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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빙천검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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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방 놈들이…… 만황곡 입구를 통째로 목책으로 봉쇄했습니다! 송 영감님은 대항하려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매를 맞으시고, 마을의 약초란 약초는 모조리 수탈당하고 있습니다! 제갈 형님,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돌쇠의 거친 숨소리와 분노에 찬 목소리가 안방의 무거운 정적을 깨뜨렸다. 문설주를 꽉 움켜쥔 그의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철사방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었다. 만황곡의 목줄을 죄어 고사시키려는 무림맹의 음모가 마침내 노골적으로 실체화된 것이다.


제갈휘는 붕대 아래 먼 눈을 감은 채 청죽장을 가볍게 짚었다. 그의 머릿속 총명기(聰明記)의 서고가 빠르게 회전하며 만황곡의 지리적 한계와 철사방의 병력 배치를 기하학적으로 연산해 나갔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설하가 깨어나지 않은 지금,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은 자멸을 의미했다.


“돌쇠야, 마음을 다스려라. 송 영감님의 상처는 백 어르신이 계시니 곧 나으실 게다. 지금은 사냥꾼들을 모아 숲속의 덫과 함정을 점검하거라. 절대로 먼저 무력을 쓰지 말고, 놈들의 움직임만 소리로 쫓아 나에게 전해라.”


“……예, 형님. 형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돌쇠는 제갈휘의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에 마음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제갈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침상으로 향했다.


침상 위에는 기맥오행침법으로 한기가 임시 봉인된 설하가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그녀의 전중혈과 천돌혈에 꽂힌 은침 끝에서 미세한 푸른 한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갈휘는 침상 옆에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청죽장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 윽…….”


가느다란 신음 소리와 함께 설하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두운 천장과 은은한 약초 향, 그리고 침상 곁에 고요히 앉아 있는 눈먼 청년의 실루엣이었다. 전신을 찢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으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살아남았음을 깨달았다.


“……깨어났느냐?”


제갈휘의 나직한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흔들었다. 설하는 마른침을 삼키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단전에서 치솟는 오한에 다시 침상으로 쓰러졌다.


“움직이지 마라. 기맥오행침법으로 뒤틀린 한기를 억지로 묶어둔 상태다. 지금 무리하게 힘을 쓰면 단전의 봉인이 풀려 전신이 얼어붙을 것이다.”


설하는 하얀 붕대로 눈을 가린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제갈휘를 바라보았다. 만황곡의 초라한 장님 서생으로만 알고 있던 사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고하고 지적인 아우라는 평범한 서생의 것이 아니었다.


“당신이…… 저를 살리신 겁니까?”


“내가 한 것은 그저 출구를 열어준 것뿐이다. 실제로 버텨낸 것은 네 육체의 강인함이다.”


설하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가냘픈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은 여전히 검푸른 한기로 물들어 있었다.


“왜…… 왜 저를 구하셨습니까? 저는 태어날 때부터 경맥이 뒤틀린 쓰레기 기맥을 가진 단명할 운명의 둔재입니다. 무공은커녕 칼 한 자루 쥘 힘도 없는 부엌데기일 뿐인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하셨습니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생을 버림받고 무시당하며 쌓여온 깊은 한(恨)과 절망이 서려 있었다.


제갈휘는 천천히 무릎 위의 청죽장을 쓸어내렸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고도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쓰레기 기맥이라…… 세상의 어리석은 범인(凡人)들이 용을 보고 뱀이라 부르며, 날개를 알아보지 못해 비웃는구나. 설하야, 네 체질은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천하 무림인들이 평생을 바쳐도 얻지 못할 극음(極陰)의 성체, 태음신맥(太陰神脈)이다.”


“태음…… 신맥?”


설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렇다. 네 기맥이 뒤틀린 것은 선천적인 저주가 아니다. 몰락 당시 너를 지키려던 가문의 어른들이 적들의 탐욕으로부터 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인위적으로 극음의 기맥을 봉인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 봉인이 풀리며 한기가 폭주했던 것이다.”


제갈휘는 청죽장을 바닥에 가볍게 툭 쳤다. 둔탁한 파동이 방 안의 공기를 맑게 정화하는 듯했다.


“너는 멸망당한 고대 빙가(氷家)의 마지막 적통 혈육이다. 그리고 네 가문을 멸망시키고 네 부모를 잔혹하게 도륙한 최종 배후는, 현재 무림의 정점에 서서 위선을 떨고 있는 무림맹주 천우진(Cheon Woo-jin)이다.”


“무림맹주…… 천우진……!”


설하의 입에서 피비린내 나는 이름이 흘러나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복수심과 분노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단전의 봉인이 풀릴 듯한 극통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침상 아래로 내려와 제갈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갈 선생…… 아니, 스승님. 제게 힘을 주십시오. 가문의 원수를 갚고, 저 비열한 무림맹 놈들의 목을 벨 수만 있다면 지옥의 불길이라도 걷겠습니다. 저를 제자로 거두어 주십시오!”


제갈휘는 붕대 아래 먼 눈으로 그녀를 묵묵히 응시했다. 무공을 쓸 수 없는 눈먼 사서와, 버림받은 삼류 부엌데기 소녀. 이 기묘하고도 처절한 사제지간의 첫 유대가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좋다. 내 칼을 잡을 수 없는 눈먼 사서이나, 내 머릿속에는 천하의 모든 비급과 그 약점이 저장되어 있다. 내 지혜가 네 검이 될 것이니, 너는 내 지시에 따라 천하를 베어라.”


