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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고리와 첫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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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을 찢는 것은 차가운 쇳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살점을 파고드는 절망 그 자체였다.


“억누르거라. 비명을 지르는 순간 성대 근육이 완전히 파열되어 평생 벙어리로 살아야 할 것이다.”


사공백의 비밀 침전, 촛불조차 켜지 않은 어둠 속에서 늙은 약사 제갈경의 목소리가 유령처럼 낮게 깔렸다. 그의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고소어의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찌릿한 마비 기운이 목 주변의 혈도를 따라 퍼져나갔지만, 목구멍 안쪽을 관통하는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제갈경의 손에는 기괴하게 생긴 청동 고리가 들려 있었다. 만화자가 일생의 역작이라 자부하며 설계했다는 청동 후두 장치였다. 목의 성대 부근에 밀착시켜 인위적으로 성대의 진동을 왜곡하는 정교한 기문보구.


“끄으윽…… 윽!”


고소어는 바닥을 짚은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 차가운 청동 고리가 목구멍 안쪽의 살점을 짓누르며 고정되는 순간, 목구멍을 타고 뜨거운 핏물이 역류했다.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찰나, 제갈경이 고소어의 턱을 강제로 벌리고 무당파의 비약인 감로유를 서너 방울 떨어뜨렸다.


싸늘하면서도 달콤한 기름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자, 타들어 가던 성대의 통증이 기적처럼 가라앉았다. 고소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은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어냈다.


“이…… 이 미친 노인네가 진짜 사람을 죽이려고……”


“목소리를 내보거라.”


제갈경은 고소어의 불평을 가볍게 무시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 고소어는 침을 한번 삼키고 목에 힘을 주었다. 청동 고리가 목의 근육과 맞물리며 미세하게 진동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 아아……”


성대에서 울려 퍼진 소리는 고소어 자신의 얇고 가벼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쇠와 쇠가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거칠고 웅장한 저음, 수십 년간 정파 무림의 정점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진짜 무림맹주 사공백의 바로 그 목소리였다. 고소어 스스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완벽한 천면송 변성술의 극의였다.


“독…… 독고용.”


고소어가 사공백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제갈경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늙은 의원은 잠시 사공백의 생전 모습을 떠올린 듯 슬픈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고소어의 어깨를 두드렸다.


“완벽하군. 하지만 방심하지 말거라. 감로유의 약효는 기껏해야 반나절이다. 목소리를 낼 때마다 성대에 극심한 마찰이 가해지니,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침묵으로 위엄을 가장해야 한다. 맹주의 목소리는 그 무게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법이니까.”


제갈경은 자개 침통을 챙겨 들며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문을 나서기 전, 그는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나 역시 대장로 독고용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무림맹이 사분오열되어 피바람이 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기에 너를 돕는 것이다. 살아남거라, 저잣거리의 쥐새끼여. 네놈이 살아야 천하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


늙은 의원이 사라진 침전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고소어는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휠체어 위로 기어 올라갔다. 다리가 멀쩡히 움직임에도 하반신 마비를 가장하기 위해 두꺼운 비단 무릎 담요를 다리 위에 덮어야 했다. 이 담요 밑은 앞으로 온갖 사기 도구와 화약통을 숨길 자신만의 비밀 창고가 될 터였다.


남은 시간은 단 세 시간.


고소어는 독고용이 던져준 사공백 행동 수칙 일기를 펼쳐 들었다. 초가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들리는 어두운 방 안에서, 그는 일기장에 적힌 글자들을 머릿속에 통째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사공백은 차를 마시기 전 잔을 항상 세 번 흔든다. 긴장할 때면 오른손 약지를 미세하게 떠는 버릇이 있다. 화산파의 장주를 대할 때는 눈길을 주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며, 소림사의 승려들을 대할 때는 가볍게 합장을 하되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가 곧 자신의 목숨줄이었다. 저잣거리에서 왈패들의 눈치를 보며 다져진 오감과 인간 모사 능력이 극한으로 발휘되었다. 고소어는 휠체어 바퀴를 미세하게 굴리는 윤의선회보를 연습하며, 상체의 흔들림을 완벽히 억제하는 고수의 품위를 몸에 각인시켰다.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도망칠 퇴로를 구상했지만, 낙양 슬럼가에 인질로 잡혀 있을 눈먼 노모 고씨 부인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분노와 책임감이 그를 붙잡았다.


‘살아야 한다. 완벽하게 속여넘기고, 기회를 봐서 어머니를 빼돌려 이곳을 탈출하겠어.’


창밖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이 창살 사이로 스며들었다. 삼엄한 무림맹주부의 침전 외부에서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똑, 똑.


조심스럽지만 뼈가 서린 노크 소리가 침전의 문을 두드렸다.


“맹주님, 조찬을 들고 입실하겠습니다.”


사공백의 일상적인 습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평생 시중을 들었던 개인 시녀, 춘향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꼼꼼하고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여인이자, 사공백의 아주 미세한 변화조차 단번에 포착해 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최초의 감시자였다.


고소어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심연부동 안면제어를 가동하며 얼굴의 모든 근육을 차갑게 굳혔다. 넓은 비단 소매 속에 떨리는 두 손을 감추고, 휠체어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들어오너라.”


목구멍 안쪽의 청동 고리가 미세하게 공명하며, 침전 내부를 장엄하게 울리는 사공백의 거친 저음이 흘러나왔.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목소리였다.


문이 열리고 분홍색 시녀 복식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춘향이 은반을 들고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매서운 눈빛이 고소어의 전신을 훑어내렸다. 고소어는 호흡의 템포를 극도로 낮추며, 일기장에 적힌 대로 사공백 특유의 깊고 무거운 호흡을 연출하려 애썼.


하지만 춘향은 방 안을 감도는 미세한 분위기의 차이를 감지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고소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맹주님, 오늘따라 침전의 호흡 소리가 평소보다 얕으십니다. 혹 한빙독의 기운이 다시 경맥을 침범한 것입니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소어는 청동 장치의 마찰 통증을 참아내며, 목소리를 한층 더 거칠게 가다듬었다.


“……환절기의 찬 바람이 성대를 조금 건드렸을 뿐이다. 호들갑 떨지 말거라.”


춘향은 대답 대신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은반 위에 놓인 따뜻한 차 잔을 고소어의 앞 탁자에 내려놓았다. 평소 사공백이 아침마다 마시던 한란차(寒蘭茶)였다.


딸깍.


찻잔이 탁자에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침전의 정적을 깨뜨렸다. 춘향은 물러서지 않고 고소어의 바로 옆에 서서 그의 손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차가 식기 전에 드시지요, 맹주님.”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고소어의 오른손이었다. 사공백은 수십 년간 매화검을 쥐며 검가락 마디마다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지만, 고소어의 손가락은 남의 주머니를 털던 부드럽고 왜소한 소매치기의 손이었다.


고소어가 차 잔을 쥐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춘향의 두 눈이 매섭게 빛나며 그의 손가락 끝 미세한 움직임을 집요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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