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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실험실의 검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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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쇄초의 보랏빛 독액이 혈관을 타고 전신 뼈마디로 퍼져나가는 순간, 무강의 척추가 활처럼 꺾였다.


그것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너머의 고통이었다. 뼈를 구성하는 미세한 골밀도 입자들이 강제로 쪼개지고, 다시 엉겨 붙는 지독한 화학적 융해가 살가죽 안쪽에서 일어났다. 골막은 펄펄 끓는 용암에 잠긴 것처럼 타들어 갔고, 전신의 관절은 무형의 거대한 맷돌에 갈려 나가는 듯 삐걱거렸다. 무강의 입술 틈새로 검붉은 핏물이 울컥 배어 나왔다.


“무강아! 정신 차려라! 이빨을 악물어!”


백강혁의 다급한 외침이 아득한 귓가를 때렸다. 약방의 어두운 조명 아래, 백강혁의 손놀림은 광풍처럼 빨라졌다. 그는 은침을 꺼내 무강의 가슴뼈 아래 심어진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 주변의 혈도를 사정없이 찔러 들어갔. 침 끝이 살을 뚫고 뼈마디 틈새를 관통할 때마다 서늘한 침기가 심장 경맥을 강하게 압박했다. 극독의 쇼크로 심장이 멈추려는 찰나, 호심침이 강제적인 활력을 불어넣으며 맥박을 붙잡아 두었다.


무강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자신의 혀를 깨물었다. 입안 가득 비린 피가 차올랐지만, 그의 정신은 철심 단련 구결(Iron Heart Tempering)을 통해 지독할 정도로 차갑게 유지되었다. 고통은 적이 아니었다. 이 밑바닥 지옥에서 자신을 더 단단하게 담금질해 줄 유일한 동반자였다.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 내 뼈는 부러질수록 단단해지고, 강철은 두드릴수록 예리해진다.’


무강은 무의식의 심연 속에서 자폐식 호흡법(Self-Sealing Breathing Method)을 가동했다. 폐의 호흡을 완전히 차단하고 심장 박동을 극도로 늦추자, 골쇄초의 맹독 성분이 혈류를 타고 뇌로 올라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사이 백강혁은 약방 구석에 비축해 두었던 만년 빙하의 정수, 빙한수(Ice Cold Spring Water)를 사발째 무강의 전신에 끼얹었다.


치이이익!


뜨겁게 달아오른 무강의 피부에서 하얀 증기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극독의 고열과 빙한수의 극한의 냉기가 충돌하며 무강의 골격 내부에서 미세한 균열들이 메워지기 시작했다. 으스러졌던 뼈마디들이 스스로 자리를 찾아가며 어둡고 묵직한 철빛을 띠는 2성 ‘철골(Iron Bone)’의 단단한 기틀이 무강의 육체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지옥 같은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왔을 때, 무강은 마침내 눈을 떴다. 전신은 피와 땀,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나, 그의 오른팔과 어깨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고 단단한 무쇠의 감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 약방 바깥의 흙바닥을 밟는 삼엄한 발자국 소리가 무강의 고도로 발달한 청각에 포착되었다. 무겁고 절제된 보폭, 그리고 비단옷이 쓸리는 미세한 마찰음. 단순한 광산 간수들이 아니었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천검문 본산의 소문주 사마준과 남궁세가의 남궁태가 호위 무사들을 이끌고 약리당에 도착했습니다!”


삼수가 소리 없이 뒷문으로 기어 들어와 다급하게 속삭였다. 백강혁은 안색을 굳히며 무강의 어깨를 짚었다.


“서태강의 감시병들이 약방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지금 네 몸으로 정면 돌파는 무리다. 약리당 지하 실험실과 연결된 하수구 환기구 틈새로 숨어라. 그곳은 내가 약재를 은밀히 수급하기 위해 파둔 사각지대다.”


무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새로 단련된 철골의 유연성을 활용해 소리 없이 약방 바닥의 좁은 목조 덮개를 열고 지하 통로로 스며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기어가자, 이윽고 쇠창살 그릴 너머로 하얗게 불을 밝힌 천검문 약리당(Cheongeom Sect Medicine Hall)의 지하 실험실 내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시큼한 유황 냄새와 비린 독약 향이 코를 찔렀다. 실험실 중앙에는 대리석으로 주조된 가혹한 해부 탁자들이 늘어서 있었고, 벽면에는 기괴한 약탕관과 인체 실험 기록들이 즐비했다.


