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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의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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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예비종이 울리기 직전의 교실은 흡사 폭발을 앞둔 화약고 같았다.


방금 전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폭로된 ‘한소희 합성 사진 조작 보고서’의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교실 중앙에서 스마트폰 액정을 쥔 채 사르르 떨고 있는 일진 대장 강서윤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가시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공들여 쌓아 올린 ‘권력의 가면’이 단 한 장의 포렌식 보고서와 조작 불가능한 기기 시리얼 번호라는 과학적 팩트 앞에 처참하게 찢겨 나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선은 더 이상 한소희를 향한 비열한 조롱이 아니었다. 강서윤과 그녀의 측근인 서유리를 향한 차가운 경멸, 그리고 보이지 않는 대나무숲 어드민에 대한 경외감이 교실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임채원은 교실 맨 뒷줄 구석 자리에서 턱을 괸 채 존재감을 지우고 있었다. 긴 앞머리 아래로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만이 교실의 미세한 공기 흐름을 프로파일링하고 있었다. 채원의 시선이 강서윤의 독기 어린 눈동자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강서윤의 시선이 멈춘 곳은 교실 문앞, 잔뜩 움츠러든 어깨로 가방끈을 터질 듯 쥐고 있는 김현우였다.


‘잡았다.’


채원은 직감했다. 강서윤 일당은 자신들의 단톡방 캡처본과 조작 사진의 원본 소스가 유출된 원인이 내부 스파이의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심의 화살은 평소 자신들의 온갖 궂은 심부름을 도맡아 하며 단톡방 주변을 맴돌던 ‘빵셔틀’ 김현우에게로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5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지만, 교실 안의 팽팽한 텐션은 가라앉지 않았다. 수업 시간 내내 일진 행동대장 배정태는 책상 밑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현우의 뒤통수를 뚫어질 듯 노려보았다. 현우의 하얗게 질린 목덜미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채원의 눈에 선명히 포착되었다. 현우는 지금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있었다.


‘배정태의 성향상, 수업이 끝나자마자 행동을 개시할 거야.’


채원은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배정태는 지능적인 수싸움보다 물리적인 폭력과 강압적인 수색을 선호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분명 현우를 교사들의 눈과 CCTV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로 끌고 가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고 가방을 뒤지려 할 것이다. 현우의 체육복 자켓 안감에는 어제 채원이 건네준 ‘초소형 고음질 보이스 레코더’가 숨겨져 있었다. 만약 그 볼펜형 녹음기가 발각되는 순간, 현우의 신체적 안전은 물론 대나무숲의 오프라인 정보망 자체가 통째로 날아갈 판이었다.


채원은 서랍 속에서 마스터 스마트폰을 아주 미세하게 꺼내 화면을 켰다. 배터리는 여전히 10% 남짓한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지금은 전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머릿속에 저장된 ‘교실 내 CCTV 사각지대 타임테이블’을 가동했다.


‘5교시가 끝나는 시간은 14시 10분. 학년 주임이자 담임 교사는 보통 이 시간에 교무실에서 나와 체육관 옆 통로를 거쳐 본관으로 이동하지. 그렇다면…….’


채원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빠르게 미끄러졌다. 그녀는 도서부 후배이자 교내 가십의 마스터인 정다은에게 보안 메신저로 짧은 지령을 전송했다.


[채원]: 다은아, 지금 매점 앞 벤치 주변에 대기해. 5교시 종이 울리는 순간, 매점 매대 앞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동을 일으켜야 해. 담임 선생님의 시선을 체육관 뒤편 통로로 유도할 수 있을 만큼 크게.


몇 초 뒤, 다은이로부터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


[다은]: 헉, 선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연기력 완전 끝내주는 거 아시죠? 맡겨만 주세요!


채원은 숨을 깊게 쉬며 마스터 폰의 전원을 끄고 가방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타이밍 싸움이었다.


따르릉—!


마침내 5교시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졌다. 교사가 교실 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배정태가 거구의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마치 먹잇감을 낚아채는 맹수처럼 순식간에 김현우의 자리로 걸어가 그의 움츠러든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야, 현우야. 매점 빵셔틀 좀 하자. 따라와.”


배정태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교실 안의 아이들은 그 서늘한 기운에 압도되어 일제히 시선을 피하며 방관자의 태도를 취했다. 현우는 반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배정태와 그의 무리에게 이끌려 교실 밖으로 끌려 나갔.


채원은 그들의 뒤를 밟지 않았다. 대신 반대편 창문으로 다가가 운동장과 체육관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내려다보았다. 배정태 일당은 현우의 목덜미를 거칠게 쥔 채, 예상대로 CCTV의 회전 반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체육관 뒤편 사각지대’의 녹슨 철문 앞으로 현우를 밀쳐 넣었다.


“네놈이지?”


철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배정태가 현우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우리 단톡방 캡처본 대나무숲에 바친 새끼가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맨날 옆에서 알랑방귀 끼면서 심부름하던 새끼가 딴마음을 품어?”


“저, 저 진짜 아니에요, 태형 선배……! 전 아무것도 몰라요!”


