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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황야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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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


제련소를 집어삼킨 대폭발의 붉은 화염이 북강의 밤하늘을 벌겋게 그을리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 협곡의 거대한 바위 더미와 흙먼지가 등 뒤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가운데, 마구간 노예 출신의 희섭(Hui-seop)이 몰고 있는 마개조 철판 마차가 황량한 북강 황야를 향해 폭주하듯 질주했다. 마차 사방에 덧대어진 두꺼운 무쇠 철판이 자갈길의 충격으로 인해 요란한 쇠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이랴! 더 빨리 뛰어라! 뒤돌아보지 마라!”


마차 지붕 위에서 고삐를 쥔 희섭의 처절한 비명이 칼바람에 찢겨 나갔다. 말들은 채찍질에 피를 흘리며 거친 코김을 뿜었고, 마차의 바퀴는 울퉁불퉁한 황야의 대지를 짓밟으며 광란의 속도로 굴러갔다.


그러나 마차 내부의 상황은 그야말로 참혹한 지옥 그 자체였다.


“크, 끄으으윽……!”


마차 바닥에 누워 있던 설무강(Seol Mu-gang)의 입에서 짐승의 신음 같은 둔탁한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의 전신 골격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송무극의 무정검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협곡의 지반을 붕괴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내리찍은 대진각의 물리적 충격 반동이 마침내 그의 육체를 내부에서부터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으드득! 득, 으드드득!


소름 끼치는 파골음이 무강의 가슴팍과 척추뼈마디 사이에서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뼈가 부러지고 다시 단단하게 재생되는 과정에서 골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그의 2성 철골(Iron Bone)이, 이번에는 거꾸로 제 자리를 잃고 폭주하고 있었다.


뒤틀린 철골의 부작용 발작(뒤틀린 철골의 부작용 발작)이었다.


어깨뼈가 관절구에서 기괴하게 이탈하며 솟아올랐고, 부러진 허벅지 뼈가 근육을 찢고 들어가며 내부 출혈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가슴을 가로지르는 갈비뼈들이었다.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흉골과 갈비뼈들이 안쪽으로 휘어지며 무강의 요동치는 심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무강아! 정신줄 놓지 마라! 눈을 떠라!”


백강혁(Baek Gang-hyeok)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리는 마차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끝에는 이미 설무강의 가슴 상처에서 흘러나온 거무죽죽한 선혈이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백강혁은 급히 품속에서 혈갈가루(Dragon's Blood Powder)를 꺼내 무강의 가슴팍에 마구 뿌려댔다. 매캐한 지혈 약재의 냄새가 좁은 마차 내부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아무리 약재를 뿌려대도 피는 멈추지 않았고, 무강의 호흡은 점점 더 가빠졌다.


“제장! 약재가 통하지 않아! 이건 기혈의 문제가 아니라 뼈가 심장을 직접 누르고 있는 물리적인 어긋남이다!”


백강혁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뛰어난 신의라 할지라도, 마차가 사정없이 덜컹거리는 이 황야의 질주 속에서 어긋난 뼈마디를 손으로 직접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설무강의 눈동자가 서서히 풀려가며 흰자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신 피부는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차가운 철빛으로 어둡게 변해갔다.


무강의 의식은 급격하게 어둠의 심연 속으로 추락했다.


칠흑 같은 무의식의 공간. 그 끝없는 암흑 속에서 무강은 쇠사슬에 묶인 채 해골처럼 말라가던 한 노인의 환영과 마주했다. 사부, 독고벽(Dokgo Byeok)의 혼령이었다.


- 흐흐흐, 꼴이 말이 아니구나, 내 제자야.


어둠 속에서 독고벽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정파 놈들의 화려한 검기 장벽을 맨몸으로 깨부수겠다던 투지는 어디로 갔느냐? 뼈가 부러지는 고통 따위에 무릎을 꿇을 셈이냐?


“사부님…….”


무강은 무의식 속에서 갈라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 기억해라. 뼈는 부러질수록 더 단단해지고, 강철은 두드릴수록 예리해진다! 고통을 두려워하는 순간 네 외공은 무너진다. 고통을 오히려 적의 심장을 꿰뚫는 힘으로 삼아라!


사부의 벼락같은 호령이 무강의 뇌수를 강하게 때렸다. 무강의 차갑게 식어가던 투지가 심연 속에서 다시금 불꽃을 피워 올렸다. 그는 도망치지 않고 고통을 동반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무강은 무의식적으로 자폐식 호흡법(Self-Sealing Breathing Method)을 가동했다. 뇌로 가는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하여 전신을 옥죄는 파골의 통증을 강제로 마비시켰고, 허파의 움직임을 완전히 멈춘 채 심장 박동을 극도로 늦추었다. 쿵…… 쿵…… 일 분에 단 몇 번만 뛰는 느린 맥박이 그의 꺼져가던 생명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현실의 마차 안.


“의식이 꺼져가고 있어! 맥박이 멈춘다!”


백강혁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은백색 침통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차가 자갈밭을 디딜 때마다 온몸이 사정없이 붕 떴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진동 속에서 정밀한 자침은 자칫하면 무강의 심장을 관통해 즉사시킬 수 있는 자살행위였다.


그러나 백강혁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는 무강의 셔츠를 찢어발겼다. 흉골 바로 아래, 과거 자신이 이식해 둔 특수 은침인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의 이식 부위가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뒤틀린 뼈마디들이 호심침 주변 경맥을 압박하며 검은 피가 울컥울컥 솟구치고 있었다.


