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역류, 혈랑(血狼)의 분노
축축하고 비릿한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Heukgang 폐광(흑강현 폐광)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지하 수로는 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흑강 혈랑굴(흑강 혈랑굴)의 아가리로 곧장 연결되어 있었다.
“두수야, 울음을 그쳐라. 소리를 내면 적들이 쫓아온다.”
남궁설(남궁설)이 나직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곽두수(곽두수)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버지를 잃은 열두 살 소년의 어깨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두수의 손아귀에는 방금 전 아버지가 목숨과 바꾸며 건네준 피 묻은 가문의 철패(가문의 철패)가 으스러져라 쥐여 있었다. 곽칠의 죽음은 소년에게도,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마건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적인 상흔이었다.
“쿨럭……!”
사마건(사마건)은 수로 바닥의 흙더미 위에 무릎을 꿇은 채 격렬하게 각혈했다. 입안 가득 고이는 선혈은 비릿하다 못해 쇠 냄새가 섞여 있었다. 단전이 파괴된 폐인의 몸으로 정파의 백록정종심법을 억지로 운용하려 할 때마다 찾아오는 내적 자멸의 대가였다.
가슴속 깊은 곳에 침투한 음마독(陰魔毒)은 그의 우반신 기맥을 꽁꽁 얼려붙이고 있었고, 오른쪽 발목에 새겨진 백무기의 열독 상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뼈를 태우는 듯한 통증을 뿜어냈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그의 오른손에는 더 이상 무기가 없었다. 남궁진의 철기대와 격돌하는 과정에서 임시 철검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임시 철검) 바닥에 흩뿌려졌고, 지금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오직 쓸모없는 검자루뿐이었다. 제갈휘의 어깨에 박아두었던 한철단검마저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는 완벽한 무기 유실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사마건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돌무더기 너머로 보이던 곽칠의 처참한 최후. 남궁진의 창랑검에 꿰뚫려 피를 토하면서도 자신들의 도주로를 지키기 위해 돌무더기를 무너뜨리던 늙은 가신의 마지막 눈물.
‘도련님…… 살아가소서…….’
그 환청이 귓가를 때릴 때마다 사마건의 가슴속 깊은 곳에 박혀 있던 마지막 이성의 빗장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져 내렸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혈도에 박혀 있던 황금빛 혜명침(혜명침)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사마건의 왼쪽 뺨 귀밑까지 고착되어 있던 회색빛 괴사 피부가 기괴하게 꿈틀거리며 목덜미 아래로 검은 핏줄을 뻗어 올렸다. 그의 맑던 안광은 이내 칠흑 같은 마기(魔氣)로 완전히 뒤덮여 일렁였다. 광마화(狂魔化)의 전조가 그의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아…… 네 눈빛이 기이하다.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남궁설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으나, 사마건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기괴하게 긁혀 나왔다.
“남궁설. 두수를 데리고 동굴 안쪽 깊숙이 숨어라.”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무기도 없는 몸으로 어찌 하려고!”
“사냥개들이 냄새를 맡고 들이닥쳤다. 내가…… 전부 찢어발겨 놓을 것이다.”
사마건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인간의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타협 없는 살의와 가라앉은 증오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멀리 수로 입구 너머에서 횃불의 붉은 빛이 어둠을 가르기 시작했다. 남궁진의 정예 무사들과 무림맹주 제갈무쌍이 파견한 가면의 살수, 흑영(흑영)의 자객들이 무너진 돌무더기를 헤치고 혈랑굴 내부로 침투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깊은 동굴 내부의 어둠 속에서 식인 혈랑(血狼)들의 굶주린 울음소리가 떼를 지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마건은 절뚝거리는 오른쪽 다리를 끌며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 무기가 없는 그의 손가락 끝이 쇳빛으로 딱딱하게 변색되며 야수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돋아났다. 천마대종사 독고천의 마맥이 그의 왼팔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하아앗!”
