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사냥
천장을 뚫고 내려온 살삼의 은빛 도신이 사마건의 정수리를 향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폐광의 무거운 공기를 가르고, 사마건의 시야를 은빛 검기로 가득 채웠다. 단전이 깨진 폐인의 몸이었다면 그 찰나의 일격에 머리가 두 조각 났으리라. 하지만 사마건은 더 이상 무력한 낙오자가 아니었다. 그의 몸 안에는 천마대종사의 광포한 마맥(魔脈)이 요동치고 있었다.
사마건은 오른손에 쥔 부러진 철검을 대각선으로 치켜올렸다. 도가의 정순한 기운이 아닌, 검붉은 마기가 검신을 타고 흐르며 웅웅거리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쾅!
도신과 철검이 격돌하며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사마건의 오른팔을 타고 올라왔다. 백록검파의 사냥개들이 뿜어내는 정순한 도가 내공은 강력했다. 이미 파열되어 피를 흘리던 오른팔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었다. 혈도가 뒤틀려 목구멍까지 피가 솟구쳤으나, 그는 억지로 그것을 삼켜냈다.
"하하하! 겨우 막아냈구나, 사마가 놈! 단전이 깨진 폐인 주제에 쥐새끼처럼 기어 다니더니, 결국 마교의 유해를 더럽히고 괴물 같은 힘을 얻었군!"
검을 맞댄 채 살삼이 비열하게 웃었다. 복면 너머로 번뜩이는 그의 눈빛에는 탐욕이 가득했다. 단전이 깨진 후기지수의 목, 그리고 천마대종사의 유산. 이 두 가지만 무림맹과 백록검파에 바친다면 일평생 누릴 부와 명예가 보장되어 있었다.
살삼의 뒤를 이어 네 명의 추풍대 살수들이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하강했다. 그들의 손에는 횃불과 함께 시퍼런 비수들이 쥐어져 있었다. 횃불의 붉은 불빛이 천마대종사 안식처의 차가운 암벽을 기괴한 그림자로 물들였다.
수적으로 완벽한 열세였다. 오른팔의 부상은 심각했고, 새로 이식받은 마맥은 아직 몸에 완벽히 동화되지 않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정면 대결은 자멸이었다.
'어둠이 내 전장이다.'
사마건의 차가운 눈동자가 횃불의 불빛을 담아냈다. 그는 살삼의 도신을 밀쳐내며 뒤로 크게 도약했다. 그와 동시에 왼손을 뻗었다. 완전히 딱딱하고 차가운 쇳빛으로 물든, 야수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기형적인 왼손이었다.
쉬이익!
사마건은 왼손 끝에 검붉은 마기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마기가 응축된 바람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가 살수들이 들고 있던 횃불을 정확히 타격했다.
펑! 펑!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횃불들이 일시에 꺼졌다. 순식간에 천마대종사의 석실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완벽한 암흑 속에 잠겼다.
"불을 켜라! 어서 횃불을 밝혀!"
"어디로 간 거냐, 사마가 놈!"
살수들이 당황하여 어둠 속에서 소리쳤다. 아무리 훈련받은 일류 살수들이라 해도, 빛이 완전히 차단된 지하 깊은 석실의 암흑은 본능적인 공포를 유발했다. 그들은 서로의 등 뒤를 맞댄 채 사방으로 무기를 겨누었다.
암흑의 한가운데서, 사마건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각이 차단되자 그의 다른 감각들이 극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마맥심안(魔脈心眼).'
왼팔의 마맥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사마건의 머릿속으로 주변의 풍경이 기이한 붉은색 지도로 재구성되었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수들의 불규칙한 심장박동, 경맥을 타고 흐르는 내공의 파동, 그리고 긴장으로 인해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의 움직임까지.
다섯 개의 붉은 기혈의 흐름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사마건은 소리 없이 흑강 보법을 전개했다. 젖은 흙벽을 디디는 그의 발소리는 완벽한 무음(無音)이었다.
"거기냐!"
살삼이 본능적인 살기를 느끼고 어둠 속으로 무수히 많은 추풍암침을 투척했다. 파공음이 사방을 메웠다.
사마건은 눈을 감은 채 암침의 궤적을 읽어냈다. 마맥심안이 제시하는 붉은 선들이 공중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부러진 철검을 가볍게 회전시켰다.
챙! 채쟁!
정교한 검막이 형성되며 암침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검을 휘두를 때마다 오른팔의 찢어진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뼈를 깎는 듯한 고통에 입안에서 비린 피 맛이 확 퍼졌다. 사마건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무시했다. 지금 멈추면 죽음뿐이었다.
그때, 한 살수가 사마건의 측면 사각지대를 포착하고 소리 없이 단검을 찔러왔다. 예리한 쇳날이 사마건의 옆구리 겉가죽을 찢기 직전이었다.
피할 공간도, 검을 회수할 시간도 부족했다. 사마건은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다.
'관절탈골술(관절탈골술).'
우드득!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뼈 어긋나는 소리가 석실에 울렸다. 사마건은 스스로 왼쪽 어깨 관절을 꺾어 몸의 형태를 비정상적으로 비틀어버렸다. 살수의 단검은 사마건의 겨드랑이 아래 빈 허공을 찔렀다. 뼈가 어긋나는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으나, 사마건은 신음 한 자락 내뱉지 않았다.
그는 피한 즉시 왼손을 뻗었다. 쇳빛으로 물든 그의 왼손 손가락 끝에 검붉은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천마혈마조(천마혈마조).'
푸학!
사마건의 날카로운 손톱이 살수의 가슴팍을 그대로 관통했다. 두꺼운 가죽 갑옷과 단단한 흉골이 마치 썩은 두부처럼 손쉽게 으스러졌다. 사마건의 손가락이 살수의 뜨거운 심장을 움켜쥐었다.
