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유산과 가죽 비서
석문 너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마기의 바람이 사마건의 전신을 감싸 안는 찰나, 뒤편 갱도 멀리서 수십 개의 횃불 불빛이 어둠을 가르며 빠르게 좁혀져 오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횃불의 붉은 빛이 사마건의 등 뒤를 비추는 순간, 그는 석문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온전치 못한 오른팔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으나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었다. 단전이 깨진 폐인의 몸으로 일류 살수들과 맞선다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오직 이 거대한 석문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공명만이 그가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왼손 끝, 이미 딱딱하고 차가운 쇳빛으로 변색된 손가락이 거친 석판의 표면에 닿았다.
쿠르르릉!
기이하게도 사마건의 마맥이 닿자마자, 천 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석문이 육중한 굉음을 토해내며 서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갱도 저편에서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 있다! 사마가 놈이 석문을 열었다! 어서 잡아라!"
추풍대의 사냥개, 살삼의 음산한 목소리였다. 사마건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열린 석문 틈새로 몸을 던졌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석문은 마치 침입자를 거부하듯 다시 거센 소리를 내며 스스로 닫혔다. 쾅! 육중한 석문이 완벽히 맞물리며 뒤편에서 쫓아오던 살수들의 발소리와 횃불 빛을 완전히 차단했다.
순간, 사마건은 숨이 턱 막히는 압도적인 한기 속에 갇혔다.
이곳은 천마대종사 안식처였다.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 찬 거대한 지하 공동. 보통의 무인이라면 발을 들이는 즉시 허공에 응축된 극음(極陰)의 마기에 경맥이 얼어붙어 기혈이 뒤틀려 즉사했을 죽음의 땅이었다. 사마건의 몸속에 이식된 천마대종사 독고천의 마맥이 이 살인적인 마기를 감지하고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며 가슴 한가운데 깊숙이 박힌 황금빛 혜명침이 붉게 충혈된 채 비명을 지르듯 진동했다. 마맥의 광포한 기운이 전신 경맥을 타고 뇌해로 치솟으려 했다. 눈앞이 붉게 물들고 이성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려는 찰나, 사마건은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끝에 닿은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 남전옥 노리개였다.
남전옥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하고 차가운 기운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광마(狂魔)가 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남전옥의 온기는 사마건의 뇌해를 맑게 깨우는 정신적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사마건은 거친 숨을 내쉬며 어둠 속을 응시했다.
공동의 한가운데, 어둠 속에서도 기이한 흑광을 발산하는 유해가 존재하고 있었다. 살은 모두 썩어 없어지고 오직 칠흑처럼 검고 단단한 뼈대만 남은 형상. 천마대종사 독고천의 유해였다. 유해는 천하를 오시하던 생전의 기세를 그대로 간직한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사마건은 홀린 듯 그 유해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압력이 그의 찢어진 오른팔 근육과 부서진 단전의 상처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뼈가 바스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사마건은 마침내 유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해의 검은 무릎 아래, 무언가 이질적인 기물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것은 일반적인 종이나 비단이 아니었다. 인간의 가죽을 얇게 무두질하여 붉은 혈사로 제본한 해괴한 책자, 바로 독고천의 가죽 비서였다.
사마건은 떨리는 오른손을 뻗어 가죽 비서를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기자, 붉은 피로 쓰인 기괴하고도 심오한 구결들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마교 최고의 신체 강화 비전이자 단전 없이도 절대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공법, 천마혈맥결(天魔血脈訣)의 기초 구결이었다.
'도가의 정종 무학은 단전이라는 그릇에 기를 모으나, 마도의 진수는 전신의 경맥 자체를 그릇으로 삼는다. 그릇이 깨졌다면 경맥을 넓히고 뒤틀어 온몸을 거대한 단전으로 재창조하라.'
구결을 읽어 내려가는 사마건의 안광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평생 동안 백록검파에서 연마해 온 도가의 검리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파멸적인 생존의 논리였다. 정파의 정의가 위선이고 탐욕의 도구에 불과했다면, 이 사악하게 규정된 마도의 힘이야말로 나락에 떨어진 자신을 구원할 유일한 비수였다.
"경맥을... 넓히고 뒤틀어라..."
사마건은 비서에 적힌 구결을 소리 내어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의 왼팔 안쪽에 숨겨져 있던 마맥이 미친 듯이 공명하며 솟구쳤다. 체내에 남아 흐르던 미세한 백록정종심법의 찌꺼기 진기가 마맥의 거대한 마기와 충돌하며 전신 경맥을 찢어발기려 했다.
"크아아악!"
사마건은 바닥에 머리를 들이받으며 비명을 질렀다. 처음에는 순수한 정파의 방식으로 마기를 밀어내려 했으나, 그것은 파멸을 자초할 뿐이었다. 경맥이 역류하여 모공마다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전신이 불타는 동시에 얼어붙는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그는 천마혈맥결의 가르침대로 마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역행시키기 시작했다.
마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서진 경맥을 마맥의 거친 흐름에 맞춰 강제로 확장하는 전술이었다.
두구구구궁!
사마건의 가슴에 박힌 혜명침이 폭발적으로 진동하며 마맥의 마기와 도가의 잔여 진기 사이에서 일시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혜명침이 거대한 댐처럼 마기의 폭주를 억누르는 사이, 사마건의 왼팔 전체가 기이하게 팽창하며 어둡고 딱딱한 쇳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손톱이 야수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돋아났고, 손끝에서는 검붉은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요동쳤다.
마맥 각성(삼류 마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단전이 없음에도 전신의 경맥 가득 광포한 마기가 차올라 그의 육체를 강건하게 지탱해 주었다. 사마건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손이 아니었다.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자의 징표였다.
그가 힘의 각성을 체득한 바로 그 찰나였다.
콰아앙!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석실의 천장이 거대하게 무너져 내렸다. 자욱한 흙먼지와 돌가루 사이로 차가운 살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하하하! 쥐새끼처럼 숨어들더니 결국 여기 있었구나!"
검은 복면 너머로 핏발 선 눈을 빛내며, 추풍대의 정예 살수 살삼이 허공에서 은빛 도신을 휘두르며 하강했다. 그의 뒤를 이어 수십 명의 자객들이 어둠 속에서 무수한 비수를 뽑아 든 채 사마건의 사지를 잘라내기 위해 쏟아져 내렸다.
사마건은 먼지 속에서 번뜩이는 살삼의 칼날을 응시하며, 새로이 주조된 마맥의 기운을 오른손에 쥔 부러진 철검으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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