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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리당의 독무를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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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무기고 천장의 환기구 그릴 틈새로 뿜어져 나온 초록색 독무가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달콤하면서도 코끝을 찌르는 시큼한 악취. 그것은 단순한 가스가 아니었다. 연골단(Cartilage Pill)의 성분을 기화시킨 천검문 약리당의 비전 독무였다.


“쿨럭! 컥……!”


무기를 쥐고 환호하던 광부 결사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목을 움켜쥐었다. 독무에 노출된 피부가 순식간에 진물로 짓무르고, 보랏빛으로 변한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연골단의 독성은 기도를 타고 들어가 허파를 녹이고, 인간의 가장 깊은 지지대인 뼈마디를 흐물흐물하게 녹여내는 잔혹한 극독이었다.


설무강의 안광이 급격히 좁혀졌다. 그의 오른쪽 뺨에 남은 가느다란 찰과상 흉터가 독무의 산성 열기에 닿아 화끈거리며 타올랐다.


‘이 냄새…….’


무강의 이빨이 어금니가 깨져나갈 정도로 강하게 맞물렸다. 뇌리 깊은 곳에서 거대한 괴물처럼 부풀어 올라 뼈마디가 짓무른 채 죽어갔던 사촌 형, 설무현의 마지막 비명이 환청처럼 고막을 때렸다. 약리당의 저 차가운 대리석 탁자 위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신음하던 형의 육체. 그리고 그 지옥을 설계한 자가 바로 저 독무 너머에서 비웃고 있는 약리당주 갈염이었다.


끓어오르는 증오가 무강의 심장을 폭발시킬 듯 요동쳤다. 가슴뼈 아래 깊숙이 박힌 호심침(Heart-Protecting Needle)이 심장 경맥을 찌르며 시큼하고 둔탁한 통증을 뿜어냈다. 이대로 분노에 휩싸여 날뛰었다가는 독무를 한 모금 들이켜고 뼈가 녹아내린 송장이 될 뿐이었다.


‘차분해져야 한다. 뼈를 깎는 아픔 속에서도 눈빛은 차가워야 한다.’


무강은 마음속 분노를 철저히 거세하며 철심 단련 구결(Iron Heart Tempering)을 발동했다. 요동치던 심장이 얼음물에 잠긴 듯 차갑게 식어 내렸다. 그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칠흑 같은 심연처럼 고요해졌다.


무강은 무기고의 구조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가스는 환기구를 통해 주입되고 있었다. 바람의 흐름은 약리당에서 무기고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즉, 가스의 근원지인 약리당으로 향하는 경로가 가장 독무의 농도가 높겠지만, 동시에 그곳이 가스 살포 장치를 차단하고 갈염의 목을 벨 수 있는 최단 경로였다.


“마칠! 문을 닫고 옷자락을 적셔 코를 막아라! 내가 갈염의 목을 들고 올 때까지 한 놈도 숨을 쉬지 마라!”


“형님! 그곳은 독무의 중심입니다! 맨몸으로 가시면 뼈도 남지 않습니다!”


마칠이 울부짖으며 무강의 어깨를 잡으려 했으나, 무강은 이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무강은 가슴을 닫고 뇌로 가는 모든 숨결을 스스로 통제하는 자폐식 호흡법(Self-Sealing Breathing Method)을 시전했다. 허파의 가동을 완전히 멈추고, 심장 박동을 일 분에 열 번 이하로 극도로 늦추었다. 맥박 소리가 귓가에서 완전히 사라지며 전신에 서늘한 음기가 감돌았다. 숨을 쉬지 않는 자에게 독무는 폐를 상하게 할 수 없었다. 오직 피부를 부식시키는 산성의 장벽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타앗!


무강은 쇠망치 자루를 가죽 끈으로 오른손에 단단히 묶은 채, 초록색 독무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환기구 통로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치이이익!


독무의 산성 성분이 무강이 걸치고 있던 낡은 마의를 순식간에 녹여내고 맨살을 파고들었다. 피부 표면이 타들어 가며 전신에 불에 데는 듯한 통증 쇼크가 밀려왔다. 보통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살점이 녹아내려 비명을 질렀겠지만, 무강은 이빨을 악물고 통증을 무시했다.


골쇄초의 극독을 버텨내며 단련된 그의 2성 철골(Iron Bone)은 피부 아래의 골막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독무의 부식 성분이 골막의 단단한 밀도를 뚫지 못하고 피부 표면의 화상에 그쳤다. 전신 피부에 검붉은 진물이 흐르는 상흔이 남았으나, 그의 강골은 여전히 건재했다.


