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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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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의 비명이 북강의 칼바람 속으로 흩어지는 찰나, 무강의 왼손 손가락 끝이 그의 등덜미 척추뼈 사이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사, 사마 분타주님! 나를…… 나를 살려주……!”


송지효는 이미 양손의 뼈마디가 완전히 으스러진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한때 흑철곡의 노예들을 짐승처럼 부리며 군림하던 자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비참하고 비루했다. 그의 턱밑까지 차오른 공포는 내공 삼류의 진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강의 귓가에는 송지효의 비명 대신, 절벽 아래 백골 무덤으로 추락해가던 양부 팔봉의 마지막 외침만이 환청처럼 맴돌 뿐이었다.


‘굴복하지 마라, 무강아.’


무강의 차가운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분노가 극에 달해 끓어오르던 심장은 역설적으로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무강은 매달린 송지효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그의 등 뒤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스스슥.


무강의 단단한 무릎이 송지효의 요추 정중앙을 묵직하게 받쳐 들었다. 동시에 피투성이가 된 무강의 양손이 송지효의 양어깨를 움켜잡았다. 지레의 원리였다. 내공 한 푼 없는 육체였으나, 골쇄초의 맹독을 견뎌내며 완성한 철기단골결 2성 철골(Iron Bone)의 폭발적인 근골 힘이 무강의 전신에 흘렀다.


필살 초식, 척추 분쇄격(Spine Crushing Blow).


“네놈이 짓밟은 뼈들의 무게를 느껴라.”


무강은 무릎을 앞으로 강하게 밀어 넣는 동시에, 양손으로 송지효의 어깨를 뒤로 사정없이 꺾어당겼다.


콰지직! 콰드득!


귀면암 절벽 끝에 소름 끼치는 파골음이 울려 퍼졌다. 송지효의 척추뼈가 요추부터 흉추까지 단번에 양분되며 기괴한 각도로 어긋났다. 피부 안쪽에서 척수 신경과 뼈마디들이 무참하게 찢어지는 둔탁한 파열음이었다. 송지효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가 흰자위를 드러내며 뒤집혔고, 으스스하게 떨리던 사지가 한순간에 마비된 송장처럼 축 늘어졌다.


무강은 미련 없이 손을 놓았다.


송지효의 거구는 귀면암 절벽 바깥의 허공으로 추락했다. 휭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낙하한 신체는 수십 장 아래 도사린 백골 무덤(The Hundred Bone Tomb)의 뾰족한 해골 더미 위로 처참하게 떨어져 내렸다.


퍽!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송지효의 머리뼈가 산산조각 났고, 그의 피가 수십 년간 억울하게 죽어간 노예들의 하얀 유골 위를 붉게 적셨다. 평민들을 가축처럼 부리던 압제자의 완벽한 처단이었다.


“이, 이 천한 역도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는구나!”


절벽 아래 단상에서 그 광경을 목도한 천검문 분타주 사마현(Sama Hyeon)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총감독관 송지효가 노예의 손에 척추가 분쇄당해 백골 무덤의 거름이 되는 순간, 천검문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마현은 자신의 애검인 연철검(Sama Hyeon's Soft Iron Sword)을 뽑아 들었다.


스으으으.


연철검의 얇은 검신을 따라 사마현의 일류 초입 내공인 흑철신공의 검붉은 진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대기를 부식시키는 듯한 매캐한 독기가 연무장 뜰을 가득 채웠다.


“천검문 무사들은 들어라! 저 괴물 놈과 폭도들을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대포를 쏘고, 쇠뇌를 발사해라! 흑철곡 전체를 피로 씻어내겠다!”


사마현의 광기 어린 호령과 함께, 사방의 지붕 위에서 대기하던 쇠뇌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쉬쉬쉬쉭! 콰아아앙!


강철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고, 연무장 입구에 배치된 대포가 불꽃을 뿜으며 결사대의 방어선을 향해 포탄을 날렸다. 폭발음과 함께 대리석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돌 파편이 비산했다.


“크아악!”


“대장! 적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정철 무기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적으로나 내공의 위력으로나 결사대는 순식간에 열세에 몰렸다. 거구의 무사 호철이 철판 방패를 앞세워 포탄 파편을 막아섰으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돌격대장 마칠(Ma-chil) 역시 사마현을 향해 정면 돌격을 감행했으나, 사마현이 가볍게 휘두른 연철검의 검붉은 검기 방패벽에 부딪쳐 가슴뼈에 금이 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으윽……!”


마칠이 가슴을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일류 무인의 내공 장력은 평민 외공가의 근골마저 단숨에 찌그러뜨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사마현의 경비병들이 창검을 들이대며 결사대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때, 연무장 구석의 바위 그늘에서 서늘한 침통을 쥔 사내가 소리쳤다.


