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Prairie

진안부의 풋내기 자객들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진안부 외곽 빈민가의 밤은 썩은 시체처럼 고요하고 축축했다. 웅장한 성벽 안쪽의 화려한 등불들은 이곳까지 닿지 못했다. 오직 깨진 기와 틈새로 스며드는 차가운 밤바람과,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악취만이 진안부 폐가의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육무봉은 폐가 방 안의 낡은 짚더미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거구는 어둠 속에서 거대한 바위처럼 굳건해 보였으나, 그의 내면은 만신창이였다. 오른팔의 끊어진 경맥은 가느다란 바늘 수천 개로 찌르는 듯 욱신거렸고, 전신은 납을 부어 넣은 것처럼 무거웠다. 황무지 토굴에서 방울이의 급작스러운 골식독 발작을 막기 위해 가동했던 금침제통(禁針制痛)의 대가는 가혹했다. 뇌의 감각을 강제로 마비시켰던 후유증으로 인해 전신의 신경이 무디고 느려져 있었다. 평소라면 백 보 밖의 숨소리도 잡아내던 살기감응조차 지금은 짙은 안개에 가친 듯 불투명했다.


무봉은 왼손을 슬그머니 품속으로 밀어 넣었다. 가죽 저고리 안쪽, 왼쪽 가슴팍에 닿는 대추나무 빗과 칠복이의 미완성 편자의 감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내 설아가 남긴 피 묻은 나무 빗의 촉감과, 대장간에서 자신을 형처럼 따르다 숨진 조수의 유작이 무뎌진 그의 손끝을 타고 뇌리로 스며들었다. 차가운 쇳조각과 대추나무의 촉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 지독한 죄책감과 부채감이 폭주하려는 그의 살성을 억누르고, 방울이 앞에서의 이성을 강제로 붙잡아주는 유일한 닻이었다.


짚더미 한구석에서 낡은 담요를 덮고 잠든 방울이가 미세하게 몸을 뒤척였다.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가늘고 하얀 목덜미에 걸린 작은 은방울이 딸랑, 딸랑하며 가냘픈 울림을 남겼. 그 청아한 소리가 방 안의 무거운 정적을 미세하게 깨뜨렸다. 무봉은 어둠 속에서도 초점을 잃은 방울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이의 손톱 끝은 여전히 푸르스름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시한부 보름. 조열을 죽이고 무영각의 해독 약경을 빼앗기 전까지 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은 지독할 정도로 짧았다.


스스슥.


그때, 허물어진 폐가 담벼락 너머에서 미세한 흙먼지가 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적인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발끝에 무게를 싣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인간의 발소리였다.


무봉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금침제통의 여파로 감각이 무뎌져 평소보다 세 걸음이나 늦게 적의 접근을 인지한 것이었다. 그의 살기감응이 뒤늦게 요동쳤다. 폐가 주변의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 그리고 무너진 기와지붕의 그림자 속에서 서너 명의 인간들이 내뿜는 악의적인 기척이 잡혔다.


‘배태랑의 사냥개들이 벌써 꼬였군.’


무봉은 성문 검문소에서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가죽 자루를 만져보던 포교 배태랑의 의심 어린 얼굴을 떠올렸다. 그 부패한 관료 놈이 뇌물을 받아 챙기고도, 무거운 무쇠망치 자루의 무게를 잊지 못하고 지하 조직인 진안부 흑호방(黑虎防)의 왈짜들을 푼 것이 분명했다. 개똥이가 경고했던 흑호방의 삼류 폭력배들이 벌써 돈 냄새를 맡고 이 외진 폐가까지 침투한 것이다.


딸랑.


방울이가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다시 한번 미세하게 은방울 소리를 냈다. 그 맑은 소리가 열린 창문 틈새로 새어 나가 마당으로 흘러갔다.


"어이, 들었냐? 안에서 방울 소리가 난다."


"확실하군. 배태랑 포교님이 말한 그 외팔이 불구자 놈과 장님 계집년이 여기 숨어 있는 게 맞아."


