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RetroRoman_March

무형침을 막는 얼음벽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칠흑 같은 독 안개가 상류 우물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사천 당가의 방계 독수 독고염이 개봉한 천해독파산(天海毒破散)의 독기는 단순한 안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맥을 좀먹고 폐부를 옥죄는 살아있는 괴물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젖은 밤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지독한 비린내가 우물 주변의 생기를 남김없이 지워가고 있었다.


“콜록...!”


설하의 목구멍에서 마른 기침이 터져 나왔다. 흑사도와의 격렬했던 비무에서 입은 왼쪽 어깨의 상처가 독기에 자극받아 화끈거렸고, 한기를 무리하게 운용해 생긴 손끝의 푸른 동상 멍 자국이 바늘로 찌르듯 아파왔다. 미세하게 흡입한 독기가 가슴속에서 끈적하게 가라앉으며 기맥의 흐름을 방해했다. 눈앞은 오직 검은 장막뿐이었다. 자욱한 독 안개는 그녀의 시야를 완벽히 차단해 가고 있었다.


“흐흐흐... 어떠냐, 계집년아. 사천 당가의 독 안개 속에서 완벽한 장님이 된 기분이!”


독고염의 비열한 목소리가 안개 너머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소리가 불규칙하게 반사되어 귀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설하는 한빙철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지만,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절체절명의 고립감과 불안감이 그녀의 단전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그때였다.


(설하야, 동요하지 마라. 눈이 멀었다면 귀를 열고, 귀마저 흐려졌다면 내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라.)


귓가를 부드럽게 파고드는 나직한 전음. 스승 제갈휘의 목소리였다. 우물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제갈휘는 단 한 줌의 무공도 쓸 수 없는 경맥 폐색의 상태였으나, 그의 이성은 그 어느 때보다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귀밑에서는 청혈심공(淸血心功)을 극도로 운용한 대가로 붉은 피 한 줄기가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제갈휘는 개의치 않았다.


제갈휘의 청풍감각(淸風感覺)이 십 장 안의 모든 공기 흐름을 머릿속에 기하학적인 선으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안개의 미세한 흔들림, 독고염의 가벼운 발소리, 그리고... 그의 소매 안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톱니바퀴의 마찰음까지.


(놈이 오른쪽으로 세 걸음 이동했다. 소매 속 비침기(飛針器)의 태엽을 감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침이 날아올 방위는 상단, 네 이마를 노릴 것이다.)


스승의 전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찌르르릉 하는 미세한 금속음이 독무를 찢었다.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 은밀한 암기, 무형침(無形針)이 발사된 것이다.


(우측 반 보, 몸을 낮추고 검면을 비스듬히 세워라.)


설하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제갈휘의 지시에 따라 몸을 가볍게 비틀며 검을 세웠다.


깡!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미세한 은침 한 발이 한빙철검의 검면에 부딪쳐 튕겨 나갔다. 불꽃이 번쩍이는 순간, 설하는 적의 공격을 정확히 막아냈음을 깨달았다.


“이, 이럴 수가! 내 무형침의 궤적을 또 읽었다고?”


안개 속에서 독고염의 경악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정확한 방어였다. 독고염은 바위 뒤에 숨은 눈먼 사서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직감했다.


“장님 놈이 꼼수를 부리는구나! 그렇다면 피할 길도 없이 사방을 꿰뚫어 주마!”


독고염이 광분하며 비침기의 태엽을 한계까지 감아올렸다. 끼이이익 하는 소름 끼치는 태엽 소리가 사방의 독무 속에서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한두 발이 아니었다. 수십 발의 무형침이 설하와 제갈휘가 서 있는 공간 전체를 격자 모양으로 조밀하게 꿰뚫을 기세였다.


설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독 안개 때문에 보법을 전개할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 까딱 움직였다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침 비에 온몸이 관통당할 판이었다.


(설하야, 이번 공격은 피할 방위가 없다. 놈이 공간 자체를 묶어버리려 하는구나.)


스승의 전음은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 묵직한 결단이 서려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막아서야 한다. 네 단전에 잠재된 태음신맥의 한기를 검 끝으로 역행시켜라. 그리고 네 전면에 빙벽수호(氷壁守護)를 전개해라.)


빙벽수호. 고대 빙가의 비전 검결 중에서도 극강의 방어 초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설하의 내력은 흑사도와의 전투와 독기 흡입으로 인해 반쯤 고갈된 상태였다. 무리하게 한기를 운용했다가 기맥이 역류하면 스스로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설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스승이 가리키는 길이라면 설령 그것이 벼랑 끝이라 할지라도 뛰어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후우...”


설하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귀식토납법(龜息吐納法)을 운용했다. 단전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차가운 진기가 꿈틀거리며 척추를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얼어붙을 듯한 극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손끝의 동상 멍 자국이 푸르게 타오르는 듯한 고통 속에서, 설하는 한빙철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대지를 향해 강하게 내리꽂았다.


“빙벽수호(氷壁守護)!”


콰아아앙!


설하의 검 끝이 지면에 닿는 순간,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서리 기운이 사방으로 폭발했다. 설하와 제갈휘의 전면으로 푸른빛이 도는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 장벽이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만년서리의 기운이 응축된 장벽은 두께만 해도 서너 치에 달했다.


타타타타탕!


