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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부의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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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우의 가슴에 새겨진 푸른색 괴사 흉터가 마치 살아 있는 전선처럼 꿈틀거리며 타는 듯한 통증을 내뿜었다. 이우진과의 사투 끝에 ‘양자 회귀’를 격발한 대가는 뼈아팠다. 일주일간 모든 이능력이 강제로 동결되는 완전한 무력 봉인 상태. 손목에 영구 이식된 휴대용 차원 안정기는 묵묵히 차가운 나노 수액을 뿜어내며 붕괴율을 55% 선에서 간신히 붙잡고 있었지만, 시우의 육체는 썩은 나무뿌리처럼 무겁고 차가웠다.


“크윽…….”


시우는 침상에서 상반신을 일으키려다 왈칵 피침을 삼켰다. 손아귀에 쥔 반으로 부러진 청동 펜던트의 날카로운 단면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펜던트 표면에 묻어 굳어버린 거무스름한 양자 방사능 독액이 피부의 미세 신경을 찔러왔다. 지독한 통증과 함께, 뇌리 깊은 곳에서 쩍 갈라지는 듯한 충격이 일었다. 기억 상실의 자욱한 안개 너머로, 자신에게 퉁명스럽게 탕약을 건네던 스승 한백현의 거친 손길과 자애로운 미소가 파편처럼 되살아났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어 사지로 걸어 들어간 노인.


“움직이지 마라, 시우. 네 상태로 지상에 나가는 건 개죽음일 뿐이다.”


어둠 속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하 저항군 ‘언더그라운드’의 대장, 김성태였다. 키 190센티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등 뒤에 거대한 기계식 고철 방패 ‘이글리스’를 거치한 채 걸어 나왔다. 방패의 유압 실린더가 웅장한 기계음을 내며 증기를 뿜어냈다. 그의 뒤편에는 짧은 단발머리에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신유리가 홀로그램 모니터 여러 개를 띄워놓고 전뇌 연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성태 대장님 말이 맞아요.”


신유리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에이지스 제9구역 수용소의 외부 격벽 방화벽을 스캔했어요. 우리가 이전에 루트 7에서 확보했던 황대위의 보안 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회 주파수를 연산해 봤지만, 수용소 외부를 둘러싼 고고도 레이저 포탑과 전자기 방어막은 아예 로컬 네트워크로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요. 외부에서의 해킹이나 정면 돌파는 100% 자살행위예요.”


시우는 침상 옆에 놓인 한백현의 ‘차원 연대기’ 노트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10페이지가 잔인하게 찢겨 나간 공백의 책. 시우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펼쳤다. 거친 종이 질감 위로 스승의 비장한 친필이 눈에 들어왔.


‘세상을 구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의지다.’


수호자들의 오래된 규율(Creed). 그 한 줄의 문장이 시우의 무의식 속 잃어버린 영혼의 격자망을 강하게 자극했다. 힘이 봉인되었다면, 지략으로 적의 목덜미를 꿰뚫어야 한다. 시우는 깊은 양자 동조 호흡을 들이쉬며 요동치던 전뇌 세포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성태 대장. 수용소의 정면을 무력으로 부술 수 없다면, 안에서 문을 열게 만들면 된다.”


“안에서 문을 열게 만든다고? 어떻게 말이지? 수용소 소장 조필두는 각성자들의 정수를 빨아먹는 미치광이다. 타협 따위가 통할 상대가 아니야.”


김성태가 미간을 찌푸렸다. 시우는 신유리의 홀로그램 화면 중 에이지스 순찰대 소속 하급 장교들의 프로필을 가리켰. 그의 손가락 끝이 멈춘 곳에는 ‘이진수’라는 이름의 젊은 장교 사진이 떠 있었다.


“이진수 장교. 그의 동생이 최근 이능력 발현 징후를 보여 조필두의 생체 실험실 랩-9으로 강제 압송되었다는 기록이 있더군. 이진수는 에이지스의 제복을 입고 있지만, 매일 밤 동생의 약값을 대기 위해 지하 시장에서 정보를 밀매하며 연명하고 있어. 군부 상층부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신유리가 안경을 밀어 올리며 시우의 눈을 직시했다.


“이진수를 포섭해서 수용소 외부 격벽을 열 수 있는 ‘에이지스 기밀 보안 카드’를 탈취하겠다는 계획이군요. 하지만 장교를 납치했다간 즉각 수용소 전체에 비상 경보가 울릴 텐데요?”


“납치하는 게 아니다.”


시우의 눈동자가 파란색과 보라색의 기묘한 불꽃으로 번뜩였다.


“스스로 카드를 넘겨주게 만들 거다. 그가 가진 가장 깊은 공포와 희망을 자극해서.”


김성태는 시우의 살벌한 기세에 압도당한 듯 침묵을 지키다, 이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이진수의 오늘 밤 야간 순찰 동선은 제9구역 동쪽 폐허 빌딩가다. 내가 대원들을 이끌고 외곽을 엄호하마. 하지만 시우, 명심해라. 네 몸은 지금 이능력을 전혀 쓸 수 없는 껍데기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즉시 후퇴해야 한다.”


* * *


제9구역의 밤은 짙은 보랏빛 안개와 매캐한 오존 타는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무너진 콘크리트 빌딩 뼈대 사이를 울부짖으며 지나갔다. 시우는 독고진에게 대여받은 낡은 가죽 코트를 깊게 눌러쓴 채, 폐허 골목길의 어두운 그늘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었다. 왼손목의 안정기가 미세하게 푸른 빛을 점멸하며 차가운 수액을 흘려보냈지만, 몸 내부의 마력은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순수한 일반인의 상태.


