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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의 원한, 무인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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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의 야윈 몸뚱이가 귀면암(Demon Face Rock) 절벽 아래로 꺾여 떨어지는 잔상이 설무강의 망막에 느리게 각인되었다. 허공을 허우적거리던 백발의 머리칼, 그리고 이내 귀면암을 감싸 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린 노인의 마지막 모습.


그 순간, 무강의 머릿속을 지탱하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소리를 내며 끊어져 나갔다.


사부 독고벽이 남긴 가르침도, 감정을 얼음처럼 식혀주던 철심 단련 구결(Iron Heart Tempering)의 차가운 장벽도 끓어오르는 피의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심장 깊은 곳에 박혀 있던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이 요동치는 박동에 반응하며 가슴뼈를 사정없이 찔러왔지만, 무강은 그 고통마저 분노의 연료로 삼아 삼켜버렸다.


“송…… 지…… 효…….”


무강의 이빨 사이로 흘러나온 음성이 귀면암의 칼바람을 찢었다.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백골 무덤(The Hundred Bone Tomb) 깊은 곳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천 명 노예들의 원혼이 한데 뭉쳐 울부짖는 듯한, 기괴하고 무거운 파골음이었다.


으드드득! 콰르릉!


무강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진동이 귀면암 절벽 전체를 뒤흔들었다. 내공은 단 한 푼도 없었다. 하지만 철기단골결 2성, 철골(Iron Bone)의 경지에 도달한 그의 전신 골격이 일시에 팽팽하게 긴장하며 대지를 향해 엄청난 물리적 질량을 짓눌렀다.


쿠웅!


무강의 양 무릎이 활처럼 굽어졌다. 대퇴골과 경골, 비골을 비롯한 하반신의 모든 뼈마디가 극한으로 압축되며 거대한 강철 스프링처럼 변했다. 뼈와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맞물리며 내는 둔탁한 마찰음이 고막을 때렸다.


콰아아앙!


무강이 대지를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도약하는 순간의 반동을 이기지 못한 귀면암의 단단한 암반 바닥이 사방으로 쩍쩍 갈라지며 수십 개의 돌 파편으로 비산했다. 내공을 실어 허공을 가벼이 나는 경공(輕功)이 아니었다. 오직 육체의 폭발적인 완력과 철골의 탄성만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무식하고 압도적인 질량의 탄도(彈道)였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송지효(Song Ji-hyo)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수십 장의 절벽 아래에서 한 줄기 먼지 폭풍과 함께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르는 설무강의 기세는, 마치 거대한 무쇠 주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쏴라! 쇠뇌를 쏴라! 저놈을 당장 떨어뜨려!”


송지효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지듯 물러섰다. 지붕 위의 쇠뇌수들이 당황하여 활시위를 놓았다.


쉬쉬쉬쉭!


수십 발의 강철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무강의 신체를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무강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지 않았다. 피할 생각조차 없었다.


깡! 깡! 팅!


날카로운 강철 화살촉들이 무강의 전신에 명중했다. 살점이 일부 찢겨 나가며 붉은 피가 안개처럼 흩날렸으나, 화살들은 이내 둔탁한 쇳소리를 내며 무참히 꺾여 튕겨 나갔다. 피부 아래 감춰진 2성 철골의 단단함이 화살의 물리적인 충격력을 완벽하게 상쇄해 버린 것이다. 남궁태의 검기가 긁고 지나간 오른쪽 뺨의 가느다란 흉터 위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려 무강의 턱끝을 적셨지만, 그의 두 눈은 오직 송지효의 목덜미만을 고정하고 있었다.


타앗!


마침내 귀면암 절벽 가장자리에 무강의 맨발이 닿았다. 그가 대리석 단상을 딛는 순간, 쿵 하는 묵직한 진동과 함께 사방의 횃불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죽어라, 이 노예 새끼야!”


송지효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허리춤의 송지효의 가죽 채찍(Song Ji-hyo's Leather Whip), 혈사편을 전방을 향해 세차게 휘둘렀다.


휘이이익! 쫙!


삼류 극성의 내공 진기가 실린 가죽 채찍이 허공을 뱀처럼 뒤틀며 무강의 사지를 향해 쇄도했다. 채찍 끝에 촘촘히 박힌 수백 개의 예리한 쇠가시들이 푸르스름한 독기를 머금은 채 바람을 갈랐다. 저 채찍에 휘감기는 순간, 살점은 물론이고 뼈마디까지 갈가리 도려내 질 터였다.


그러나 무강은 송지효의 화려한 채찍 궤도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이 가라앉으며, 골음감지(Bone Sound Perception)의 영역이 개방되었다. 바람을 찢는 가죽의 마찰음 이면에서, 송지효의 오른쪽 어깨와 손목 관절이 채찍을 제어하기 위해 뒤틀리는 미세한 뼈의 울림이 무강의 고막에 입체적으로 와닿았다.


