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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도법의 혈조, 폭주하는 모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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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령의 밤안개가 피비린내와 함께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 이 도적 놈들이 감히 내 손아귀에서……!”


조광렬의 포효는 벼랑 끝의 돌바닥을 뒤흔들 만큼 광포했다. 놈은 자신이 장님의 말재주에 완전히 놀아나 인질들을 모두 놓쳤음을 깨달았다. 분노와 공포가 극에 달한 사파 방주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내력이 전신을 검붉은 도기로 뒤덮었다.


저 멀리 바위 요새 뒤편, 사냥꾼 돌쇠가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피신하는 모습이 흐릿한 안개 너머로 보였다. 돌쇠의 왼쪽 팔뚝은 조광렬이 날린 도풍에 쓸려 가죽옷이 처참하게 찢겨 있었고, 뼈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에서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돌쇠는 신음 한 자락 흘리지 않고 아이들을 꽉 안은 채 백노인이 대기하는 숲으로 필사적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주민들의 피 묻은 희생이 백골령의 돌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이제 벼랑 끝에 남은 것은 단전의 내공이 5할도 아닌, 불과 5푼도 남지 않은 채 탈진한 설하와 무공을 전혀 쓸 수 없는 눈먼 사서 제갈휘뿐이었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장서각의 쥐새끼와 가짜 빙가의 년놈들을 이 자리에서 갈아 마셔 주마!”


조광렬이 강철대도를 고쳐 잡으며 단전을 쥐어짜 올렸다. 놈이 익힌 철사방 사대도법(沙大刀法)의 최종 극의, 철사혈조(鐵沙血爪)의 진기가 사방으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백골령 바닥에 널려 있던 붉은 사철(沙鐵)과 쇳가루들이 조광렬의 검붉은 도기에 공명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거친 바람이 휘몰아치자, 공중에 떠오른 쇳가루들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핏빛 모래바람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단순한 무학의 기운이 아니었다. 사철이 서로 부딪치며 발생하는 매캐한 쇠 냄새와 뜨거운 마찰열이 백골령 전체를 질식할 것 같은 지옥도로 바꾸어 놓았다.


붉은 모래바람은 톱날 같은 쇳가루를 품은 채 설하의 시야를 가로막고,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찢을 듯한 극통을 유발했다. 호흡이 턱밑까지 막혀왔다.


(설하야, 호흡을 귀식(龜息)으로 전환해라. 사철의 먼지를 들이마시는 순간 폐맥이 먼저 손상될 것이다. 적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내력을 과부하 시켰다.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놈의 회전축을 피해라.)


제갈휘의 나직하고 고요한 전음입밀(傳音入密)이 설하의 귓가를 맑게 울렸다.


제갈휘 역시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청혈심공 2단계를 무리하게 유지하느라 그의 관자놀이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귀밑으로 흘러내린 붉은 피가 목덜미를 적셨다. 뇌 기맥의 과부하로 인한 극심한 편두통이 그의 정신을 흐트러뜨렸지만, 제갈휘는 갈라진 청죽장(靑竹杖) 끝을 바닥에 지탱한 채 꼿꼿이 서 있었다. 비록 청죽장의 끝이 갈라져 더 이상의 물리적인 흘리기는 불가능했으나, 지면의 미세한 진동을 읽어내는 그의 심안(心眼)만큼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예, 스승님……!”


설하는 핏빛 모래바람 속에서 억지로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오직 스승의 목소리만을 이정표 삼아 빙천보(氷天步)를 밟았다. 발끝에 미세한 한기를 실어 미끄러운 바닥 위를 유령처럼 미끄러지며 조광렬의 도강 범위를 벗어나려 했다.


콰아아아앙!


그러나 조광렬의 강철대도가 사방으로 뿜어내는 철사혈조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붉은 쇳가루 폭풍이 벼랑 끝의 바위들을 무자비하게 긁어내며 설하의 신형을 덮쳤다. 미끄러운 돌바닥 위로 붉은 사철이 두껍게 쌓이기 시작하자, 얼음을 타듯 매끄럽게 이동해야 하는 빙천보의 궤적이 쇳가루의 거친 마찰력에 걸려 툭툭 끊어졌다. 보법의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쥐새끼 같은 년! 어디로 도망치느냐!”


