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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베고, 뼈를 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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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기의 집법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철혈강기(鐵血罡氣)가 얼음 바닥을 가르며 사마건의 발목을 향해 짓쳐왔다.


단전이 깨진 사마건에게 정상적인 도약이나 경공은 자살 행위와 같았다. 하지만 그의 왼팔에는 죽은 천마대종사의 마맥(魔脈)이 요동치고 있었다. 사마건은 혀를 깨물며 심장의 혜명침(慧明針)을 억누르고, 왼팔의 검붉은 마기를 다리로 급격히 침투시켰다.


‘마맥신신법(魔脈神身法).’


콰아아앙!


그가 서 있던 얼음 바닥이 폭발하듯 깨져 나가며 사마건의 신형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미끄러졌다. 붉은 강기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쓸고 지나가며 빙벽을 처참하게 부수어 놓았다. 피할 수는 있었으나, 그 대가는 가혹했다. 백무기의 철혈검기가 내뿜은 뜨거운 열독이 사마건의 오른쪽 발목 가죽 장화를 스치며 살가죽을 태웠다. 지독한 화상과 함께 어긋나 있던 오른쪽 무릎 관절이 다시 한번 비틀리는 비명이 뇌해를 찔렀다.


“쥐새끼 같은 신법이구나!”


백무기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왼손에 쥔 쇠가시가 박힌 붉은 가죽 채찍을 허공으로 날렸다.


휘이이이잉— 찰그랑!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온 채찍이 사마건의 왼팔을 사정없이 감아쥐었다. 쇠가시들이 사마건의 소매를 찢고 살가죽을 파고들려 했다. 하지만 백무기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사마건의 왼팔은 이미 평범한 인간의 육체가 아니었다. 천마대종사의 마맥이 완전히 정착해가며 쇳빛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도(魔道)의 팔이었다.


“이따위 가죽 줄로 나를 묶을 수 있을 것 같더냐.”


사마건의 목구멍에서 짐승의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도망치거나 채찍을 풀려고 버둥거리는 대신, 왼손을 뻗어 채찍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천마혈맥결(天魔血脈訣)의 뜨거운 마기를 채찍을 타고 백무기를 향해 역류시켰다.


치이이이익!


쇠가시 박힌 가죽 채찍이 검붉은 불꽃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지독한 마기가 가죽을 태우고 백무기의 손끝을 향해 번져가자, 백무기는 경악하며 채찍의 자루를 내던졌다.


“이, 이 사악한 마공이……!”


백무기의 안광에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 그는 방심을 거두고 오른손의 집법검을 고쳐 잡았다. 백록검파의 사형집행 장로다운 무자비한 검세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백록집법검(白鹿執法劍), 청련낙화(靑蓮落花)!”


푸른 매화꽃잎이 낙화하듯, 수십 개의 예리한 붉은 검강이 사마건의 전신 사혈을 향해 쏟아졌다. 사마건은 장검이 없었다. 그가 가진 것은 오직 한 자루의 한철단검뿐이었다. 짧은 무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마건은 백무기의 검세 안쪽으로 파고들어야만 했다.


깡! 카아앙! 캉!


한철단검과 집법검이 부딪칠 때마다 얼음 골짜기 전체에 소름 끼치는 금속음이 메아리쳤다. 일류 극성의 내공이 실린 백무기의 집법검은 사마건의 뼈마디를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단전이 깨진 사마건은 백무기의 정순한 강기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고 매 격돌마다 입가로 피를 토해냈다.


그 극심한 정사 진기의 충돌 속에서, 사마건의 왼쪽 뺨 귀밑까지 회색빛 죽은 피부가 확장되어 완전히 고착되기 시작했다. 얼굴의 절반이 괴물처럼 변해가는 고통 속에서도 사마건의 눈동자는 오직 차가운 살의로 빛났다.


“죽어라, 폐인 놈아!”


백무기가 사마건의 검로가 흐트러진 틈을 타 왼손으로 철혈장(鐵血掌)을 전개했다. 붉은 내기가 응축된 묵직한 손바닥이 사마건의 가슴 정중앙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사마건의 신형이 뒤로 십여 보를 날아가 빙벽에 무겁게 부딪쳤다. 가슴뼈가 미세하게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황금빛 혜명침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심장 주변의 기맥들이 찢어지며 대량의 선혈이 목구멍을 타고 울컥 쏟아져 나왔다.


