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醫仙)의 유서, 두 번째 영약의 단서
사천(四川)의 대나무 숲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음습한 안개를 토해냈다. 축축한 대기가 사당의 갈라진 문 틈새로 밀려들 때마다, 썩은 목재 냄새와 비릿한 흙내가 기묘하게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우웁, 쿨럭……!"
사당 구석, 진흙 불상의 그림자 아래에 주저앉은 사마건이 가슴을 움켜쥐며 격렬하게 각혈했다. 입안 가득 고이는 선혈은 검붉다 못해 서늘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 단전이 깨진 폐인의 몸으로 정파의 내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마기를 제어하려 할 때마다 찾아오는 내적 자멸의 반동이었다.
부서진 아랫배의 단전은 기를 모으기는커녕, 미세한 진기라도 흐르면 칼날로 내장을 난도질하는 허무한 구멍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발목에 새겨진 백무기의 열독 상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뼈를 태우는 듯한 통증을 뿜어냈고, 그의 왼쪽 뺨 귀밑까지 고착된 회색빛 괴사 피부는 이제 목덜미 아래로 검은 핏줄을 뻗어 내리며 그의 신체를 잠식해 가고 있었다.
‘반년…… 겨우 반년이다.’
혈랑굴에서 가신 곽칠을 잃은 분노로 마혈역류(魔血逆流)를 시전했던 대가는 가혹했다. 천마대종사의 마맥이 심장 경맥을 완전히 침식해 들어와, 그에게 허락된 수명은 이제 고작 여섯 달에 불과했다. 시한부의 운명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아, 하아……”
사마건은 밀려오는 오한에 몸을 떨며 눈을 감았다. 그의 왼팔 마맥이 검붉은 마기를 토해내며 뇌해를 침범하려 하자, 그는 입술을 깨물며 도가의 정심 주문을 나직하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태을정심(太乙靜心), 허무령정(虛無靈靜)…… 마음을 비워 하늘을 담고, 탁한 기운을 아래로 내리나니……”
도가의 고승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외우던 태을정심주(太乙靜心呪)였다. 피가 섞인 주문이 그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올 때마다, 광마(狂魔)가 되려던 뇌해의 살기가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체내에서 일어나는 정사와 사사의 충돌은 뼛속까지 으스러뜨리는 통증을 동반했다.
스스스.
그때, 젖은 대나무 잎을 밟는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사당의 문이 열렸다. 빗물에 젖은 푸른 무복을 걸친 남궁설이 품안에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안은 채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전자와 흑강산 자락에서 거둔 약초들이 들려 있었다.
“건아, 정신이 좀 드는가?”
남궁설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주전자를 건넸다. 주전자 안에는 은은한 자줏빛 광채를 뿜어내는 맑은 이슬물이 담겨 있었다. 새벽녘 자하봉 정상의 풀잎에서 일일이 모은 도가의 비전 영수, 자하로(紫霞路)였다.
“이것을 마셔라. 체내의 탁기를 정화하고 뇌해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마건은 주전자를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차갑고 정순한 자하로의 수력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며, 마맥의 한기가 뇌해를 다시 침범하려던 길목에 맑은 도가의 정기를 둘러 차단했다. 가슴을 짓누르던 타오르는 통증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았다.
“고맙다, 설아.”
사마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슴 품속을 더듬었다. 그의 손끝에 걸린 것은 누렇게 바래고 피 묻은 가죽 수첩, 전대 의선 백무흔이 남긴 의선수필(醫仙手筆)이었다. 마맥을 이식받은 후 겪게 될 거부반응의 단계와 제어법이 담긴 그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그는 수필의 첫 장부터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뼈저리게 탐독하는 그의 눈빛에는 지독한 생존의 집념이 서려 있었다. 수필에는 혜명침으로 마맥의 첫 폭주를 막은 이후, 심장까지 침범하는 두 번째 거부반응을 제어하지 못하면 전신 경맥이 파열되어 자폭에 이른다고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의선의 처방대로 침술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사마건은 은침 한 자루를 꺼내 가슴 주변의 기맥에 꽂으려 했다. 하지만 은침이 살을 파고드는 순간, 부서진 단전 부근에 고여 있던 잔여 정파 진기가 기이하게 요동치며 혈도를 거꾸로 치솟게 만들었다.
“커흑!”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기혈 반동에 사마건의 몸이 활처럼 꺾였다. 바닥에 또다시 한 움큼의 선혈이 흩뿌려졌다. 단전이 파괴된 상태에서는 의선수필에 적힌 일반적인 기혈 순환 침술조차 치명적인 반동을 유발할 뿐이었다. 그는 결국 침술 시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의선수필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누렇게 바랜 종이 틈새, 굳어버린 핏자국으로 인해 겹쳐져 있던 종이 결 사이에서 기이한 이중 필적이 눈에 들어왔다. 백무흔이 살아생전 백록검파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숨겨둔 친필 유서였다.
사마건의 눈동자가 서서히 좁혀졌다. 유서에는 마맥의 두 번째 거부반응이자 심장의 침식을 막아줄 유일한 처방이 적혀 있었다.