조광렬이 대지를 밟으며 돌진했다. 놈의 신형이 붉은 폭풍을 뚫고 설하의 전면으로 들이닥쳤다. 성인 남성의 몸통만 한 거대한 강철대도가 가로로 길게 휘둘러졌다. 도강에 실린 쇳가루들이 날카로운 손톱 모양의 붉은 발톱이 되어 설하의 전신을 찢어발기려 쇄도했다.


설하는 피할 곳이 없음을 직감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마지막 남은 한 줌의 극음 진기를 끌어올려 한빙철검(寒氷鐵劍)을 비스듬히 세웠.


콰아아앙! 쩌저적!


두 병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백골령 정상에 벼락이 치는 듯한 광음이 울려 퍼졌다.


설하는 정면으로 들이닥친 무지막지한 사파 외공의 완력에 밀려 뒤로 서너 걸음이나 밀려났다. 디딤발을 디딘 바위 바닥이 쩍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팽극과의 격투와 사슬 파쇄로 인해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던 한빙철검이 비명을 질렀다. 푸른 서리가 서려 있던 검신 표면의 미세한 균열들이 붉은 도강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적으로 넓어졌다.


그 균열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조광렬의 붉은 사철 도기가 침투해 들어왔다.


지직! 쩌적!


“아으윽!”


설하의 입에서 참지 못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검신의 균열을 타고 흘러든 뜨겁고 탁한 붉은 쇳가루의 기운이 그녀의 가냘픈 손목 경맥을 타고 단전으로 역류했다.


태음신맥의 맑고 차가운 극음 한기와, 조광렬의 탁하고 뜨거운 사철 도기가 설하의 체내 기맥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음양의 기운이 뒤엉켜 폭발하는 기맥 충돌의 물리적 고통은 전신의 뼈를 갈아내는 듯했다. 설하의 전신이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오한으로 동시에 진동하며 손끝의 푸른 동상 멍 자국 위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내력이 오염되며 기동력이 완전히 저하되었다.


“크하하하! 겨우 이 정도냐! 네년의 그 얄팍한 얼음 장난은 내 철사방의 무쇠 대도 앞에서는 한 줌의 성에에 불과하다!”


조광렬은 설하의 기맥이 뒤틀려 검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승리를 확신했다. 놈은 단전의 남은 피까지 쥐어짜 올리듯 폭주하며 강철대도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붉은 모래바람이 대도 주변으로 무섭게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핏빛 도강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제갈휘의 청풍감각에 잡힌 조광렬의 진기 흐름은 이미 폭주하여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놈은 자신의 수명을 태워서라도 제갈휘와 설하를 이 자리에서 완전히 가루로 만들 생각이었다.


(설하야…… 무너지지 마라. 놈의 도강이 떨어지는 찰나, 네 검을 수직으로 세워 받아내야 한다. 검신이 부러질 것 같아도 버텨내야 한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단 한 번만 버텨내면 놈의 기맥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제갈휘의 전음이 설하의 머릿속에 절박하게 울렸다. 그의 귀밑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선을 타고 청죽장 위로 뚝뚝 떨어졌다. 제갈휘는 자신의 남은 정신력을 아낌없이 태우며 조광렬의 다음 초식 궤적을 심안으로 쫓고 있었다.


설하는 스승의 전음에 억지로 눈을 떴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붉은 폭풍을 가르며 떨어지는 조광렬의 거대한 대도가 보였다.


“죽어라!”


조광렬의 강철대도가 붉은 도강을 내뿜으며 설하의 머리 위로 무자비하게 떨어져 내렸다.


설하는 이가 부러질 정도로 이를 악물며, 균열이 갈 대로 간 한빙철검을 양손으로 치켜올려 정면으로 받아냈다.


깡! 콰콰콰콰!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백오십 근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대도가 설하의 검을 찍어 누르며 바닥으로 처박았다. 무지막지한 무게와 도강의 압박에 설하의 가냘픈 신형이 밑으로 짓눌렸다.


쿵! 콰직!


설하의 두 무릎이 백골령의 단단한 암반 바닥에 사정없이 부딪치며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돌가루가 무릎 가죽을 찢고 들어오는 고통과 함께, 무릎 관절의 뼈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삐걱거리는 섬뜩한 소리가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무겁게 울려 퍼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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