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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존의 슬링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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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찢어발겨지는 듯한 비명이 선체를 타고 흘러들었다.


중력 붕괴 구역, ‘데드 존(Dead Zone)’. 그 경계선을 넘어서는 순간 섀도우 호는 거대한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아귀에 잡힌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사방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소행성 파편들이 기체 외벽을 두들겼고, 그때마다 조종석 메인 스크린에는 경고등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으윽……!”


은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오른쪽 손목은 이미 타버린 시냅스 때문에 가죽 코트 주머니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왼손 하나만이 땀으로 범벅이 된 조종간을 필사적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시야는 기묘하게 분할되어 있었다. 정상적인 오른쪽 눈은 붉은 경고등으로 가득 찬 어두운 조종실을 보고 있었지만, 황금빛 양자 에너지로 발광하는 왼쪽 눈은 물리적 실명을 대가로 얻은 전뇌 공간의 기하학적 궤도도를 뇌리에 직접 투사하고 있었다. 미세 블랙홀들의 왜곡된 인력선이 보라색 중력 벡터로 흐르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소행성들이 붉은색 충돌 예측 궤적으로 시야를 가득 메웠다.


[경고! 본선의 후방에서 여전히 강한 전자기 락온 신호가 감지됩니다. 제국 순찰함 1척이 본선을 끝까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네로 AI의 냉소적인 음성이 노이즈와 함께 울렸다.


“말도 안 돼! 이 지옥 같은 데드 존까지 쫓아왔다고? 스텔스 코팅도 켰고, 전도성 엔진 화염도 죽였는데 어떻게 우리 좌표를 찍은 거야!”


조종석 뒤편에서 정비 콘솔을 사수하던 토비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바쁘게 움직였지만, 뒤틀린 중력장 때문에 센서 데이터는 온통 깨진 텍스트뿐이었다.


은성은 왼쪽 눈에 스치는 미세한 주파수 파형을 포착했다. 뇌 신경망 깊은 곳, 구세대 동기화 장치가 억지로 격리해 둔 어둠의 파티션에서 미세한 누출 신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말라카이……!’


그 배신자 영혼이 격리되기 직전, 제국군에게 송출했던 잔여 주파수 노이즈가 섀도우 호의 통신 안테나를 타고 미세하게 흘러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드레이크 대위는 그 희미한 유령 주파수를 끈질기게 붙잡고 사냥개를 보낸 것이 분명했다.


콰아아앙—!


갑작스러운 충격과 함께 섀도우 호가 측면으로 크게 쏠렸다. 미세 블랙홀의 강력한 흡인력이 선체 좌측을 끌어당긴 것이다. 관성 상쇄기가 비명을 질렀고, 보조 배터리의 잔량은 이제 20% 이하로 떨어졌다.


“조종간이 안 먹혀! 형, 중력장에 빨려 들어가고 있어!”


철호가 수동 제어기로 함선의 균형을 잡으려 힘을 주었지만, 뒤틀린 중력의 변칙적인 흔들림은 유기체의 감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섀도우 호의 기수가 서서히 블랙홀의 암흑 속으로 기울어졌다.


“비켜, 철호. 유기체의 반응 속도로는 이 중력 제어를 감당할 수 없다.”


은성이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관자놀이에 박힌 은색 소켓 주변에서 붉은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신경망의 온도 수치가 위험 수준으로 치솟는 경고가 뇌리에 직접 박혔다.


‘알라릭 장군, 전술 경로를 인출해.’


뇌 신경망 깊은 곳에서 예란족 최고의 전략가, 알라릭의 차가운 사념이 응수했다.


‘소행성들의 중력을 디딤돌로 삼아라. 궤도를 연산할 수 있겠나, 애송이?’


‘연산은 내 특기지.’


은성은 숨을 들이쉬며 ‘다중 뉴런 병렬 연산(Multi-Neuron)’을 활성화했다.


그 순간, 그의 뇌세포들이 무서운 속도로 발화하기 시작했다. 좌뇌의 뉴런들이 기하급수적인 연산 모드로 전환되며, 날아오는 수천 개의 소행성 파편들의 질량, 속도, 공전 궤도가 소수점 이하까지 실시간으로 계산되어 황금빛 선으로 시야에 그려졌다. 머리가 쪼개질 듯한 편두통이 밀려왔고, 관자놀이 소켓에서 다시금 붉은 피가 흘러내려 뺨을 적셨다.


“은성 씨……!”


리라가 다급히 은성의 시트 뒤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의 푸른빛 ‘진정의 목걸이’를 손으로 꼭 쥔 채, 정신 감응 능력을 극대화하여 은성의 폭주하는 뇌파를 필사적으로 억제했다. 차가운 별빛 같은 정신 에너지가 은성의 과열된 전뇌로 스며들며 시냅스의 파멸적인 폭주를 간신히 지연시켜 주었다.


“엠마 영양제 주사 준비해! 형의 바이탈이 위험해!”


