갑을 두르고 있었고, 양손에는 성인 남성의 몸뚱이만 한 거대한 강철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움직일 때마다 철갑의 쇳소리가 기괴하게 울렸다.


“방주님과 독수 형님을 뵙기 전에, 이 강철의 방패를 넘어야 할 것이다. 외팔이 대장장이 놈아!”


강철이 거대 강철방패를 지면에 쿵 내리찍으며 소리쳤. 그의 금강신공을 모사한 외공은 웬만한 도검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철벽의 수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무봉은 대답 대신 무쇠망치를 낮게 고쳐 잡았다.


타앗!


무봉의 신형이 빗속을 뚫고 번개처럼 쇄도했다. 그는 망치를 크게 휘둘러 강철의 어깨를 먼저 타격하려 했다. 그러나 강철은 수비의 달인답게 몸을 웅크리며 거대 방패의 각도를 틀어 망치의 궤적을 비껴내려 했다.


키이이잉—!


무쇠망치와 두꺼운 철갑의 미끄러운 표면이 마찰하며 날카로운 금속음이 발생했다. 망치의 파괴력이 정면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측면으로 흘러내렸고, 그 반동 충격이 무봉의 손상된 오른팔 경맥을 강타했다. 전신을 찌르는 듯한 격통에 무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손끝의 악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며 망치 자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강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철방패를 앞으로 밀치며 무봉의 가슴을 받아치려 했다. 무거운 철벽이 시야를 가득 메우며 압박해 들어왔다.


‘조급해하지 마라.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나, 동시에 반드시 결이 존재하는 법.’


무봉은 머릿속으로 전대 대장장이 노철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는 뒤로 반 걸음 물러서며 왼팔의 화덕 가림막 무쇠방패로 강철방패의 밀치기 충격을 받아냈다.


쿠웅!


엄청난 완력이 방패를 통해 전해졌지만, 무봉은 그 반동을 이용해 전신의 힘을 시각과 청각에 집중시켰다. 대장장이로서 쇠의 울림을 듣고 힘의 흐름을 꿰뚫는 초감각, 청철안(聽鐵眼)이 깨어났다.


우우우웅—


무봉의 귀에 강철이 쥐고 있는 거대 강철방패의 미세한 공명 소리가 들려왔다. 방패를 구성하는 철 분자들의 미세한 진동, 그리고 강철이 내력을 방패 중앙 접합부에 집중시킬 때 발생하는 기의 흐름이 그의 머릿속에 한 폭의 역학 지도로 그려졌다.


무봉의 시야에서, 굳건해 보이던 거대 강철방패의 정중앙 접합부에 보이지 않던 미세한 균열이 붉은 선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 붉은 선은 방패 내부의 쇠결이 어긋나 있는 가장 취약한 급소였다.


‘찾았다.’


무봉은 오른발로 지면을 강하게 디디며 단전의 모든 공력을 으스러진 오른팔 경맥으로 밀어 넣었다. 뼛속을 후벼 파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청철안으로 간파한 약점 지점을 정확히 타격하여 명병기를 부러뜨리는 능력, 청철벽력타(聽鐵眼 霹靂打)의 기운이 무쇠망치 머리에 응축되었다.


망치 끝에서 검은 기류가 소용돌이치며 공기가 둔탁하게 찢어지는 파열음이 일었다. 일격필살의 절기, 철혈파쇄(鐵血破碎)였다.


철갑과 철방패를 둘러쓴 강철의 거구 위로 무봉의 무쇠망치가 내리꽂히며, 청철안에 비친 방패 내부의 미세한 균열이 붉은 선으로 번쩍이는 순간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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