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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들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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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철두도의 파편들이 차가운 빗줄기 속으로 사방으로 흩날리는 찰나, 육무봉의 묵직한 무쇠망치가 적사도 방주 흑호의 손목을 향해 거침없이 내리꽂혔다.


쿠득! 쩍!


가죽 장갑을 뚫고 전해지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흑호의 굵은 손목 뼈가 걸레짝처럼 으스러졌다. 이류 무인의 정순한 내력으로도 만년한철의 냉기가 서린 무쇠망치의 파괴력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대도가 부러진 충격과 손목이 박살 난 격통에 흑호가 비명을 지르며 진흙바닥으로 처박혔다.


그 순간, 무봉의 사각지대인 등 뒤에서 살기가 뿜어졌다. 부두목 독눈이였다. 그는 한쪽 눈을 섬뜩하게 빛내며 소매 속에서 독이 묻은 뼈칼을 꺼내 무봉의 옆구리를 찔러 왔다.


무봉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그의 왼발이 빗물로 흥건한 대장간 마당을 강하게 내디뎠다.


쿠우웅!


무예 초식인 벽력진각(霹靂震脚)의 충격파가 지면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쩍 갈라진 진흙바닥이 출렁이며 독눈이의 신형을 뒤흔들었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독눈이의 가슴을 향해, 무봉은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무쇠망치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퍽!


독눈이의 가슴뼈가 통째로 함몰되며 그의 왜소한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잿더미가 된 화덕 옆으로 처참하게 굴러떨어졌다. 독눈이는 단 한 마디의 신음도 내뱉지 못한 채 즉사했다.


“너... 너는 대체...!”


손목을 움켜쥔 채 진흙 속을 기던 흑호가 공포에 질려 더듬거렸다. 평범한 외팔이 대장장이인 줄 알았던 사내가 보여준 무공은, 과거 강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무영각의 격살술 그 자체였다. 무봉은 대답 대신 묵묵히 다가가 망치를 내리쳤다. 흑호의 해골이 박살 나며 마당의 붉은 핏물이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무봉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제련 직후 무리하게 공력을 운행한 탓에, 끊어진 경맥에서 찌르는 듯한 격통이 밀려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쉴 틈이 없었다. 죽은 독눈이의 품을 수색하던 무봉의 손에 붉은 인장이 찍힌 밀서가 걸려들었다. 철혈지부장 조열이 보낸 우각촌 토사구팽의 증거였다. 무봉은 밀서를 품속 왼쪽 가슴, 칠복이의 미완성 편자와 설아의 나무 빗 바로 옆에 밀어 넣었다.


그때였다.


우우우우—


대장간 뒷산, 안개 낀 어둠 속에서 낮게 깔리는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단순한 늑대나 들개의 소리가 아니었다. 피비린내를 맡고 흥분한, 고도로 훈련된 사냥개들의 숨소리였다.


‘무영각 풍영조(풍영조)의 놈들이다.’


무봉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혈지부의 정찰대장 사공이 이끄는 추격조가 벌써 우각촌의 타는 냄새를 맡고 좁혀오고 있었다. 이대로 대장간에 머물다가는 방울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무봉은 서둘러 무너진 돌담 구석으로 향했다. 늙은 당나귀 삼순이의 목을 안고 덜덜 떨고 있는 방울이의 작은 몸이 보였다. 무봉은 방울이의 목에 걸린 은방울을 가죽 끈으로 감싸 쥐어 소리가 나지 않게 차단했다. 그리고 아이를 안아 올려 삼순이의 낡은 안장에 단단히 고정시켰.


“방울아, 가만히 있거라. 아저씨가 곧 갈 테니 절대 소리를 내선 안 된다.”


방울이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무봉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봉은 삼순이의 고삐를 대장간 깊은 그늘에 묶어둔 뒤, 혼자서 폭우가 쏟아지는 우각촌 외곽 밀밭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밀밭은 무릎 높이까지 자란 누런 밀 이삭들이 빗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져 있었다. 무봉은 전신의 기혈을 닫고 생명 활동을 한계까지 낮추는 귀은식(歸隱息)을 실행했다. 심장 박동은 열 번의 숨에 한 번 꼴로 느려졌고, 체온은 주변의 차가운 빗물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발소리와 호흡을 떨어지는 빗소리의 주파수에 일치시키는 빗소리 청각 동화 능력을 전개했다. 스스스슥. 밀 이삭을 헤치며 나아가는 그의 신형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의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완벽한 살기동화술이었다.


