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의 유혹, 골쇄초
“노역으로 굽은 뼈 치고는…… 묘하게 울림이 차갑구나.”
서태강의 나지막한 음성이 공동 막사의 습한 공기를 얼려버릴 듯 가라앉았다. 그의 거친 손가락 끝이 설무강의 어깨뼈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지그시 내공을 밀어 넣었다. 서서히 조여드는 압력과 함께, 이류 극성의 내공이 지닌 서늘한 진동이 무강의 쇄골을 타고 척추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윽…….’
무강의 가슴뼈 아래 깊숙이 박힌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이 골격 재배치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경맥을 사정없이 찔러왔다. 흉골 안쪽에서 뜨거운 피가 울컥 솟구치는 감각이 밀려왔다. 만약 여기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체를 긴장시키거나, 내공 진동에 반응하여 동골(Bronze Bone)의 밀도를 단단하게 굳히는 순간 모든 위장이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서태강은 뼈의 미세한 공명 현상을 포착해 외공가를 감별해 내는 추골술의 달인이었다.
무강은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 오직 청각과 골막의 진동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골음감지(Bone Sound Perception)의 감각이 극대화되자, 서태강의 손가락 마디뼈가 삐걱거리며 힘을 더하는 미세한 마찰음이 천둥소리처럼 뇌리에 울려 퍼졌다. 서태강의 손끝 장력이 최고조에 달해 무강의 어깨뼈를 부러뜨리기 직전의 찰나였다.
‘지금이다.’
무강은 뇌격 분산의 원리를 역으로 가동했다. 뼈를 단단하게 굳히는 대신, 어깨 관절의 요골과 척골의 맞물림을 완전히 풀어헤쳤다. 뼈마디 사이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벌려 흐물거리는 일반 노예의 헐거운 골격처럼 이완시킨 것이다.
파고들던 서태강의 서늘한 내공 진동이 굳건한 저항벽을 만나지 못하고, 헐거운 관절 사이의 빈 공간으로 맥없이 흩어져 버렸다. 단단한 쇠붙이를 기대했던 서태강의 손끝에는 그저 영양실조로 비틀어지고 바람 빠진 수수깡 같은 뼈대의 감각만이 전해졌다.
“콜록! 쿨럭! 퉤에!”
그 순간 무강이 타이밍을 맞춰 격렬하게 기침을 터뜨리며 바닥에 검붉은 핏덩이를 토해냈다. 붕괴 사고 당시 흡입한 유황 가스로 인해 폐가 완전히 망가진 병약한 노예의 처절한 연기였다. 무강의 입에서 튀어나온 핏방울이 서태강의 가죽 장화 끝에 튀었다.
“더러운 놈이 감히 어디다 피를 토하는냐!”
서태강이 더럽다는 듯 급히 손을 떼며 무강의 어깨를 발로 걷어찼다. 굴러떨어진 무강은 진흙 바닥을 뒹굴며 헐떡이는 시늉을 했다. 서태강은 자신의 가죽 장갑을 꺼내 손가락을 닦아내며 침을 뱉었다.
“쯧, 그저 폐병이 깊어 뼈마디에 한기가 서린 산송장이었군. 칠성의 손목을 꺾어버린 괴물이 이런 뼈다귀일 리가 없지.”
서태강은 의심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가 이끄는 간수들과 사냥개들이 막사를 빠져나가는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무강은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죽였다. 가슴뼈 아래 호심침이 찌르는 극통에 전신이 식은땀으로 젖어 들었다.
그날 밤 삼경, 간수들의 야간 점호가 끝나고 막사에 고요가 찾아온 뒤에야 무강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켰다.
으드득, 득.
굽어 있던 척추뼈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어긋나 있던 어깨 관절이 단단하게 맞물리며 본래의 다부진 체격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뼈를 다시 맞추는 혹독한 통증에 무강의 굵은 목줄기가 파르르 떨렸다. 그때 삼수가 소리 없이 막사 구석에서 기어 나와 무강의 곁에 엎드렸다.