[……마맥이 심장을 잠식하여 시한부의 운명에 도달했을 때, 이를 억누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극음(極陰)의 성질을 지닌 영약 한음고란(寒陰古蘭)뿐이다. 이 약초는 오직 천 년 동안 독기와 음기가 가득 찬 사천 당가의 비밀 금지, 만독굴(萬毒窟) 깊은 곳에서만 자생하느니라. 독문을 돌파할 방도가 없다면 결코 발을 들이지 마라. 그것은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
한음고란. 그리고 사천 당가의 만독굴.
사마건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남궁설을 바라보았다. 남궁설은 이미 그의 눈빛만으로 유서의 내용을 짐작한 듯,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천 당가의 만독굴은 당가의 소가주인 당운이 직접 관리하는 극비 구역이다. 그곳은 침입 즉시 온몸을 부식시키는 만독의 결계와 기기관문이 설치되어 있어, 정파의 일류 고수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죽음의 수렁이지.”
사마건은 묵묵히 품속에서 과거 남궁설에게 받았던 오래되고 낡은 서책을 꺼냈다. 사천당가 독경 잔본(四川唐家 毒經 殘本)이었다. 당가의 기초 독 제어법과 약재의 성질이 기록된 비서였다.
“단순히 무력으로 만독굴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독경 잔본의 해독법과 의선수필에 적힌 약재 배합법을 대조한다면, 만독굴의 독무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예방약을 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건은 잔본의 구결과 수필의 처방을 하나하나 비교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약재의 조합과 독소의 중화 과정을 치밀하게 계산해 나갔다. 비록 만독굴을 돌파할 실질적인 무력은 부족했지만, 지략을 통해 덫을 무력화할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사당 구석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던 소년이 부스럭거리며 움직였다. 곽칠의 아들, 열두 살 난 곽두수였다. 소년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억누르려 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그의 작은 어깨는 여전히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두수의 손에는 아버지가 남겨준 유품인 마부 곽칠의 목패(마부 곽칠의 목패)가 꼭 쥐여 있었다. 사마가문의 충직한 가신이었던 곽칠이 평생 지니고 다니던 낡은 마부 목패였다.
사마건은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끌며 소년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긋난 무릎 관절에서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고 두수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수야.”
사마건의 거칠고 갈라진 목소리가 소년의 귓가를 울렸다. 두수는 고개를 들어 눈물이 그득한 눈으로 사마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가문의 영광과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다. 그 충성과 의리를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너는 내 친동생과 다름없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너를 지킬 것이다.”
사마건은 조심스럽게 두수의 손에서 피 묻은 곽칠의 목패를 받아 들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품을 매만지며 소년을 위로하려던 찰나, 그의 검게 물든 왼손 끝 마맥이 목패 표면에서 미세하고 이질적인 진동을 감지했다.
‘……안이 비어 있다.’
사마건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평범한 나무 목패의 무게치고는 내부가 텅 빈 듯한 기묘한 가벼움이 전해졌다. 그는 한철단검이 없는 오른손의 손톱 끝에 미세한 완력을 실어 목패의 측면 이음새를 조심스럽게 쪼개었다.
뚝.
목패가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쪽의 비밀 홈에서 빽빽하게 접힌 작은 양가죽 쪽지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마건은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펼쳐 들었다. 쪽지에는 곽칠의 투박하지만 굳센 필체로 가문 멸문 당시의 극비 기록과 함께, 그가 목숨을 걸고 숨겨둔 마지막 혈육의 소식이 적혀 있었다.
[ 소가주님,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소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가문이 무너질 때, 소인은 소가주님의 어린 누이동생 사마혜(사마혜) 아가님을 품에 안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가님은 현재 사천 당가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사천성 변두리의 작은 대나무 숲 오두막에 신분을 숨긴 채 살아 계십니다. 부디 살아남아 아가님을 구하소서. ]
“혜가…… 살아있다.”
사마건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텅 비어 있던 그의 가슴속에 뜨거운 불꽃이 번쩍이며 타올랐다.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지켜야 할 누이가 사천에 살아있다는 진실. 그것은 시한부의 고통 속에서 죽어가던 사마건에게 생존을 향한 가장 강력한 등불이자 이정표가 되었다.
“반드시 살아남아 혜를 구할 것이다. 당가의 만독굴이 지옥이라 해도 내 발로 들어가 한음고란을 쟁탈하겠다.”
사마건의 안광이 칠흑 같은 투지로 일렁였다.
스스스.
바로 그 순간, 사당 바깥의 빗소리 사이로 기이한 기척이 섞여 들었다. 사당 처마 끝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개방(丐帮)의 거지 패거리들이 보내온 은밀한 타구봉의 신호음이 사당 벽면을 두드렸다.
남궁설이 즉시 한철검을 고쳐 잡으며 사당 문가로 신형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도도한 이목구비가 삼엄하게 굳어졌다.
“건아, 개방의 경보다. 사천 당가의 독공 천재 당운(唐雲)이 약재 시장의 참극 소식을 듣고 격분하여, 사천 전역의 모든 약방과 사찰을 이 잡듯 수색하기 시작했다는구나. 살수들의 발걸음이 이 대나무 숲을 향해 좁혀오고 있다.”
어둠 속에서 사천 당가의 숨 막히는 독무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기 시작했다. 사마건은 품속의 유서와 쪽지를 단단히 움켜쥐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새로운 사투의 장막이 그들의 눈앞에서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