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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의 매, 협곡을 벗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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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가을 하늘을 찢으며 강우 일행이 탑승한 마차의 머리 위로 음산하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히히힝!”


마차를 모는 곰보 삼수의 채찍질이 허공을 거칠게 갈랐다. 추풍곡의 험준한 가을 산길은 붉게 물든 낙엽과 흙먼지로 가득 차 있었고, 바퀴가 돌바닥에 부딪칠 때마다 요란한 쇳소리가 협곡의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마차의 속도는 이미 전속력에 달해 있었으나, 머리 위 하늘을 뒤덮은 불길한 그림자는 조금도 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덜컹거리는 마차 내부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단단한 흰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그 천 너머로 여전히 붉고 어두운 안개가 어지럽게 일렁이고 있었다. 전날 원수 조필성을 참수할 때 가차 없이 터져 나왔던 가문의 비전 절기, ‘백일하’의 반동이었다. 혈약의 제약을 억지로 깨뜨리며 발도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심장 주위의 기맥은 마치 불에 달군 쇠사슬로 옭아매어진 듯 뜨거운 화독으로 요동치고 있었고, 오른손목은 연희의 침술로 어긋난 뼈를 겨우 맞추어 놓았으나 미세한 움직임에도 뼛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통이 척추를 타고 뇌리를 때렸다.


“도련님…….”


연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우의 곁에 가만히 다가와 그의 시퍼렇게 부어오른 오른손목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고운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심장의 화독과 손목의 골절상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당분간 내력을 강제로 끌어올리시면 경맥이 완전히 파열될 수 있습니다. 제발 몸을 사리셔야 합니다.”


강우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전히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벙어리 아광의 침묵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었다. 말수를 줄여 적들의 의심을 피하는 위장술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 기혈을 뒤틀리게 만드는 가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왼손을 천천히 뻗어 연희의 따뜻한 손등을 토닥였다. ‘걱정하지 마라.’ 눈빛 대신 손끝의 미세한 온기로 전하는 무언의 위로였다.


그때, 마차 지붕 위에 짐을 고정하던 소철이 급히 마차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소년의 쳇바퀴 같은 얼굴은 공포로 팽팽하게 질려 있었다.


“형님! 하늘을 보십시오! 발목에 은빛 철사슬 징표를 감은 매들이 수십 장 상공에서 우리 마차를 맴돌고 있습니다! 단순한 야생 매가 아닙니다!”


“무림맹의 추적 매로군.”


마차 앞자리에서 고삐를 쥔 곰보 삼수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조필성이 죽고 감찰관 독고린이 굴욕을 당했으니, 무림맹 집법당 추풍지부의 사냥개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이 고갯길만 넘으면 양주성으로 향하는 대로가 나오지만, 저 매들이 머리 위에 있는 한 추살대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푸드드득, 캬아악!


하늘을 가르는 매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날카롭고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단순한 새의 울음이 아니었다. 내력이 실린 기괴한 파공음. 저 매들은 하늘의 눈이 되어 아래에 매복해 있는 집법당 추살대에게 마차의 정확한 동선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고갯길 끝자락에서 촘촘히 좁혀오는 적들의 그물망에 갇혀 완전히 몰살당할 터였다.


강우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오른손목은 대투 속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기에, 그는 오직 왼손 하나만을 움직여 등 뒤에 메고 있던 ‘혈약의 녹슨 도 (적소도)’를 감싸 쥐었다. 적소도는 여전히 두꺼운 삼베천과 무거운 쇠사슬 매듭으로 칭칭 감겨 완벽히 봉인된 상태였다. 원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칼집에서 빠지지 않는 절대적인 혈약의 제약.


시각은 붉은 안개에 가려져 완전히 차단되었으나, 강우의 청각은 이전보다 수십 배는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깨어나 있었다. 장 대인의 백호침 시술로 기혈이 동결되면서, 육체의 다른 감각이 극한으로 증폭된 덕분이었다.


‘야철안 2성, 공명청음.’


강우는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심법의 구결을 읊조렸다. 이내 그의 귀가 미세하게 떨리며, 대지 위에 존재하는 모든 철기들의 울림소리가 심안에 입체적인 선이 되어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차의 쇠바퀴가 흙돌바닥을 구르는 둔탁한 진동, 말의 편자가 땅을 짓밟는 마찰음, 그리고…… 저 멀리 고갯길 좌우의 깎아지른 절벽 중턱에서 들려오는 날카롭고 미세한 강철의 마찰음들.


그것은 무림맹 집법 대원들이 쇠뇌의 강철 시위를 팽팽하게 당길 때 발생하는 특유의 쇳소리였다.


‘열두 자루. 좌측 절벽에 일곱, 우측 절벽에 다섯.’


강우는 눈을 감은 채 마차 지붕을 향해 가볍게 신형을 날렸다. 연희가 놀라 그의 장포 자락을 잡으려 했으나, 강우의 단호한 움직임에 이내 손을 거두고 소철을 품에 안았다.


“소철아, 안에서 도련님의 가죽 보따리를 지켜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안 된다.”


“예, 누님!”


소철이 입술을 깨물며 대장간에서 가져온 단도를 가슴에 꽉 움켜쥐었다.


