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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추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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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허공을 가르는 예리한 단도의 차가운 바람 소리가 무강의 목덜미를 향해 소리 없이 쇄도했다. 천검문 지하 깊은 곳에서 사마현의 더러운 음모를 처리하던 암습 살수대장, 귀영(Gwi-yeong)의 숨겨진 칼날이었다.


쉭!


눈을 가린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오직 살을 에어내는 듯한 예리한 파공음만이 고막을 때렸다. 무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찰나의 순간, 차가운 단도의 날끝이 그의 오른쪽 뺨에 새겨진 가느다란 찰과상 흉터 바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살가죽이 찢어지며 붉은 선혈이 베어 나왔지만, 무강은 신음 한 자락조차 내뱉지 않았다.


“대장! 조심하십시오!”


뒤편에서 부상당한 노예들을 부축하고 있던 마칠이 쇠망치를 쥔 손을 부르르 떨며 경고했다.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 수로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독성 폐수 소리와 불규칙하게 흐르는 오수의 물소리가 사방으로 메아리쳤다.


무강은 오른손 가죽 끈에 꽁꽁 묶어둔 이가 빠진 무쇠 쇠망치 머리를 고쳐 쥐었다. 자루가 부러져 쇠머리만 남은 삼십 근 무게의 무기. 내공이 없는 무강에게 이 어둠은 절대적인 사지(死地)였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무턱대고 쇠망치를 휘두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깡! 콰아앙!


무강은 허공을 향해 거칠게 쇠망치를 내리쳤으나, 무거운 쇳덩이는 텅 빈 동굴 벽의 암반을 때릴 뿐이었다. 둔탁한 마찰 스파크가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하얀 불꽃을 튕겼지만, 적의 기척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사라진 뒤였다. 쇠망치가 암벽을 때린 반동으로 인해 전완 골막에 누적되어 있던 미세한 균열이 욱신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눈으로 보려 하지 마라. 검은 물소리와 불규칙한 오수 소리에 현혹되지 마라.’


무강은 차갑게 눈을 감았다. 시각을 완전히 차단하자, 머릿속에서 사부 독고벽이 남긴 구결과 백강혁이 전수한 인체의 구조가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뼈의 진동을 청각으로 해석하는 특수 감각, 골음감지(Bone Sound Perception)가 있었다.


스스스.


수로 바닥의 검푸른 오수 위로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귀영은 소리를 완벽히 흡수하는 특수 가죽 옷을 입고 있었기에, 젖은 바닥을 밟는 발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내공 무인이라 할지라도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뼈와 관절을 비틀어야만 했다.


‘찾았다.’


무강의 팽팽하게 긴장된 청각 신경에 아주 미세한 소리가 포착되었다. 좁은 돌 틈새를 통과할 때 귀영의 오른쪽 어깨뼈 관절구가 회전하며 발생하는 둔탁한 마찰음, 그리고 인대가 수축할 때 나는 아주 미세한 진동 주파수였다.


귀영은 무강이 쇠망치를 휘두른 반동으로 중심을 잃었다고 오판하고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좁은 바위 틈새로 미끄러지듯 침투하여 무강의 무방비한 옆구리를 향해 단도를 찔러왔다.


서늘한 칼날의 궤도가 무강의 옆구리 가죽을 찢고 들어오는 절체절명의 순간.


으드득, 콰직!


무강의 전신 골격에서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파골음이 울려 퍼졌다. 무강은 적의 단도 궤도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전신의 관절과 어깨뼈를 탈골시키는 생존 기술, 사지 변형(Limb Distortion)을 시전했다.


어깨뼈가 관절구에서 강제로 빠져나가며 인대와 근육이 찢어질 듯 늘어나는 극심한 신경적 통증이 무강의 뇌수를 강타했다. 가슴뼈 아래 깊숙이 박혀 있던 호심침이 흉골을 찌르는 듯한 시큼한 마찰 흉통이 가중되며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무강은 이 지옥 같은 파골의 고통을 오히려 아드레날린의 각성제로 삼았다.


