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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꺾는 돌파, 제갈(諸葛)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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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자줏빛 안개 속에서 수십 자루의 살기 어린 칼날이 사마건의 목덜미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쉭! 슈우우욱!


제갈휘가 부리는 백록검파와 흑사당의 자객들이 안개의 장막을 찢으며 일제히 합격을 가해왔다. 사방에서 짓쳐드는 철검의 서슬은 가차 없었고, 안개에 가려진 궤적은 기괴하게 비틀려 있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그 궤적을 분간하기도 전에 목이 떨어졌을 터였다.


하지만 사마건은 눈을 감고 있었다. 시각을 포기한 대신, 그의 왼팔에 깊숙이 이식된 천마대종사 독고천의 마맥(魔脈)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사방의 살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그려진 붉은 기혈의 지도, 그것이 바로 마맥심안(魔脈心眼)이었다.


사마건은 오른손에 쥔 검붉은 임시 철검을 비장하게 휘둘렀다.


“청풍영락(靑風零落)!”


도가의 정순한 검초가 둥근 호를 그리며 쇄도하는 칼날들을 받아냈다.


깡! 깡! 캉! 카아아앙!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밀폐된 약방 내부에 고막이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정파의 검초를 전개하기 위해 부서진 단전 주변의 경맥을 억지로 쥐어짜낸 대가는 가혹했다. 내공을 모아줄 그릇이 존재하지 않는 아랫배에서 차가운 허무가 일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는 기혈의 반동이 척추를 타고 역류했다.


“우웁…… 쿨럭!”


사마건의 입구멍으로 검붉은 선혈이 다시 한번 울컥 쏟아져 나왔다. 가슴속 깊이 박힌 황금빛 혜명침이 비명을 지르듯 진동하며 전신을 찢어발기는 고통을 유발했다. 그 찰나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자객들의 검끝이 그의 옆구리와 어깨를 스치며 새로운 자상을 새겼다.


게다가 왼쪽 허벅지에 박힌 독침의 음독(陰毒)이 점차 위로 타고 올라오며 다리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오른쪽 발목에 남은 백무기의 열독 상처 역시 디딜 때마다 뼈를 갉아내는 듯한 서걱거리는 통증을 유발했다. 만신창이. 그 단어 외에는 지금의 사마건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치이이이익!


설상가상으로, 천장 구석의 목조 틈새에서 지독한 자줏빛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갈휘가 진법의 동력이 정지되자 강제로 독 가스 관문을 개방한 것이다. 안개가 폐부로 스며들 때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고 시야가 흐려졌다. 이대로 가다간 반 각도 버티지 못하고 이 진막 안에서 고사할 것이 분명했다.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출구는 모두 차단되었다.’


사마건의 마맥심안이 바닥 아래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기기관문의 틈새를 훑었다. 한철단검의 한기로 거대한 톱니바퀴들을 얼려 진법의 회전은 멈췄지만, 그로 인해 기계 장치들이 꽉 맞물려 물리적인 틈새가 극도로 좁아진 상태였다.


유일하게 바깥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는 곳은,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던 기기관문의 좁은 배출구 틈새뿐이었다. 그러나 그 구멍은 지름이 한 자도 되지 않아, 다 자란 성인의 골격으로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좁은 틈이었다.


사마건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물러설 곳이 없다면, 스스로를 부수는 수밖에 없었다.


“관절탈골술(關節脫骨術).”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며 왼손을 뻗어 자신의 오른쪽 어깨 관절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힘을 주어 비틀었다.


콰드드득!


어깨뼈가 관절구에서 기이한 소리를 내며 이탈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지독한 통증이 전신을 엄습했다. 이마에서 굵은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연이어 왼쪽 어깨, 쇄골, 그리고 척추의 마디마디를 스스로의 완력과 마맥의 힘으로 꺾고 어긋나게 만들었다.


뼈가 어긋날 때마다 신경을 찌르는 지옥 같은 고통이 뇌해를 난도질했다. 하지만 사마건은 매일 밤 뼈가 으스러지는 정사 진기의 충돌 고통을 견뎌온 몸이었다. 복수를 향한 지독한 집념이 그의 정신을 강제로 붙잡고 있었다.


골격이 기형적으로 축소되어 흐물거리는 고기 인형처럼 변한 사마건은, 바닥에 박혀 있던 한철단검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좁은 증기 배출구 틈새로 몸을 던졌다.


스스스슥!


어긋난 뼈들이 좁은 강철 배출구의 내벽에 긁히며 피가 흘러내렸다. 허벅지의 독침 상처가 짓눌릴 때마다 눈앞이 하얗게 번졌으나, 그는 이빨이 깨져라 악물며 기어 나갔다. 마맥신신법(魔脈神身法)의 기이한 한기가 그의 찢어진 근육을 강제로 수축시키며 마침내 좁은 관문을 완전히 통과하게 만들었다.


툭.


기기관문 너머, 제갈휘가 서 있는 제어단 뒤편의 어두운 석판 바닥으로 사마건의 몸이 떨어졌다.


