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살수, 무음(無音)의 비수
소리도 흔적도 없이 어둠을 찢고 들어오는 흑영의 독검 끝에서, 죽음의 한기가 사마건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스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제갈휘를 쓰러뜨린 직후, 전신 관절을 억지로 끼워 맞춘 사마건의 육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허벅지를 파고든 독침의 열기가 골수를 태우고 있었고, 오른쪽 발목에 새겨진 백무기의 기이한 열독 상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뼈를 갉아내는 듯한 서걱거리는 통증을 유발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만큼 피폐해진 상태에서 들이닥친 무음(無音)의 습격. 그것은 무림맹주 제갈무쌍이 보낸 비밀 살수, 흑영(黑影)의 살기였다.
‘살아남아야 한다.’
사마건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머리 뒤편에서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운 한기가 육박해 오는 것을 느낀 순간, 그의 왼팔에 깊숙이 이식된 천마대종사 독고천의 마맥(魔脈)이 요동쳤다. 시각은 어둠과 자줏빛 독안개에 가려져 흐릿했으나, 뇌해에 직접 박동을 전하는 마맥심안(魔脈心眼)이 붉은색 실선으로 독검의 예리한 궤적을 그려냈다.
콰드득!
사마건은 관절탈골술의 후유증으로 비틀거리는 오른쪽 무릎을 억지로 비틀며 신형을 옆으로 꺾었다. 그러나 온전히 반응하기에는 신체의 붕괴가 너무나도 심각했다.
스윽!
소리 없이 허공을 가른 흑영의 독검이 사마건의 목덜미를 비껴가 그의 넓은 가슴팍을 깊숙이 찢어발겼다. 찢어진 백색 무복 사이로 검붉은 선혈이 솟구쳤다. 단순한 자상이 아니었다. 검신에 발려 있던 음마독(陰魔毒)의 지독한 냉기가 상처를 타고 순식간에 그의 혈류로 침투했다. 상처 주변의 피부가 기이하게 썩어 들어가며 검자줏빛으로 변색되기 시작했다.
“커헉……!”
지독한 쓰라림과 함께 폐부가 얼어붙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독소가 심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만약 이 독이 심장 정중앙에 박혀 마맥의 폭주를 막고 있는 황금빛 혜명침(慧明針)에 닿는다면, 그의 심장은 그대로 터져 나갈 터였다. 망설일 시간은 단 한 호흡도 없었다.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며 오른손 손가락 끝에 마지막 남은 찌꺼기 진기를 모았다.
‘기맥봉쇄 가결(氣脈封鎖 歌訣).’
그는 자신의 왼손으로 가슴팍의 주요 기맥들을 직접 타격했다.
팍! 팍! 팍!
뼈를 깎는 통증이 가슴을 관통했다. 스스로의 주요 혈도를 파괴하듯 강타하여 심장 주변의 피 흐름을 강제로 멈추는 극단적인 자학 수법이었다. 혈류가 정지되자 독소의 침투는 일시적으로 가로막혔으나, 그 대가로 사마건의 우반신 전체에 극심한 마비 현상이 찾아왔. 오른쪽 옆구리와 다리가 돌처럼 굳어지며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무기력함이 전신을 덮쳤다.
흑영은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비웃었다. 전신이 마비되어 주저앉은 사냥감을 바라보는 살수의 눈빛에는 추호의 방심도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무음의 독검을 들어 올려 사마건의 목덜미를 완전히 끊어놓으려 했다.
‘이대로 무릎 꿇을 수는 없다. 동생을 찾기 전까지는……!’
사마건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멸문지화 당시의 트라우마와 백록검파 위선자들을 향한 증오가 불꽃처럼 폭발했다. 그의 왼쪽 뺨 귀밑까지 고착되어 있던 회색빛 괴사 흉터가 기괴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마비되지 않은 왼손을 뻗어 자신의 심장 정중앙을 강하게 찔렀다. 가슴속 깊숙이 박힌 황금빛 혜명침을 인위적으로 뒤흔들어 마맥의 고삐를 억지로 풀어헤치는 비술, 금침봉맥(金針封脈)이었다.
쿠우우웅!