강우는 마차의 가죽 덮개를 열고 지붕 위로 소리 없이 올라섰다. 휘이잉! 차가운 가을바람이 그의 회색 장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숲속의 황량한 침엽수림 사이로 석양이 지고 있었지만, 눈이 먼 강우의 세계는 오직 소리의 파동으로만 이루어진 정교한 청각의 전장이었다.


타타타탓!


양옆의 가파른 절벽 중턱에서 검은 철갑을 두른 무림맹 집법 대원들이 나뭇가지를 딛고 낙하하며 마차를 향해 좁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발목에 채워진 철제 보호대와 가슴팍의 호심경이 흔들릴 때마다 내뿜는 미세한 울림이 공명감지 ‘청철술’의 감각망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저 눈먼 천치 놈이 지붕 위로 올라왔다! 쇠뇌를 쏘아 마차 바퀴를 부숴라!”


절벽 위에서 오만한 명령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내 시위를 떠난 강철 화살들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마차를 향해 쏟아졌다.


슝! 슝! 슝! 슝!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의 궤적이었으나, 강우에게는 그 강철 촉이 공기를 가를 때 발생하는 쇳소리의 진동 주파수가 너무나 선명하게 와닿았다. 강우는 왼손으로 적소도의 묵직한 도집을 움켜쥐고 허공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깡! 깡! 콰강!


강우가 도집을 회전시킬 때마다, 마차 바퀴를 노리고 날아오던 쇠뇌 화살들이 공중에서 정확히 부딪쳐 불꽃을 튕기며 사방으로 부러져 나갔다. 눈이 먼 상태에서 오직 소리의 공명만으로 날아오는 암기를 완벽하게 요격하는 ‘도집차단’의 기예였다. 현철 장갑이 왼손에 끼워져 있었기에, 강우는 도집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 반동을 완벽히 흡수하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눈을 가린 채 쇠뇌의 궤적을 읽어냈다고?”


절벽 위의 집법 대원들이 당황하여 비명을 질렀다. 그 틈을 타, 곰보 삼수가 채찍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이랴! 조금만 더 가면 고갯길 끝이다! 힘을 내라!”


그때, 머리 위의 추적 매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강우의 머리를 향해 수직으로 하강했다. 예리한 강철 발톱이 강우의 눈을 가린 흰 천을 찢어발기려 짓쳐들었다. 동시에, 절벽 위의 큰 소나무 가지를 딛고 일류 고수로 보이는 집법 대원 한 명이 마차 지붕을 향해 직접 몸을 날렸다. 서릉한 쾌검의 검기가 강우의 정수리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강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강골보 1성’의 보법을 전개해 흔들리는 마차 지붕 위에 하체를 바위처럼 고정했다. 그리고 덮쳐오는 매의 발톱 소리를 향해 고개를 슬쩍 비틀어 피한 뒤, 머리 위에서 낙하하는 대원의 검날을 향해 도집을 사선으로 비껴 올렸다.


‘도집 받치기 (횡경막).’


끼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금속 마찰음이 마차 지붕 위를 찢었다. 대원의 날카로운 검날이 강우의 도집 옆면을 타고 사선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검에 실린 맹렬한 내력이 강우의 어깨를 짓눌렀으나, 강우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그 충격을 대지로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검세가 무너지며 중심을 잃은 대원의 신형이 앞으로 쏠리는 찰나, 강우의 도집 끝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강우의 도집 끝이 대원의 오른쪽 어깨 관절을 정확히 강타했다. 무진경의 진동이 어깨뼈 속 깊숙이 침투하자, 대원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어깨뼈가 탈골된 채 속도를 내는 마차 지붕 아래 고갯길 바닥으로 처참하게 굴러떨어졌다.


“으아악!”


대원의 비명 소리가 멀어지는 순간, 강우는 뒤틀린 경맥에서 밀려오는 뜨거운 통증에 각혈을 삼켰다. 무공을 무리하게 사용한 대가로 가슴팍의 혈약 낙인이 다시 한번 타들어 가듯 맥동했다. 입안 가득 비릿한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그러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늘 위의 추적 매들이 마차의 찢어진 가죽 덮개 틈새로 더 많은 살기를 흘려보냈다. 고갯길의 좁은 입구 모퉁이를 돌아서자, 절벽 위에 도열한 수십 명의 집법 대원들이 일제히 검은 깃털이 달린 쇠뇌 화살을 장전하고 마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깃털 화살들이 일제히 시위를 떠나 마차 천장을 향해 벼락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웅-!


사방에서 몰아치는 화살의 파공음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마차 내부의 연희와 소철의 안위가 극도로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강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심안 속에서 수십 자루의 강철 화살들이 마차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궤적이 붉은 실선이 되어 선명하게 그려졌다. 오른손목의 골절 통증과 실명의 어둠 속에서도, 그의 가슴속에 서린 가문의 한과 누이 한아란을 구하겠다는 결의가 불꽃처럼 타올랐다.


하늘에서 살수들의 검은 깃털 화살이 마차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강우는 등 뒤에 메고 있던 삼베와 쇠사슬로 묶인 적소도의 손잡이를 왼손으로 꽉 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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