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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련곡의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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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파고드는 백무진의 서늘한 독침 살기가 사마건의 마맥을 한계까지 자극했다.


쉭! 쉭!


자욱한 노란빛 독안개 속을 뚫고 날아오는 세 자루의 녹명침(綠鳴針). 그 끝에 맺힌 만독의 비액이 공기를 부식시키며 검은 궤적을 그렸다. 단전이 파괴되어 정종의 호신강기를 펼칠 수 없는 사마건에게, 그 독침은 스치기만 해도 전신 경맥이 녹아내릴 치명적인 사선(死線)이었다.


오른쪽 무릎 관절의 격통이 대지를 디디는 다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피할 곳은 없었다. 사마건은 이를 악물며 왼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그의 손끝에 닿은 것은 남궁설이 건네주었던 북해 한철로 주조된 한철단검(寒鐵單劍)이었다.


스릉!


한철단검이 검집을 빠져나오는 순간, 흑강 음사곡의 빙벽보다 더 차가운 만년 한기가 대나무 숲의 습기를 얼리며 백색의 서리를 피워 올렸다. 사마건은 단검의 날을 세워 날아오는 녹명침의 궤적을 비스듬히 쳐냈다.


카캉! 카캉!


가느다란 쇳소리와 함께 독침의 끝부분이 한철단검의 음기에 가로막혀 얼어붙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지막 한 자루의 침이 그의 왼쪽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으나, 살갗이 베이기 전에 단검의 한기가 독액을 먼저 응고시켜 지면으로 떨어뜨렸다.


“쥐새끼치고는 제법이구나!”


독안개 너머에서 백무진이 이빨을 드러내며 비웃었다. 그의 신형은 이미 공중으로 솟구쳐, 백록검파의 보검을 쥐고 백록송풍검의 초식을 전개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백무진의 보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검강이 안개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났다.


하지만 사마건의 시선은 백무진에게 머물지 않았다. 마맥심안(魔脈心眼)의 붉은 세계 속에서, 그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수로 뒤편의 바위 그늘에 몸을 숨긴 채 끊임없이 독연을 불어넣고 있는 자, 추풍대의 독공 전문가 살사(殺四)였다.


‘저놈을 먼저 죽이지 않으면, 이 안개 속에서 내 허파는 반 각도 버티지 못한다.’


지독한 황산과 유황의 독 가스가 사마건의 목구멍을 타고 흐르며 폐부를 사정없이 부식시키고 있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입가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 치명적인 독 가스가 폐맥을 타고 흘러들자 심장부에 잠들어 있던 천마대종사의 마맥이 비정상적으로 고동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마맥이 독소의 침입을 외적의 공격으로 인지하고 스스로의 출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전신 경맥을 타고 흐르는 마기가 검붉은 빛에서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하며 사마건의 전신에 기괴한 괴력을 주입했다. 독 가스 흡입으로 인한 이상 자극이었다.


“커헉……!”


사마건은 뿜어져 나오는 피를 바닥에 뱉어내며 신형을 굽혔다. 그리고 마맥신신법(魔脈神身法)을 전개했다. 오른쪽 무릎의 관절이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마맥의 폭발적인 마기가 그의 다리 근육을 강제로 팽창시켰다.


파앗!


사마건의 발자국이 닿은 흙바닥에서 검붉은 피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의 신형은 찰나의 순간에 안개 속에서 소리 없이 지워졌다. 대나무 잎들이 거친 바람에 흩날리기도 전에, 사마건은 수백 보 바깥의 바위 그늘에 숨어 있던 살사의 등 뒤로 육박했다.


“……?!”


살사는 자신의 만독 독무 속에서 사냥감이 사라진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얼음처럼 차가운 한기가 그의 뒷목덜미를 엄습했다.


사마건의 오른손이 살사의 등 뒤 기맥을 향해 뻗어 나갔다. 손가락 끝에 정순한 도가의 진기와 마맥의 탁한 기운을 기형적으로 공존시킨 비열하고 치밀한 기술, 맥상타혈술(麥上打血術)이었다.


팍! 팍! 팍!


사마건의 손끝이 살사의 척추 마디마디에 위치한 세 개의 핵심 혈도를 정확히 관통하듯 타격했다. 살사의 오독공(五毒功) 내공이 단숨에 묶이며, 그의 몸속에 흐르던 독기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꺼, 꺽……!”


