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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깎는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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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고대 공동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천장에 매달린 야광 조개들이 내뿜는 희미한 푸른빛만이 음산한 석실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바닥 한편에서 흘러나오는 유황 온천의 더운 김이 한기와 뒤섞여 묘한 안개를 만들어냈다.


설무강은 제단 아래, 평평하게 깎인 차가운 너럭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그의 손에는 자루가 부러져 머리만 남은 삼십 근 무게의 무쇠 쇠망치가 들려 있었다. 거친 가죽 끈으로 왼손에 단단히 묶어둔 쇠망치는 차가운 푸른빛을 반사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서기태가 석판 조각을 든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굶주림으로 해골처럼 앙상해진 선비의 얼굴에 극도의 공포와 경악이 서려 있었다.


“무, 무강 아우… 진짜 이 미친 짓을 하겠다는 건가? 이건 무공이 아니네! 자해란 말일세! 내공도 없는 몸으로 뼈를 부러뜨리면 그 자리에서 쇼크사하거나 평생 팔을 쓰지 못하는 불구자가 될 뿐이야!”


서기태의 목소리가 좁은 석실 벽에 부딪혀 다급하게 메아리쳤다. 그는 석판에 새겨진 구절을 해독하면서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단전을 통해 내기를 쌓고 경맥을 넓히는 정파의 고결한 무학과는 궤를 달리하는, 오직 육신을 파괴하고 다시 맞추는 지옥의 외공 수련법. 그것이 바로 철기단골결(Cheolgi Dangolgyeol)이었다.


무강은 서기태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너럭바위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오른팔에 고정되어 있었다.


단전이 파괴된 노예의 삶. 매일 밤 가죽 채찍에 살점이 뜯겨 나가고, 동료들이 광산의 차가운 흙바닥에 쓰러져 백골 무덤으로 던져지던 비참한 나날들이 무강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 눈앞에서 천검문 무인들의 군화발에 짓밟혀 피를 토하며 죽어갔던 부모의 모습이,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약리당의 생체 실험실로 끌려가 온몸의 관절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릴 소년 아성의 울부짖음이 귓가를 때렸다.


‘기공은 바람과 같아 그릇이 깨지면 사라지나, 육신의 뼈대는 대지와 같아 부러질수록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


석판의 첫 구절이 무강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정파 무인들의 화려하고 오만한 검기 장벽을 부수기 위해서라면, 이깟 뼈마디 몇 개쯤은 아낌없이 바쳐야 했다. 고통은 피할 대상이 아니었다. 이 밑바닥 지옥에서 자신을 더 단단하게 단련해 줄 유일한 동반자였다.


“서 선비.”


무강의 갈라진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가 뼈를 부러뜨린 직후, 자네가 해독한 역접골 수련법(Reverse Bone-Setting Method)의 구결대로 뼈의 결을 맞추어야 하네. 일 분(一分)의 오차도 허용치 않네. 내 뼈가 어긋나게 붙으면, 자네 목을 가장 먼저 꺾어버릴 테니 똑똑히 보게.”


서기태는 무강의 칠흑 같은 안광에 압도되어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감히 만류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탈한 무인의 눈빛이었다.


무강은 왼손에 쥔 무쇠 쇠망치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삼십 근의 무게가 그의 왼팔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너럭바위 위에 곧게 뻗은 오른팔의 요골(radius)과 척골(ulna)이 희미한 야광 빛 아래 노출되었다.


후우.


짧은 호흡을 내뱉은 순간, 무강의 왼손이 주저 없이 하강했다.


콰직!


둔탁하고 무거운 파골음이 고요한 지하 공동을 찢어발겼다. 무쇠 망치 머리가 무강의 오른팔 전완 중앙을 정확히 강타했다. 단단한 뼈가 으스러지며 살가죽 안쪽에서 부러진 뼈마디가 어긋나는 기괴한 형태의 굴곡이 솟아올랐다. 피부 아래에서 요골과 척골이 완전히 동강 나며 핏줄이 터져 거무죽죽한 내출혈이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옆에서 지켜보던 서기태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정작 뼈가 부러진 무강의 입에서는 단 한 줄기의 비명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The Spirit of Pain)은 자비가 없었다.


팔뼈가 부러진 파괴의 충격은 신경망을 타고 뇌척수액을 뒤흔들며 폭풍처럼 밀려왔다. 눈앞이 하얗게 멀어지고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듯한 극심한 쇼크가 심장을 압박했다. 뇌는 이 지옥 같은 통증을 피하기 위해 즉시 의식을 차단하려 했다. 검은 어둠이 그의 시야를 갉아먹으며 기절을 종용했다.


