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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의 안개, 깊어지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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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에 새겨진 당가의 독충 표식 너머, 축축한 안개 속에서 기이한 향취를 풍기는 독무가 소리 없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쉬윽…… 흑!”


사마건은 가슴을 움켜쥐며 거칠게 각혈했다.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 핏물이 턱을 타고 내려가 축축한 대나무 잎사귀 위로 뚝뚝 떨어졌다. 금침봉맥(金針封脈)의 대가는 가혹했다. 청각과 기맥을 강제로 닫아걸기 위해 심장 주변과 백회에 찔러 넣었던 은침 세 자루가 체내에서 요동치는 마기(魔氣)와 정파의 진기 사이에서 팽팽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오른쪽 무릎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고, 백무기의 붉은 철혈검기가 스치고 간 오른쪽 발목의 열독(熱毒) 상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뼈를 태워버릴 듯한 통증을 유발했다. 사마건은 이를 악물며 남궁설의 어깨에 기대어 간신히 신형을 지탱했다.


“사마건, 정신 차려라!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


남궁설의 날카롭고 수려한 이목구비에 초조함이 서렸다. 그녀는 사마건의 몸을 부축하며 제왕삼합기(帝王三合氣)의 정순한 도가 내력을 그의 등 뒤로 주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푸른 진기가 사마건의 등덜미에 닿는 순간, 기이한 파공음과 함께 강한 반탄력이 일어났다.


치이이익!


“아윽……!”


사마건의 왼팔에 이식된 천마대종사의 마맥(魔脈)이 남궁설의 정파 진기를 침입자로 규정하고 포효하듯 밀어낸 것이다. 두 기운이 사마건의 파괴된 단전 부근에서 격렬하게 충돌하자, 사마건의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검붉은 피가 다시 한번 뿜어져 나왔. 몸의 오른쪽은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왼쪽은 얼음처럼 차가운 정사 충돌 임계점(正邪 衝突 臨界點)의 지옥이 그의 육체를 안쪽에서부터 갈가리 찢어발기고 있었다.


“하, 하지 마라…… 남궁설. 내 몸 안의 마기가 네 진기를 거부한다. 내력을 더 주입하면 내 심장이 먼저 터질 것이다.”


사마건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그의 왼쪽 뺨에 고착되어 있던 회색빛 괴사 피부는 이제 귀밑을 지나 목덜미 언저리까지 완전히 번져가 굳어 있었다. 마맥의 잠식이 심장뿐만 아니라 그의 안면까지 침식해 들어오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앞으로 남은 수명은 단 반년. 시한부의 운명이 가슴을 짓눌렀다.


스스스스.


그때, 대나무 숲을 감싸고 있던 백색의 안개 너머에서 기이하고도 달콤한 향취가 풍겨왔다. 사천당가(四川唐家)의 독무였다. 안개 속에 섞여 드는 미세한 녹색 기류를 감지한 사마건의 마맥심안(魔脈心眼)이 경고의 진동을 보냈다. 대나무에 새겨진 독충 표식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당가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는 뜻이었다.


“도련님…… 저를 버리고 가십시오. 이 절뚝거리는 다리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곽칠이 절뚝거리는 외다리로 대나무 기둥을 짚으며 신음했다. 백록검파의 모진 고문으로 전신의 살점이 터져 나가고 손바닥의 기혈이 파열된 충신은, 자신이 주가에 짐이 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의 아들 곽두수가 아버지를 붙잡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곽 숙부. 가문을 위해 평생을 바친 숙부를 두고 내가 어찌 살아남겠습니까. 반드시 같이 갑니다.”


사마건은 피 묻은 손으로 품속을 더듬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닿은 것은 은은한 금빛 보광을 발산하는 혜명선사의 사리였다. 사리를 손아귀에 꽉 쥐자, 불가 고승의 자비로운 불력이 사마건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며 심장을 침범하려던 검붉은 마기를 나직하게 가라앉혔다. 폭주하던 경맥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진정되자, 사마건은 간신히 무릎을 일으켜 세웠다.


“곽 숙부, 조금만 버티십시오. 남궁설, 근처에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봐라.”


남궁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철검(寒鐵劍)을 쥔 채 안개 속을 수색했다. 이윽고 대나무 숲 뒤편, 깎아지른 듯한 바위벽 틈새에 덩굴과 이끼로 교묘하게 가려진 천연 동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의 시선과 독무를 피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쪽이다. 서둘러라.”


남궁설과 곽두수가 곽칠을 부축하고, 사마건은 허리춤의 임시 철검(臨時 鐵劍) 자루를 쥔 채 뒤를 경계하며 동굴 안으로 신형을 밀어 넣었다. 임시 철검은 지난 만장절벽 전투와 야율극과의 격전 여파로 검신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극도에 달해 있었다. 다음 전투에서 강한 외력과 부딪친다면 완전히 산산조각 날 터였다. 사마건은 검을 고쳐 쥐며 마맥심안을 극한으로 넓혔다.


동굴 내부는 어둡고 축축했다. 사마건은 동굴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숨을 고르려 했다. 평생을 연마했던 백록검파의 정통 도가 심법인 백록정종심법(白鹿正宗心法)의 호흡을 전개해 뒤틀린 진기를 다스리려 했다.


하지만 단전이 완전히 파괴된 폐인의 몸은 정파의 내공 순환을 거부했다. 아랫배의 텅 빈 공간에서 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전신 경맥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컥…… 쿨럭!”


다시 한번 검붉은 선혈이 동굴 바닥을 적셨다.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며 가슴에 꽂힌 은침들을 손가락 끝으로 미세하게 조정했다. 금침봉맥의 혈도를 다시 자극하여 강제로 마맥의 광기를 억누르고 이성을 붙잡아두는 처절한 자학이었다. 왼팔 경맥의 한기가 심화되며 피부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오른쪽 발목의 열독 상처는 여전히 불타오르듯 욱신거렸다.


“사마건…….”


남궁설이 그 비참한 몰골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연민과 함께, 가문의 억압을 벗어나 끝까지 친구를 지키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가 소리 없이 불타고 있었다. 사마건은 품속의 제갈무쌍과 백현태의 서신을 매만졌다. 가문을 멸문시키고 자신을 마두로 몰아세운 무림맹의 위선자들을 단죄하기 전까진, 단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동굴 입구를 덮고 있던 덩굴 틈새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스스스-


대나무 숲 전체를 감싸 안은 짙은 안개 너머에서, 수만 마리의 독충들이 기어 다니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름 끼치는 음향이 동굴 입구까지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기이한 초록색 안개가 소리 없이 피어오르며 동굴의 아가리를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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