토비가 소리쳤고, 주치의 엠마는 수술 키트를 쥔 채 은성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뇌 신경 전도율이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3분 이상 이 연산을 지속하면 뇌세포가 영구적으로 파괴됩니다!”


“3분이면 충분해.”


은성이 피 섞인 침을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그의 황금빛 왼쪽 눈동자가 번뜩였다. 수천 개의 궤적 중, 단 하나의 탈출 경로가 황금빛 실선으로 뚜렷하게 도출되었다.


[추격함이 후방 3,000미터까지 접근. 유도 미사일 발사 감지! 착탄까지 5초.]


네로의 경고가 울림과 동시에, 뒤편에서 빛나는 미사일의 궤적이 양자 시야에 잡혔다. 은성은 왼손으로 조종간을 꽉 쥔 채, 추진 제어 AI 파이어플라이의 제어 리미터를 강제로 해제했다.


“파이어플라이, 전방 우측 스러스터 미세 역분사! 네로, 메인 엔진 출력을 중력 가속에 동조시켜!”


파이어플라이가 은성의 뇌파 명령에 따라 우측 스러스터를 정밀한 각도로 분사했다. 섀도우 호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듯하더니, 충돌 직전 거대한 소행성의 중력장 경계선으로 미끄러지듯 꺾여 들어갔습니다.


슈우우우웅—!


미사일들은 뒤틀린 중력장에 휩쓸려 궤도를 잃고 미세 블랙홀의 인력권으로 빨려 들어가 허무하게 폭발했다.


하지만 진짜 사투는 이제 시작이었다. 섀도우 호의 바로 뒤를 쫓던 제국 순찰함은 중장갑 보호막을 믿고 무서운 속도로 돌격해 오고 있었다. 제국 순찰함의 주포가 충전되며 푸른색 에너지가 아른거렸다.


‘지금이다. 중력 가속 도그파이트를 시작한다.’


알라릭의 엄숙한 목소리가 은성의 뇌리를 때렸다.


은성은 왼손 하나로 조종간을 완전히 옆으로 꺾으며, 섀도우 호의 하부 중력 스러스터를 거대한 회전 소행성의 표면에 고정시켰다. 함선의 중력 제어 장치가 소행성의 인력과 맞물리며 엄청난 원심력이 발생했다.


쿠구구구구궁—!


선체가 찢어질 듯한 진동과 함께 기체가 소행성의 궤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밀착하여 회전하기 시작했다. 슬링샷 효과였다. 소행성의 회전력과 중력이 섀도우 호의 가속도로 치환되며 기체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끄으으윽……!”


은성의 목 신경망이 팽팽하게 긴장했고, 뇌 소켓 주변의 황금빛 신경망 흉터가 목덜미까지 기계 문신처럼 번져나갔다. 극심한 G-포스(중력 가속도)가 승조원들을 시트에 짓눌렀다.


추격하던 제국 순찰함은 은성의 이 기상천외한 변칙 기동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제국의 파일럿은 섀도우 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선회를 시도했지만, 그들에게는 고차원 궤도를 실시간으로 연산할 ‘다중 뉴런 병렬 연산’ 능력이 없었다.


순찰함의 중력 제어 장치가 데드 존의 변칙적인 인력을 이기지 못하고 과부하로 터져 나갔다. 궤도를 이탈한 제국 순찰함은 가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은성이 디딤돌로 삼았던 거대 소행성의 암벽에 정면으로 처박혔다.


콰아아아아아앙—!!!


진공의 우주 공간 속에서 소리 없는 거대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제국 순찰함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철 파편으로 분해되며 소멸했다. 드레이크 대위의 사냥개 한 마리가 마침내 데드 존의 심연 속으로 침몰한 것이다.


“해냈다! 적함 격침!”


토비가 환호성을 질렀다. 섀도우 호는 소행성의 중력을 박차고 나와 데드 존의 인력권을 기적적으로 벗어났다.


그러나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화아아아악—


갑자기 조종실의 모든 홀로그램 스크린이 지직거리며 암전되었다. 은성의 뇌 속에 연결되어 있던 네로 AI의 링크가 툭 끊어졌다.


[경고…… 메인 동력선…… 영구 과부하…… 연소…… 시스템…… 다운…….]


네로의 마지막 목소리가 뚝 끊기며, 조종실을 비추던 비상등마저 완전히 꺼져버렸다.


스러스터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함선 내부를 유지하던 인공 중력 장치마저 서서히 가동을 멈추었다. 사방이 완벽한 어둠과 고요 속에 잠겼다. 섀도우 호는 메인 동력선이 완전히 연소되어 엔진 출력이 마비된 채, 차갑고 어두운 우주 공간 한가운데로 유령처럼 표류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은성은 뇌 소켓에서 전해지는 타는 듯한 통증에 신음하며, 왼손의 힘을 잃고 어둠 속으로 조종간을 놓쳤다. 그의 왼쪽 눈의 황금빛 안광만이 차가운 어둠 속에서 힘없이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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