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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구원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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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장갑차의 강철 외벽이 비명을 지르며 우측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합선된 제어반에서 뿜어져 나온 파란색 전류가 사방으로 사납게 튕겨 나갔고, 통제력을 잃은 거대 장갑차는 루트 7 고속도로 외곽의 절벽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갔다.


시우는 마비된 왼쪽 어깨의 통증을 억누르며 오른손을 뻗었다. 금고 안쪽, 차가운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프로토타입 차원 안정기가 손가락 끝에 닿았다.


철컥!


안정기를 움켜쥐는 순간, 장갑차가 가드레일을 돌파하며 공중으로 붕괴하듯 솟구쳤다. 바닥이 사라지고 중력이 뒤틀리는 감각 속에서 시우는 전뇌의 주파수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미 양자 붕괴율은 65%를 넘어서고 있었다. 온몸의 윤곽이 흐릿하게 번지며 세포가 해체되는 고통이 심장을 찔렀다.


가슴팍의 푸른 괴사 흉터가 불타는 인두를 댄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거무스름한 양자 피가 가죽 코트 안감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이대로 장갑차와 함께 추락하면 안정기를 쓰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소멸할 터였다.


“...위상 전환!”


시우가 억지로 공간을 비틀었다. 기하학적인 유리 파편이 깨지는 듯한 보랏빛 잔상이 장갑차 천장을 찢어발겼다. 소닉붐의 폭음과 함께 시우의 신체가 허공으로 도약했다.


쿠구구구궁! 콰아앙!


바로 아래에서 장갑차가 절벽 아래 폐허 더미로 추락하며 거대한 화염 폭풍을 일으켰다. 시우는 불길이 뿜어내는 열풍을 등에 받으며 고속도로 아스팔트 바닥 위로 거칠게 굴렀.


“하아, 하아... 윽!”


왼쪽 어깨의 타박상과 전신을 짓누르는 양자 붕괴의 고통이 한 번에 몰려왔다. 시우는 오른손에 꽉 쥔 차원 안정기를 내려다보았다. 손목에 이식하기도 전에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자욱한 새벽안개 사이로 불길한 푸른 스파크가 지직거리며 대기를 찢어발겼다.


지리리릭, 파지직!


“이야, 역시 괴물은 괴물이군. 그 상황에서 장갑차를 탈취하고 살아남다니 말이야.”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화려한 센트럴 돔 스타일의 가죽 재킷을 걸치고, 귀걸이를 달랑거리는 반항적인 인상의 청년. 전신에 푸른색 번개 스파크를 휘감은 채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이우진이었다.


시우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가라앉았다.


이우진. 과거 제9구역 슬럼가 출신이었으나, 자신의 동족을 사냥해 에이지스 군부에 바친 대가로 센트럴 돔의 시민권을 얻어낸 배신자 번개 능력자였다. 그의 가죽 재킷 표면에서 흐르는 전류의 맥동이 시우의 양자 파동을 강하게 간섭해 왔다.


“이우진...!”


“에이지스에서 네 목에 걸어둔 현상금이 얼마인지 알기나 해? 게다가 네 손에 쥐고 있는 그 프로토타입 안정기... 센트럴 돔의 높으신 분들이 아주 환장을 하고 찾던 물건이지. 그걸 내게 넘겨라, 시우. 그럼 고통 없이 보내주지.”


이우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신체가 푸른 번개로 변하며 시공간을 관통하듯 쏘아져 들어왔다.


초고속의 뇌전 돌격.


콰앙!


번개의 궤적이 시우의 가슴을 향해 작렬했다. 시우는 급히 몸을 틀어 피하려 했으나, 마비된 왼쪽 어깨가 기동을 방해했다. 강렬한 전자기 충격이 가슴팍을 걷어찼다.


“크아악!”


시우는 뒤로 10미터 이상 밀려나며 아스팔트 바닥을 쓸었다. 가슴의 푸른 괴사 흉터가 파열되며 보랏빛 광채를 머금은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전신의 신경계가 감전되어 미세하게 떨렸다.


“어라? 생각보다 싱거운데? 겨우 이딴 상태로 수송대를 턴 거냐?”


