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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7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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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어둠이 가시지 않은 루트 7 고속도로는 짙은 보랏빛 안개에 잠겨 있었다. 하늘의 거대한 균열에서 흘러내린 낙진이 안개와 뒤섞여 대기 중에는 비린내가 섞인 전자기 노이즈가 음울하게 진동했다.


도로변에 무너진 콘크리트 엄폐물 뒤, 윤시우는 숨을 죽인 채 이마에 묶인 저항군의 붉은 머리띠를 다시 한번 질끈 동여맸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양자 붕괴율 65%. 세포가 나선 구조부터 해체되며 뿜어내는 푸른 괴사 흉터가 가죽 코트 안쪽에서 욱신거렸다. 왼쪽 안구의 미세혈관이 터져 시야의 한쪽 모서리가 붉은 핏빛으로 물들었지만, 시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전방의 아스팔트 도로를 주시했다.


“...주파수 안정적이야.”


시우의 귓가에 장착된 구식 무전기 너머로 신유리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에이지스 수송대의 선두 장갑차가 사각지대에 진입하기까지 앞으로 30초. 미란 언니, 조준해.”


시우는 고개를 들어 고속도로 옆 절벽 고지에 매복한 저항군 저격수 송미란을 바라보았다. 가죽 후드를 깊게 눌러쓴 그녀의 왼쪽 눈에 장착된 저격용 조준경 패치가 새벽녘의 어둠 속에서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쥔 고철 레일건 스타일의 특수 저격 소총이 대기 중의 미세한 바람의 흐름을 감지하며 웅웅거리는 전자기음을 토해냈다. C급 바람 감지 능력자인 송미란의 호흡은 이미 루트 7을 가로지르는 대기의 맥동과 완벽히 동조해 있었다.


쿠우우웅-


지반을 울리는 묵직한 중저음의 엔진음이 안개 너머에서 들려왔다. 에이지스 군용 수송대의 최첨단 중장갑 수송 차량, 일명 ‘루트 7의 폭포’라 불리는 거대 장갑차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전면의 거대한 강철 범퍼와 차체 사방에 부착된 보랏빛 레이저 감시탑들이 안개 속을 사납게 훑으며 진격하고 있었다. 장갑차의 상단에 장착된 광학 레이더 렌즈가 푸른빛을 내뿜으며 매복 지점을 향해 회전하는 순간이었다.


“쏜다.”


송미란의 나직한 속삭임과 함께, 레일건의 총구가 번쩍였다.


콰아아앙!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발사된 전자기 탄환이 바람의 궤적을 타고 휘어지며 장갑차 전면의 광학 레이더 렌즈를 정확히 관통했다. 파란색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며 장갑차의 눈이 일순간에 멀어버렸다. 레이저 감시탑들이 갈 길을 잃고 허공을 향해 무작위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익-!


거대 장갑차가 비명을 지르며 아스팔트 도로 위로 급정거했다. 타이어가 마찰하며 뿜어내는 탄내가 안개 속으로 매캐하게 퍼져나갔다.


“지금이다! 돌격!”


엄폐물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하 저항군 ‘언더그라운드’의 총사령관, 김성태가 거구를 이끌고 뛰쳐나갔. 그의 양손에는 에이지스 전차의 티타늄 장갑판을 뜯어내 만들었다는 거대한 고철 방패 ‘이글리스’가 쥐여져 있었다. 방패 내부의 유압식 완충 장치가 활성화되며 웅장한 기계식 작동음이 고속도로의 정적을 깨뜨렸다.


“우오오오!”


김성태가 이글리스 방패를 전방에 거치한 채 장갑차의 정면을 향해 폭주하는 전차처럼 돌진했다.


쾅-!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방패와 장갑차의 전면 범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글리스의 압력 센서가 붉게 달아오르며 유압 실린더가 엄청난 반동을 흡수해 냈다. 충격 여파로 도로 주변의 가드레일이 기하학적으로 휘어지며 먼지가 비산했다. 장갑차의 진격이 완벽하게 멈춰 선 찰나였다.


철컥! 덜커덩!


장갑차 상부의 강철 해치가 열리며, 단단하게 재단된 에이지스 정예 중장갑 전투 슈트를 착용한 남자가 솟구쳐 올랐다. 수송 차량 대장이자 원칙주의자 군인인 황대위였다. 그의 슈트 가슴팍에 장착된 중장갑 캐논포가 충전 주파수를 내뿜으며 노란빛으로 번뜩였다.


“테러리스트 쥐새끼들이 감히 군부의 보급품에 손을 대려 하는가!”


황대위의 단호한 호통과 함께, 그의 캐논포가 불을 뿜었다.


콰콰콰쾅-!


고농도 에너지 포탄들이 김성태를 향해 빗발쳤다. 저항군 대원들이 소총을 사격하며 황대위를 저지하려 했으나, 그의 중장갑 슈트의 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단단하여 총탄들은 불꽃만 튀긴 채 무기력하게 튕겨 나갔. 전황은 순식간에 황대위의 압도적인 화력 전개로 기울기 시작했다.


“끄으으윽...!”


김성태가 이글리스 방패의 완충 장치를 최대로 기동하며 포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방패 내부의 유압 배터리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붉은 증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방전되어 갔다. 방패를 쥔 그의 거구의 팔근육이 찢어질 듯 팽창했다.


시우는 황대위가 정면의 김성태에게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바로 지금이 유일한 사각지대임을 간파했다. 전뇌 세포의 미세 출혈로 인한 편두통이 머리를 깨뜨릴 듯 자극했지만, 시우는 이빨을 악물며 지면을 박찼다.


스릉-


시우가 착용하고 있던 ‘위상 도약용 신발’의 밑창에 이식된 ‘위상 가속 실린더’가 활성화되었다. 시우가 마력을 주입하자, 뒤꿈치의 실린더가 푸른색 전자기 스파크를 사납게 내뿜으며 대기를 강하게 압축했다.


콰아앙!


소닉붐을 연상시키는 파열음과 함께 시우의 신체가 아스팔트를 딛고 하늘을 향해 탄환처럼 솟구쳤다. 공간을 비틀며 순간적으로 추진력을 얻은 기동이었다. 시우는 공중에서 보랏빛 양자 잔상을 길게 늘어뜨리며, 황대위의 머리 위를 지나 장갑차의 후방 지붕 격벽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그의 목표는 장갑차 내부의 깊은 금고에 보관된 프로토타입 차원 안정기였다.


지붕 해치에 손을 뻗어 강제로 뜯어내려는 순간, 장갑차 내부 깊숙한 통로에서 불길하고 차가운 전자기 공명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술 조종사 박상병이 침투를 감지하고 이능력 중화 장치 ‘안티 파워 필드’의 가동 밸브를 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우의 손목 안정기가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붉은빛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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