“하아…… 하아……”


사마건은 바닥을 짚으며 어긋나 있던 어깨와 척추의 뼈를 우드득 소리가 나도록 다시 강제로 맞춰 넣었다. 관절이 제자리로 찾아 들어갈 때마다 전신이 사정없이 떨렸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칠흑 같은 마기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제어단 위에서 철제 팔진반을 손에 쥔 채 진법 내부의 독 가스 농도를 조절하던 제갈휘는, 뒤편에서 들려온 뼈 맞추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 네놈이 어떻게 이곳에!”


제갈휘의 창백한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진법 내부에 갇혀 독 가스에 질식해 죽었어야 할 사마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의 등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마건은 대답 대신 신형을 날렸다.


“마맥신신법(魔脈神身法)!”


오른쪽 발목의 열독 상처에서 검붉은 피 안개가 뿜어져 나오며, 그의 신형이 제갈휘의 시야에서 일순간에 지워졌다.


“방자한 마두 놈이!”


제갈휘가 비명을 지르며 손에 쥔 철제 팔진반을 급히 회전시켰. 팔진반의 가장자리에서 예리한 철날 수십 개가 회전하며 사방으로 폭풍처럼 방출되었다. 사마건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위한 제갈세가 특유의 암기 살상술이었다.


사마건은 허리춤에서 검붉은 임시 철검을 뽑아 들어 날아드는 철날들을 쳐냈다.


깡! 캉! 카아아앙!


철날과 부딪칠 때마다 임시 철검의 검신 표면에 새겨진 태극 무늬를 따라 거미줄 같은 균열이 파손 임계점까지 넓어지며 붉은 진기가 새어 나왔다. 무기가 파괴되기 직전의 소름 끼치는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이 검으로는 더 이상 정면 격돌을 감당할 수 없다.’


사마건은 과단성 있게 검을 뒤로 물렸다. 대신, 그의 왼손이 허공을 갈랐다. 완전히 딱딱하고 차가운 쇳빛으로 물들고 손톱이 야수의 발톱처럼 길어진 기형적인 왼손.


“천마혈마조(天魔血魔爪)!”


검붉은 마기가 응축된 사마건의 왼손이 제갈휘가 가로막은 철제 팔진반의 중심부를 정확히 움켜쥐었다.


콰드드득! 쩍!


제갈세가의 무수한 기기관문을 통제하던 철제 팔진반이, 사마건의 초인적인 악력과 마맥의 파괴력 앞에 유리그릇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파편을 튕겼다.


“끄아아악!”


강력한 반탄력과 내력의 충격이 제갈휘의 가슴을 강타했다. 제갈휘는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내며 제어단 벽면으로 날아가 처참하게 부딪쳤다. 현천정심기공의 흐름이 완전히 뒤틀린 제갈휘는 단전 부근을 움켜쥐며 신음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제갈휘는 떨리는 손으로 제어단 구석에 숨겨진 붉은색 자폭 레버를 누르려 했다. 진법 전체를 폭사시켜 사마건과 함께 동귀어진하려는 속셈이었다.


사마건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의 손끝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튕겨졌다.


“음기탄(陰氣彈).”


쉬익!


눈에 보이지 않는 차가운 마기의 탄환이 제갈휘의 오른쪽 손목을 정확히 관통했다.


쩍! 쩍쩍!


극음의 한기가 순식간에 번지며 제갈휘의 손목과 손가락들이 하얗게 서리가 끼며 얼어붙었다. 레버를 잡으려던 그의 손가락들이 동상에 걸려 감각을 잃고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아악! 내 손이……!”


제갈휘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는 찰나, 사마건의 신형이 그의 목전까지 육박했다. 사마건의 왼손에 쥔 한철단검이 번뜩였다.


푸욱!


예리한 단검의 날이 제갈휘의 오른쪽 어깨 혈도를 정확히 관통했다. 북해 한철의 차가운 음기가 제갈휘의 경맥 내부로 주입되며, 그의 현천정심기공 내력을 순식간에 얼려 무력화시켰다.


“커헉……!”


제갈휘는 전신의 공력이 묶인 채 벽면을 타고 스르륵 주저앉았다. 그의 백색 학창의는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사마건은 단검을 거두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제갈휘를 내려다보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그의 목을 벨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마건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제갈세가의 후기지수인 이 자를 살려두어야만, 가문을 파멸시키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무림맹주 제갈무쌍의 추악한 음모를 세상에 밝혀낼 수 있었다.


“제갈휘. 네 목숨줄은 당분간 남겨두마. 네가 섬기는 맹주의 위선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똑똑히 지켜보아라.”


제갈휘가 단전이 뒤틀린 채 비참하게 신음하는 순간, 주인을 잃은 팔진도법의 진막이 굉음을 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사방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목조 벽들이 갈라지고, 자줏빛 독안개가 무너진 틈새로 빠르게 빠져나갔.


마침내 적색 약재 시장의 하늘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사마건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한철단검을 고쳐 잡으려 했다.


스스스슥.


바로 그 순간, 무너진 목조 벽 너머의 짙은 어둠 속에서, 바람 소리조차 내지 않는 기괴한 살기가 사마건의 등 뒤 사각지대를 향해 소리 없이 뻗쳐왔다.


빛도,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무음(無音)의 비수.


무림맹주 제갈무쌍이 보낸 비밀 살수, 흑영(黑影)의 소리 없는 습격이었다. 시퍼런 독검의 날끝이 만신창이가 된 사마건의 목덜미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쇄도해 들어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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