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천검문 분타
지하 수로의 천장이 쩍쩍 갈라지며 거대한 바위들이 낙하하는 굉음 속에서, 무강은 부러진 허벅지를 움켜잡은 채 무너지기 시작하는 수문 철창을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무강아! 손을 잡아라!”
지하 수로의 물길을 귀신같이 읽어내는 춘팔(Chun-pal)이 억센 팔을 뻗어 무강의 어깨를 낚아챘다. 수문 철창은 이미 사마현과의 혈투로 인해 비틀려 있었고, 그 틈새로 오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무강은 전신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고통 속에서도 오른손 가죽 끈에 묶인 삼십 근 무게의 이가 빠진 무쇠 쇠망치 머리를 놓치지 않았다. 허벅지 뼈가 부러져 덜렁거리는 다리를 진흙 바닥에 끌며, 그는 춘팔의 어깨를 디딤돌 삼아 수문 밖의 어둠을 향해 몸을 밀어 넣었다.
그들의 신체가 수중 방출구를 빠져나와 차가운 강물 속으로 처박힌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지상에서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대폭발의 굉음이 고막을 찢어발겼다. 화약 기술자 명식(Myeong-sik)이 제련소 용광로와 흑선탄 저장고 지하 깊숙한 곳에 매설해 두었던 고농축 화약이 일제히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강물 위로 머리를 내민 무강의 눈에 천검문 북강분타의 마지막 종말이 똑똑히 박혔다. 폭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천 근의 끓는 쇳물이 용광로의 파편과 함께 밤하늘로 불꽃의 분수처럼 쏘아 올려졌고, 불순물 없는 백선탄과 흑선탄이 연쇄적으로 인화하며 시커먼 연기와 벌건 화염이 북강의 삭막한 하늘을 피빛으로 물들였다.
천검문 무인들이 노예들을 채찍질하며 사치와 쾌락을 즐기던 호화로운 기와 사택들이 폭풍에 휩쓸려 종잇장처럼 바스러졌고, 사방을 감시하던 웅장한 목조 감시탑들은 타오르는 불기둥이 되어 차례로 붕괴했다. 수십 년간 평민들의 피땀을 짜내어 지어진 철혈의 요새가, 내공 한 푼 없는 노예들의 손에 의해 거대한 불바다 속으로 침몰해 가고 있었다.
“푸하핫! 해냈다! 우리가 저 지옥을 기어코 불태워버렸어!”
춘팔이 물을 뿜어내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수문 밖 갈대밭 구석에는 이미 춘팔이 미리 띄워둔 뗏목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백강혁(Baek Gang-hyeok)과 아성(A-seong), 그리고 살아남은 수십 명의 광부 노예들이 뗏목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불타는 분타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강아! 이쪽이다!”
백강혁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무강은 춘팔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뗏목 위로 기어 올랐다. 물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가슴뼈 아래 깊숙이 박힌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이 심장 경맥을 사정없이 찔러왔다. 혈점 압박의 마취 효과가 급격히 풀리며, 허벅지 뼈가 부러진 부위에서 칼로 골막을 후벼 파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무강의 이마에 굵은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고, 남궁태의 검기가 스치고 지나간 오른쪽 뺨의 가느다란 찰과상 흉터가 붉게 달아오르며 피가 다시 배어 나왔다.
“숨을 쉬어라, 무강아! 정신줄 놓지 마라!”
백강혁이 급히 품속에서 혈갈가루(Dragon's Blood Powder)를 꺼내 무강의 옆구리 자창과 찢어진 손바닥에 뿌렸다. 지독한 한방 약재의 냄새가 매캐한 화약 연기와 뒤섞였다. 백강혁은 무강의 허벅지를 짚어보더니 안색을 극도로 굳혔다.
“뼈가 어긋난 상태에서 억지로 힘을 썼어. 이대로 굳어지면 평생 다리를 절게 된다. 일단 이곳을 완전히 벗어나야 해.”