무강은 환기구 그릴을 맨손으로 움켜잡았다. 단골수(斷骨手)의 아귀 힘이 실린 손가락 끝이 두꺼운 철제 그릴을 종잇장처럼 구기며 뜯어냈다. 무강은 기계처럼 차가운 몸짓으로 좁은 환기 통로 내부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통로 내부의 독무 농도는 지옥 그 자체였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독한 기체가 안구의 점막을 찔러왔다. 무강은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는 대신, 고도로 발달한 골음감지(Bone Sound Perception)를 가동했다. 좁은 철제 통로의 진동과, 그 너머 약리당 연구실 내부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마찰음이 그의 뇌리에 입체적인 지도로 그려졌다.


스스슥, 스스슥.


약리당 내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의 뼈 소리가 들렸다. 발목 관절이 가볍고 인대가 약한 자, 사악한 의원 조필이었다. 그리고 그 뒤편, 묵직하고 음산한 뼈마디의 울림을 지닌 거구의 사내가 서 있었다. 약리당주 갈염이었다.


무강은 통로 끝의 철망을 향해 전신을 날렸다. 어깨로 철망을 들이받는 철골 격침(Iron Bone Ram)의 위력이 폭발했다.


콰아아앙!


두꺼운 석조 벽과 철망이 산산조각이 나며 약리당 연구실 내부로 흩어졌다. 하얀 먼지와 초록색 독무를 뚫고, 피투성이가 된 설무강의 거구가 대리석 바닥에 묵직하게 착지했다. 걸음마다 대지가 쿵 하고 울렸다.


“이, 이놈이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약탕관을 다듬던 조필이 경악하며 뒤로 자빠졌다. 숨을 쉬지 않고 전신 피부가 진물로 젖은 채, 눈을 부릅뜬 무강의 모습은 지옥에서 걸어 나온 악귀와 다름없었다.


“소문주가 말한 그 괴물 노예로군. 하지만 내 약리당에 발을 들인 이상, 네놈의 철골도 결국 썩은 송장 가루가 될 뿐이다!”


조필이 비열하게 외치며 허리춤에서 은백색 침통을 꺼내 들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안면의 주요 혈도를 노리고 치명적인 마비 독침 수십 개를 발사했다.


쉬쉬쉬쉭!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은침의 파열음. 무강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에 감긴 무쇠 쇠망치의 두꺼운 도신으로 얼굴을 가렸다.


팅! 팅! 팅!


대다수의 독침이 쇠망치 머리에 부딪쳐 꺾여 나갔다. 그러나 일부 독침들이 무강의 어깨와 가슴 피부를 뚫고 박혔다. 침 끝에 발린 극독의 마비 약물이 근육 속으로 스며들려 했으나, 무강의 단단한 철골 골막이 침 끝을 물리적으로 튕겨내거나 깊이 박히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내공이 없는 무강의 신체는 그 자체로 움직이는 강철 방패였다.


“이런 괴물 같은……!”


조필이 당황하여 품속에서 마비 약물이 가득 찬 주사 바늘을 꺼내 무강의 목덜미 경맥에 직접 주입하려 기습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내공이 실린 손끝이 바람을 가르며 무강의 목을 겨냥했다.


무강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관절 유인 보법(Joint-Luring Footwork)을 전개했다. 어깨 관절을 일시적으로 비틀어 상체의 리치를 기묘하게 늘리는 사지 변형(Limb Distortion)의 기동이었다. 조필의 예리한 주사 바늘이 무강의 목덜미 옷자락만 찢고 허공을 갈랐다.


“잡았다.”


무강의 차가운 목소리가 조필의 고막을 때렸다. 무강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뻗어나가 조필의 손목 관절을 움켜잡았다. 강철 갈고리 같은 손가락 끝이 조필의 손목뼈 사이의 빈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아, 악! 내 손목이……!”


조필이 비명을 질렀으나 이미 늦었다. 무강은 단골수: 비틀기(Bone-Shattering Twist)를 시전했다. 자신의 묵직한 체중을 실어 조필의 손목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회전시켰다.


으드득! 바스락!


조필의 요골과 척골이 비틀리며 으스러지는 소름 끼치는 파골음이 연구실을 채웠다. 뼈마디가 살가죽을 뚫고 튀어나오며 조필의 손이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무강은 꺾인 조필의 손을 가볍게 밀쳐내며, 연구실 중앙의 호화로운 의자에 앉아 있던 약리당주 갈염을 응시했다.


갈염은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긴 담배대를 물고 있었다. 그의 손톱은 백독신공(百毒神功)의 독기로 인해 검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갈염은 조필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사마현 분타주가 탐낼 만한 골격이로군. 내공 한 푼 없는 노예 주제에 뼈의 밀도만으로 이류 무인의 공격을 버텨내다니. 네놈의 뼈를 통째로 발라내어 내 신형 연골단의 주재료로 삼는다면, 천하에 둘도 없는 명약이 탄생하겠구나.”


