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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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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푸르스름한 안개가 임철수의 대장간 지붕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밤새 타올랐던 가마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지만, 지하실의 공기는 여전히 숨이 막힐 듯 더웠다. 사마건은 새로 주조된 임시 철검을 오른손에 쥔 채, 가만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검푸른 빛과 검붉은 마기가 묘하게 뒤섞여 태극의 형상을 이룬 무늬가 검신 전체에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부서진 단전과 뒤틀린 마맥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공존의 증거였다. 오른손을 타고 흐르는 불완전한 기운의 공명에 검신 깊은 곳에서 미세한 떨림이 발생했다. 아직 완전한 신물이 아니기에 뿜어내는 불안정한 거부반응이었다.


사마건은 조용히 왼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뺨을 만졌다. 귀밑까지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회색빛 괴사 피부. 만장절벽에서 위량과의 사투 끝에 마맥이 얼굴까지 잠식해 들어와 고착된 흔적이었다. 그 기괴한 감각을 느끼며, 그는 오른쪽 발목을 살짝 움직였다. 과거 사형집행 장로 백무기의 철혈검기에 당했던 열독 상처가 여전히 뼈를 태우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긋난 무릎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들려왔지만, 사마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가문에 씌워진 위선적인 누명과 멸문의 한을 풀기 전까지는 이깟 고통 따위에 무릎 꿇을 수 없었다.


그때, 대장간 외부의 음습한 밤안개 속에서 기이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 모퉁이에서, 흑색 무복을 입은 한 사내가 은밀하게 신형을 움직였다. 사마세가의 전직 호위무사이자, 현재는 백록검파의 사냥개가 된 변절자 강무(姜武)였다. 그는 백록검파 장문인 백현태가 내건 막대한 포상금과 문파 내에서의 신분 상승을 노리고 흑강현 구석구석을 수색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며칠 전 만장절벽에서 추락한 사마건이 이 대장간 지하에 숨어있다는 결정적인 흔적을 포착했다.


강무는 품속에서 백록검파의 밀지를 꺼내 확인한 뒤, 품고 있던 붉은 분필을 꺼내 대장간 담벼락 아래에 기이한 표식을 남겼. 그것은 흑강 지역을 지배하는 잔인무도한 도적단, 흑강적당(黑江賊黨)의 두목 귀두도(鬼頭刀)에게 보내는 은밀한 신호였다.


"사마건…… 네놈이 살아서 이 아래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었구나. 네놈만 백록검파에 넘기면 내 평생의 부귀영화가 보장된다."


강무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걸렸다. 과거 사마세가의 가주 사마혁에게 녹봉을 받으며 충성을 맹세했던 무사의 기개 따위는 탐욕의 불길 속에 재가 된 지 오래였다.


잠시 후, 안개 속에서 거구의 사내들이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가 벗겨지고 붉은 수염이 가득한 흉악한 인상의 사내, 흑강적당의 두목 귀두도였다. 그의 등 뒤에는 가죽 갑옷을 대충 걸치고 날카로운 도끼와 밧줄을 쥔 비적 졸개 수십 명이 뱀처럼 기어오르고 있었다. 백록검파의 사주를 받은 그들은 사마건을 생포하여 그 몸에 흐르는 마맥의 비밀을 찬탈하려는 탐욕에 눈이 멀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배후에는 제갈세가의 천재이자 지략가인 제갈휘(諸葛輝)가 설계한 철저한 포위망이 작동하고 있었다. 제갈휘는 대장간 지하실에서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지하 하수구와 탈출로 주변에 소리 없이 작동하는 철제 기기관문과 덫들을 은밀히 매설해 두었다. 사마건이 도주하려 할 때 그의 사지를 묶어 완벽하게 생포하기 위한 덫이었다.


지하 공방의 열기 속에서, 사마건은 갑자기 가슴 정중앙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심장 혈도에 박혀 있던 황금빛 혜명침(慧明針)이 불길하게 요동치며 날카로운 진동을 일으켰다. 적들의 살기에 반응한 수호 장치의 경고였다.


사마건은 묵묵히 눈을 감았다.


'마맥심안(魔脈心眼).'


왼팔의 마맥이 미세하게 맥동하며, 그의 뇌해로 주변의 기류와 기혈 흐름이 붉은색 지도로 재구성되어 들어왔. 시각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대장간 지붕 위와 담벼락 너머에 매복한 수십 개의 거칠고 탐욕스러운 기혈의 흐름이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낯익은 기혈의 파동이 사마건의 심안에 포착되었다. 비겁하게 떨리면서도 탐욕으로 가득 찬 호흡 소리. 과거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아버님께 충성을 맹세했던 호위, 강무의 기척이었다.


'강무…… 네놈마저 가문을 배신하고 백록검파의 사냥개가 되었구나.'


가장 믿었던 자들의 비열한 배신이 주는 뼈아픈 분노가 사마건의 가슴속에서 검붉은 마기가 되어 요동쳤다. 입가로 뜨거운 선혈이 울컥 치밀어 올랐으나,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며 피를 삼켰다. 단전이 파괴된 상태에서 감정이 격해지면 기혈이 역류하는 제약 때문이었다.


사마건은 옆에서 짐을 정리하던 임철수와 침상에 누워 있는 곽칠에게 나직하게 수신호를 보냈다. 적들이 대장간을 완전히 포위했다는 신호였다. 임철수는 묵묵히 제련용 망치를 움켜쥐었고, 곽칠은 신음하며 일어서려 했다.


사마건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품속의 한철단검(寒鐵劍)을 꺼내 지하 하수구 방향으로 가볍게 던져보았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로 외부의 경비 상태를 확인하려 한 feint였다. 그러나 단검이 날아가 부딪치는 순간, 어떠한 파공음도 울리지 않고 둔탁한 진동만이 흡수되었다. 제갈휘가 매설해 둔 진법의 기기관문이 소리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탈출로가 완전히 봉쇄되었음을 의미했다.


"도련님, 적들이 우리를 생포하려 하는 모양입니다."


곽칠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마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목적은 자신을 산 채로 잡아 마맥의 비밀을 찬탈하는 것. 그렇다면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는 이 좁은 대장간의 지형지물을 활용해야 했다.


사마건의 눈빛이 식어가는 제련 가마와 그 옆에 쌓여 있는 거대한 석탄 가루 자루들로 향했다. 대장장이 임철수가 평생 모아둔 미세한 석탄 가루들이었다. 사마건은 임철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임 아저씨, 가마의 온도를 최대로 올리십시오. 그리고 곽 숙부를 데리고 가마 뒤편의 두꺼운 환기 배출구 안으로 대피하십시오. 그곳은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의 열기를 막아줄 것입니다."


임철수는 사마건의 의도를 단번에 간파했다. 그는 신속하게 가마의 가스 밸브를 열고 석탄 가루 자루들을 찢어 공기 중에 대량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장간 지하실의 공기가 검은 석탄 가루로 가득 차며 휘발성 강한 분진의 화약고로 변해갔다. 사마건은 새로 주조된 임시 철검을 굳게 쥐고 가마 바로 앞에 우뚝 섰다. 전신 경맥이 비틀리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안광은 오직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순간, 지붕 위에서 귀두도의 거친 웃음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려 퍼졌다.


"사마가 놈아!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백록검파의 장문인께서 네놈의 사지를 원하신다!"


귀두도의 외침과 함께, 대장간 천장의 깨진 틈새로 붉게 타오르는 횃불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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