저 멀리 밀밭 입구에서 횃불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야행의를 입은 풍영조 살수들과, 그들의 손에 묶인 세 마리의 거대한 추적견들이 컹컹 짖으며 밀밭을 헤집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가죽 모자를 깊게 눌러쓴 정찰대장 사공이 사나운 안광을 빛내며 서 있었다.


“대장간의 불꽃은 꺼졌으나 탄 냄새가 아직 선명하다! 외팔이 놈이 장님 가시나를 데리고 멀리 가지 못했을 터, 샅샅이 뒤져라!”


사공의 채찍 소리와 함께 사냥개들이 코를 지면에 들이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무봉의 피 냄새와 대장간의 철 냄새를 쫓는 것이었다.


무봉은 밀밭 굴곡진 웅덩이 속에 몸을 웅크렸다. 그는 품속에서 대장간의 젖은 흙먼지와 숯가루를 꺼내 자신의 경화 가죽 가죽앞치마와 옷자락에 비벼 발랐다. 강한 탄내와 젖은 흙냄새가 사냥개들의 후각을 일시적으로 교란시켰다. 사냥개들이 방향을 잃고 컹컹거리며 제자리를 돌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무봉은 숲 그늘 사이로 기어올라 은사올가미를 설치하려 했다. 그러나 거센 폭우로 인해 가죽 끈이 물을 머금어 장력이 흐트러졌다. 팽팽하게 고정되지 않은 철사는 적의 목을 낚아채기 전에 소리를 낼 터였다. 무봉은 지체 없이 올가미를 버리고 직접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안개와 빗줄기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었다.


풍영조 살수 한 명이 사냥개 한 마리를 이끌고 무봉이 숨은 웅덩이 근처로 다가왔다. 사냥개가 미세한 위화감을 느끼고 으르렁거리는 찰나, 무봉의 신형이 빗속에서 유령처럼 솟구쳤다.


그의 왼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가 사냥개의 주둥이를 움켜쥐었다.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음과 동시에, 무봉의 강력한 완력이 짐승의 목뼈를 비틀었다.


드득!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소리가 쏟아지는 빗소리에 완벽하게 묻혔다. 사냥개가 힘없이 쓰러지자, 옆에 있던 살수가 이상을 감지하고 품속에서 신호탄을 꺼내려 했다.


무봉의 오른손이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꽂혀 있던 길고 날카로운 대장간 무쇠못 한 자루가 허공을 갈랐다. 탄지신통의 요결이 실린 무쇠못은 바람 소리조차 내지 않고 날아가 살수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퍽!


살수는 비명 한 자락 지르지 못한 채, 이마에 쇠못이 깊숙이 박힌 상태로 진흙 구덩이 속으로 스러졌다.


무봉은 다시 기척을 지우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사공은 부하들의 기척이 하나씩 끊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빗줄기 너머로 비치는 살수들의 시신과 미간에 박힌 투박한 무쇠못을 본 사공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이 무음의 격살... 기척을 완벽히 지우는 신법과 기괴한 암기 운용. 설마... 무영각의 전설적인 도살자(도살자)인가?’


사공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죽은 줄 알았던 조직의 옛 최강자가 우각촌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나 사공 역시 일류의 초입에 들어선 베테랑 정찰대장이었다. 그는 공포를 억누르며 즉시 철궁을 치켜세웠.


사공은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려 빗줄기가 미세하게 굴절되는 방향을 포착했다.


“거기냐!”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사공의 손끝에서 발사된 날카로운 철화살 세 발이 빗줄기를 사정없이 가르며 폭풍처럼 날아갔다.


빗속에서 두 번째 사냥개의 목을 꺾은 무봉의 등 뒤로, 사공이 쏜 날카로운 철화살이 빗줄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찰나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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