살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마건은 그의 멱살을 잡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백무진의 검세를 향해 방패막이로 내던졌다.


“이 비겁한 마두 놈이!”


공중에서 낙하하던 백무진은 사마건이 던진 고기방패가 자신의 동료인 살사임을 확인하고 격분했다. 하지만 검세를 멈추기에는 그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푸화학!


백무진의 보검이 살사의 가슴팍을 그대로 관통했다. 살사는 눈을 부릅뜬 채 피를 토하며 최후를 맞이했다. 사마건은 그 짧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살사의 품속으로 왼손을 밀어 넣었다. 쇳빛으로 딱딱하게 변색된 손가락 끝이 살사의 가죽 주머니를 찢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치명적인 독약 병들과 유독 가스 탄환들을 통째로 낚아채 품속에 챙겼.


그리고 오른손에 쥔 빼앗은 장검을 비틀어 백무진의 목덜미를 향해 내질렀다.


“죽어라!”


백무진은 살사의 시신을 발로 차내며 검을 회수하고, 백록송풍검의 비전 초식인 풍뢰격(風雷擊)을 전개했다. 푸른 검강이 사마건의 장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청련곡의 수로를 뒤흔들었다. 정파의 정순한 도가 내공과 사마건의 마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마기가 허공에서 서로를 잠식하며 불꽃을 튀겼다. 사마건은 정면으로 맞붙으려 했으나, 백무진이 지닌 내공은 순수한 도가의 기운이었다. 그 정순함이 사마건의 사악한 마기를 상쇄시키는 순간, 극렬한 반동이 사마건의 왼손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아악……!”


사마건의 왼손 손가락 피부가 찢어지며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뼈가 하얗게 드러나는 깊은 자상이었다. 그가 쥐고 있던 빼앗은 장검의 검신에도 거미줄 같은 균열이 더욱 깊어지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비명을 질렀.


백무진은 승기를 잡았음을 확신하고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단전이 깨진 폐인 주제에 감히 내 정종 내력을 감당하려 들다니! 네놈의 그 더러운 왼팔을 잘라 가문의 제단에 바쳐주마!”


백무진의 보검이 사마건의 심장을 향해 직선으로 쏘아져 들어왔. 피할 길이 없는 신속한 찌르기였다.


사마건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대신, 오히려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안광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정통 무인이라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자학적인 변칙수였다.


“콰아악!”


사마건은 왼손을 뻗어 백무진의 보검 날을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쇳빛으로 딱딱하게 굳어지고 손톱이 야수의 발톱처럼 길어진 천마혈마조(天魔血魔爪)의 악력이 보검의 날을 사정없이 조여왔다. 보검의 날이 그의 왼손바닥 뼈를 깎아내리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으나, 사마건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 맨손으로 내 검을 잡았다고?”


백무진의 얼굴이 경악으로 하얗게 질렸다. 검을 빼내려 했으나, 사마건의 왼손은 마치 강철 바이스처럼 보검을 꽉 움켜쥔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는 가문의 검리를 더럽혔다.”


사마건의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가 백무진의 귀전에 닿았다. 사마건은 오른손에 쥔 균열투성이의 장검에 마맥의 남은 기운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검신이 붉게 타오르며 마지막 비명을 질렀다.


쉬이익!


사마건의 검이 백무진의 목덜미를 가로질러 한 줄기 검붉은 선을 그렸다.


스슥.


백무진의 목에서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오며, 그의 오만한 눈동자가 서서히 생기를 잃어갔다. 백무진의 신형이 수로의 차가운 물속으로 무겁게 쓰러졌다.


사마건은 부러진 장검을 바닥에 버리고 비틀거리며 계곡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왼손 손가락뼈가 드러난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으나, 그의 눈은 오직 하나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안개 너머 계곡 깊은 곳, 은은한 정순한 기운이 솟구치는 연못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맑은 샘물 한가운데, 백 년에 한 번 피어난다는 푸른 빛의 태을청련(태을청련)이 찬란한 극양의 영기를 뿜어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마건이 연못가에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의 심장부에 도사리고 있던 사악한 마맥이 푸른 꽃의 극양 진기와 공명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그의 전신 경맥을 사정없이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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