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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서리, 쇠사슬을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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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의 거친 손가락이 제갈휘의 깃을 낚아채기 직전, 제갈휘의 입술이 다시 한번 차갑게 열렸다.


“팽무성에게 바친 황금의 일련번호…… 맹주 천우진이 이미 그것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그 나직한 목소리는 백골령의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조광렬의 고막을 정확히 때렸다.


순간, 제갈휘의 멱살을 쥐려던 조광렬의 거친 손가락이 허공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도기마저 일시적으로 출렁이며 흐트러졌다. 조광렬의 눈동자가 지독한 공포와 경악으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팽무성에게 바쳤던 황금은 무림맹의 공금이자, 맹주 천우진의 직속 금고에서 유출된 황금이었다. 그것이 추적당하고 있다는 것은, 철사방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삼족이 단칼에 목이 날아갈 대역죄에 걸려들었음을 의미했다.


조광렬이 공포에 질려 숨을 멈춘 그 찰나의 공백.


제갈휘의 머릿속 총명기(聰明記)가 번개처럼 기하학적인 선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바람의 세기, 안개의 밀도, 그리고 조광렬의 흐트러진 내력의 파동. 모든 계산이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제갈휘는 단전의 미세한 진기를 쪼개어 설하의 귓가로만 은밀한 음파를 쏘아 보냈다.


(설하야. 지금이다. 동남방 삼 보, 높이 두 자 일 촌. 사슬의 자물쇠 홈이다. 네 단전에 남은 마지막 십 분의 일의 진기를 검 끝에 모아 한설지풍(寒雪之風)을 발출하거라. 정면 충돌은 피하고, 오직 내가 균열을 낸 그 자물쇠의 중심만을 타격해라.)


스스럼없이 스승의 목소리가 뇌리를 때리는 순간, 설하는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


옆구리와 허벅지의 깊은 검상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지를 적시고 있었고, 전신의 경맥은 타들어 가는 듯이 아려왔다. 한빙철검의 표면에는 수많은 미세 균열이 가 있어, 단 한 번만이라도 무리한 충격이 가해지면 산산조각이 날 터였다. 하지만 설하는 단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스승의 전음은 강호의 그 어떤 절대 고수의 안광보다도 명징한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설하는 귀식토납법(龜息吐納法)을 가동하여 맥박수를 극한으로 줄였다. 요동치던 기혈이 고요하게 가라앉으며, 단전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줌의 태음진기가 한빙철검의 검신으로 흘러들었다.


쩌적, 쩌적.


검신 표면의 균열 사이로 푸르스름한 서리꽃이 피어올랐다. 설하는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대각선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화려한 초식도, 거창한 파공음도 없었다. 오직 차갑고 날카로운 한 줄기 서리 바람—한설지풍만이 안개 속을 소리 없이 가르며 날아갔다.


그 푸른 서리 바람은 조광렬의 어깨 옆을 스쳐 지나가, 삼월이와 칠성이의 목덜미를 옥죄고 있던 녹슨 쇠사슬 자물쇠 고리를 정확히 타격했다.


바스스스.


한기가 닿는 순간, 자물쇠 표면이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전날 제갈휘가 청죽장 끝으로 미세하게 타격해 두었던 자물쇠 내부의 보이지 않는 균열. 그 미세한 틈새 속으로 차가운 서리 한기가 스며들었다. 수분이 얼어붙으며 급격히 팽창하자, 쇠의 분자 구조가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다. 단단하던 무쇠 자물쇠는 순식간에 온도를 잃고, 아주 작은 충격에도 바스러질 만큼 극도로 취약한 유리 상태로 변해갔다. 자물쇠 표면에서 지독한 냉기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탁!


제갈휘가 청죽장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것은 사전에 약속된 신호였다.


“지금이다! 돌격해라!”


백골령의 험준한 바위틈,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숨을 죽이고 있던 사냥꾼 돌쇠가 거대한 구릿빛 신형을 드러내며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돌쇠의 손에는 돌가루를 섞어 정련한 튼튼한 무쇠 창이 쥐어져 있었다.


“으아아아!”


돌쇠는 대지를 박차고 도약하며, 전신의 괴력을 무쇠 창끝에 집중시켰다. 그의 창끝이 하얗게 얼어붙은 사슬 자물쇠를 정면으로 내리쳤다.


깡! 콰직!


맑은 쇠 소리가 아닌, 얼음이 깨지는 듯한 둔탁하고도 날카로운 파열음이 백골령의 정적을 깨뜨렸다.


제갈휘가 만들어낸 미세한 균열과 설하의 극음 한기가 결합한 자물쇠는, 돌쇠의 무지막지한 완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산산조각이 나며 바스러졌다. 깨진 무쇠 파편들이 날카로운 얼음 조각처럼 허공에 흩날렸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쇠사슬이 힘을 잃고 스르륵 풀려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삼월아! 칠성아!”


돌쇠는 창을 내던지고 양팔을 뻗어, 벼랑 끝에서 떨어지려던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사냥꾼들이 바위틈에서 밧줄을 던져 돌쇠와 아이들의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벼랑 뒤편의 안전지대로 신속하게 인양하기 시작했다.


“이, 이 빌어먹을 놈들이……!”


사슬이 깨지는 소리에 조광렬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놈은 자신이 장님의 말재주에 완벽하게 속았음을 깨달았다. 인질을 잃었다는 사실과 비밀 장부의 위치가 노출되었다는 공포가 놈의 뇌리를 잠식했다. 조광렬은 광기에 휩싸여 강철대도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붉은 사철 도기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벼랑 뒤편으로 대피하던 돌쇠의 등을 향해 날카로운 도풍이 쇄도했다. 돌쇠는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몸을 던졌으나, 도풍의 끝자락이 그의 왼쪽 팔뚝을 스쳐 지나갔다.


찌익!


가죽옷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왔다.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참상이었으나, 돌쇠는 이를 악물고 신음을 삼키며 아이들을 바위 요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사냥꾼들이 쏜 목궁의 화살들이 조광렬의 시야를 가로막으며 도주로를 엄호했다.


인질들은 안전하게 구출되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설하의 단전은 완전히 비어버렸고, 한빙철검의 균열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제갈휘의 청죽장 끝은 갈라져 더 이상의 물리적 흘리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완벽하게 고립된 백골령의 정상.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잃어버린 조광렬은 완전히 이성을 상실했다. 놈의 두 눈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고, 단전의 모든 내력을 폭발시키며 강철대도를 치켜들었다. 놈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붉은 도기가 백골령의 안개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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