철컥, 철컥.


두꺼운 철문이 열리며 수려한 풍모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면에 선 사내의 옷차림은 극도로 화려했다. 백옥 검을 차고 자줏빛 비단 장포를 걸친 미청년, 천검문 분타주의 아들 사마준(Sama Jun)이었다. 그의 곁에는 푸른색 남궁세가 무복을 단정하게 입고, 날카로운 매의 눈빛을 번뜩이는 남궁태(Namgung Tae)가 나란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등 뒤로는 묵직한 철갑을 두른 일류 호위 무사들이 삼엄하게 버티고 있었다. 약리당의 사악한 의원 조필(Jo Pil)이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며 그들을 맞이했다.


“소문주님, 그리고 남궁 소협. 이 누추한 변방의 약리당까지 직접 왕림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사마준은 코를 찡그리며 비단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렸다.


“조필, 흑철곡의 광물 수급 상태를 확인하러 온 김에 약리당의 성과를 보러 왔다. 본산에서 요구한 신형 연골단(Cartilage Pill)의 실험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안왕부와의 밀약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필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연구 수첩을 펼쳐 보였다.


“걱정 마십시오. 천검문 연골단(Cheongeom Sect Cartilage Pill)의 독성을 극대화하여, 복용 시 온몸의 뼈 속 칼슘을 완벽하게 녹여내고 관절을 흐물거리게 만드는 배합법을 완성했습니다. 아무리 강골을 지닌 자라도 이 알약 하나면 반항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채 기어 다니는 고깃덩이가 될 뿐입니다. 다만…… 진짜 뛰어난 근골을 지닌 소체로 최종 검증을 해야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남궁태가 명검 창천검의 자루를 툭툭 치며 차갑게 실소했다.


“뛰어난 근골이라. 마침 쓸 만한 소체가 하나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보여주지 않겠나?”


조필이 박수를 두 번 치자, 지하 감옥의 쇠창살 문이 열리며 두 명의 간수가 거대한 쇠사슬에 묶인 괴물을 끌고 나왔. 전신 피부가 약물 부작용으로 짓무르고, 뼈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기괴하고 거대해진 형상. 가죽 끈과 사슬에 꽁꽁 묶인 채 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괴물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환기구 틈새에 숨어 있던 설무강의 안광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사촌 형, 설무현(Seol Mu-hyeon)이었다.


과거 온화하고 정이 많았던 형의 눈동자는 고통과 약물로 인해 이미 붉은 광기만 남은 채 뒤틀려 있었다. 무현은 자신을 지배하려는 간수들을 향해 괴력으로 사슬을 흔들며 거칠게 저항했다.


“크으으아악! 놔라! 이 위선자 놈들!”


무현이 뿜어내는 기괴한 파괴력에 간수들이 뒤로 밀려나자, 조필이 냉혹하게 명령했다.


“무식하게 완력만 남은 버러지 같으니. 연골단 액체 주입을 시작해라.”


간수들이 무현의 목덜미를 쇠집게로 찍어 누르고, 조필이 직접 검푸른 약물이 담긴 도자기 병을 무현의 벌려진 입안으로 강제로 들이부었다.


“읍! 으으읍……!”


약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무현의 전신 골격이 기괴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듯한 소름 끼치는 파골음이 실험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의 어깨와 무릎 관절들이 쳇바퀴처럼 스스로 흐물거리며 무너져 내렸다. 무현은 다리에 힘을 잃고 비참한 비명과 함께 대리석 바닥으로 엎어졌다. 뼈가 칼슘을 잃고 진흙처럼 연해져, 스스로 상체를 지탱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처참한 상태였다.


“오호, 제법이군.”


남궁태가 흥미롭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와 무릎을 꿇고 쓰러진 무현의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애검 창천검을 반쯤 뽑아 들었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창궁검기(Sky Sword Qi)가 무현의 얼굴을 차갑게 비추었다.