몸의 부피가 순식간에 최소화되며 귀영의 단도는 무강의 옆구리 가죽만 가볍게 도려낸 채 허공으로 미끄러졌다. 옆구리에서 붉은 피가 오수 위로 뚝뚝 떨어졌으나, 무강의 입가에는 차가운 실소가 걸렸다.


“잡았다.”


어깨가 빠지며 팔의 리치가 비정상적으로 한 뼘 이상 늘어난 변칙적인 구도를 이용해, 무강은 왼손 손가락 끝을 강철 갈고리처럼 굳혔다.


단골수: 꺾기(Bone-Shattering Snap).


귀영은 자신의 단도가 빗나간 것과 동시에, 눈앞의 거구의 신체가 기괴하게 찌그러지며 팔이 상식 밖의 거리까지 뻗어 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는 사파 암경공의 유연한 신법을 가동하여 무강의 손아귀를 흘려보내려 뒤로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무강의 늘어난 왼손은 귀영의 예상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강철 같은 손가락 끝이 어둠을 찢고 귀영의 목덜미 척추뼈 사이를 정확하게 움켜잡았다.


콰드득!


“컥……!”


귀영의 목구멍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무강은 움켜잡은 귀영의 목뼈를 인체의 지레 원리를 이용해 반대 방향으로 주저 없이 꺾어버렸다. 백련정철보다 단단한 철골의 완력이 손가락 끝에 집중되며 귀영의 경추가 단번에 으스러져 양분되었다. 둔탁한 파골음과 함께 귀영의 신체는 힘없이 진흙 오수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하아…… 하아……”


무강은 빠진 어깨뼈를 벽면에 강하게 부딪치며 쿵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맞춰 넣었다. 어깨가 맞물릴 때 발생하는 격통에 전신이 부르르 떨렸지만, 그의 안광은 여전히 차가웠다.


무강은 쓰러진 귀영의 품을 수색했다. 그의 품속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가 손끝에 와닿았다. 약리당에서 훔쳐낸 혈갈가루 주머니 옆에 보관해 두었던 독각사 담즙(Venomous Snake Bile) 주머니와 기묘하게 대비되는 묵직한 감각이었다. 아직 이 극독들의 완전한 쓰임새를 찾지 못했으나, 무강은 자신의 뒤틀린 철골을 바로잡기 위해 이 자원들을 끝까지 품고 가야 함을 알고 있었다.


무강은 귀영을 쓰러뜨리고 수문 철창 문 앞으로 다가갔다. 백련정철로 주조된 두꺼운 철창 자물쇠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강은 오른손에 묶인 무쇠 쇠망치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온 힘을 실어 자물쇠를 부수려는 찰나였다.


화아아아!


수로 뒤편의 어두운 통로 입구에서부터 붉은 불빛이 물결치듯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횃불이 지하 수로의 축축한 석벽을 붉게 물들이며 안개를 걷어냈다.


“천한 역도 놈들이 쥐새끼처럼 하수구로 기어 들어갔구나.”


웅장하면서도 탐욕스러운 목소리가 지하 수로의 둥근 천장을 흔들며 메아리쳤다.


횃불을 밝힌 경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천검문 북강분타주 사마현(Sama Hyeon)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화려한 호랑이 가죽 망토가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얼룩진 수로 바닥에 쓸렸다. 사마현의 오른손에는 뱀처럼 휘어지며 기괴하게 진동하는 애검, 연철검(Sama Hyeon's Soft Iron Sword)이 쥐여 있었다.


스으으으.


연철검의 예리한 검신을 따라 사마현의 일류 초입 내공인 흑철신공의 검붉은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치이이익, 독액에 닿은 오수가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는 끔찍한 소리가 고요한 지하 수로에 울려 퍼졌다. 횃불을 든 사마현이 연철검을 비스듬히 쥔 채, 어둠을 가르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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