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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도객의 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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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갈대밭이 화전의 불꽃을 집어삼키며 붉은 화마의 아가리를 벌리는 순간, 막사 밖의 어둠을 찢고 묵직한 대도의 쇳소리가 들려왔다.


매캐한 쑥 탄내가 밤안개와 뒤섞여 폐부를 찔렀다. 붉은 화살 비가 하늘을 가르고 내려앉을 때마다 습지대의 질척이는 갈대들이 횃불처럼 타올랐다. 사방에서 치솟는 불길은 뱀의 혀처럼 붉은 아가리를 벌리며 결사대의 임시 막사를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노약자 노예들의 비명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자욱한 연기 속에서 찢어지듯 흩어졌다.


“모두 안쪽으로 엎드려라! 숨을 낮추어라!”


백강혁이 선혈과 약재가 범벅이 된 손으로 아성의 어깨를 누르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갈대밭을 휩쓰는 불길의 굉음 속에서 위태롭게 떨렸다. 방금 전 빙한수의 매서운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간신히 전신의 마비와 열독을 진정시킨 설무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으드득, 으드득.


움직일 때마다 그의 전신 골격에서 기묘하고 헐거운 파골음이 울려 퍼졌다. 뼈 속의 염증은 식었으나, 현재 그의 육체는 뼈마디의 틈새를 억지로 벌려놓은 철사융골 준비 단계(Wire Fusion Prep)의 상태였다. 뼈를 지탱해 줄 단단한 철사가 아직 이식되지 않았기에, 관절 하나하나가 모래성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과도기적 경지였다. 허벅지 뼈의 골절 부위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시큼한 통증이 밀려왔고, 가슴뼈 아래 깊숙이 박힌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은 심장의 폭주를 막기 위해 미세하게 진동하며 흉골을 찔러댔다.


무강은 오른쪽 뺨을 매만졌다. 남궁태의 검기가 스치고 지나간 가느다란 찰과상 흉터가 화공의 열기 속에서 화끈거리며 붉은 핏방울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막사를 감싸고 있던 불타는 갈대 장벽이 거대한 힘에 의해 단숨에 찢겨 나갔다.


콰아아앙!


검붉은 불꽃과 재가 사방으로 비산하는 한가운데, 집채만 한 덩치의 거한이 들이닥쳤다. 어깨에 메고 있는 무식하게 넓고 두꺼운 대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압만으로도 주변의 불길이 일시적으로 눕는 듯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구리빛 피부를 지닌 사내, 남궁세가가 거액의 은화로 고용한 거친 도객 팽검(Paeng Geom)이었다.


“으하하하! 쥐새끼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구나! 천검문의 분타를 박살 내고 도망친 노예 괴물이 누군가 했더니, 다 죽어가는 병각들이었군!”


팽검이 어깨에 메고 있던 백 근 무게의 거대한 강철도, 철참도(Cheolchamdo)를 바닥에 쿵 내리찍었다. 그 충격만으로도 습지대의 진흙 바닥이 출렁거리며 둔탁한 진동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에는 돈 냄새를 맡은 살수 특유의 탐욕과, 자신의 도법에 대한 오만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남궁세가의 남궁무 나리가 네놈들의 대가리를 가져오면 은화 오백 냥을 준다고 하더군. 순순히 목을 내놓으면 단칼에 고통 없이 보내주마!”


“이 개잡놈이 감히 어디라고 들이닥치느냐!”


막사 전방을 지키고 있던 마칠(Ma-chil)이 분노로 울부짖으며 앞장섰다. 그는 적의 대장간을 털어 얻은 거대한 정철 해머를 양손으로 꽉 쥐고 있었다. 전신에 광산 흉터가 가득한 거구의 장한답게, 마칠이 내뿜는 완력 또한 삼류 극성에 달해 있었다.


“우리 대장 몸에 손끝 하나 댈 수 없다! 죽어라!”


마칠이 대지를 박차며 정철 해머를 팽검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휘둘렀다. 묵직한 쇳덩이가 허공을 가르며 파열음을 냈다.


“흥, 하찮은 완력뿐이군.”


팽검이 코방귀를 뀌며 철참도를 비스듬히 치켜 올렸다. 팽가 비전의 강맹한 외가 도법인 오호단도법(五虎斷刀法)의 초식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거친 도기(刀氣)가 백 근 대도의 검은 도신을 감싸 안았다.