담벼락 밑에서 낮게 속삭이는 추잡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사냥감을 발견한 삼류 무뢰한 특유의 탐욕과 잔혹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무봉은 묵묵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방울이가 깨어날까 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짚더미 옆에 놓아둔 특수 무쇠망치의 거대한 자루를 왼손으로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 잠든 아이의 귀를 낡은 천으로 조심스럽게 덮어주고, 눈가에 얇은 붕대를 덧대어 시야를 완벽히 가렸다. 아이에게 이 추악하고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을 보여주지도, 들려주지도 않겠다는 아내 설아와의 마지막 불살의 약조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무봉은 방 문을 열고 나가, 낡은 목조 문바깥의 두꺼운 나무 빗장을 소리 없이 걸어 잠갔다. 이제 방 안의 방울이는 바깥의 상황을 볼 수도, 쉽게 나올 수도 없었다. 오직 자신만이 이 마당에서 다가오는 어둠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삐걱.


무봉이 마당으로 내려서는 순간, 낡은 대문 틈새로 세 명의 사내들이 쇠몽둥이와 단도를 든 채 무단으로 난입했다. 그들은 검은 두건을 대충 눌러쓰고 험악한 인상을 쓴 진안부 흑호방의 삼류 폭력배들이었다. 그들은 마당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무봉의 거대한 풍채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얼굴의 깊은 칼흉터를 보고 주춤하며 걸음을 멈췄다.


"이, 이 덩치는 뭐냐? 단순한 대장장이라더니..."


왈짜 하나가 침을 삼키며 쇠몽둥이를 고쳐 쥐었다. 하지만 이내 무봉의 잘려 나간 오른팔 소매와, 무기 없이 왼손으로 낡은 망치 자루만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외팔이 불구자 놈이 덩치만 믿고 기세를 잡는구나. 이봐, 벙어리 대장장이 형씨. 성문에서 배태랑 포교님한테 찔러준 은자 주머니가 제법 두둑했다면서? 가진 돈을 전부 내놓으면 그 장님 계집년과 네놈의 목숨만은 살려주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왈짜가 단도를 흔들며 위협했다. 그들의 살기는 조잡했고, 초식은 다듬어지지 않은 전형적인 삼류(三流)의 수준이었다. 평소의 무봉이라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단 한 합 만에 목뼈를 꺾어버렸을 자들이었다.


하지만 무봉은 망치를 휘두르지 않았다. 이 더러운 빈민가 한복판에서 살생을 저지르면, 피 냄새를 맡은 관군과 무영각의 추적망이 방울이의 숨통을 더욱 빠르게 조여올 터였다. 무엇보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불살의 끈을 완전히 놓고 싶지 않았다.


무봉은 왼손에 쥔 망치 자루를 천천히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묵묵히 왈짜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중압감이 마당의 밤안개를 갈라놓았다.


"이 벙어리 놈이 미쳤나! 죽고 싶어 발악을 하는구나!"


왼쪽에 서 있던 왈짜가 참지 못하고 기합을 지르며 돌진했다. 그의 손에 들린 묵직한 쇠몽둥이가 무봉의 머리를 향해 사선으로 매섭게 날아들었다. 전형적인 삼류의 큰 동작이었다.


스윽.


무봉은 신형을 가볍게 비틀었다. 금침제통의 반동으로 몸이 미세하게 둔해져 쇠몽둥이의 끝자락이 그의 가죽 앞치마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평소보다 반 박자 늦은 회피였지만, 실전에서 단련된 그의 신체 본능은 정확했다.


무봉은 쇠몽둥이가 허공을 가르는 찰나, 왼손을 뱀처럼 뻗어 공격해 온 왈짜의 손목을 낚아챘다. 쇠를 두드리며 단련된 대장장이의 악력은 무시무시했다. 왈짜의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쇠몽둥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 윽...!"


왈짜가 비명을 지르려 입을 벌리는 순간, 무봉은 그의 입을 왼손바닥으로 강하게 틀어막아 비명을 원천 차단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쪽 팔꿈치를 잡고 반대 방향으로 가볍게 비틀었다.


우드득!


뼈가 어긋나고 관절의 인대가 완벽하게 파열되는 둔탁한 파열음이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무봉 고유의 격술이자 살생 없이 적의 전투력을 완벽히 거세하는 사지절단술(四肢切斷)이었다. 관절이 꺾인 왈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통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으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동료가 단 한 순간에 무력화되는 모습을 본 나머지 두 명의 왈짜들이 경악했다. 그들은 더 이상 무봉을 만만한 불구자로 보지 않았다. 두 사내가 동시에 기합을 지르며 협공을 감행했다. 한 명은 무봉의 하체를 향해 쇠몽둥이를 휘둘렀고, 우두머리는 단도를 쥐고 무봉의 옆구리를 찔러 들어왔.