제갈휘는 허리춤에서 설하의 생모가 남겨준 유품인 녹슨 빙가 철검(Rusted Bing Family Iron Sword)을 꺼내어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붉은 녹이 슬어 날이 무뎌진 초라한 외날 검이었으나, 설하가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공명 진동이 일어났다.


“지금부터 네 머릿속에 고대 빙가의 잃어버린 신급 검결, 한해빙천검 구결(寒海氷天劍 口訣)을 새겨 넣을 것이다. 한 글자도 놓치지 말고 외워라.”


제갈휘의 나직한 음성이 방 안의 공기를 시리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빙천(氷天)의 도는 만물을 얼려 부수는 극음의 극의다. 단전의 기운을 억누르려 하지 마라. 기경팔맥의 정상적인 순행 통로를 버리고, 뒤틀린 우회로를 따라 한기를 역으로 밀어 올려라. 이것이 태음역행수련법(太陰逆行)의 기초다.”


설하는 제갈휘가 읊조리는 정교하고 파격적인 구결들을 뇌리에 문신처럼 새겼다. 그것은 기존 정파 무림의 상식을 완벽하게 뒤흔드는 역맥(逆行)의 운기법이었다.


두 사람은 엽락소축 뒷마당(Yeopraksochuk Backyard)으로 나섰다. 울창한 대나무 숲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가을밤의 차가운 바람이 대나무 잎들을 흔들며 쓸쓸한 마찰음을 피워 올렸다.


“검을 쥐어라.”


설하는 떨리는 손으로 녹슨 빙가 철검의 자루를 잡았다. 검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그녀의 아귀를 파고드는 녹슨 쇠의 감촉은 차가웠다.


“먼저 기존의 방식으로 단전의 진기를 순행시켜 보아라.”


설하가 제갈휘의 지시에 따라 단전의 봉인을 미세하게 풀고, 기운을 정상적인 경맥을 따라 흘려보내려 했다.


“윽……!”


그 순간, 단전에서 폭발한 극음의 한기가 정상 경맥의 벽에 부딪치며 심장을 향해 역류했다. 오장육부가 얼어붙는 듯한 극통에 설하는 비명을 지르며 선혈을 토해냈다. 붉은 핏방울이 대나무 마당의 흙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검푸르게 얼어붙었다. 설하의 전신이 오들오들 떨리며 무릎을 꿇었다.


“이것이 세상의 범인들이 네 기맥을 쓰레기라 부른 이유다. 순행하는 순간 한기는 네 심장을 얼려 죽일 것이다. 이제 내 구결에 따라 호흡을 조율해라.”


제갈휘가 청죽장 끝으로 설하의 척추 기맥 요처를 가볍게 두드렸다.


“숨소리를 거북이처럼 가늘고 길게 가져가라. 귀식토납법(龜息吐納法)을 가동해 심장 박동을 극한으로 늦추고, 단전의 요동을 진정시켜라.”


설하는 스승의 지시에 따라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귀식토납법의 묘리가 전신에 스며들자, 요동치던 단전의 한기가 기적처럼 고요해졌다.


“이제 다시 검을 쥐어라. 이번에는 단전의 한기를 억누르지 말고, 역으로 기경팔맥의 뒤틀린 우회 통로를 열어 손 끝, 그리고 검 끝으로 강제로 밀어내라. 뼈가 깎여나가는 통증이 있을 터이나, 버텨내야만 삼류 하수(三流 下手)의 껍질을 깨고 살아남을 수 있다.”


설하는 이를 악물었다. 가문의 몰락 배후에 무림맹주가 있다는 진실, 그리고 부모의 원혼이 담긴 녹슨 철검의 무게가 그녀의 영혼을 지탱했다.


‘나는…… 여기서 쓰러지지 않는다.’


설하가 단전의 극음 진기를 역으로 뒤틀린 기맥을 향해 밀어 넣었다.


쿠구구궁!


전신의 뼈와 관절이 얼어붙어 으스러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손끝의 모세혈관들이 터져 푸른 멍이 들기 시작했고, 입가에서 다시 미세한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귀식토납법의 호흡을 유지하며 한기를 억지로 검 끝으로 밀어 올렸다.


지직, 지지직!


녹슨 빙가 철검의 검신을 따라 푸르스름한 시린 서리가 서서히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날이 무뎌진 붉은 녹 위로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 결정들이 돋아났다.


“지금이다. 한설지풍(寒雪之風)의 기본 궤적을 그려라!”


제갈휘의 전음이 그녀의 고막을 때린 순간, 설하는 녹슨 철검을 대각선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스아아아악!


검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극음의 한설 검풍이 뒷마당의 대나무 숲을 휩쓸었다.


바람을 타고 떨어지던 수십 장의 푸른 대나무 잎들이, 설하의 검풍에 닿는 찰나의 순간에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한 채 공중에서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은빛 서리 꽃으로 변해버린 대나무 잎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유리 파편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앗!”


설하는 자신이 만들어낸 시각적인 이적에 숨을 들이쉬며 검을 꽉 쥐었다. 비록 경맥에는 미세한 균열이 가고 각혈을 했으나, 그녀의 눈빛에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감과 복수의 투지가 서리 같은 안개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갈휘는 청죽장을 짚은 채, 바닥에 떨어져 깨진 얼음 대나무 잎의 진동 소리를 들으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복수의 검이…… 마침내 첫 번째 날을 세웠구나.”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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