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를 깨부수는 서리 검풍
지하 감옥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팔 척 거구의 괴력투사 팽극이 들어 올린 백근 철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좁은 지하 통로를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냈다. 쇠창살 틈새로 비치는 희미한 횃불 빛을 받아, 철퇴 표면에 돋아난 수십 개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검붉게 빛났다. 거인공(巨人功)으로 다져진 그의 우람한 팔뚝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쥐새끼 같은 년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팽극이 멧돼지처럼 포효하며 철퇴를 내리쳤다.
쿠우우웅!
단순한 내리치기가 아니었다. 철퇴 끝에서 뿜어져 나온 파괴적인 경력이 대기를 짓누르며 지하 감옥 바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지면 강타(地面 强打)!”
쾅!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단단한 청석 바닥이 사방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돌가루와 파편들이 폭풍처럼 비산했다. 좁은 밀실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설하의 발 디딤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돌가루가 눈 앞을 가려 시야가 차단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설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갈라진 바닥의 틈새와 무너져 내리는 돌무더기 때문에 발끝이 무겁게 묶였다.
(설하야, 당황하지 마라. 몸을 띄우지 말고, 발끝의 한기를 바닥으로 흘려 중심을 잡아라. 빙천보(氷天步)의 궤적을 좌측 이 도 방향으로 비틀어 미끄러지듯 활강하거라.)
그때, 귓가를 맑게 울리는 제갈휘의 전음입밀(傳音入密)이 설하의 머릿속을 차갑게 관통했다.
한편, 병기고 외곽의 어두운 마차 안.
제갈휘는 청죽장 끝을 마차 바닥에 굳건히 댄 채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청혈심공 2단계(淸血心功)를 극한으로 운용하느라 그의 관자놀이는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고, 붕대 아래 가려진 먼 눈가와 귀밑으로는 가느다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머리를 쪼개는 듯한 만성 편두통과 귀울림이 그를 괴롭혔으나, 제갈휘의 심안(心眼)은 지하 감옥 내부의 공기 파동과 철퇴가 청석 바닥을 부수는 파공음을 실시간으로 해체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 총명기(聰明記) 서고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팽극의 무기가 지닌 근본적인 결함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철사방의 무기들은 급조된 고철이다. 팽극의 철퇴는 무지막지한 무게를 자랑하지만, 자루와 무쇠 뭉치를 연결하는 고리 부위의 정련(精鍊)이 불량하여 미세한 기포가 가득 차 있다. 저것이 약점이다.’
제갈휘는 즉각 설하에게 다음 전음을 보냈다.
(놈이 2타로 가로베기를 시도할 것이다. 철퇴의 회전 반경이 넓어 피할 곳이 없으니, 정면으로 맞서지 마라. 네 한빙철검(寒氷鐵劍)은 이미 균열이 깊어 직접 부딪치면 박살 난다. 검 끝의 한기를 놈의 철퇴 자루와 쇠뭉치가 만나는 연결 고리에 정확히 주입하거라. 그곳이 약점이다.)
“죽어라!”
제갈휘의 예측대로, 팽극은 바닥을 부순 여세를 몰아 철퇴를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웅웅거리는 무시무시한 파공음과 함께 가시 박힌 쇠뭉치가 설하의 허리를 잘라버릴 듯이 쇄도했다.
설하는 스승의 전음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다. 그녀는 한빙철검을 움켜쥐고 단전 내부의 태음신맥(太陰神脈) 한기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검신 표면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시린 푸른빛의 한기가 서리꽃처럼 피어올랐다.
설하는 빙천보를 밟으며 몸을 최대한 낮추어 철퇴의 궤적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철퇴의 매서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며 섬뜩한 전율을 일으켰으나,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설지풍(寒雪之風)!”
설하의 한빙철검 끝이 번개처럼 뻗어나가 팽극의 철퇴 자루와 무쇠 뭉치가 연결된 쇠사슬 고리 부분을 정확히 타격했다.
팅!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설하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극음의 한기가 쇠사슬 고리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쩌적, 쩌저적!
눈 깜짝할 사이에 철퇴의 연결 고리와 쇠사슬 전체가 하얗게 얼어붙으며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팽극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철퇴를 아래로 내리눌러 설하를 으깨려 했다. 그의 무지막지한 외공 완력이 철퇴 자루에 고스란히 실렸다.
그러나 단단한 무쇠는 온도가 급격히 영하 이하로 떨어지면 탄성을 잃고 유리처럼 취약해지는 법이었다. 제갈휘가 간파한 정련 불량의 미세한 기포들이 한기에 얼어붙으며 급격히 팽창했다.