무봉은 대지를 딛는 왼발에 내력을 실어 미세한 진각을 밟았다. 둔탁한 진동이 흙바닥을 타고 전해지며 쇠몽둥이를 휘두르던 왈짜의 중심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찰나의 틈을 타, 무봉은 상체를 숙이며 우두머리의 단도 찌르기를 흘려냈다.


스으윽.


단도가 무봉의 가죽 앞치마를 베고 지나가며 거친 마찰음이 났다. 감각이 무뎌진 탓에 옷자락을 허용했으나, 무봉의 격투 초식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단도를 쥔 우두머리의 손목을 어깨로 밀쳐내며, 오른발로 그의 무릎관절을 정확히 걷어찼다.


콰직!


무릎뼈가 완전히 함몰되며 우두머리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어긋난 다리뼈를 붙잡고 신음하는 그의 입을 무봉의 발끝이 가볍게 걷어차 기절시켰다.


그때, 쇠몽둥이를 들고 흔들리던 마지막 왈짜가 공포에 질려 방울이가 숨어 있는 방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인질을 잡아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창문의 낡은 나무 창살을 깨부수려 쇠몽둥이를 치켜들었다.


무봉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핏빛 살기로 번뜩였다.


그의 봉인된 도살자의 살성이 일시적으로 폭발했다. 무봉은 품속 가죽 주머니에서 정련된 대장간 무쇠못 한 자루를 왼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내력을 실어 탄지신통의 요결로 강하게 튕겨냈다.


슈우욱—!


바람을 찢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무쇠못이 어둠을 뚫고 날아갔다.


퍽!


"아아아악!"


창살을 깨려던 왈짜의 비명이 마당을 찢었다. 무봉이 던진 날카로운 무쇠못이 그의 오른손바닥 중앙을 정확히 관통하여, 낡은 나무 창틀 깊숙이 박혀버린 것이었다. 손바닥이 창틀에 고정된 채 왈짜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렸다. 못 끝에 실린 미세한 천강 내력이 그의 손목 경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더 이상의 움직임을 불허했다.


마당은 다시 고요해졌다. 단 세 합 만에 흑호방의 삼류 왈짜들은 사지가 부러지고 찢긴 채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무봉은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는 칼을 쥐거나 자신들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관절을 완벽하게 해체해 놓았다.


무봉은 바닥에 기어 다니며 벌벌 떠는 왈짜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사내들의 머리 위를 어둡게 덮었다. 무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단지 허리춤의 부러진 파쇄도를 슬그머니 보여주며 골목길 밖을 가리켰.


"히, 히익...! 살려주십시오! 당장 가겠습니다!"


손바닥에 못이 박힌 왈짜가 왼손으로 못을 억지로 뽑아내며 피를 흘렸다. 그들은 어긋난 다리와 부러진 팔꿈치를 움켜쥔 채, 비참하게 바닥을 기며 폐가 대문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흘린 붉은 핏자국이 밤안개 낀 슬럼가의 진흙바닥에 어지러운 선을 그렸다.


무봉은 묵묵히 그들의 뒤태를 응시했다. 은신처의 위치가 노출되었으니, 이 진안부 폐가에서도 더 이상 장기 체류는 불가능했다. 서둘러 개똥이를 통해 조열의 비밀 금고 위치를 알아내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철벅, 철벅.


부러진 뼈를 안고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 너머로 도망치는 흑호방 왈짜들의 비참한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무봉이 망치 자루를 고쳐 쥐고 방울이가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스으으으—


폐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축축한 밤안개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이 아니었다.


무봉의 등 뒤, 허물어진 기와지붕의 짙은 그림자 너머에서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극도로 차갑고 서늘한 살기(殺氣)가 소리 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방금 전 상대했던 삼류 무뢰한들의 조잡한 살의와는 차원이 다른, 오직 수많은 인간을 도살해 온 일류(一流) 이상의 절정 자객만이 뿜어낼 수 있는 정순하고 차가운 죽음의 기운이었다.


무봉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무뎌진 피부에 소름이 돋아났다.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눈동자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