백강혁은 마차의 흔들림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마차가 덜컹거리는 물리적 주기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마차가 위로 솟구쳤다가 바닥에 닿는 순간, 0.1초의 짧은 정지 상태가 존재한다. 그때다!’


백강혁은 침통에서 가장 길고 단단한 은침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마차가 거대한 돌을 밟고 허공으로 붕 떴다가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스으윽!


백강혁의 손끝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는 마차의 하향 반동 타이밍에 맞춰 은침을 설무강의 뒤틀린 가슴뼈 틈새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침 끝이 어긋난 갈비뼈 관절의 틈새를 정확히 뚫고 들어가, 심장 경맥에 심겨 있던 호심침의 끝부분을 강하게 타격했다.


팅!


맑은 쇳소리와 함께 호심침이 강하게 진동하며 무강의 요동치던 심장 경맥을 직접 자극했다. 강제로 진기가 돌며 멈춰가던 맥박이 다시금 힘차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커헉……!”


혼절해 있던 무강이 상체를 활처럼 꺾으며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그의 풀려 있던 안광에 차가운 안광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극심한 파골의 충격으로 인해 그의 눈동자는 일시적으로 초점을 잃은 채 흐릿하게 흔들렸다. 일시적인 기억 혼란과 인지 장애 증상이었다.


“여기가…… 어디냐…….”


“무강아! 정신이 드느냐? 나다, 백강혁이다! 아직 정신 차려라!”


백강혁이 그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나 무강의 귀에는 백강혁의 목소리가 아득한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웅웅거릴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두두두두두!


마차 외부에서 수십 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벼락처럼 대지를 뒤흔들며 다가왔다. 마차 벽의 틈새로 붉은 횃불의 불빛들이 어지럽게 명멸했다.


“적습이다! 남궁세가의 정찰대다!”


지붕 위에서 마차를 몰던 희섭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바위산 협곡의 붕괴 속에서 살아남은 남궁세가의 북강 지부장, 남궁무(Namgung Mu)가 급파한 정예 경기마 정찰대였다. 그들은 횃불을 밝히며 무서운 속도로 마차의 좌우 측면을 포위해오기 시작했다.


쉬이익! 쾅!


예리한 강철 창날이 마차의 무쇠 철판을 뚫고 내부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창끝이 백강혁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마차 목조 벽에 깊숙이 박혔다.


“으악!”


백강혁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적들의 창날이 사방에서 철판을 뚫고 들어오며 마차 내부는 순식간에 죽음의 덫으로 변해갔다.


“이 쥐새끼 같은 노예 놈들! 감히 가문의 권위에 도전하고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당장 마차를 멈추고 투항해라!”


밖에서 남궁세가 무인의 오만한 호령이 들려왔다. 경기마들은 마차의 기동성을 압도하며 바짝 밀착해오고 있었다.


“대장! 꽉 잡으십시오!”


마부석의 희섭이 이빨을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마개조된 철판 마차의 바퀴에 설치된 철제 회전 톱날 장치를 가동하는 레버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동시에 고삐를 낚아채며 마차를 우측 절벽 방향으로 급회전시켰다.


콰과과과궁!


마차의 거대한 철판 몸체가 우측에서 밀착해오던 경기마 두 마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무거운 무쇠 마차의 질량에 밀린 말들이 비명을 지르며 협곡의 단단한 바위벽에 들이받혔고, 무인들은 사지가 으스러진 채 낙마하여 마차 바퀴 아래로 깔려 들어갔.


깡! 쾅!


그러나 그 무리한 충돌의 대가는 참혹했다. 마차의 왼쪽 차축에서 쩍 갈라지는 불길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마차의 균열이 가며 기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이전과 다르게 무겁고 둔탁해졌다.


“희섭아! 마차가 버티지 못한다!”


백강혁이 소리쳤으나, 희섭은 대답할 여유조차 없이 고삐를 쥐어짜며 질주했다.


마차 내부의 설무강은 겨우 초점을 회복하며 자신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피에 젖은 안왕부 역모 장부와 독각사 담즙(Venomous Snake Bile) 주머니가 안전하게 품속에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의 입가에 차가운 실소가 머물렀다.


“남궁세가…… 위선자 놈들.”


무강은 부러진 허벅지 통증을 억누르며 상체를 억지로 일으키려 했으나, 전신 뼈마디가 어긋나 굳어가는 마비감 때문에 이내 바닥으로 다시 쓰러졌다. 백강혁이 그의 가슴을 누르며 침통을 고쳐 쥐었다.


“움직이지 마라! 지금 힘을 쓰면 호심침이 심장을 찢어놓을 것이다!”


마차는 비틀거리며 황야의 어둠 속으로 질주했으나, 부러진 차축으로 인해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북강의 혹독한 밤바람이 불어오며 마차 틈새로 살을 에어내는 듯한 한기가 스며들었다. 이 파손된 마차로는 더는 오래 버틸 수 없었.


희섭이 마차를 급히 멈춰 세운 곳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앉은 황야의 한가운데였다.


“대장…… 백 의원님…… 마차가 더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차축이 완전히 부러졌습니다.”


희섭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마차 문을 열었다.


불타는 제련소의 붉은 광운이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명멸하는 가운데, 북강의 혹독한 칼바람이 수백 명의 피난 노예들을 품은 황야 위로 사정없이 불어 닥쳤다. 설무강은 마차 문틈 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대지를 응시했다.


그들의 뒤편, 황야의 지평선 너머에서 남궁세가의 북강 지부장 남궁무가 보낸 경기마 정찰대의 횃불 수십 개가 밤하늘을 밝히며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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