이우진이 비웃으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의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광역 뇌전 벼락이 고속도로 전체를 푸른색 그물망처럼 뒤덮었다. 대기가 오존 타는 냄새로 가득 찼다.


시우는 이를 악물며 ‘위상 반전 배리어’를 전개하려 했다. 하지만 번개의 이동 속도는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해 있었다. 배리어의 격자망이 형성되기도 전에, 사나운 번개 가닥들이 시우의 전신을 관통했다.


파지지지직!


“으아아아악!”


살을 찢는 듯한 고전압이 전뇌 세포를 타격했다. 손목의 안정기 센서가 위험 수치를 경고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양자 붕괴율이 70%에 육박하고 있었다. 전신이 반투명한 유령 상태로 흔들리며 존재 자체가 무(無)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오른손에 쥔 안정기를 손목에 이식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우진은 초고속으로 움직이며 시우의 모든 사각지대를 난타했다.


‘이대로는 죽는다.’


시우는 차가운 아스팔트에 뺨을 댄 채 연산했다. 물리적인 속도로는 번개를 이길 수 없다. 이우진은 완벽한 우월감에 젖어 있었고, 자신을 생포해 에이지스 제9구역 전진기지에 넘길 생각에 흥분해 있었다. 그 오만함이 유일한 급소였다.


시우는 전뇌 신경망의 마지막 에너지를 쥐어짜 비밀리에 분신 ‘베타’를 고속도로 외곽 절벽 아래, 추락한 장갑차의 불길 그늘 속으로 은밀히 소환했다. 본체와 분신의 신경 링크가 연결되는 순간, 뇌가 쪼개지는 듯한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지만 이빨을 깨물며 버텼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네놈의 그 건방진 눈빛도 여기까지야.”


이우진이 공중에 거대한 푸른색 뇌전 창을 형성했다. 번개의 스파크가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히며 시우의 심장을 정확히 겨냥했다.


파아아앗!


이우진이 하강하며 번개의 창을 시우의 가슴을 향해 내리꽂았다. 창끝이 시우의 가죽 코트를 찢고 가슴의 괴사 흉터에 닿기 직전, 시우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양자 회귀(Quantum Recall).”


그 순간, 이우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슈우우우욱!


번개의 창이 관통한 시우의 육체가 푸른빛과 보랏빛의 모래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우진의 최종 참격은 허공을 갈랐고, 가해진 엄청난 물리적 모멘텀과 초고속 기동의 관성이 그를 절벽 바깥 허공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뭐, 뭐라고?! 잔상... 아니, 치환인가?!”


이우진이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잃고 절벽 아래 화염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자신의 번개 에너지가 폭발적인 충격파가 되어 그를 덮쳤다.


스우우우우...


절벽 아래, 타오르는 장갑차의 불길 그늘 속에서 보랏빛 모래 먼지가 모이며 윤시우의 본체가 실체화되었다.


“쿨럭! 컥...!”


시우는 바닥에 쓰러지며 검은 피를 토해냈다. 양자 회귀를 가동한 대가로 전뇌 세포의 신경망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일주일 동안 모든 양자 이능력이 봉인되는 봉인의 사슬이 그의 영혼을 옭아맸다. 동시에 기억 중추가 손상되며, 어린 시절 고물상 마당에서 한백현 노인과 함께 웃었던 기억의 단편이 모래처럼 바스러져 사라졌다. 시우는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에는 여전히 푸른 빛을 발하는 차원 안정기가 쥐여져 있었다.


시우의 심장 박동수가 사투의 여파로 분당 150회를 넘어서며 폭주하고 있었다. 그 격렬한 맥동을 감지한 차원 안정기가 스스로 가동 수칙 프로토콜을 활성화했다.


철컥! 슈우우욱!


안정기 안쪽의 생체 침들이 시우의 왼쪽 손목 피부 신경망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손목 가죽이 뚫리며 붉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안정기는 철컥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손목 뼈에 영구적으로 고정되었다.


이윽고, 안정기의 챔버에서 차갑고 푸른 나노 수액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시우의 손목 정맥을 타고 어깨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유전자의 해체를 막아줄 푸른 구원의 약물이 혈관을 채우며, 요동치던 양자 붕괴율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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