대열의 선두에 서 있던 남궁진의 철기대원 한 명이 창을 겨누며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사마건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맥신신법(魔脈神身法)을 전개하며 전방으로 돌진했다. 발목의 상처에서 검붉은 피 안개가 뿜어져 나왔지만, 마맥의 폭발적인 괴력은 그의 신형을 찰나의 순간에 적의 가슴팍까지 배달했다.
콰드득!
사마건의 왼손, 천마혈마조(天魔血魔爪)가 기마병의 철갑 방패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기마병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사마건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의 오른손에서 서늘한 강철 검 한 자루를 가차 없이 빼앗아 쥐었다.
스릉!
빼앗은 장검을 쥐는 순간, 사마건은 체내의 마맥을 거꾸로 돌리는 극단적인 마도 구결인 마맥역행결(魔脈逆行訣)을 발동했다. 가슴속 혜명침이 비명을 지르며 심장 혈도를 찌르는 지옥 같은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사마건의 신체 능력은 순간적으로 5배 이상 폭발하는 마혈역류(마혈역류)의 경지에 도달했다.
“크아아아악!”
사마건의 모공 전체에서 검붉은 피 안개가 방출되며 동굴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광마의 기세가 혈랑굴 전체를 진동시켰다. 냄새를 맡고 달려들던 수십 마리의 식인 혈랑들과 뒤쫓아온 남궁진의 무사들이 그 압도적인 살기에 짓눌려 일순간 멈칫했다.
“저, 저놈의 기운이 기이하다! 진형을 짜라!”
무사들이 연합 반탄강기 장벽을 전개하려 했으나, 사마건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빼앗은 검에 전신의 마기를 극단적으로 응축시켰다.
“마기폭쇄(마기폭쇄)!”
사마건이 검을 동굴 바닥에 사정없이 꽂아 넣었다.
쿠우우우웅! 쾅!
사방 십보 안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검붉은 마기 충격파가 대지를 찢어발기며 폭발했다. 비적들과 기마병들의 연합 강기막과 방패가 천마혈마조의 악력과 폭쇄의 파동 앞에 통째로 으스러져 나갔다. 살점이 튀고 뼈가 부러지는 처참한 비명이 어두운 동굴 벽면에 메아리쳤다. 광마가 된 사마건의 칼끝에는 단 한 줌의 자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서, 천장 바위 그늘에 숨어 있던 흑영(흑영)이 소리 없이 하강했다. 그의 손에 쥔 무음 독검이 사마건의 목덜미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짓쳐왔다.
사마건은 마맥심안(魔脈心眼)으로 흑영의 심장박동과 검로를 완벽하게 탐지하고 있었다. 그는 피하는 대신, 왼손의 천마혈마조를 뻗어 흑영의 시퍼런 독검 날을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쩍! 쨍강!
가공할 악력 앞에 흑영의 무음 독검이 산산조각 나며 비산했다. 흑영의 안광에 처음으로 극도의 공포가 서렸다.
“어, 어떻게 이런 괴력이……!”
사마건은 대답 대신 오른손에 쥔 장검을 번개처럼 휘둘러 흑영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서슬 퍼런 검날이 가슴뼈를 으스러뜨리며 파고들자, 흑영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가면이 충격으로 반 토막 나며 깨져 나갔다.
“끄아아아악!”
가면 너머로 드러난 창백하고 추악한 자객의 얼굴이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흑영은 비명을 지르며 혈랑굴 뒤편에 위치한 깊고 어두운 subterranean chasm(지하 심연) 너머로 추락해 사라졌다.
동굴 내부는 온통 붉은 피와 으스러진 살점, 그리고 숨이 끊어진 혈랑들의 시체로 가득 차 피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사마건은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며 부러진 장검 자루를 짚고 섰다. 전신 경맥이 파열되어 목구멍으로 끊임없이 뜨거운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심장의 마맥 잠식이 심화되며 전신이 마비되듯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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