“무강아! 무기고 내부의 노예들은 내가 응급 처치를 끝냈다! 더 지체하면 사마현의 검기에 몰살당한다! 수문으로 퇴각해야 한다!”


노예 의원 백강혁(Baek Gang-hyeok)이었다. 그는 약리당에서 무강이 탈취해온 비전 약재인 혈갈가루(Dragon's Blood Powder)를 흩뿌리며, 연골단 독무에 중독되어 피를 토하던 광부들의 혈도를 짚어 지혈하고 있었다. 백강혁의 신속한 의학적 조치 덕분에 결사대원들은 간신히 숨통을 틔우고 움직일 수 있었다. 백강혁이 가리킨 방향은 삼엄한 감시망의 유일한 사각지대이자, 제련소의 독성 폐수가 흘러나가는 흑철곡 후문 수문(Water Gate)이었다.


“마칠! 호철! 부상자들을 이끌고 수문으로 뛰어라!”


무강이 포효했다. 그의 오른손 가죽 끈에 묶인 이가 빠진 무쇠 쇠망치 머리가 차가운 살기를 흘렸다. 무강은 품속 주머니를 짚어보았다. 약리당에서 훔쳐낸 혈갈가루 주머니와 함께, 독각사와의 사투 끝에 얻은 마비 독액인 독각사 담즙(Venomous Snake Bile) 주머니가 묵직하게 손끝에 와닿았다. 아직 쓰임새를 찾지 못한 극독이었으나, 무강은 이 주머니가 훗날 자신의 어긋난 뼈대를 바로잡을 유일한 열쇠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막아라! 저놈들이 수문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천검문의 철갑 경비병들이 창을 내지르며 쇄도했다.


무강은 퇴각하는 결사대의 후방을 홀로 지키며 전면으로 나섰다.


깡! 콰앙!


무강이 휘두른 삼십 근 무게의 무쇠 쇠망치가 경비병들의 강철 창날과 방패를 정면으로 때려 부수었다. 내공이 실린 적들의 공격이 무강의 전완 뼈에 부딪칠 때마다 둔탁한 진동이 그의 골막을 타고 뇌리까지 전해졌다. 2성 철골의 경지라 해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 누적되며 무강의 팔뼈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뇌격 분산법(Shock Evasion Method).’


무강은 사부 독고벽의 구결을 떠올리며, 타격이 가해지는 찰나에 어깨와 팔꿈치 관절을 일시적으로 느슨하게 풀어 충격을 전신 관절로 분산시켰다. 뼈가 완전히 부러지는 최악의 파멸을 피하며, 무강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 수문 입구의 어두운 석조 통로 내부로 진입했다.


“가자!”


무강은 마지막 경비병의 가슴뼈를 쇠망치로 찌그러뜨려 뒤로 밀쳐낸 뒤, 흑철곡 후문 수문의 묵직한 석조 문틀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마칠과 백강혁이 부상자들을 부축한 채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 수로 내부로 황급히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스스스스.


수문 내부로 들어서자 지상의 불빛이 완전히 차단되며 칠흑 같은 어둠이 일행을 집어삼켰다. 사방에서 뚝뚝 떨어지는 독성 폐수의 차가운 물방울 소리와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음산한 공간이었다. 수로 바닥에는 검푸른 오수가 발목까지 차올라 끈적하게 감겼다.


“대장…… 수문 문이……!”


앞서 달리던 아성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메아리쳤다.


수로의 탈출구이자 지상 외곽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철창 문이 굳건히 잠겨 있었다. 백련정철로 주조된 두꺼운 철창은 맨손 완력으로 단숨에 부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뒤편 수로 입구에서는 횃불을 밝힌 사마현의 추격대원들이 지르는 고함 소리가 좁은 수로를 타고 빠르게 좁혀오고 있었다. 앞뒤가 완전히 차단된, 그야말로 외통수의 지옥이었다.


무강은 무쇠 쇠망치를 꽉 쥐며 차갑게 눈을 감았다.


스으으으.


그때, 물방울 소리와 추격대의 고함 소리 이면에서, 기척을 완벽히 지운 서늘한 살기가 어둠 속에서 피어올랐다. 소리를 흡수하는 특수한 가죽 옷이 스치는 미세한 마찰음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잠행이었다.


무강의 고도로 발달한 골음감지(Bone Sound Perception) 신경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허공을 가르는 예리한 단도의 차가운 바람 소리가 무강의 목덜미를 향해 소리 없이 쇄도했다. 천검문 지하 깊은 곳에서 사마현의 더러운 음모를 처리하던 암습 살수대장, 귀영(Gwi-yeong)의 숨겨진 칼날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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