심장이 터져 나갈 듯한 끔찍한 반동과 함께, 사마건의 왼팔 마맥에서 억눌려 있던 천마대종사의 사악한 마기(魔氣)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검붉은 피 안개가 동굴 같은 약방 내부를 가득 메우며 사방을 차갑게 얼려버렸다. 마맥의 폭발적인 출력이 사마건의 전신 마비를 강제로 깨뜨리며 괴력을 주입했다.
“하앗!”
사마건의 왼손 천마혈마조(天魔血魔爪)가 허공을 찢으며 정면으로 들이닥치던 흑영의 검날을 후려쳤다.
깡—!
소름 끼치는 금속음과 함께 흑영의 신형이 사마건의 가공할 마기 폭발에 밀려 뒤로 십여 보를 날아갔다. 흑영은 허공에서 가볍게 회전하며 무너진 목조 벽의 어둠 속으로 다시 한번 제 신형을 숨겼다. 흔적도, 숨소리도 지워버리는 음영신공(陰影神功)이었다.
고요함이 찾아왔으나, 그것은 평화가 아니었다. 언제 어느 방향에서 다시 무음의 비수가 뻗어 나올지 모르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공터를 짓눌렀다.
사마건은 각혈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우웁…… 쿨럭!”
부서진 단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억지로 도가의 정심주를 외우려 했으나, 체내에 주입된 음마독이 도가의 잔여 정기를 부식시키며 오히려 더 심각한 기혈 역류를 유발했다. 입가로 검붉은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손에 쥔 임시 철검은 이미 제갈휘의 철날들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검신 전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 차 있어, 당장이라도 바스러질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쉬이익!
정적을 깨고 어둠 속에서 소리도 없이 세 자루의 무음 암침이 사마건의 사혈을 향해 날아왔.
사마건은 마맥심안으로 침로를 읽으며 오른손에 쥔 임시 철검의 검날을 신속하게 회전시켰다.
“청풍영락(靑風零落)!”
깡! 캉!
검막을 형성해 암침들을 튕겨냈으나, 쇠와 쇠가 부딪치는 순간 극심한 진동이 무너져 가던 임시 철검의 검신을 강타했다. 쩍 하는 불길한 파공음과 함께 검날 일부가 조각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 격돌의 순간, 사마건의 검날과 암침이 부딪치며 발생한 미세한 불꽃이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흑영의 검은 가죽 옷자락을 찰나의 순간 밝혀냈다.
‘거기냐!’
사마건은 주저하지 않고 왼손 끝에 남아 흐르는 차가운 마기를 모아 튕겨냈다.
“음기탄(陰氣彈)!”
피이잉!
눈에 보이지 않는 차가운 기류의 탄환이 흑영이 은신해 있던 어둠 속을 관통했다.
“윽……!”
어둠 너머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음기탄에 피격당한 흑영의 왼쪽 어깨가 하얗게 서리가 끼며 얼어붙는 소리가 들렸다. 은신이 깨진 흑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전신에 음영신공의 검은 기류를 극대화하며 사마건의 심장을 향해 직접 몸을 날렸다.
흑영의 독검이 허공을 가르며 사마건의 가슴 정중앙을 향해 서슬 푸른 살기를 뿜어냈다.
사마건은 피를 토하며 임시 철검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오른쪽 발목의 열독 상처와 전신 관절의 마비로 인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독검의 예리한 날끝이 그의 심장을 꿰뚫기 직전의 찰나.
콰아아아앙!
약방의 무너진 천장을 뚫고 찬란한 푸른빛의 검강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마두 놈은 손을 떼라!”
장엄한 기함 소리와 함께, 푸른빛 무복을 입은 남궁설(南宮雪)이 천장을 뚫고 강림했다. 그녀의 손에 쥔 한철검(寒鐵劍) 끝에서 뿜어져 나온 예리한 창공무애검기(蒼穹無涯劍氣)가 흑영의 독검을 정면으로 막아서며 거대한 불꽃을 튕겼다.
카아아아앙—!
대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흑영의 신형이 뒤로 크게 밀려났고, 남궁설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철검을 고쳐 잡으며 사마건의 등 뒤를 지켰다.
그 기세에 힘입어, 사마건은 이빨이 깨져라 악물며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의 오른손에는 균열이 극도에 달해 파손 임계점에 도달한 검붉은 임시 철검이 쥐어져 있었고, 왼손에서는 피어오르는 검붉은 마기가 한철단검의 빈자리를 메우며 타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다시 자세를 잡는 흑영을 향해 매섭게 내리꽂혔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