콰아아앙!


정철 해머와 철참도가 정면으로 격돌했다.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사방의 진흙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그러나 격돌의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백 근 대도에 실린 압도적인 질량과 도기의 파괴력은 마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쩍! 콰직!


마칠이 쥐고 있던 정철 해머의 단단한 자루가 단 한 번의 충돌에 반으로 쪼개지며 사방으로 부러진 파편이 비산했다.


“크아악!”


마칠은 손바닥 가죽이 완전히 찢겨 피를 흘리며 뒤로 튕겨 나갔다. 무시무시한 정면 반동에 가슴뼈를 얻어맞은 그는 한 장 가량 굴러떨어지며 검붉은 피를 울컥 토해냈다.


“마칠!”


옆에 있던 괴력의 무사 호철(Ho-cheol)이 경악하며 자신의 거대한 강철 도끼를 휘둘러 팽검의 옆구리를 참하려 했다. 하지만 팽검은 가볍게 몸을 뒤틀며 철참도의 평평한 도신으로 호철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후려쳤.


쿵! 팍!


도끼날이 닿기도 전에 철참도의 묵직한 옆면에 들이받힌 호철은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결사대의 가장 강력한 두 방패가 단 두 번의 합 만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하하하! 노예 놈들의 뼈다귀는 씹는 맛도 없구나! 자, 다음은 누구냐?”


팽검이 피 묻은 철참도를 쇠사슬로 손목에 감아 쥐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부상당한 노예들은 공포에 질려 짓밟힌 벌레처럼 부르르 떨고 있었다.


설무강의 칠흑 같은 안광이 그 광경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뇌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피할 수 없다.’


무강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했다. 허벅지 뼈는 완전히 붙지 않았고, 관절은 벌어져 흔들리고 있다. 기동성을 살려 적의 정교한 도법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망치려 발을 떼는 순간, 벌어진 골격이 어긋나 영구적인 불구가 될 터였다. 등 뒤에는 아성과 백강혁, 그리고 자신을 믿고 지옥을 탈출한 동료들이 있었다. 내가 물러서면 이들은 몰살당한다.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피하지 않고, 적의 가장 강력한 일격을 정면에서 받아내어 으스러뜨리는 것.


무강은 맨발로 불타는 갈대밭 진흙 바닥을 딛었다.


스으으으.


그가 발을 딛는 순간, 기이한 정적이 흐르는 듯했다. 무강은 단전의 내공 대신, 철기단골결의 기초 경지인 질량 체득(Mass Comprehension)의 원리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맨발로 채광 노역을 하며 대지의 무게를 몸으로 익혔던 감각. 그는 자신의 비정상적으로 무거워진 철골의 체중과 질량을 양발끝에 완벽하게 집중시켰다.


진흙을 뚫고 들어가 지하 깊숙이 도사린 단단한 암반 지반을 발가락 뼈로 움켜잡는 심상. 그의 하반신이 대지와 완벽하게 하나로 공명하며 흔들림 없는 거대한 무쇠 말뚝처럼 고정되었다.


“어라? 다리를 저는 노예 놈이 기어코 기어 나오는군.”


팽검이 걸음을 멈추고 무강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비쩍 마르고 뼈마디만 울퉁불퉁 솟아오른 왜소한 체구, 오른쪽 뺨에는 가느다란 흉터가 새겨진 초라한 노예의 행색. 하지만 그 왜소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방금 전 해머를 휘두르던 거구들과 차원이 달랐다. 걸음을 옮기지 않음에도, 무강이 서 있는 주변의 대지가 미세하게 떨리며 진흙탕 수면이 파르르 진동하고 있었다.


“눈빛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은화 오백 냥짜리 목숨값은 하겠어!”


팽검이 철참도를 양손으로 고쳐 쥐었다.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일류의 외가 도기(刀氣)가 검푸른 안개처럼 철참도의 날카로운 도신을 감싸 안았다.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하며 찢어지는 파열음을 냈다.


“간다! 오호단도법, 필살 개산참(開山斬)!”


팽검이 대지를 딛고 솟구쳤다. 백 근 대도가 그의 머리 위로 치켜 올려졌고, 이내 무강의 정수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하강했다. 도풍(刀風)이 갈대밭의 불길을 사방으로 밀쳐내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붉은 궤적을 그렸다. 바위도 단숨에 두 동강 낼 수 있는 살인적인 일격이었다.