무강은 피하는 대신 양팔을 교차하여 전면에 세웠다.


철골 호신(Iron Bone Guard)!


전신의 근육을 극한으로 수축시켜 피부 아래의 골막을 모루처럼 단단하게 다지는 외공의 절대 방어 자세였다.


콰지직! 츠으으윽!


쇠가시가 박힌 가죽 채찍이 무강의 교차된 양팔 전완을 가차 없이 휘감았다. 예리한 쇠가시들이 무강의 피부를 찢고 살점을 도려내며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송지효는 승리를 확신하며 비열한 미소를 지으려 했다. 채찍에 주입된 음유한 한빙 진기가 무강의 팔을 얼려 뼈를 으스러뜨리려던 찰나였다.


그러나 송지효의 미소는 이내 경악으로 굳어버렸다.


살점을 뚫고 들어간 채찍의 가시들이 무강의 뼈대에 닿는 순간, 단단한 바위에 정을 박아 넣는 듯한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전진을 멈췄다. 무강의 팔뼈는 골쇄초의 맹독을 견뎌내며 완성된 2성 철골이었다. 쇠가시들은 무강의 뼈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미끄러졌으며, 송지효가 흘려보낸 한빙 진기 역시 고밀도의 철골 장벽에 부딪쳐 물리적으로 소멸해 버렸다.


“어, 어떻게…… 내공도 없는 뼈다귀가 베어지지 않는 거냐!”


“말했을 텐데.”


무강이 피투성이가 된 양팔을 서서히 벌렸다.


으드득, 득.


그의 요골과 척골이 기괴하게 벌어지며, 상처 부위 깊숙이 박혀 있던 채찍의 쇠가시들을 물리적으로 꽉 물어 고정시켰다. 채찍이 무강의 팔뼈 사이에 끼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강은 팔을 강하게 비틀며 채찍줄을 자신의 전완에 칭칭 감아쥐었다.


“내공은 그릇에 담긴 물일 뿐이라고.”


무강이 감아쥔 채찍을 자신의 방향으로 전력으로 잡아당겼다. 수백 근의 질량을 지닌 철골의 완력이 채찍을 타고 송지효의 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앗……!”


송지효는 채찍을 놓으려 했으나, 이미 가죽 끈이 그의 손목에 단단히 감겨 있었다. 송지효의 거구의 신체가 무강의 품 안을 향해 무력하게 끌려왔다. 허공에 뜬 송지효의 안면에 무강의 서늘한 안광이 박혔다. 오른쪽 뺨의 흉터에서 흘러내린 피가 무강의 입술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무강은 거리를 좁혀온 송지효의 양 손목을 쇠집게 같은 손귀로 움켜잡았다.


단골수: 으깨기(Bone-Shattering Crush)!


무강의 손가락 끝 마디뼈들이 강철 갈고리처럼 변하며 송지효의 손등과 손목 관절의 틈새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콰드득! 파각!


귀면암 절벽 위로 소름 끼치는 파골음이 울려 퍼졌다. 송지효의 양손 요골과 척골, 그리고 손가락 마디뼈 27개가 무강의 손아귀 안에서 단번에 으스러져 나갔다. 피부 안쪽에서 뼈가 밀가루처럼 바스러지며 핏줄이 터져 손 전체가 검붉은 피주머니처럼 찌그러졌다.


“아아아아악! 내 손! 내 손이이이!”


송지효가 무릎을 꿇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가락들은 이미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채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가 평생 평민 노예들을 채찍질하며 오만함을 과시하던 양손이, 내공 한 푼 없는 노예의 맨손아귀에 완전히 소멸해 버린 것이다. 무강의 손아귀 힘을 견디지 못한 송지효의 가죽 채찍 역시 가죽과 철사가 완전히 뜯겨 나가며 허공으로 산산조각 나 비산했다.


무강은 울부짖는 송지효의 머리칼을 왼손으로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의 몸을 질질 끌며 귀면암 절벽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바람이 멎은 절벽 아래, 끝없는 어둠이 도사린 백골 무덤(The Hundred Bone Tomb)의 심연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벽 아래 연무장 뜰에서는 분타주 사마현이 거느린 호위 무사들이 늙은 노예들의 목에 칼날을 겨눈 채, 절벽 위를 향해 삼엄한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사, 사마 분타주님! 살려주십시오! 저 괴물 놈을 죽여주십시오!”


양손이 으깨진 송지효가 절벽 끝에 매달린 채 비참하게 울부짖었다. 무강은 그의 비명을 무시한 채, 차가운 눈동자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송지효의 머리통을 절벽 바깥의 허공으로 밀어 넣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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