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관의 채찍을 부러뜨려라
흑철곡 제3광구의 공기는 언제나 유황과 돌가루, 그리고 썩어가는 땀 냄새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지상으로 돌아온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지만, 설무강에게 허락된 하늘은 여전히 좁고 어두웠다. 그는 일부러 척추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어깨를 낮춘 채 곡괭이를 내리쳤다. 붕괴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쇠약한 노예의 행세를 유지해야만 천검문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깡! 깡!
곡괭이가 흑철 암반에 부딪힐 때마다 둔탁한 진동이 무강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 순간, 가슴 한가운데에서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한 예리한 통증이 찌르르하게 피어올랐다. 사흘 전 백강혁이 가슴뼈 아래에 심어둔 특수 은침,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 경맥을 미세하게 자극하는 통증이었다. 마취도 없이 가슴뼈를 뚫고 들어왔던 그 차가운 금속의 감각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흔으로 남아 무강이 숨을 크게 들이쉴 때마다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무강은 그 통증을 오히려 차가운 이성의 각성제로 삼았다.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뇌리가 맑아졌고, 복수의 불꽃은 더 깊은 곳에서 조용히 타올랐다.
그의 오른팔 피부 아래에서는 백강혁의 접골탕(Baek Gang-hyeok's Bone-Setting Decoction)이 유발한 기이한 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뼈마디 사이의 틈새가 비정상적인 밀도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가며, 묵직한 질량감이 전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철기단골결 1성의 경지인 동골(Bronze Bone)의 힘이 그의 골격 깊은 곳에 완벽히 안착한 상태였다. 비록 장기 복용하면 뼈가 석화되어 굳어버릴 것이라는 백강혁의 경고가 있었으나, 무강에게는 그 부작용을 두려워할 여유가 없었다. 몸이 돌이 되기 전에 천검문을 부숴버리면 그만이었다.
“어이, 굼뜬 쥐새끼들! 오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전부 채찍 맛을 보게 될 줄 알아라!”
광구 입구에서 찢어지는 듯한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붉은 두건을 머리에 쓰고, 가죽 채찍을 허리에 찬 사내가 거만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 송지효의 행동대장이자 제3광구의 간수장인 칠성(Chil-seong)이었다. 그는 송지효에게 빌려온 가시 박힌 가죽 채찍(Song Ji-hyo's Leather Whip)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노예들을 훑어보았다. 칠성은 피부와 근육만을 단단하게 다진 외가 조신(Body Tempering)의 삼류 외공을 익힌 자로, 평민 노예들에게는 저승사자와 다름없는 잔혹한 압제자였다.
칠성의 매서운 눈빛이 광구 구석에서 무거운 흑철 바구니를 나르던 소년, 아성(A-seong)에게 멈췄다. 아성은 붕괴 사고 이후 영양실조와 피로가 극에 달해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앗……!”
순간 아성의 얇은 발목이 진흙 구덩이에 미끄러졌다. 들고 있던 바구니가 뒤집어지며, 수십 근 무게의 순도 높은 흑철 원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굴러떨어졌다. 칠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 천한 버러지 새끼가 감히 천검문의 소중한 철광석을 땅바닥에 굴려? 오늘 채굴량이 부족해서 내 목이 날아갈 판인데, 네놈이 기어코 내 매질을 부르는구나!”
칠성이 성큼성큼 다가와 허리춤에서 가죽 채찍을 뽑아 들었다. 채찍 끝에 촘촘히 박힌 예리한 쇠가시들이 어두운 광구의 횃불 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났다. 저 채찍에 정면으로 맞으면 살점이 도려 나가고 뼈가 드러날 터였다. 아성은 공포에 질려 바닥에 엎드린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잘못했습니다, 간수장님! 제발…… 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칠성이 채찍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휙!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가시 박힌 채찍이 아성의 목덜미를 향해 대각선으로 강하게 내리쳐졌다.
타앗!
그 찰나, 흙먼지를 뚫고 회색 마의를 걸친 그림자가 번개처럼 끼어들었다. 설무강이었다. 무강은 아성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오른팔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칠기단골결 1성의 힘, 청동빛 동골(Bronze Bone)의 골밀도가 그의 전완 뼈대에 순식간에 집중되었다.
퍼억!
가혹한 소음과 함께 채찍이 무강의 오른팔 전완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채찍 끝의 쇠가시들이 무강의 낡은 마의 소매를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거친 가시가 피부를 찢고 들어가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가시 끝이 피부 아래 단단한 골막에 닿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기묘한 소리가 광구 내부에 울려 퍼졌다.
깡!
