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령(魔靈)의 피리 소리, 음습한 덫
자하봉의 국경 관문을 넘어 사천(四川)의 초입으로 접어들었을 때, 마차를 감싼 것은 축축하고 무거운 침묵이었다.
사천의 대나무 숲은 중원의 다른 곳과 달랐다. 사방을 메운 대나무들은 비정상적으로 빽빽했고, 그 사이를 흐르는 안개는 독기를 품은 듯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하늘을 가린 대나무 잎사귀들 때문에 한낮임에도 숲 내부에는 음산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바닥의 진흙은 물기를 머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를 냈고, 썩은 대나무 잎사귀가 뿜어내는 흙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도, 도련님……! 정신 차려보십시오!”
마차 내부에서 곽두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마건은 마차 바닥에 쓰러진 채 전신을 사정없이 비틀고 있었다. 그의 왼팔은 이미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완전히 딱딱하고 차가운 쇳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손톱은 야수의 발톱처럼 기형적으로 길어져 있었다. 마맥(魔脈)의 2차 대폭주였다.
“으어억……!”
사마건의 입술 사이로 짐승의 것과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심장 혈도에 깊숙이 박힌 황금빛 혜명침(慧明針)이 미친 듯이 떨리며 핏빛으로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마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음(極陰)의 마기가 전신 경맥을 타고 뇌해로 치솟으려 할 때마다, 사마건은 가슴 품속의 남전옥 노리개를 꽉 쥐었다. 어머니의 유품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한기가 마맥의 폭주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의 오른쪽 발목에는 과거 백무기가 남긴 기이한 열독(熱毒) 상처가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마맥의 차가운 한기와 발목의 뜨거운 열독이 몸 안에서 충돌할 때마다 뼈마디가 어긋나는 듯한 마찰음이 들렸고, 사마건은 참지 못하고 검붉은 피를 한 움큼 마차 바닥에 토해냈다.
단전이 파괴된 폐인의 몸으로 도가의 검의만을 고집했던 대가는 참혹했다. 체내의 진기가 완전히 뒤틀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전신 마비 상태가 그를 가두고 있었다.
스으으으-
바로 그 순간, 질척이는 빗소리와 마차 바퀴 소리를 뚫고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피이이이이-
그것은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대나무 숲의 음습한 안개를 찢고 들어오는, 소름 끼치도록 날카롭고도 음산한 피리 소리였다. 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순간, 사마건의 심장에 박힌 혜명침이 비명을 지르듯 강렬하게 진동했다.
“이, 이 소리는……?”
곽칠이 절뚝거리는 다리로 마차 문을 열고 바깥을 경계하려 했으나, 사마건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마령음공(魔靈音功).
대나무 위에서 피리를 불어 상대의 기혈을 뒤흔드는 마교 과격파 흑사당(黑사당)의 살수, 야율극(야율극)의 음공이었다. 피리 소리는 단순히 고막을 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마건의 왼팔에 이식된 천마대종사의 마맥과 직접적으로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피리 소리의 음률이 빨라질 때마다 사마건의 심장박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솟구쳤다. 왼팔의 마맥이 검붉은 마기를 폭발적으로 토해내며 체내에 남아 흐르던 미세한 정파의 잔여 진기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정사와 사사가 몸 안에서 미친 듯이 충돌하며 전신 경맥이 한꺼번에 파열되는 고통이 사마건을 덮쳤다.
“커흐윽……!”
사마건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마차 바닥을 구르며 피를 토했다.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며 이성이 어둠 속으로 꺼져가려 했다. 혈도 역류(주화입마)의 임계점이 코앞이었다. 도가의 정심주를 외워 음공을 막아보려 발악했으나, 야율극의 마공은 그의 마맥 자체를 직접 두들겨 깨우고 있었기에 주문을 외울 정신조차 유지하기 힘들었다.
샤아아아악-!
그때, 마차의 천장이 거대한 쇳소리와 함께 반 토막으로 갈라져 나갔다.
부서진 천장 틈새로 쏟아지는 빗줄기 너머, 귀신 가면을 쓰고 검은 쇠사슬을 온몸에 감은 음산한 체구의 마인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흑사당의 행동대장 자객, 사무귀(사무귀)였다.
“크하하하! 천마의 마맥을 품은 쥐새끼가 여기 숨어 있었구나!”
사무귀가 귀신 가면 너머로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검은 귀철사슬(귀철사슬)을 공중으로 세차게 휘둘렀다. 쇠사슬 끝에 달린 예리한 칼날이 빗방울을 튕겨내며 사마건의 왼팔을 향해 짓쳐왔다. 독고도의 명에 따라 사마건의 왼팔을 잘라 마맥의 기운을 통째로 회수하려는 속셈이었다.
사마건은 전신 마비의 고통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오른손을 움직여 품속의 한철단검(한철단검)을 뽑아 들려 했다. 하지만 야율극의 피리 소리가 한층 더 날카롭게 귓가를 파고들었고, 그의 오른손가락 마디마디가 얼어붙은 듯 마비되었다.