쿵, 쿵, 콰직.
손아귀에 힘을 주자 심장이 터져 나가며 뜨거운 선혈이 사마건의 왼팔을 적셨다. 살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하나."
사마건의 갈라진 쇳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울렸다. 그는 엇나간 왼쪽 어깨를 바위에 대고 강하게 밀어 넣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관절이 맞춰지자,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그의 왼쪽 눈에서 붉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마맥심안을 과도하게 사용한 대가였다.
"이, 이놈! 귀신 같은 자식! 어서 불을 밝혀라!"
동료의 죽음을 직감한 살삼이 광적으로 외쳤다. 그는 품에서 황급히 화전(火煎)을 꺼내 불을 붙이려 했다. 미세한 스파크가 어둠을 밝히는 찰나, 사마건의 신형이 이미 그의 코앞까지 육박해 있었다.
두 명의 살수가 살삼을 보호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사마건은 피하지 않았다. 오른손의 부러진 철검에 마맥의 괴력을 실어 무겁게 내리쳤다.
'철검도강(철검도강).'
쿠우웅!
가문의 묵직한 검초가 마기의 파괴력과 더해져 대검처럼 쏟아졌다. 정면으로 검을 맞받아치던 살수의 검날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그의 얼굴을 덮쳤다. 사마건은 멈추지 않고 철검의 부러진 단면으로 살수의 목덜미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둘."
나머지 두 명의 살수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사마건의 왼손 천마혈마조가 그들의 목뼈를 차례로 움켜쥐었다.
콰드득!
"셋. 넷."
차가운 바닥에 시체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다. 이제 남은 것은 살삼 하나뿐이었다.
살삼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횃불도, 동료도 사라진 암흑 속에서 오직 동료들의 뼈가 부러지고 심장이 터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행한 것은 단전이 깨져 개처럼 기어 다니던 정파의 폐인이었다.
"괴물... 정파의 의기를 지녔던 사마건이 아니다! 네놈은 마교의 더러운 괴물이다!"
살삼이 최후의 발악으로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특수 철제 그물을 사마건을 향해 던졌다. 그물 끝에 달린 쇠추들이 어둠 속에서 쇳소리를 내며 사마건의 사지를 포박하려 날아들었다.
사마건은 피하지 않았다. 마맥심안으로 철제 그물의 확장 경로를 완벽히 읽어낸 그는, 오른손의 부러진 철검을 일직선으로 찔러 넣었다.
'철검도강(철검도강)!'
검 끝에 응축된 검붉은 마기가 일순간 폭발했다.
콰아앙!
질긴 철사로 꼬아 만든 그물이 마기의 폭발력 앞에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 하지만 마기를 과도하게 받아들인 대가로, 사마건이 쥐고 있던 부러진 철검의 검신에 찌르르하는 균열이 가며 미세하게 갈라졌다. 검이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희생된 내 가문 사람들도 너희를 보며 괴물이라 불렀다. 위선적인 정파의 사냥개들아."
사마건의 목소리가 살삼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히익!"
살삼이 도를 휘두르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그의 손목은 이미 사마건의 딱딱한 쇳빛 왼손에 붙잡혀 있었다.
콰직!
"아아악!"
뼈가 가루가 되는 고통에 살삼이 비명을 질렀다. 사마건은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차가운 석벽으로 밀어붙였다. 살삼의 숨통을 조이는 쇳빛 손가락에는 자비란 존재하지 않았다.
"백록검파의 장문인 백현태에게 전해라. 지옥에서 내가 갈 날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사, 사마건... 살려..."
오도독.
사마건이 손목을 가볍게 비틀자, 살삼의 목뼈가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살삼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며 그의 신형이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사마건은 피 묻은 왼손을 거두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의 경맥이 불타는 듯한 고통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마맥심안을 거두자 왼쪽 눈에서 흐른 피가 뺨을 타고 턱 끝으로 뚝뚝 떨어졌다. 처절한 승리였다. 폐광 지하 공동에는 오직 살수들의 시체와 사마건의 거친 숨소리만이 남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콰르르릉!
석실 바깥쪽에서 대지를 울리는 육중한 굉음이 들려왔다. 사마건이 마맥의 기운으로 열고 들어왔던 거대한 석문이 외부에서 강제로 닫히는 소리였다.
단순히 닫히는 것이 아니었다. 철사슬이 거칠게 감기고 육중한 빗장이 걸리는 쇳소리가 석벽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외부에서 석실을 완전히 밀폐시킨 것이다.
이어서 석실의 작은 환기구 틈새로 음산하고 비열한 웃음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하하하! 살삼 형님이 결국 당했군. 방심하지 말라 경고했거늘, 결국 단전 깨진 놈에게 목이 꺾이다니 한심하도다."
추풍대의 독공 전문가, 살사(살사)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 석실은 들어올 수는 있어도 살아서 나갈 수는 없는 완벽한 무덤이니까. 형님의 원수는 내가 갚아주지."
치익-!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석문 틈새와 환기구 구멍을 통해 자욱한 황록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썩은 달걀 냄새와 지독한 유황 향취가 석실 내부를 빠르게 채워갔다.
추풍대의 비장의 무기, 치명적인 유황 독연(유황 독연)이었다.
독기가 공기 중으로 퍼지자마자 사마건의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쓰라림이 밀려왔다. 한 모금 들이마신 숨에 폐부가 찢어질 듯한 극통이 찾아왔다. 심장의 혜명침이 독기의 유입을 감지하고 미친 듯이 진동하며 사마건의 전신 경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밀폐된 석실의 어둠 속에서, 사마건은 타들어 가는 폐를 움켜쥔 채 검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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