현우가 울부짖으며 손을 내저었지만, 배정태의 눈에는 광기 어린 의심이 가득했다. 배정태는 현우의 어깨에서 가방을 강제로 빼앗아 시멘트 바닥에 내팽개쳤다. 드르륵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가방 지퍼가 찢어지듯 열렸고, 필통과 교과서들이 먼지 구덩이 속으로 쏟아져 내렸다.


“폰 내놔. 단톡방 캐시 파일이랑 대나무숲 접속 흔적 나오기만 해봐. 오늘 여기서 진짜 뼈 한 대 부러지는 줄 알아.”


배정태가 현우의 바지 주머니를 거칠게 뒤져 스마트폰을 빼앗아 들었다. 하지만 현우는 이미 채원이 지시한 대로 비밀번호 잠금 패턴을 여러 번 고의로 틀려 기기를 ‘15분간 일시 잠금’ 상태로 만들어 놓은 뒤였다. 화면에는 [비밀번호를 너무 많이 틀렸습니다]라는 차가운 문구만 떠 있었다.


“이 새끼가 머리를 쓰네?”


배정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폰을 바닥에 던져두고, 현우의 체육복 자켓을 찢어발기듯 움켜쥐었다. 그의 투박한 손가락이 현우의 자켓 안감, 바로 초소형 고음질 보이스 레코더가 숨겨진 바느질선 근처를 더듬기 시작했다. 현우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로 흔들렸다.


바로 그 순간.


와장창—! 콰당탕—!


체육관 뒤편 사각지대와 불과 10미터 떨어진 명율고 매점 앞 벤치 구역에서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이 폭발했다. 컵라면 수십 상자와 과자 박스들이 바닥으로 한꺼번에 무너지며 쇠파이프 매대가 쓰러지는 거대한 아날로그적 굉음이었다.


“아이고! 내 라면! 어떤 년이 이걸 다 무너뜨렸어!”


매점 아주머니 장미숙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정다은의 과장되고 발랄한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앗! 죄송해요, 아주머니! 제가 발이 꼬여서 그만……! 어떡해, 이거 제가 다 치울게요! 으앙!”


마침 체육관 옆 통로를 지나 교무실로 향하던 담임 교사가 그 요란한 소동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교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음이 발생한 매점 방향으로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매점으로 향하던 교사의 시선에, 자연스럽게 체육관 뒤편 그늘진 사각지대에서 김현우의 자켓을 쥐고 흔들던 배정태 무리의 실루엣이 정확히 걸려들었다.


“거기 누구야! 배정태! 너 또 선도부실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거기서 뭐 하는 거야!”


교사의 웅장한 호통 소리가 체육관 벽을 타고 거칠게 울려 퍼졌다.


배정태의 손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이미 흡연과 폭력 혐의로 선도위원회 요주의 인물로 찍힌 그에게, 담임 교사에게 직접 현장을 적발당하는 것은 퇴학이라는 최악의 외통수를 의미했다. 배정태는 이를 갈며 현우의 자켓을 거칠게 놓아주었다.


“……쳇, 재수 없게.”


배정태는 바닥에 떨어진 현우의 스마트폰을 발로 툭 차며 침을 뱉었다.


“야, 장난친 거 아시죠, 쌤? 그냥 친해지려고 대화 좀 나눈 겁니다.”


배정태와 그의 일진 무리는 비열한 조소를 지으며 교사의 시선이 닿지 않는 본관 계단 방향으로 빠르게 도망쳐 사라졌다.


현우는 떨리는 다리로 겨우 중심을 잡으며 주저앉았다. 그는 쏟아진 교과서들을 가방에 대충 구겨 넣은 뒤, 주머니에서 채원이 미리 챙겨주었던 ‘매점 영수증’과 단팥빵 한 봉지를 꺼내 교사에게 보여주었다.


“선생님, 저 배정태 선배 심부름으로 매점 가던 길이었습니다. 정말 장난친 거 맞아요…….”


교사는 한숨을 내쉬며 현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너도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교무실로 와라. 어서 교실로 들어가.”


현우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했다.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오직 하나, 자신을 구원해 준 대나무숲 어드민의 완벽한 타이밍 설계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


방과 후, 낡은 도서실 지하 서고의 정적 속.


퀴퀴한 먼지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가득한 어둠 속에서, 채원은 조용히 서가 사이를 걷고 있었다. 사락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서고 안쪽 보일러 배관 뒤편에서 김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으로 상기되어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이전의 유약한 빵셔틀의 그것이 아니었다.


현우는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핀 뒤, 자신의 체육복 자켓 안감 깊숙한 곳에 튼튼한 실로 꿰매어 숨겨두었던 볼펜형 녹음기(초소형 고음질 보이스 레코더)를 조심스럽게 가위로 뜯어내었다.


그는 땀에 젖은 손으로 그 은빛 볼펜을 채원에게 건네며, 입가에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선배…… 배정태가 단톡방 유출 배후를 찾으려고 학생회장 윤세아랑 통화한 내용이 여기 다 녹음됐어요. 놈들이 다음 계획을 꾸미는 목소리도요.”


채원은 말없이 볼펜형 녹음기를 받아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흐르는 순간, 묵직한 전율과 함께 새로운 추리의 단서가 그녀의 머릿속에 푸른빛 격자망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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