스르륵.
손끝의 감각이 사라지며, 맑은 한기를 품고 있던 한철단검이 사마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마차 바닥으로 무력하게 떨어졌다. 무기를 완전히 잃어버린 최악의 무방비 상태였다.
“도련님-!”
곽칠이 자신의 참마도를 들어 사무귀의 쇠사슬을 막아서려 했으나, 사무귀는 가볍게 발끝을 튕겨 곽칠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부상당한 늙은 가신의 몸이 마차 벽면을 들이받고 흙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방해하지 마라, 늙은 개새끼야! 내 오늘의 수확은 오직 저 마맥뿐이다!”
사무귀가 검은 쇠사슬을 고쳐 잡으며 사마건의 왼팔을 향해 다시금 사정없이 던졌다. 쇠사슬이 뱀처럼 허공을 가르며 사마건의 왼팔 팔뚝을 촘촘하게 감아쥐었다.
철컥! 카드득!
검은 쇠사슬의 칼날이 사마건의 딱딱한 쇳빛 피부를 파고들었다. 마맥의 강력한 외가 방어력 덕분에 가죽은 찢어지지 않았으나, 쇠사슬이 조여오는 압도적인 완력은 왼팔의 뼈마디를 통째로 바스러뜨릴 듯 짓눌렀다. 전신의 기혈이 거꾸로 솟구치며 사마건의 눈앞이 붉은 피안개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팔이 잘려 나갈 수는 없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사마건의 이성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는 이빨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사정없이 깨물었다. 살점이 뜯겨 나가며 뜨거운 선혈이 입안 가득 고였고, 그 극렬한 통증이 마령음공의 마비 효과를 찰나의 순간 동안 억눌렀.
사마건은 붉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마맥심안(魔脈心眼)을 개방했다.
눈을 감지 않았음에도, 그의 시야 너머로 푸른 안개와 빗줄기가 지워지고 오직 공기 중을 타고 흐르는 기괴한 음파의 궤적이 붉은 선으로 재구성되었다. 사마건은 음파의 근원을 쫓았다. 십여 보 바깥, 거대한 대나무 줄기 꼭대기에 제비처럼 가볍게 내려앉아 검은 대나무 피리를 불고 있는 야율극의 형상이 심안에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야율극이 손가락을 움직여 피리 구멍을 막고 여는 미세한 기혈의 흐름까지 한눈에 들어왔.
사마건은 오른손을 뻗어 품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임철수의 투척용 비도(투척용 비도) 한 자루를 움켜쥐었다. 단전이 깨진 그에게 내공을 실어 던질 힘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맥의 폭발적인 근력이 있었다.
“하앗-!”
사마건은 신음과 함께 오른팔의 모든 근육을 팽창시키며 야율극을 향해 비도를 힘껏 날렸다.
쉬이이익!
비도는 정교한 암기 기예가 없었음에도, 마맥의 무시무시한 완력이 더해져 대나무 숲의 안개를 일직선으로 찢어발기며 날아갔다. 야율극은 설마 전신이 마비된 사마건이 자신을 저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경악하며 피리를 입에서 떼고 신형을 옆으로 급히 비틀었다.
캉!
비도는 야율극의 얼굴을 비껴가 대나무 줄기에 깊숙이 박혔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숲을 지배하던 기괴한 마령음공의 음률이 순간적으로 뚝 끊어졌다.
“음공이 깨졌다!”
사무귀가 혀를 차며 쇠사슬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음공이 멈춘 찰나의 틈을 타 사마건의 왼팔을 통째로 뽑아버리려는 마지막 시도였다.
“크으으윽……!”
검은 쇠사슬이 조여들며 사마건의 왼팔 뼈가 어긋나는 소름 끼치는 마찰음이 사당 주변에 울려 퍼졌다. 쇠사슬의 서슬 퍼런 칼날들이 쇳빛 피부를 뚫고 들어가 힘줄을 끊으려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
스파아아앗-!
푸르스름한 안개로 가득 찬 대나무 숲의 장막을 찢어발기며, 찬란하고도 예리한 푸른빛의 검강이 허공을 갈랐다.
남궁세가(南宮世家) 비전, 창공무애검기(蒼穹無涯劍氣)였다.
정순하고도 가공할 파괴력을 품은 푸른 검광이 번개처럼 날아와 사마건의 왼팔을 감고 있던 검은 귀철사슬의 중간 고리를 정확히 타격했다.
깡-! 카아아앙!
소름 끼치는 굉음과 함께, 일류의 강기로 주조되었다던 사무귀의 검은 쇠사슬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쇳조각이 되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갑작스러운 검기의 충격에 사무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대여섯 걸음 밀려났다.
“누구냐-!”
사무귀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안개 속을 응시했다.
흩어지는 푸른 안개와 빗줄기 너머로, 날카롭고 수려한 이목구비에 푸른빛이 도는 세련된 무복을 입은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쥔 한철검(寒鐵劍)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검강이 사천의 어두운 대나무 숲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사마건의 유일한 생사의 아군, 남궁설(남궁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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