바로 그 찰나, 어둠 속에서 날아온 수십 발의 무형침이 얼음 장벽에 사정없이 내리박혔다. 쇠붙이가 얼음에 부딪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우물가를 가득 메웠다. 독고염 특제의 맹독이 묻은 은침들은 단단한 빙벽을 뚫지 못하고, 장벽에 박힌 채 급격한 극음의 한기에 노출되었다.


지직, 지지직.


침 끝에 묻어 있던 천해독파산의 검은 독액이 얼음의 한기에 닿자마자 하얗게 얼어붙으며 그 성질을 잃어버렸다. 은침들 역시 한기를 견디지 못하고 유리 조각처럼 파르르 떨리더니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말도 안 돼! 내 무형침 폭풍을... 얼음벽으로 막아냈다고? 이 변방 골짜기에 어째서 이런 괴물 같은 검술이 존재하는 거냐!”


독고염의 목소리는 이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비침기의 모든 암기를 소모한 그의 손목은 허탈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다, 설하야. 장벽을 깨부수고 직진해라. 놈은 지금 암기를 모두 잃고 기맥이 흔들리고 있다. 정면 일곱 걸음, 검을 비스듬히 세워 목덜미를 베어라.)


제갈휘의 전음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설하는 눈앞의 얼음 장벽을 발끝으로 강하게 걷어찼다.


파아앙!


박살 난 얼음 파편들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독 안개 속으로 사방으로 비산했다. 시야가 흐려진 독고염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설하의 신형은 이미 그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설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검풍, 한설지풍(寒雪之風)이 독 안개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사파의 독수여, 만황곡 주민들의 고통을 네 피로 갚아라!”


설하의 푸른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서늘하게 빛났다. 그녀의 손에 쥔 한빙철검이 반월을 그리며 독고염의 목덜미를 향해 매섭게 그어졌다.


스으으윽!


차가운 쇳소리와 함께 독고염의 목에서 붉은 피 대신 검푸른 한기의 서리가 뿜어져 나왔다. 설하의 정통 한해빙천검의 한기가 그의 상처를 타고 들어가 전신의 기맥을 순식간에 동결시켰기 때문이다.


“커흑... 무, 무림맹주...께서... 너희를...”


독고염은 말을 채 맺지 못하고 온몸이 하얗게 얼어붙은 채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차가운 시신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유리 깨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를 냈다.


독고염이 쓰러지자, 그가 피워 올리던 독 안개 역시 근원을 잃고 서서히 강바람에 씻겨 내려갔다. 우물가 주변은 다시 고요한 달빛 아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물의 물은 한 방울의 독도 섞이지 않은 채 맑게 빛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설하는 검을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의 내력을 거의 다 소모한 탓에 무릎이 꺾이려 했다. 왼쪽 소매는 독기에 녹아내려 가냘픈 팔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피부에는 가벼운 마비 증상으로 붉은 반점이 돋아나 있었다.


제갈휘가 청죽장을 짚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귀밑에서 흐르던 피는 턱끝까지 내려와 굳어 있었다.


“수고했다, 설하야. 네가 만황곡의 목숨을 구했다.”


“스승님... 제 검이... 정말로 해냈습니다.”


설하의 눈에 감격의 눈물이 고였다. 평생 둔재라 무시받던 자신이, 천하의 독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제갈휘는 차분하게 청죽장 끝으로 독고염의 얼어붙은 시신을 툭툭 건드렸다. 지팡이 끝을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속에서, 독고염의 품속에 숨겨진 얇은 한지 조각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그의 청각에 잡혔다.


“설하야, 저자의 품속을 수색해 보아라. 종이 조각이 하나 들어 있을 것이다.”


설하는 의아해하며 독고염의 굳어버린 가슴팍을 수색했다. 거친 가죽 옷 안쪽에서 주먹만 한 봉투가 하나 흘러나왔다. 붉은 밀랍으로 단단히 봉인된, 예사롭지 않은 서신이었다.


밀랍 표면에는 날카로운 매의 발톱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제갈휘가 손을 뻗어 그 서신을 받아들였다. 눈먼 손가락끝의 미세한 감각으로 밀랍의 문양을 쓸어내리던 제갈휘의 안색이 순간 싸늘하게 굳어졌다.


“이 문양은... 무림맹 강남지부 부방주, 팽무성(彭武成)의 사적인 인장이다.”


“무림맹 강남지부요? 그렇다면 철사방의 배후에 무림맹의 고위층이 직접 개입되어 있다는 뜻입니까?”


설하가 놀라 물었다.


“그렇다. 조광렬은 단순한 사냥개에 불과했어. 팽무성이 배후에서 장서각 생존자인 나를 찾기 위해 철사방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갈휘의 목소리에 차가운 살기가 서렸다. 이 서신은 훗날 그들이 강남으로 향해야 할 필연적인 단서이자 복수의 도화선이었다.


그때였다.


만황곡 입구 쪽에서 둔탁하고 웅장한 쇠사슬 끄는 소리와 거친 발자국 소리가 젖은 밤바람을 타고 우물가까지 밀려왔다. 단순한 순찰대의 소리가 아니었다. 살기 어린 내공을 실어 보내는 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제갈휘의 청풍감각이 다시금 경고를 울렸다.


(설하야, 서둘러 몸을 숨겨야 한다. 철사방 최고의 해결사, 철검삼랑(鐵劍三郞) 삼형제가 이미 만황곡 외곽 협곡을 포위하고 이쪽으로 좁혀오고 있다.)


우물을 구한 안도감도 잠시, 더 거대하고 잔혹한 살수들의 포위망이 사제지간의 목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