“소가주님! 안 됩니다!”


거꾸로 매달린 곽칠이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곽두수 역시 무사들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며 오열했다.


백무기는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집법검 끝에서 흐르는 피가 하얀 얼음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단전이 부서진 개새끼가 마공을 조금 익혔다고 일류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아비인 사마혁도 내 손에 단전이 깨져 울부짖다 죽었다. 너 역시 똑같은 나락으로 보내주마.”


백무기가 집법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사마건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릴 기세였다.


빙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던 사마건은 고개를 숙인 채 나직하게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백무기가 자신을 완전히 무력화된 폐인으로 보고 방어의 고삐를 풀었음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기다린 것은 바로 이 순간, 적의 방심이 극에 달한 찰나였다.


‘단전이 없어도…… 내 경맥에는 천마의 피가 흐른다.’


사마건은 심장에 박힌 혜명침을 억지로 뒤흔들어 체내의 모든 마기를 오른손에 쥔 한철단검 끝으로 밀어 넣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아버지가 전수해주었던 가문 고유의 묵직한 검초를 떠올렸다.


‘철검도강(鐵검도강).’


파아앗!


사마건의 신형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오른손에 쥔 한철단검이 묵직한 대검의 무게감을 품은 채, 백무기의 가슴을 향해 전광석화처럼 찔러 들어갔.


“무슨……!”


백무기는 급히 집법검을 가로막으며 철혈강기 장벽을 전개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쩍—! 카앙!


한철단검 끝에 응축된 폭발적인 검붉은 마기가 백무기의 집법검 검신을 정면으로 타격했다. 소름 끼치는 균열과 함께 백록검파의 자랑이던 집법검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멈추지 않은 한철단검은 백무기의 아랫배 정중앙, 기해혈(氣海穴)을 정확히 관통했다.


푸우욱!


“끄아아아아악!”


음사곡 전체를 찢어발기는 듯한 비명이 백무기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사마건은 단검을 쥔 손을 가차 없이 비틀었다. 백무기의 단전 내부에서 흐르던 정순한 철혈기공의 내력이 사마건의 마기에 의해 완전히 오염되고 깨어져 나갔다. 과거 사마건이 겪었던, 전신 경맥이 바스러지는 지옥 같은 고통이 똑같이 백무기의 육체를 찢어발겼다.


“네놈이…… 내 단전을……!”


백무기가 피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발악으로 오른손을 뻗어 사마건의 머리를 깨부수려 했다. 하지만 사마건은 이미 왼손을 뻗고 있었다.


“원수의 대가는 똑같이 돌려주는 법이다.”


콰득!


사마건의 쇳빛 왼손, 천마혈마조가 백무기의 오른손목을 움켜쥐었다. 뼈가 가루가 되도록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백무기의 전신 내공 흐름이 완벽하게 마비되었다. 백무기는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온몸의 기혈이 역류하여 눈과 귀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며 얼음 바닥 위로 서서히 쓰러졌다.


사마건은 피 묻은 한철단검을 거두며 비틀거렸다. 오른팔 경맥은 이미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감각이 없었고, 온몸에 수십 군데의 검상이 붉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원수를 베었으나, 그의 육체 역시 완전히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소가주님……!”


매달려 있던 곽칠이 밧줄을 풀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사마건을 향해 기어왔다. 곽두수 역시 사방의 무사들이 도망치자 사마건의 다리를 붙잡고 오열했다.


복수를 마친 사마건이 피 묻은 단검을 거두며 일순간의 허탈함과 여전히 멈추지 않는 마맥의 차가운 열기를 느끼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음사곡을 둘러싼 어두운 대나무 숲속에서, 수십 개의 횃불 불빛이 소리 없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백록검파의 외교 장로 백무정이 보낸 무림맹의 공식 통행령을 지닌 전령들이 차가운 쇠사슬과 병기를 쥔 채 사마건의 사방을 포위하며 나타났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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