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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련의 덫, 붉은 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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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쏟아지는 서슬 푸른 검날들의 궤적이 사마건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에 가득 찼다.


“차악!”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계곡 입구를 메운 백색의 검강들이 사마건의 전신 사혈을 꿰뚫기 위해 수직으로 낙하했다. 단전이 깨져 내공의 호위를 받지 못하는 육체는 그저 종잇장에 불과했다. 사마건은 이빨을 악물며 왼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몸을 비틀었다. 어긋났던 오른쪽 무릎 관절에서 뼈가 삐걱거리는 비명이 척추를 타고 뇌해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쿠구구구!”


검강들이 사마건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수로 바닥의 암반을 사정없이 짓밟으며 폭발했다. 잘게 부서진 돌가루들이 빗물과 뒤섞여 사방으로 비산했다. 사마건은 간신히 신형을 뒤로 물러 세웠으나, 허파 깊숙이 밀려드는 공기는 이미 지독한 유황과 황산의 냄새로 오염되어 있었다.


“큭……!”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사마건은 다시 한번 검붉은 선혈을 들이켰다. 추풍대의 독공 전문가, 독인 살사(殺四)가 뿌려둔 만독 독연(萬毒 毒煙)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폐포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열감이 전신 경맥을 타고 퍼져나갔다. 단전이 파괴된 부위의 차가운 공백으로 독기가 스며들자, 심장부에 박힌 황금빛 혜명침이 미친 듯이 진동하며 기혈을 뒤흔들었다.


무기가 없었다. 독고영과의 대결에서 가문의 마지막 자부심이었던 부러진 철검마저 산산조각 나버린 상태였다. 맨손으로 이 삼십육인의 정예 검진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마교의 세작 놈이 감히 신성한 청련곡에 발을 들이다니! 장문인의 명에 따라 즉시 처단하라!”


검진을 이끄는 백록검파의 이류 검사가 검을 치켜세우며 외쳤다. 삼십육인의 검사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사마건의 사방을 촘촘하게 에워쌌다. 그들이 펼치는 백록검파 청련검진(靑蓮劍陣)은 마치 거대한 강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사마건의 숨통을 조여왔다. 자욱한 독안개 속에서 검날들이 그리는 궤적은 보이지 않는 죽음의 그물망이 되어 다가왔다.


‘눈에 의존해서는 살아나갈 수 없다.’


사마건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시각을 포기하자 지독한 독무의 방해가 일순간에 무력화되었다. 대신 그의 왼팔, 천마대종사 독고천의 마맥이 격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마맥심안(魔脈心眼).’


두근! 두근!


심장과 연결된 마맥의 진동이 뇌해로 전달되며, 사마건의 머릿속에 주변의 생명체들이 내뿜는 기혈의 흐름이 붉고 푸른 선으로 재구성되었다. 독안개 속에서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며 검진을 유지하고 있는 삼십육 명의 백록검파 제자들의 위치가 선명하게 박동했다. 그들의 발걸음 하나, 검을 쥐어짜는 손귀의 미세한 떨림까지 사마건의 심안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살(殺)!”


검사들의 합격 진형이 좁혀지며 사방에서 검풍이 휘몰아쳤다. 사마건은 오른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한 검사의 검로를 유심히 읽었다. 그의 검 끝이 사마건의 옆구리를 스치기 직전, 사마건은 왼손을 뻗었다. 쇳빛으로 딱딱하게 굳어지고 손톱이 야수의 발톱처럼 돋아난 기형적인 왼손이었다.


“콰아악!”


사마건의 천마혈마조(天魔血魔爪)가 검사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사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떨어뜨렸다. 사마건은 그가 떨어뜨린 장검의 자루를 오른손으로 낚아챘다. 묵직한 정철의 무게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자, 사마건의 안광에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비록 가문의 보도는 아니었으나, 검이 손에 쥐어지자 평생을 뼈에 새겨왔던 백록검파의 검리가 깨어났다. 단전이 깨져 검강을 내뿜을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는 마맥의 파괴적인 출력과 도가의 정순한 초식이 있었다.


“청풍영락(靑風零落)!”


사마건은 새로 쥔 장검의 날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사방으로 휘둘렀다. 소나무 사이로 부는 가을바람이 낙엽을 쓸어내리듯, 신속하고 부드러운 검막이 형성되었다.


“카카카캉—!”


사방에서 쏟아지던 십여 자루의 검날들이 사마건이 전개한 청풍영락의 검막에 부딪쳐 불꽃을 튀기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 검사들의 연합 공격이 일순간에 상쇄되는 순간이었다. 내공의 정순함 대신 마맥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한 괴력이 검신을 타고 전도되자, 검을 맞부딪친 검사들은 손목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받고 뒤로 주춤거렸다.


사마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맥심안으로 관조한 검진의 흐름 속에서 가장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일각을 포착했다. 검진의 서쪽 모퉁이를 지키는 젊은 제자의 호흡이 독안개 속에서 거칠어지고 있었다. 동료의 손목이 부러지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겁을 먹은 탓이었다.


‘거기다.’


사마건은 절뚝거리는 오른쪽 무릎의 통증을 억누르며 땅을 박차고 나갔. 마맥의 기운을 다리에 순식간에 집중시키는 마맥신신법(魔脈神身法)의 변칙적인 가속이었다. 그의 발목 주변으로 검붉은 피 안개가 피어오르며, 사마건의 신형은 안개 속에서 한 마리 검은 귀신처럼 서쪽 모퉁이의 제자 앞으로 육박했다.


“히익……!”


젊은 제자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찔러왔으나, 사마건은 이미 그의 검로를 읽고 있었다. 가볍게 고개를 돌려 검날을 피한 사마건은 오른손의 장검으로 제자의 가슴팍을 강하게 내리쳤. 검날의 예리함이 아닌, 마맥의 폭발적인 근력을 실은 물리적 충격이었다.


“콰직!”


제자의 가슴뼈가 내려앉으며 신형이 뒤로 크게 날아가 다른 검사들과 충돌했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던 청련검진의 서쪽 진형이 일순간에 무너지며 거대한 공백이 발생했다. 36인의 연합 기세가 흩어지자 사마건을 누르던 압도적인 검압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검진이 깨졌다! 진형을 재정비하라!”


검사들이 당황하여 소리쳤으나, 사마건은 이미 그 공백을 뚫고 검진의 포위망 밖으로 신형을 날린 뒤였다. 독안개 속에서 폐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의 눈동자는 오직 계곡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빛의 태을청련만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스스슥—”


사마건이 검진의 틈새를 완전히 빠져나가려는 찰나, 자욱한 노란빛 독안개 너머에서 차가운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 극도로 은밀하고 치명적인 기습이었다.


사마건은 마맥심안을 통해 자신의 심장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오는 가느다란 기혈의 살기를 감지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검기가 아니었다. 끝부분에 치명적인 만독의 독액이 묻은, 백록검파 정예 제자 백무진(白武振)의 전승 신물인 ‘녹명침(綠鳴針)’이었다.


“어디를 가느냐, 사마세가의 망령 놈아!”


독안개 너머에서 백록검파의 잔인한 사냥개, 백무진이 이빨을 드러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끝에서 발사된 독침이 사마건의 전신 마비 상태를 틈타 그의 심장 정중앙을 꿰뚫기 위해 서늘한 기세를 품고 육박해 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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