‘정신 차려라. 여기서 쓰러지면 죽음뿐이다.’


무강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너무 강하게 문 탓에 어금니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스스로 혀를 깊숙이 깨물어 날카로운 통증으로 꺼져가는 의식을 강제로 붙잡아 맸다. 구리 맛 나는 비린 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동시에 그는 자폐식 호흡법(Self-Sealing Breathing Method)을 시전했다.


기도를 닫고 허파의 숨결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전신의 모공을 닫아 기혈의 흐름을 억제하자, 미친 듯이 날뛰던 심장 박동이 1분에 십 회 이하로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쇼크사 직전의 심장을 강제로 진정시키는 비전의 호흡법이었다. 안색이 창백하게 식어가며 몸이 차가워졌지만, 덕분에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이어서 무강은 철골 담금질 심상법(Iron Bone Tempering)을 발동했다.


자신의 부러진 오른팔을 차가운 바위가 아닌, 대장간의 뜨거운 모루 위에 올려진 붉은 쇳덩이로 여기는 심상이었다. 밀려오는 극통은 자신을 파괴하는 독이 아니라, 자신을 더 단단한 강철로 벼려내기 위해 내리치는 장인의 망치질이라 스스로를 세뇌했다. 고통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육신의 성장을 돕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광기 어린 정신적 역발상이었다.


“서 선비… 지금이네. 구결을 읊어라.”


무강은 피가 섞인 가래를 바닥에 뱉어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서기태는 사들거리는 손으로 석판을 가리키며 더듬거리며 외쳤다.


“요, 요골의 부러진 윗머리를 바깥쪽으로 이 분 비틀고, 척골의 아래 끝단을 골막의 결을 따라 수직으로 밀어 넣어야 하네! 뼈가 서로 맞물려 엉겨 붙을 수 있도록 틈새를 좁혀야 해!”


무강은 왼손 손가락 끝으로 피가 고여 터질 듯 팽창한 오른팔 피부 위를 더듬었다. 피부 아래에서 두 동강 난 뼈끝이 날카롭게 만져졌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으스러진 골막이 마찰하며 전신을 관통하는 통증이 밀려왔지만, 철골 심상 속에서 그의 손길은 한없이 침착했다.


서기태의 말에 따라 왼손 손가락으로 부러진 요골 끝을 잡고 바깥쪽으로 비틀어 밀어 넣었다.


우두둑.


기괴한 접골음이 울렸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에서 요골의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났다. 약 일 분의 오차. 뼈마디가 어긋나며 신경을 누르자 전신이 뒤틀리는 마비성 극통이 덮쳐왔다.


“크흐읍!”


무강은 신음을 삼키며 어긋난 뼈를 다시 거칠게 잡아당겨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뼈와 뼈가 부딪치며 갈리는 처절한 소리가 고대 석실 안에 퍼졌다. 실패의 대가는 끔찍했으나, 무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손가락 끝에 감각을 집중했다.


두 번째 시도.


골막의 결을 손끝의 미세한 촉각으로 읽어냈다. 요골의 단면과 척골의 어긋난 단면을 정확히 일치시킨 뒤, 자신의 완력을 가해 두 뼈끝을 강하게 맞물렸다.


투둑, 턱!


마치 딱 맞는 가구의 이음새가 맞물리듯, 요골과 척골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며 완벽하게 결합되었다. 뼈가 올바른 궤도에 들어서자 기괴하게 뒤틀려 있던 오른팔의 형태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전신을 짓누르던 마비성 통증이 한풀 꺾이며 서늘한 기운이 팔뚝을 감싸 돌았다.


무강은 너럭바위에 등을 기대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오른팔 피부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내출혈로 인해 검푸른 피가 뭉쳐 있었고, 골막의 염증이 누적되어 팔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혀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첫 번째 역접골의 성공이었다.


철기단골결 1성, 동골(Bronze Bone)의 기틀이 그의 오른팔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수련의 기쁨도 잠시, 석실 구석에 놓아둔 물가죽 주머니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하 공동에 고인 물은 유황 성분이 강해 마실 수 없었고, 서기태가 비축해 둔 비상 식량 역시 며칠 분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동골을 완전히 완성하고 이 지하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선, 아직 전신의 주요 관절 열한 곳을 더 스스로 부러뜨려야 하는 가혹한 파괴가 남아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너럭바위 위에 놓인 무강의 오른팔, 부러진 뼈마디의 틈새에서 미세한 청동빛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으스러졌던 골막이 기이하게 팽창하며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기괴한 현상이 무강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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