터벅, 터벅.


무거운 군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단정하지만 먼지가 묻은 에이지스 하급 장교 군복을 입은 이진수가 손전등을 비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매달린 전용 기밀 통신 단말기가 삑삑거리는 소음을 냈다. 이진수의 얼굴은 극도의 피로와 불안감으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버릇이 그의 절박한 심리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시우는 숨을 죽였다. 전뇌 세포의 신경 마비로 인해 전신에 오한이 들었지만, 심장 박동을 극도로 늦추며 때를 기다렸다.


이진수가 시우가 매복한 어두운 기둥 옆을 통과하는 순간.


사각-


시우가 소리 없이 그늘 속에서 걸어 나왔다. 무력은 봉인되었을지언정, 과거 다중 우주를 지배했던 절대자 수호자로서의 기세와 눈빛은 칼날처럼 살아 있었다.


“누구냐!”


이진수가 깜짝 놀라며 즉각 허리춤의 군용 권총을 뽑아 들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권총의 총구가 시우의 이마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진수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고, 그의 눈동자가 공포와 경계심으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움직이지 마라! 수색대 장교를 습격한 죄는 즉각 처형이다!”


이진수의 외침은 떨리고 있었다. 시우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총구를 향해 천천히 이마를 더 가까이 밀어붙였다. 그의 차가운 두 눈이 이진수의 흔들리는 안구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시우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조차 초월한 기괴한 위압감이 골목길의 보랏빛 안개를 차갑게 얼려버리는 듯했다.


“방아쇠를 당겨라, 이진수 장교.”


시우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으나, 이진수의 귓가에는 거대한 거인의 포효처럼 무겁게 꽂혔다.


“하지만 네가 내지른 그 총성 한 발이 울리는 순간, 수용소 지하 랩-9에 갇힌 네 동생의 목숨도 끝날 거다.”


“……!”


이진수의 전신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 그의 총구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


“조필두 소장이 이능력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수 추출 실험을 앞당겼다. 네 동생의 유전자가 기계 속에서 완전히 말라죽어 보랏빛 가루가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며칠뿐이지.”


시우는 가죽 코트 안감에 숨겨둔 양자 단검 ‘페이즈 블레이드’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비록 중화 필드의 여파로 칼날에 위상 왜곡의 빛은 일지 않았지만, 차가운 강철 고철의 실루엣이 이진수의 안구에 반사되었다. 시우는 단검의 끝날로 이진수의 권총 총구를 부드럽게 옆으로 밀어내며 말을 이어갔다.


“에이지스의 군복을 입고 동생의 도살자들에게 충성하는 기분은 어떤가? 매일 밤 지하 시장을 배회하며 정보를 팔아넘겨 얻은 하프 코인 몇 장으로, 동생의 생명을 단 몇 시간 연장하는 비참한 삶에 만족하는가?”


“닥쳐! 닥쳐라, 이 테러리스트 쥐새끼가 뭘 안다고!”


이진수가 이빨을 악물며 오열에 가까운 신음을 뱉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시우는 한백현의 부러진 청동 펜던트를 쥔 오른손에 힘을 주며, 이진수의 가슴팍에 한 걸음 더 다가섰.


“나는 네 동생을 구하러 갈 거다. 조필두의 목을 베고, 수용소 지하의 사슬을 끊어버릴 거다. 그러니 선택해라, 이진수.”


시우의 눈동자 속 보랏빛 안개가 기괴하게 일렁였다.


“군부의 충직한 사냥개로 남아 동생의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나와 손을 잡고 에이지스의 철창을 부수어 동생을 살릴 것인가.”


지독한 침묵이 골목을 지배했다. 바람 소리마저 멈춘 듯한 공간 속에서, 이진수의 호흡만이 거칠게 흩어졌다. 시우가 건넨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구원이자, 동시에 에이지스를 배신해야 하는 파멸의 덫이었다. 하지만 동생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기도 했다.


이진수의 손가락이 천천히 방아쇠에서 풀렸다. 그의 어깨가 무겁게 내려앉으며, 권총을 쥔 손이 힘없이 바닥을 향했다.


“……정말로, 내 동생을 살려줄 수 있는 건가?”


“약속하지. 수용소가 무너지는 날, 네 동생은 네 품으로 돌아갈 거다.”


시우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절대자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이진수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품바지 깊숙한 곳을 뒤적였다. 그리고 이윽고, 녹색 LED 불빛이 미세하게 점멸하는 묵직한 금속제 카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에이지스 기밀 보안 카드.


수용소 외부 격벽과 무인 포탑 제어실을 무혈 통과할 수 있는 결정적인 1차 암호 키카드였다.


이진수는 눈물을 삼키며 카드를 시우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금속 카드의 차가운 감촉이 시우의 손가락 끝을 타고 전해졌다.


“이 카드로 외부 1차 격벽은 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수용소 내부의 인체 실험실 랩-9의 경비막은 조필두 소장의 개인 생체 인식표가 없으면 열리지 않아. 그리고…… 조필두는 이미 각성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수 추출 실험을 앞당겼다. 시간이 없어.”


이진수의 떨리는 경고가 골목의 보랏빛 안개 속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시우는 기밀 보안 카드를 움켜쥐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스승을 묶은 사슬을 끊고, 에이지스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첫 번째 열쇠가 마침내 그의 손안에 쥐어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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