콰직! 바스락!
“어……?!”
팽극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완력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붙은 쇠사슬 고리가 스스로의 힘에 겨워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조각 나며 비산했다. 백근 무게의 거대한 가시 철퇴 뭉치가 허무하게 바닥으로 쿵! 떨어져 굴러갔다.
팽극의 손에는 오직 얼어붙어 부러진 나무 자루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사방으로 튄 날카로운 철퇴 파편들이 팽극의 얼굴과 단단한 가죽 갑옷을 찢어발겼고, 그의 양손은 쇠 파편에 찔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내, 내 철퇴가…… 어떻게 이런 일이!”
팽극이 경악하며 멍하니 부러진 자루를 바라보는 사이, 설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형을 날려 그의 턱밑을 한빙철검의 손잡이 끝으로 강하게 가격했다.
퍽!
뇌가 뒤흔들리는 충격에 팔 척 거구의 괴물 팽극은 눈동자가 뒤집힌 채 바닥으로 무겁게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다.
설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팽극의 허리춤에서 무거운 쇳소리가 나는 열쇠꾸러미를 낚아챘다. 그리고 곧바로 뒤편의 어두운 지하 감옥 쇠창살 문으로 달려갔다.
철컥, 철컥.
열쇠를 돌려 쇠창살 문을 열자, 감옥 내부의 구석에 쇠사슬로 온몸이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 있는 이춘삼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거친 가죽 앞치마는 갈가리 찢겨 있었고, 온몸에는 무자비한 채찍질과 고문의 흔적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외고집 대장장이 특유의 강인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너, 너는…… 대장간의 그 부엌데기 년이 아니냐? 어떻게 여기까지……”
이춘삼이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설하를 바라보았다.
“이 어르신, 조용히 하십시오. 구하러 왔습니다.”
설하는 검 끝으로 이춘삼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툭 쳐서 얼려 부순 뒤, 그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일으켰다. 이춘삼은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설하의 손에 쥐어진, 균열이 가득한 한빙철검을 흘겨보았다.
“내 녀석들의 비밀을 끝까지 발설하지 않았다만…… 저 검의 상태가 말이 아니군. 내 살아나간다면, 반드시 만황곡 지하의 백련정철(百鍊精鐵)을 구해다가 저 검을 완벽하게 보수하고 한층 더 강하게 제련해 주마.”
“감사합니다, 어르신. 하지만 지금은 탈출이 먼저입니다.”
설하는 이춘삼을 등에 업었다. 대장장이의 웅장한 몸집은 생각보다 무거웠으나, 설하의 단전에서 흘러나오는 내력은 그의 무게를 견뎌내기에 충분했다.
(설하야, 지체할 시간이 없다. 병기창 내부의 화약고로 이동해라. 칠복이가 미리 화약고 문을 열어두었으니, 팽극의 무기 파편을 이용해 불꽃을 일으켜 화약고를 폭사시켜라. 대혼란을 일으켜야만 외곽의 보초들을 뚫고 마차로 갈 수 있다.)
제갈휘의 냉철한 전음 지시에 따라, 설하는 이춘삼을 업고 신속하게 병기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화약고로 향했다. 화약고 내부에는 수십 개의 흑색 화약 통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었다.
설하는 바닥에 흩어진 팽극의 철퇴 파편 중 날카로운 강철 조각 하나를 집어 들고, 한빙철검의 검면을 강하게 내리쳤다.
챙!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튄 불꽃이 바닥에 뿌려진 화약 가루 위로 떨어졌다. 화약 가루를 타고 타들어 가는 붉은 불꽃을 뒤로한 채, 설하는 이춘삼을 업고 수로 탈출구를 향해 번개처럼 질주했다.
쿠과과과광!
지하 감옥 전체가 흔들리는 파멸적인 폭음과 함께, 철사방 병기창의 심장부가 거대한 화염 폭풍에 휩싸이며 폭사하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는 목조 기둥들과 화염을 뚫고, 설하는 이춘삼을 업고 극적으로 병기창 후문을 통해 밖으로 탈출했다.
매캐한 연기와 불길 속에서 신선한 밤공기가 허파를 찔렀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설하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후문 광장 사방에서 수백 개의 붉은 횃불들이 일제히 밤하늘을 밝히며 좁혀오고 있었다. 타오르는 횃불의 불빛 아래로, 철사방주 조광렬을 필두로 한 수백 명의 철사방 무사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설하와 이춘삼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쥐새끼들이 결국 제 발로 무덤에 기어들어 왔구나.”
조광렬이 강철대도를 땅에 쓸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포위망의 붉은 불꽃이 설하의 차가운 눈동자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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