뗏목들은 강물의 빠른 급류를 타고 천검문의 경계선 바깥, 황량한 북강 황야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그곳의 숲속 음지에는 마구간 노예 출신의 희섭(Hui-seop)이 미리 준비해 둔 철갑 마개조 마차 세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마차의 사방에는 적들의 화살을 막기 위해 두꺼운 무쇠 철판이 덧대어져 있었고, 힘 좋은 마필들이 코김을 뿜으며 서 있었다.
“대장! 빨리 타십시오! 본산에서 경보를 듣고 무인들을 급파했을 겁니다!”
희섭이 마차의 문을 열어젖혔다. 마칠(Ma-chil)과 호철이 부상당한 노예들을 마차 안으로 신속하게 밀어 넣었고, 무강 역시 백강혁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 바닥에 몸을 뉘었다.
“출발해라!”
마칠의 우렁찬 호령과 함께 희섭이 채찍을 거칠게 휘둘렀다.
콰과과과궁!
철판 마차가 삭막한 자갈밭과 황야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국경 경계를 향해 폭주하듯 달리기 시작했다. 마차 내부의 진동이 무강의 부러진 허벅지 뼈를 흔들 때마다, 뼈와 뼈가 부딪치는 둔탁한 마찰음이 흘러나왔다. 무강은 이빨을 악물며 자신의 가슴팍 안쪽에 보관된 안왕부 역모 장부와 독각사 담즙(Venomous Snake Bile) 주머니가 안전한지 손끝으로 확인했다. 뼈 속 깊이 누적되는 균열로 인해 전신에서 고열이 끓어올랐지만, 그의 안광만큼은 어둠 속에서 횃불처럼 번뜩였다.
마차가 북강을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험준한 바위산 목구멍 협곡으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히히히힝!
선두 마차를 몰던 희섭이 비명을 지르며 고삐를 급격히 잡아당겼다. 철판 마차의 바퀴가 자갈 바닥을 긁으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고, 전열이 심하게 흔들리며 제동했다.
“무슨 일이냐, 희섭아!”
마차 뒤편에서 경계를 서던 마칠이 대형 정철 해머를 꼬쥐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무강 역시 옆구리의 통증을 참으며 마차 문틈으로 밖을 응시했다.
협곡의 가장 좁은 목구멍 길목. 사방이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그곳에, 수십 명의 무인들이 삼엄한 포위망을 형성한 채 가로막고 있었다. 그들의 무복은 분타의 삼류 간수들과 달랐다. 검은 무복 위에 잿빛 장포를 걸친 자들, 천검문 본산(Cheongeom Sect Main Clan)의 정예 검수들이었다. 절벽 위 바위 틈새마다 쇠뇌를 장전한 사수들이 마차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형의 한가운데,
잿빛 장포를 바람에 날리며 얼굴에 깊은 칼자국이 새겨진 사내가 홀로 서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기괴한 검은 철검, 묵검(Mukgeom)이 꽂혀 있었다. 천검문 본산의 수석 제자이자, 분타의 소동을 진압하기 위해 급파된 냉혹한 천재 검수 송무극(Song Mu-geuk)이었다.
송무극이 서 있는 반경 십 보 안에는 그의 서늘한 내공의 여파로 인해 주변의 잡초들이 하얗게 서리를 맞은 채 얼어붙어 있었다. 일류 극성의 완숙한 검기를 다루는 자가 뿜어내는 기의 밀도였다. 협곡 사이에 흐르는 그의 살기는 마차 안의 부상당한 노예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송무극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에는 내공의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그는 허리춤의 묵검 검자루에 손을 얹으며, 마차의 철판 틈새로 자신을 노려보는 무강의 눈빛을 정확히 쏘아보았다.
“단전이 파괴된 노예 괴물 놈이 기이한 통뼈를 믿고 사마현을 죽였다 한들, 명문 정파의 진짜 검을 넘어설 수는 없다.”
송무극이 자신의 묵검을 서서히 뽑아 들며, 단전이 파괴된 노예 괴물이 분타주를 죽였다 한들 명문 정파의 검을 넘어설 수는 없다라며 설무강의 목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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