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의 발톱과 가신의 의리
덜컹거리는 문틈 사이로, 밤안개와 섞인 비릿한 쇠 냄새가 초막 안으로 밀려들었다.
방금 전까지 초막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구수한 쇠고기 죽의 온기는 순식간에 산산이 흩어졌다. 장작 타는 소리마저 짓누르는 기분 나쁜 침묵이 대나무 숲을 지배했다. 사마건은 침상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삼칠근의 쌉싸름한 약취가 상처 부위에서 풍겼지만, 그의 온 신경은 이미 초막 밖, 어둠 속에 도사린 살기로 향해 있었다.
즈으으윽, 즈으윽.
거대한 쇳덩어리가 축축한 흙바닥을 질질 끄는 소리. 그것은 백록검파의 비밀 암살 조직, 추풍대의 부대장 목강이 사용하는 대철검의 소리였다. 사마건은 어둠 속에서도 그 기분 나쁜 진동을 왼팔의 마맥으로 생생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경맥이 적의 살기에 반응해 파르르 떨렸다.
“젊은이... 무슨 일인가?”
칠성 할멈이 보이지 않는 눈을 깜빡이며 불안하게 화로 쪽을 더듬었다. 사마건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할머니, 제 등 뒤로 숨으십시오. 그리고 어떤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그가 침상 옆에 놓인 부러진 철검을 쥐고 일어서는 찰나, 검신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날 끝부분에서 아주 작은 철 조각 하나가 툭 떨어져 초막 바닥의 흙먼지 속으로 가라앉았다. 석실을 탈출할 때 가해진 격렬한 충격으로 인해 가문의 자부심이었던 철검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사마건은 검자루를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단전이 파괴된 몸이기에 검을 타고 흐르는 정순한 내공은 없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떤 명검보다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콰아아앙!
초막의 낡은 나무 문이 단 한 번의 발길질에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들이닥친 밤안개 사이로 거구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어깨에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대검을 멘 사내, 목강이었다. 그의 뒤로는 회색 무복을 입은 추풍대의 정예 살수들이 초막의 삼면을 촘촘히 에워싸고 있었다.
“크하하하! 쥐새끼처럼 구석진 초막에 숨어 있었구나, 사마세가의 망령 놈.”
목강이 이빨을 드러내며 가학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와 유황 냄새가 초막 안의 평화로웠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네놈의 행방을 찾아내느라 흑강현의 천한 광부 놈들을 몇이나 거꾸로 매달아 가죽을 벗겼는지 모른다. 그 뼈다귀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네놈이 들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사마혁의 아들놈이 비겁하게 눈먼 노파의 치마폭 뒤에 숨어 목숨을 구걸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그의 비열한 도발에 사마건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천마대종사의 마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장에 박힌 황금빛 혜명침이 붉게 변색되며 경고하듯 진동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눈앞이 붉게 물들려 했다. 사마건은 품속의 남전옥 노리개를 꽉 쥐었다. 어머니의 유품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한기가 삼칠근의 약효와 만나 폭주하려는 마맥의 기운을 간신히 억눌렀다.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눈앞의 적은 잔혹한 고문 기술자이자 일류의 완력을 지닌 목강이다.
“무고한 민초들을 건드렸는가.”
사마건의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깔렸다. 목강은 코방귀를 끼며 대검의 끝을 천천히 슬쩍 돌려 사마건의 뒤편에 숨은 칠성 할멈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무고한 민초? 강호에서 힘없는 개새끼들은 언제든 밟혀 죽는 법이다. 꿇어라, 사마건. 네놈의 그 건방진 무릎을 꿇고 부러진 철검을 내던져라. 그렇지 않으면 이 눈먼 노파의 늙은 목을 먼저 베어 초막 바닥을 피로 물들여 주마.”
목강의 대검 끝에서 흘러나오는 묵직한 반탄강기 장벽의 기운이 초막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사마건은 입술을 깨물었다. 오른팔의 파열된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왼팔의 마맥은 검붉은 안개를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전면전은 자멸이었다. 칠성 할멈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사마건이 분노를 삼키며 왼손 끝의 쇳빛 발톱을 세우고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히히히힝-!
초막 바깥 대나무 숲을 뚫고 거친 말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차 한 자루가 광포하게 돌진해 왔다.
“소주인님! 피하십시오!”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며 마차의 고삐를 쥔 사내, 과거 사마세가의 호위무사였던 곽칠이었다. 곽칠은 사마건의 생존을 확신하고 그의 발이 되어주기 위해 자신의 낡은 마차를 몰아 목강의 수색대원들이 형성하고 있던 포위망 한가운데로 들이받았다.
쿵! 퍼어억!
마차의 거대한 바퀴와 차체가 추풍대 살수들을 덮치며 순식간에 진형이 와해되었다. 뜻밖의 기습에 목강의 시선이 마차 쪽으로 돌아갔다.
“이 하찮은 마부 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목강이 고함을 지르며 거대한 대검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곽칠은 찢어지는 손바닥의 통증을 무시한 채, 마차에 연결되어 있던 검은 쇠사슬을 던져 목강의 거대한 다리를 묶으려 했다. 그러나 목강은 일류 고수의 완력을 지닌 자였다. 그의 대검이 대력벽력참(大力霹靂斬)의 궤적을 그리며 무겁게 내리쳐졌다.
쿠우우웅!
단 한 번의 일격에 곽칠이 던진 쇠사슬이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사슬을 쥐고 있던 곽칠의 손바닥이 갈가리 찢겨 피가 솟구쳤다. 묵직한 검풍의 여파로 곽칠은 마차 위에서 바닥으로 가차 없이 내팽개쳐졌다. 곽칠의 낡은 마차는 단 두 동강으로 갈라져 불타는 초막의 열기 속에서 부서져 내렸다.
“아버지-!”
대나무 숲 우거진 수풀 속에서 숨죽여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열두 살 난 아들, 곽두수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밤공기를 갈랐다. 곽두수는 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울부짖으려 했으나, 곽칠이 쓰러지면서도 아들을 향해 눈짓으로 절대 나오지 말라며 엄히 경고했다.
이 모든 혼란의 찰나를 사마건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신속하게 몸을 돌려 칠성 할멈의 가녀린 어깨를 밀어 초막 뒤편의 험준한 대나무 숲속 우거진 수풀 속으로 안전하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쥔 부러진 철검의 자루를 고쳐 쥐었다.
목강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곽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거대한 대철검이 붉은 불길을 받아 섬뜩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인을 잘못 만나 개처럼 죽는구나, 충직한 호위무사 놈아.”
목강이 대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곽칠의 목을 베어내기 직전의 순간이었다.
그 찰나, 사마건의 왼팔 마맥에서 칠흑 같은 검붉은 연기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심장의 혜명침이 부서질 듯한 고통과 함께 요동쳤지만, 사마건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은 깊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발이 젖은 땅을 박차고 번개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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