갈염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전신에서 보라색의 끈적한 독무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의 손끝이 기이하게 팽창하며, 공기를 부식시키는 일류 초입의 백독신공 독기가 소용돌이쳤.


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폐식 호흡법으로 인해 허파가 찢어질 듯한 압박감이 밀려왔고, 가슴의 호심침이 심장을 세차게 찔러왔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단 한 번의 합격으로 이 늙은 독물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무강은 오른손의 쇠망치를 거꾸로 쥐고, 발끝에 전신의 질량을 실었다.


“만독무강(萬毒無疆)!”


갈염이 포효하며 무강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검푸른 손바닥이 허공을 가르며 무강의 가슴팍을 향해 쇄도했다. 손바닥이 가르는 궤적을 따라 대리석 바닥이 검게 녹아내리며 유황 연기가 피어올랐다.


무강은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갈염의 오만한 방심을 파고들기 위해 일부러 가슴을 열어주었다.


퍽!


갈염의 독한 손바닥이 무강의 가슴뼈 정중앙에 정면으로 내리꽂혔다. 갈염의 내공 독기가 무강의 가슴 피부를 순식간에 검게 태우며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무강의 가슴뼈 아래 깊숙이 박혀 있던 호심침이 강하게 공명하며 심장 마비 쇼크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동시에 무강의 단단한 2성 철골이 갈염의 독장 장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충격을 대지로 흘려보냈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무강의 발밑 대리석 바닥이 갈라졌다.


“뭐, 뭐라고? 내 백독장이 통하지 않는단 말이냐!”


갈염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독장이 상대의 가슴뼈에 부딪쳐 튕겨 나간 느낌이었다.


“내 뼈는 너희들의 가식적인 진기 따위보다 정직하다.”


무강의 오른손이 갈염의 어깨 관절을 움켜잡았다. 강철보다 단단한 손가락 끝이 갈염의 어깨 죽지 골막을 파고들었다. 갈염이 비명을 지르며 내공을 폭발시켜 무강을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무강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무강은 자신의 온 무게를 실어 단골수: 비틀기(Bone-Shattering Twist)를 폭발적으로 가동했다.


“으스러져라.”


으드득! 콰직!


무시무시한 파골음과 함께 갈염의 오른쪽 어깨뼈가 탈골되며 쇄골이 반으로 쪼개졌다. 무강은 멈추지 않고 그의 척추를 향해 완력을 집중시켜 역방향으로 강하게 회전시켰다. 갈염의 갈비뼈 전체가 도미노처럼 차례로 부러지며 폐와 심장을 찔렀다.


“꺼…… 억……!”


갈염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검은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전신 골격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바스러져 있었다. 약리당을 지배하던 잔혹한 독물이 자신의 뼈가 부러지는 극통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무강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자폐식 호흡법을 해제했다. 참았던 숨이 터져 나오며 허파가 찢어질 듯한 갈증이 밀려왔다. 피부의 화상 자국에서 진물이 흘렀으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했다.


무강은 쓰러진 갈염의 품을 수색했다. 그의 허리춤에서 묵직한 구리로 조각된 천검문 약리당 열쇠(Medicine Hall Key)를 낚아챘다. 그리고 약리당 지하 보관고의 단단한 자물쇠를 열어젖혔.


철컥.


보관고 문이 열리며, 백강혁이 말했던 수많은 약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강은 그중에서 붉은색 가루가 가득 찬 약병들을 발견했다. 부러진 뼈 수련 시 발생하는 내부 출혈을 즉각 멈춰주고 골막의 재생을 돕는 고급 남방 약재, 혈갈가루(Dragon's Blood Powder)였다.


무강은 혈갈가루 주머니와 접골탕의 원료들을 품속에 신속하게 챙겼다. 이제 이것들을 무기고로 가져가 독무에 중독된 동료들을 치료하고 탈출을 감행하면 되었다.


그때, 연구실 입구 쪽에서 피투성이가 된 삼수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그의 온몸은 채찍 상처와 칼자국으로 가득했고, 눈빛은 극도의 공포와 절망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형님……! 형님, 큰일 났습니다!”


삼수가 무강의 무릎을 붙잡으며 피를 토하듯 울부짖었다.


“사마현과 송지효가…… 도망치던 늙은 광부 노예들과 팔봉 할아버지를 인질로 잡았습니다! 지금 귀면암(Demon Face Rock) 절벽 끝에 매달아 두고, 형님이 직접 나와 무릎을 꿇지 않으면 한 명씩 목을 베어 백골 무덤으로 떨어뜨리겠다고 합니다!”


무강의 전신 철골이 무시무시한 파골음을 내며 다시 한번 팽팽하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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