마치 무거운 쇠망치로 단단한 청동 주괴를 내리친 듯한 서늘한 금속성 마찰음이었다.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미세한 불꽃이 튀었다. 채찍은 무강의 팔뼈를 단 일 인치도 파고들지 못하고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무강의 오른팔 뼈는 부러지기는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뭐, 뭐야……?!”
칠성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흔들렸다. 자신의 채찍은 삼류 내공의 장력이 실려 있어 단단한 목봉조차 단숨에 동강 내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비쩍 마른 노예놈은 기공의 기운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맨몸의 팔뚝으로 채찍을 완전히 튕겨낸 것이었다. 게다가 무강의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조차 없었다. 가슴뼈 아래 호심침이 찌르는 미세한 통증 외에는, 채찍이 가한 물리적 충격 따위는 동골의 단단함 앞에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괴물 놈이……!”
칠성이 당황하여 채찍을 거칠게 잡아당기려 했다. 하지만 무강의 왼손이 채찍 줄을 쇠사슬처럼 단단하게 움켜잡았다. 무강의 손가락 뼈마디가 청동처럼 수축하며 채찍의 가죽과 철사를 고정했다. 무강이 왼손에 엄청난 완력을 실어 채찍을 자신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으악!”
칠성의 거구의 몸이 무게중심을 잃고 무강의 품 안으로 사정없이 끌려왔다. 당황한 칠성은 살아남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왼 주먹을 내질렀다. 외가 조신(Body Tempering)의 기법으로 단전의 기를 쥐어짜 근육을 돌처럼 팽창시킨 주먹이었다.
하지만 무강의 눈에는 그저 얕은 가죽 주머니에 불과했다. 무강은 가볍게 상체를 비틀어 칠성의 주먹을 흘려보낸 뒤, 오른손 끝을 갈고리처럼 좁혀 칠성의 내지른 왼 손목 관절 틈새를 정확하게 움켜쥐었다. 인체의 지레원리를 극대화하여 뼈의 연결 고리를 파괴하는 기술, 단골수: 꺾기(Bone-Shattering Snap)였다.
“관절의 결이 아주 헐겁군.”
무강의 서늘한 목소리가 칠성의 귀를 때림과 동시에, 그의 두꺼운 손가락이 칠성의 손목 요골과 척골 사이의 미세한 틈새를 강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무식한 동골의 아귀힘을 실어 반대 방향으로 거칠게 비틀었다.
콰드득! 팍!
살가죽 안쪽에서 뼈마디가 완전히 어긋나며 바스러지는 참혹한 파골음이 고요한 제3광구를 찢어발겼다. 칠성의 왼 손목이 정상적인 가동 범위를 무시하고 기괴하게 90도로 꺾여 덜렁거렸다. 단단하게 수축했던 그의 외가 근육들은 뼈대의 붕괴와 동시에 풍선처럼 힘없이 흐물거렸다. 근육만 단단하게 만든 얕은 외공은 뼈 자체를 파괴하는 단골수 앞에서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했다.
“아아아아악! 내 손! 내 손목이……!”
칠성이 무릎을 꿇으며 비명을 질렀다. 뼈가 바스러지는 극통에 그의 전신이 발작하듯 흔들렸다.
하지만 무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칠성의 손에서 떨어진 송지효의 가죽 채찍을 양손으로 단단히 고쳐 잡았다. 가죽과 쇠가시, 그리고 인장력을 높이기 위해 얇은 철사를 꼬아 만든 무자비한 채찍이었다. 무강은 전신의 무게중심을 양발에 고정하고, 전완의 동골 뼈대에 힘을 실어 채찍을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비틀어 당겼다.
두둑! 툭!
강철보다 단단하다던 천검문의 고문용 채찍이, 무강의 압도적인 물리적 완력 앞에서 힘없이 두 동강 나며 찢겨 나갔다. 부러진 채찍 파편들이 먼지 쌓인 진흙 바닥 위로 볼품없이 뒹굴었다.
광구 내부에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곡괭이질을 멈춘 수백 명의 광부 노예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이 처절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배자들의 상징이자 공포의 도구였던 채찍이, 내공 한 푼 없는 노예 소년의 맨손에 의해 허망하게 부러진 것이었다.
“히, 힉…… 괴물, 괴물 놈……!”
칠성은 부러진 왼 손목을 움켜잡고 피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기어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공포와 경악으로 완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강은 부러진 채찍 끝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식은 안광을 빛냈다. 노역장 구석구석에서 억눌려 있던 광부들의 가슴속에서, 기묘한 경외감과 뜨거운 불꽃이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