“형님, 서태강이 일단 수색을 멈췄지만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습니다. 백 의원님의 약방 주변에 감시병 두 명을 상시 배치해 두었습니다. 이제 약방으로 드나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무강의 미간이 좁혀졌다. 약방 주변에 감시가 붙었다는 것은 백강혁과의 접골탕(Bone-Setting Decoction) 거래가 완전히 차단되었음을 의미했다. 매일 밤 스스로 뼈를 부러뜨리고 재생시키는 역접골 수련을 이어가야 하는 무강에게 접골탕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약재 없이 뼈를 부러뜨렸다가는 뼈가 기괴하게 어긋나 영구적인 불구가 될 것이 뻔했다.
“이대로 수련을 멈출 수는 없다. 송지효와 사마현의 목을 치기 전에는 내 뼈를 멈추지 않는다.”
무강의 차가운 음성에 삼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철기단골결 2성인 '철골(Iron Bone)'의 경지로 단숨에 돌파해야 합니다. 철골의 경지에 이르면 뼈가 스스로 무쇠처럼 단단해져 매일 밤 뼈를 부러뜨리는 가혹한 자해 수련을 하지 않아도 검기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골쇄초(Bone-Shattering Herb)가 필요하겠지.”
무강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고대 석판의 구결에 적혀 있던 철골 돌파의 성약. 뼈의 세포 분열을 폭발적으로 촉진하여 골밀도를 극대화하는 기이한 독초였다.
“예, 형님. 하지만 골쇄초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습니다. 흑철곡 주변 산맥에 숨어 사는 미치광이 심마니, 강씨 약초꾼(Herb Gatherer Kang)만이 그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낮에 광산 외곽에서 은밀히 접촉해 두었습니다. 그가 지금 사지갱 하부의 비밀 틈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강은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뼈를 찌르는 호심침의 통증을 억누르며, 이가 빠진 무쇠 쇠망치 머리를 가죽 끈으로 오른손 주먹에 단단히 묶었다. 사냥을 떠나는 야수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야간 정찰 회피 규율(Night Patrol Evasion Rules)에 따라 간수들의 횃불 밝기와 순찰 주기를 계산하며, 무강과 삼수는 소리 없이 공동 막사를 빠져나와 흑철곡 깊은 지하로 스며들었다. 그들이 도달한 곳은 출입이 전면 금지된 사지갱(The Abyss Pit) 하부의 음산한 바위 틈새였다.
그곳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풀잎 옷을 누더기처럼 걸친 늙은 사내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강씨 약초꾼이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지독한 흙먼지와 비린 약초 냄새가 풍겼다.
“킥킥, 단전이 깨진 노예 놈이 진짜 골쇄초를 먹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건 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약이 아니라, 온몸의 뼈를 진흙처럼 으스러뜨려 죽이는 극독이야, 극독!”
강씨 약초꾼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무강을 흘겨보았다. 무강은 대답 대신 품속에서 광산에서 은밀히 모아둔 순도 높은 흑철 원석 조각을 꺼내 그의 앞에 던졌다. 약초꾼의 눈이 탐욕스럽게 빛났다.
“따라와라. 죽어도 내 책임은 아니니까.”
약초꾼의 지도를 받으며 그들이 도달한 곳은 사지갱 지하 수백 장 아래에 위치한 골쇄초 자생지(Bone-Shattering Herb Glade)였다. 지하 마그마의 열맥이 흘러가는 길목인지, 동굴 벽 틈새마다 초고온의 유황 열수가 격렬하게 분출되며 하얀 수증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썩은 달걀 냄새와 같은 유황 가스가 코를 찔렀고, 눈이 따가워 시야를 확보하기조차 어려웠다.
“저기다. 저 절벽 틈새에 자라는 자색 잎사귀가 바로 골쇄초다.”
강씨 약초꾼이 가리킨 곳은 끓어오르는 유황 온천수 위로 수직으로 솟아오른 가파른 황화 바위 절벽이었다. 절벽 틈새마다 자색 맥박이 기이하게 뛰는 듯한 이파리들이 서너 포기 자라나 있었다.