무강은 눈을 감지 않았다. 골음감지(Bone Sound Perception)를 통해 적의 도가 가르는 대기의 마찰 진동과, 팽검의 어깨 관절이 회전하며 내는 둔탁한 골음을 포착했다.


‘검 끝과 도신 중간의 파괴력은 내가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역학 관계가 무강의 뇌리 속에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도의 파괴력이 가장 약해지는 곳, 회전축의 중심이자 지레의 받침점에 가장 가까운 칼자루 근처(도신 하부)를 타격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무강은 피하는 대신, 오히려 전방을 향해 어깨를 내밀며 탄환처럼 돌진했다. 철기단골결 2성 철골의 무력을 일시에 개방한 철골 격침(Iron Bone Ram)의 초식이었다.


“미친놈! 몸뚱이로 내 도를 받겠다는 거냐!”


팽검이 경악하며 소리쳤지만, 이미 도의 하강 궤도는 바꿀 수 없었다.


무강은 단단한 어깨뼈와 쇄골을 앞세워 팽검의 대도 날 하부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아앙―!


귀면암 절벽이 무너질 때보다 더 끔찍하고 둔탁한 금속 마찰음이 불타는 갈대숲을 뒤흔들었다. 살점이 도려 나가고 뼈가 갈리는 비린 소리가 아니었다. 거대한 무쇠 모루 두 개가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극도의 물리적 파열음이었다.


철참도의 예리한 날이 무강의 어깨 가죽을 가차 없이 찢어발겼다. 검붉은 선혈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와 팽검의 얼굴을 적셨다. 하지만 칼날이 피부 아래 감춰진 쇄골과 어깨 관절에 닿는 순간, 칼날의 하강은 완벽하게 멈춰 섰다.


빙한수로 담금질되어 철사융골 준비 단계를 마친 무강의 철골(Iron Bone)은, 백 근 대도에 실린 무시무시한 충격량을 정면에서 흡수해 튕겨냈다. 무강이 디디고 있던 발밑의 진흙 대지가 쩍 갈라지며 엄청난 충격파가 대지 깊숙이 방출되었다.


“어, 어떻게……!”


팽검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자신의 백 근 대도가 일류의 도기를 가득 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공 한 푼 없는 노예의 맨어깨뼈에 가로막혀 전진을 멈춘 것이다.


무강은 고통을 느끼는 대신, 왼손 손가락 끝을 강철 갈고리처럼 굳혀 팽검의 손목을 향해 뻗었다. 단골수(斷骨手)의 꺾기 초식이었다.


하지만 팽검 또한 일류의 외가 고수였다. 그는 무강의 손가락 끝이 다가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철참도의 도신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도기 장력을 폭발시켰다.


콰아앙!


대도에서 방출된 거친 기공의 반동이 무강의 손끝을 때렸다. 단골수로 팽검의 손목을 움켜잡으려던 무강의 손가락 끝이 강한 진동에 밀려 튕겨 나갔다. 손톱 밑에서 붉은 피가 울컥 솟구치며 손가락 마디뼈에 극심한 염증성 통증이 누적되었다.


“크윽……!”


무강의 입에서 둔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어깨 가죽이 길게 찢어져 검붉은 철빛을 띠는 단단한 뼈대가 허공에 노출되었고, 전신 척추 관절에는 대도의 충격 반동이 고스란히 누적되어 골막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무강은 단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두 발은 여전히 질량 체득의 원리에 의해 대지 깊숙이 굳건하게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팽검은 대치를 유지한 채 자신의 도신을 바라보았다.


백 근 무게의 거대한 강철도, 철참도의 시퍼런 날 한가운데가 무강의 어깨뼈와 부딪친 충격으로 인해 기괴하게 이가 빠져 찌그러져 있었다. 강철을 두부처럼 자른다던 명검이, 인간의 맨몸 뼈다귀를 때리고 이가 나간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뼈다귀란 말이냐…….”


팽검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철참도를 쥔 양손을 파르르 떨었다. 평생 힘과 쇠를 숭상해 온 거친 도객의 안광에, 무강을 향한 영혼 깊은 경외감과 공포가 동시에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갈대숲의 붉은 불꽃들이 두 사내의 팽팽한 대치선을 벌겋게 비추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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