“천한 괴물 놈이 짖는 소리가 시끄럽더니, 약 한 알에 이리도 얌전해지다니. 정파의 무공을 모르는 평민 놈들은 결국 이리 짓밟히는 것이 어울리는 법이지.”


남궁태는 실소하며, 예리한 검 끝으로 무현의 노출된 가슴뼈 중앙을 가볍게 찔렀다.


푹.


살가죽이 뚫리고 검 끝이 무현의 흉골에 닿았으나, 단단한 저항음 대신 썩은 나무를 찌르는 듯한 둔탁하고 흐물거리는 마찰음만이 들려왔다. 남궁태는 혀를 찼다.


“뼈의 울림이 둔탁하고 차갑기 짝이 없구나. 쓰레기 소체에 불과해. 천검문의 실험이라는 것도 결국 이 정도 수준인가?”


“크으…… 으……”


무현은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흐려져 가는 눈으로 남궁태의 비단 장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으스러진 골격은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환기구 어둠 속에서 이 모든 참상을 지켜보던 설무강의 전신 뼈마디가 폭발하듯 부르르 떨렸다. 사촌 형의 비참한 최후와 정파 무인들의 잔혹한 유희에, 그의 심장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피의 분노가 소용돌이쳤다.


무강의 주먹이 너무나 강하게 쥐어졌다. 새로 단련된 2성 철골의 손가락 마디뼈들이 서로 강하게 마찰하며, 둔탁하고 무거운 금속성 파골음(골음)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무강이 당장이라도 하수구 그릴을 박살 내고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절체절명의 찰나였다.


텁!


뒤에서 대기하던 백강혁이 무강의 어깨 혈도를 침 끝으로 강하게 짓눌렀다. 백강혁의 눈동자 역시 분노로 가득 차 있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지독할 정도로 낮고 떨렸다.


“참아라, 무강아……! 지금 나가면 저 아이뿐만 아니라, 이 광산의 수백 명 노예 결사대 전원이 개죽음을 당한다. 사마준과 남궁태의 등 뒤에 버티고 있는 일류 무사들의 수를 보아라. 네 철골은 아직 완벽하게 안정되지 않았다. 힘을 숨겨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았으면서, 이깟 분노 하나를 다스리지 못하는냐!”


백강혁의 필사적인 제어 침기가 무강의 심장 혈도를 자극하여 뇌로 치솟던 열기를 강제로 가라앉혔다. 무강은 이빨을 악물었다. 깨물어 터진 입술 사이로 흐르는 피가 차가운 하수구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안광은 칠흑 같은 심연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으나, 눈동자 속에는 불멸의 살기가 각인되었다.


그는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대신, 아래쪽 적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뇌리에 새겼다. 사마준이 백옥 검을 쥐는 손가락의 각도, 남궁태가 창궁검기를 발산할 때 어깨 회전근개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골음의 주파수, 그리고 호위 무사들의 삼엄한 진형 구조까지.


아래층에서 설무현은 결국 마지막 거친 숨을 내쉬며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의 육체는 연골단의 독성에 의해 뼈와 살이 완전히 짓물러진 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방치되었다.


남궁태는 지루하다는 듯 검을 검집에 밀어 넣으며 사마준을 바라보았다.


“재미없는 구경이었군. 소문주, 내일 아침 연무장에서 노예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내 창궁검기의 예리함을 시험해 보겠다. 대련 과녁으로 쓸 만한 단단한 놈들로 몇 놈 골라두어라. 내 검술 완성도를 점검해야겠으니.”


사마준이 오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 소협의 검술을 위해서라면 광부 백 놈이라도 기꺼이 제공하지요. 조필, 시체를 치워라.”


그들이 호위 무사들을 거느리고 실험실을 빠져나가는 철문 소리가 무겁게 닫혔다.


스스스슥.


어둠 속에서 설무강이 천천히 환기구의 쇠창살 그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양손이 두꺼운 철제 창살을 움켜잡았다.


오직 순수한 철골의 악력만으로, 묵직한 철창이 찌그러지며 비틀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무강의 눈동자는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마준, 그리고 남궁태. 너희들의 목뼈를 이 흑철곡의 백골 무덤 앞에서 반드시 내 손으로 꺾어버리겠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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