무강은 숨을 참았다. 자폐식 호흡법을 가동해 유독가스가 폐로 들어오는 것을 막은 뒤, 맨손으로 뜨거운 황화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의 뼈마디가 뜨거운 바위 열기에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으나, 그의 청동 같은 아귀 힘은 바위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마침내 절벽 중턱의 좁은 틈새에 도달한 무강이 골쇄초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보랏빛 이파리에 손끝이 닿기 직전의 찰나였다.
쉭!
바위 구멍 깊은 암흑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이더니, 손가락 굵기만 한 붉은색 외뿔 뱀이 무강의 안면을 향해 탄환처럼 튀어나왔다. 골쇄초의 영기를 먹고 자란 치명적인 맹독사, 독각사(Venomous Snake)였다.
유황 수증기로 인해 시각이 흐려진 상황이었지만, 무강의 골음감지는 독각사가 공기를 가르는 미세한 파열음과 비늘이 바위에 쓸리는 dry한 마찰음을 완벽하게 포착해 냈다.
무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급격히 젖혔다.
스윽!
독각사의 날카로운 독니가 무강의 뺨을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갔다. 독각사는 공중에서 비정상적으로 유연한 척추뼈를 뒤틀어 채찍처럼 몸을 꺾더니, 이번에는 무강의 오른팔 전완을 향해 재차 살기 서린 이빨을 드러내며 쇄도했다.
무강은 왼손에 쥔 쇠망치 자루를 들어 올려 독사의 몸통을 강하게 쳐냈다. 타악! 일격을 당한 독각사가 중심을 잃고 공중에서 흔들리는 찰나, 무강은 오른손을 뻗어 뱀의 머리를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독각사의 비늘은 비정상적으로 미끄러웠고 유황 온천의 열기로 기름진 상태였다. 무강의 손가락 사이로 독사의 대가리가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며, 독니가 그의 손목을 물기 일보 직전의 위기가 찾아왔.
‘미끄러운 껍질을 잡으려 하지 마라. 그 안의 뼈대를 꺾어라.’
사부 독고벽의 가르침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강은 손가락 끝의 감각을 피부가 아닌 뱀의 체내 골격으로 전환했다. 단골수: 비틀기(Bone-Shattering Twist)의 파괴적인 완력이 그의 손끝에 집중되었다.
무강의 다섯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변하며 독각사의 slippery한 가죽을 뚫고, 그 안쪽의 단단한 머리뼈와 척추 관절을 정확하게 움켜잡았다.
콰직!
소름 끼치는 파골음과 함께 무강이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비틀었다. 독각사의 외뿔 머리뼈가 산산조각 나며 척추 전체가 으스러져 나갔다. 독사는 단 한 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흐물거리는 고기 가죽이 되어 무강의 손아귀에서 늘어졌다.
무강은 죽은 독사의 쓸개를 적출하여 독각사 담즙(Venomous Snake Bile)을 은밀히 챙긴 뒤, 절벽 틈새의 골쇄초를 뿌리째 뽑아 품속에 찔러 넣었다. 전신이 유황 가스에 중독되어 어지러움이 밀려왔으나, 그는 삼수의 부축을 받으며 기어코 사지갱을 빠져나왔.
한밤중, 감시병들의 눈을 피해 백강혁의 약방 뒷문으로 침입한 무강이 탁자 위에 보랏빛 골쇄초를 내려놓았다.
약초를 확인한 백강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버렸다.
“이, 미친놈아! 이걸 진짜로 캐왔단 말이냐? 이건 약재로 정제하지 않은 날것의 상태다! 복용하는 순간 뼈가 녹아내리는 극독이야! 마취도 없이 생으로 먹었다가는 골막이 타들어 가는 쇼크로 네 심장이 먼저 멈출 거다! 당장 그만둬!”
백강혁이 다급하게 무강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무강의 안광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태강의 의심은 깊어지고 있었고,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강해지지 않으면 내일 당장 파멸뿐이었다.
“내 뼈는 부러질수록 단단해진다.”
무강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품속에서 골쇄초를 꺼내 주저 없이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이빨로 거친 자색 이파리를 으깨며 생으로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꿀컥.
독초의 즙액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무강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며 전신 골격이 기괴하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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